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조롱·인종차별” 도 넘은 SNL 한강·하니 패러디 뭇매

누리꾼들 “선 넘었네” 등 비판 쇄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예능프로그램서의 모든 패러디 행위를 용인해도 될까?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6>(이하 SNL)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뉴진스 멤버 하니 조롱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논란이 된 건 지난 19일 공개된 SNL에서 한강 작가와 하니를 패러디한 콩트 장면이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배우 김아영이 한강 작가의 특징을 잡아 실눈을 뜨고 팔짱을 낀 채 나긋한 말투로 “수상을 알리는 연락을 받고는 처음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서는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어요”라며 수상 소감을 따라 했다.

해당 장면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는 한강 작가의 외모적 특성을 희화화해 웃음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하니를 패러디한 장면도 논란이 됐다.


하니를 패러디한 배우 지예은은 영상서 “제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국회에)출석하게 됐다”며 우는 연기를 선보였다.

문제가 된 것은 지예은의 말투였다.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의 다소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재현해 인종차별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것이다. 누리꾼들은 타국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발음을 어설프게 묘사해 코미디 소재로 삼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미권 국가에서는 비영어권 출신 외국인이나 이민자의 발음을 지적하거나 무시하는 행위가 전형적인 인종차별로 간주된다.

영상이 공개된 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이들은 “조롱과 풍자를 모르고 선을 넘었으니 욕먹는 거지” “약자를 희화화하는 건 하나도 안 웃기다. 그냥 괴롭힘이잖아” “풍자가 아니라 외모 조롱”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한강 같은 경우는 언행이나 그런 게 밈화된 적도 없고 해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풍자한 결과물이 썩 재밌지 않긴 했다”며 “개그 코너서 당연히 자유롭게 풍자할 수 있지. 근데 굳이? 싶은 느낌”이라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개그 없이 외적인 모습을 보고 조롱하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정치인을 풍자해서 개그한 것도 아니고 한강 표정이랑 자세가 웃긴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패러디는 기존에 잘 알려진 대상을 유머러스하게 또는 비꼬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표현 기법이다. 주로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패러디의 소재가 되는데, 이들은 긍정적·부정적 평가가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판적인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 어려운 상황서 패러디는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대중은 패러디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당사자조차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하거나, 때로는 역이용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강 작가와 하니의 경우, 안티를 형성할 만한 논란이나 행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연유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익살적 표현은 조롱이나 희화화로 받아들여져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SNL은 과거에도 일부 콘텐츠가 패러디를 넘어 조롱이나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바 있다.

최근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여성 BJ 과즙세연의 만남을 다룬 패러디서도 방 의장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고 여성 BJ에게만 ‘육즙수지’라는 별명을 붙여 조롱했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패러디했다가 실제 고데기 사건 피해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그 소재로 쓰이면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SNL 프로그램 소개에는 ‘브레이크 없는 고품격 풍자’라고 돼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의도와는 달리 정작 품격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같은 이유로 여러 번 비난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브레이크 없이 질주만 하다 보니 자주 사고가 나는 것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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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