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의료 붕괴, 데드라인 10년”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수는 ‘본질을 봐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7개월간의 의정 갈등은 이른바 ‘트리거’였을 뿐 의료 붕괴는 이미 진행 중이라는 암울한 진단과 함께였다. 모래 위에 쌓은 성은 벽돌 하나만큼의 공백도 견디지 못한 채 무너져 내리고 있다. 10년, 한국의 의료서비스에 남은 시간은 그 정도뿐이다.

지난 2월6일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3028명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린다는 내용의 ‘의대 증원 방침’을 발표했다.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취지로 의대 증원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 자체에 반발해 사직 등의 방식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의정 갈등’의 시작이다. 

7개월째
평행선

그로부터 7개월이 흘렀다. 정부는 법원 판결을 동력 삼아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내년도 전국 40대 대학의 의대 정원은 기존 3058명서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됐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1998년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이후 27년 만이고, 2000년 의약분업 때 줄어든 뒤로는 19년 만이다.

윤석열정부는 초기 발표 때의 2000명에는 못 미쳤지만 이전 정부서 번번이 무산됐던 의대 증원을 이뤄냈다고 자찬했다. 문제는 의료계와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선봉에 섰던 전공의는 물론 의대생 역시 정부와 학교의 회유책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의료 현장의 주축과 미래 자산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면서 대형병원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의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쓴 글은 누리꾼 사이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응급실에 와도 처치할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니 지금 아프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 의료 현장은 ‘아수라장’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병원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와 교수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일요시사>는 7개월째에 접어든 의정 갈등에 대해 묻기 위해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조 교수는 의대 증원이나 전공의 복귀 등 의정 갈등 관련 이슈보다는 ‘의료 붕괴’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의료 붕괴는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이번 의정 갈등은 그 속도를 높이는 이른바 ‘촉매’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본질’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의료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식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방식의 의료체계와 유럽·영국식인 사회주의 방식, 그리고 정부와 의사, 환자의 3각 관계를 설명했다. 

“미국식 자본주의 방식은 비싸다. 돈이 많은 환자는 질 좋고 친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돈이 없으면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의료 양극화가 일어날 수 있다. 유럽·영국식 사회주의 방식은 모두에게 균등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대신 환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자본주의식과 사회주의식의 장점이 혼합된 형태다. 다시 말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싼 가격에 모두가 균등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어 조 교수는 의사 개인과 의사 집단 전체, 그리고 특정 환자와 국민 전체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다고 선을 그은 뒤 환자와 국민·의사와 병원·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의료서비스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크게 셋으로 분류했다. 그가 주장하는 바는 3자 모두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올 초부터 의료계 이슈 펑펑
이재명 피습·의대 정원 증원

조 교수가 제시한 대전제를 두고 현재 상황을 바라보면 7개월의 의정 갈등은 오랜 시간 곪아 있던 의료계의 모순점을 수면 위로 올린 ‘트리거(방아쇠)’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조 교수는 이를 ‘레고 블록 쌓기’ ‘성냥 쌓기’ 등으로 표현했다.

한순간 삐끗하면 와르르 무너지는 블록과 성냥처럼 윤석열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이 그 ‘삐끗한 순간’이었다는 주장이다.

“환자가 질 높고 신속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존재한다. 그 누군가가 바로 전공의다. 수십년간 전공의가 희생을 감내하는 과정서 쌓여온 모순점이 의대 증원 정책과 동시에 터져 나온 게 현재 상황이다. 전공의는 자신들의 미래에 비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다.”

조 교수에 따르면 사회주의식 의료체계서 의료서비스의 생산자는 의사와 병원, 구매자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즉 정부가 된다. 환자와 국민은 국가로부터 의료서비스를 ‘배급’받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환자와 국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공할지를 결정하는 주체가 정부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도 동시에 짊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과정서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악마화’하고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사회주의식으로 하려면 국민 전체가 사회주의 의료체계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하고 자본주의식이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을 막 섞어 놓으면서 의료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 가지 방식을 왔다 갔다 하면서 섞다 보니 엉망이 된 상태로 오늘날에 이르렀다.”

