<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법원 독립성·검찰 중립성 논란

정치냐? 사법이냐?

갈수록 정치와 사법이 뒤엉켜 국가적 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과 법률에서 법원의 독립성과 검찰의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법적 판단에 정치가 개입하는 ‘사법의 정치화’, 정치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가는 ‘정치의 사법화’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의 희비가 엇갈린 판결로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치권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논쟁이지만,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를 정치화시키려는 정치세력들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사법부
정치화

정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한다면, 사법은 법적 구속력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가린다. 또, 사법부는 대한민국의 정의구현이라는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하고 국가와 국민, 사회 질서 확립을 위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의롭고 공정한 독립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을 앞세워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경향이 크다. 반면, 사법부는 법치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의 위상을 강조하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은 입법과 사법의 대등성을 전제로 견제와 균형을 강조한다.

한국 정치의 굵직한 흐름이 사법부 결정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민주화 이후 전직 대통령 대다수가 사법적 문제로 감옥에 가거나 탄핵당했다. 한국 정치에서는 정치와 사법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가 맞는 후보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일이 일상화돼 버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는 민주주의의 영역이고, 사법은 법치주의의 영역이다. 양자는 밀접하게 연결돼있지만 각자의 본질이 다르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치의 사법화나 사법의 정치화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최대한 수렴하고 이를 조직화하는 가운데 국가 의사를 결정하고, 국가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법치와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다수결을 앞세운 포퓰리즘으로부터 근본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도 사법도 균형과 절제의 미덕을 갖춰야 한다. 더욱이 상호 존중이 사라지고, 여야의 진영 전쟁과 유사한 일이 정치와 사법 사이에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재판을 둘러싼 여야의 법원에 대한 압력은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는 사법부다. 어느 시대건, 권력자는 사법부를 권력자의 입맛대로 구성해 마음껏 주무르려 했다. 하지만 앞서 법복을 입었던 대다수 법관은 민주국가에서 법원이 무너지면 독재가 횡행하고 공동체가 무너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국회와 법원 뒤엉켜 국가적 혼란
재판 결과 따라 우려하는 목소리

그러나 정치가 본질을 잃고 사법적 판단으로 결정된 사안에 일희일비하는 작금의 현실은 모순적인 정치세력의 후진 정치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치세력은 법을 만들어서, 또는 법을 해석하고 판결하는 법원을 압박해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 한다.

삼권분립이라는 현대 민주주의 체계가 확립된 이후 과거 왕정이나 황제정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압박해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점점 심화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인들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그 결정을 법원에 떠넘기면서 나타나는 문제고, 사법의 정치화는 사법에 정치적 성향이나 이해관계가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사법의 정치화는 매우 위험하다. 사법적 판단은 모두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내려져야 한다. 사법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않는다면, 소위 외부의 지령을 받아 판결한다면 그 패악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권이 마땅히 합의로 해결해야 할 갈등을 민·형사 소송을 통해 해결하려는 현상을 가리키고, 사법의 정치화는 정치권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법원이나 헌재를 정치적으로 종속시키려는 현상을 말한다.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재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기에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재판의 독립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또, 일부 정치세력의 소위 ‘법 악용 사태’가 사법을 제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민주’라는 미명의 파쇼적 정치행태가 나타나고 급기야 비극적 독재를 낳게 된다. 결국 사법의 정치화는 공정한 재판을 본질로 하는 사법이 정치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그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입맛대로
주무르려

공정한 재판은 사법부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전제한다. 정치화된 사법은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법원은 정치인 특히 야권 정치인이 관련된 정치 재판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심리를 지연하거나 판결을 미뤄왔다.

혹여 판결을 선고한다 해도 법 논리에 맞지 않는 판결을 선고하며 국민의 비난을 자초해 왔다.

이는 사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사법의 정치화’ 행태로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를 법원 스스로가 떨어뜨리는 자해 행위다. 사법부가 정치의 시녀가 되고 노예가 되는 불행한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 양극화의 극단화에 따른 정치의 사법화가 극심해짐에 따라 사법의 정치화 또한 심화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부터는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친인척, 측근, 참모, 여야 의원들까지 모두 사법적 결정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일이 늘어 최근 들어 정치의 사법화 범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은 잠재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치와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충성’을 담보하는 대법관을 임명할 동기도 함께 늘어난다. 후보의 중립성이나 전문성보다는 이념적 선명성이 중요한 척도가 되는 듯하다.

잠재적 대법관 후보들 처지에서는 특정 진영에 줄을 서 선명성 경쟁을 벌일 동기가 커진다. 자신이 줄 선 진영의 정부가 들어왔을 때 운이 맞으면 대법관에 임명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이런 환경에서는 중도를 지향하는 법관이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진다.


분명한 건 국민이 법관에게 부여한 막중한 사명을 완수하는 길은 헌법과 법률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것이다. 권력이나 여론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일방의 칭찬과 비방에 좌고우면하지 않아야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정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기존의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상상을 해야 하고, 서로 다른 세력 간에 합의도 해야 하고 양보도 해야 하고 타협도 해야 하고 이것이 정치라고 보는데 사법은 결코 그럴 수 없다. 사법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현실을 뛰어넘는 판단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본질 잃고 일희일비 현실
중립성보다 이념적 선명성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정치가 해야 할 고유한 기능을 사법부에 맡기고 판단을 의뢰하는 경향이 매우 짙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설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로서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모순적 행태가 문제다.

정치는 많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사법 앞에서는 멈춰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아무리 현재 진행 과정에 있어서 올바르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직 의원들이 사법부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이제 거의 모든 정치 의제와 사안, 절차와 과정이 사법화 및 검찰화하고 있다. 마치 국정과 국민 의사의 최후 심급으로서 그들의 최종 판정을 받아야만 정치적으로도 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늘날 심각한 진영 갈등을 초래한 주요 정치·사회·경제·인권·외교 의제와 사안 중 검찰·사법·헌재에 물어보지 않은 것은 드물다.


다수 국민 대표의 결정조차 극소수 수사 검찰과 담당 판사·재판관들의 판정에 합당과 부당, 합법과 불법 여부가 맡겨지고 있다. ​그것은 의회의 의안 통과 과정과 입법 내용부터 정부 정책 결정의 절차와 세부 사항에까지 이른다. 민주공화국의 정치와 정부, 의회와 정당으로서 중대한 직무 유기이자 궤도 이탈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 대북 송금 특검, 대통령 후보(이명박)에 대한 청와대의 고발을 계기로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할 문제점을 지적할 때 주목한 정치인들은 없었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그 자체가 정치의 사법화였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정치의 사법화 원인은 ‘모 아니면 도’ ‘win or nothing’의 대통령제에 있다. 대통령제 시스템은 각 당이 단일대오로 결집하고 상대 당을 와해시켜야 할 동기를 준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지지부진한 대화를 종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깔끔한 대안 같지만, 당사자 모두에게 시간적·정신적·금전적 비용을 남긴다.

사법에서 벗어난 정치, 깎아내리기에서 벗어난 정치를 위해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 내각제는 다당제를 촉진하며, 다당제 아래에서는 한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다른 정당과 연합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연합정부(연정)가 형성되면 권력은 자연스럽게 분산되며, 승자독식서 비롯되는 정치의 사법화 수위를 낮출 수 있다. 내각제를 통해 다당제가 활성화되면, 합의와 협의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즉 숙의민주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면이무치(免而無恥). “정책으로 이끌고 형벌로 가지런히 한다면, 백성들은 면피하려고만 할 뿐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2500년 전 정책과 법률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법가(法家)의 주장에 대한 공자의 비판이다. 법이라는 수단과 장치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 협력을 유도하는 정치 환경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날 누구도 한국 사회를 민주국가로 이해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별히 삼권분립, 주기적 선거, 복수정당제, 언론 자유가 헌법과 제도상으로 보장되는 한 한국을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국가로 의심한다는 것은 전연 불가능하다.

연정의
필요성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 보면 이 민주공화국이 중대한 파열과 침식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의회정치, 나아가 정치, 더 나아가 국정의 사법화·검찰화·형사화를 말한다.

​민주주의서 사법과 검찰의 독립은 중요하다. 법치의 보루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을 넘어 검찰·사법의 논리가 정치·의회·국정의 영역에 침투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법은 본시 이중적이다. 근본 출발 원리는 인권 존중, 정의 실현, 법치, 약자 보호, 형평과 저울의 역할이지만, 현실에서는 불가피하게 승패 판정, 유죄-무죄, 흑백논리, 합법-불법의 양자택일 지반 위에 움직인다.

둘 다 법의 본질이다. 따라서 다수주의, 다수결과 소수 존중, 대화와 타협을 원리로 삼는 민주주의와는 자주 충돌한다. 법이 민주주의의 범주 내에서 법치를 위한 역할에 그쳐야 하는 이유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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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