조 교수는 현재 의료계 상황을 ‘불난 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활활 타고 있는 불은 언젠가는 꺼질 것이다. 불이 꺼진 후에는 다시 집을 지어야 한다. 불이 난 이유를 파악하고 불이 다시 나지 않을 집을 지어야 한다. 과거의 방식으로 지은 집은 금방 다시 불타고 말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희생 위
쌓인 성

그러면서 조 교수는 ‘의료 붕괴’를 언급했다. 의대 증원으로 불거진 전공의 이탈 등의 문제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문을 닫는 대학병원이 1~2년 내로 생겨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의료개혁이 없다면 2030년대 중반에 건강보험체계 자체가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병원이 (정부로부터)돈을 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나. ‘보험 환자 못 받겠다’하고 나가떨어지는 거지. 그때가 되면 정말 돈 있는 사람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거다. 아이러니하게 자본주의식 의료체계가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 포함돼있던 공공성이 망가진다고 보면 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자본주의식 의료체계는 경제 수준이 중간 정도인 중산층에 타격을 입힌다. 빈곤층은 정부의 우산 아래 있고 상류층은 돈의 보호를 받는다. 미국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이 값비싼 의료서비스에 좌절하듯 우리나라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조 교수는 의료 붕괴는 기정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에 일어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과 의대 증원 문제가 의료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계기가 됐을 뿐 이미 속은 곪을 대로 곪아있었다는 주장이다. 촉매의 역할이 반응속도의 변화듯, 의대 증원이 의료 붕괴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환자, 그리고 의사가 모두 일정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특히 환자는 의정 갈등서 피해자 포지션으로 분류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현재 상황에 환자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진료권을 벗어나 경증이어도 빅5 병원으로 향하는 행동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없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이 대표의 피습사건 때 의료계는 분노했지만 국민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점을 언급했다. 당시 이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을 시찰하던 중 괴한으로부터 피습당한 후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뒤 수술을 받았다.

전원 과정, 닥터 헬기 이용 등을 두고 의사회는 성명을 내는 등 비판을 제기했다.

지방 의료를 살리자던 야당의 대표가 닥터 헬기까지 이용해 부산서 서울로 이동한 점은 우리나라 의료체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 교수는 “이 대표 사건은 문제를 표면화시켰을 뿐 이미 지방의 환자는 모두 KTX를 타고 서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약이
무효하다

필수 의료 역시 같은 방법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오랜 시간 값싸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해 온 환자는 현 상황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고 정부는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의료 수가를 조정하지 못하면서 ‘기피과’가 생겼다. 또 비급여 등의 항목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의사들이 비필수 의료 쪽으로 빠졌다. 

조 교수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건을 거론했다. 지난달 22일 김 전 위원장은 오른쪽 이마에 큰 반창고를 붙인 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는 새벽에 잘못하다 넘어져 이마가 깨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응급실에 가려고 22군데에 전화를 했는데도 안 받아줬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응급실서 이마 약 8㎝를 꿰맸다. 

조 교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남에 널리고 널린 게 성형외과인데 찢어진 이마 상처를 꿰매줄 성형외과는 없다. 비필수 의료를 하는 성형외과는 많지만 필수 의료를 해줄 성형외과는 없는 상황이다. 의사를 늘린다고 필수 의료가 살아날 것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본질은 모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돈을 쫓는 것을 굉장히 잘못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덜 힘들고 돈을 더 버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의사에게만 더 힘들고 덜 버는 삶을 살라고 강요할 순 없다. 그런 요구를 하려면 어떤 형태든 보상이 필요한 것이다.”

빈약한 철학·마구잡이식 체계
정부·환자·의사 서로 포기해야

조 교수는 의대 정원 역시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배치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무작정 정원을 늘릴 게 아니라 지방 의료와 필수 의료를 할 수 있게 정부와 환자의 ‘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 왕’ ‘환자가 왕’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깨고 환자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본주의식과 사회주의식을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후자 쪽으로 가는 편이 낫다. 지금처럼 모두에게 균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이다. 그 대신 정부는 일정 수준 이하의 환자에 한해 진료권역을 지키도록 제한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증상의 경중에 상관없이 무작정 서울로 향하는 상황을 막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도 조 교수는 환자와 정부, 의사의 변화에 회의적이었다. 당초 의료체계를 만들 때 부족했던 철학이 지금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외국서 의료체계를 베껴 올 때 그 철학을 외면하고 가져오는 데만 급급했다. 그렇게 수십년 동안 섞이고 빠지고 하면서 엉망진창이 됐다”고 한탄했다.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모두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입법부는 물론 사법부까지 여론에 휩쓸려 입맛에 맞는 말만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는 “‘손님은 왕이에요’라는 말만 했지 ‘갑질하면 안 됩니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돈을 더 내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병원 상황에 대한 암울한 진단도 덧붙였다. 그는 “전공의 복귀 문제는 이미 망가져 버렸다. 내년 3월에 인턴 자체가 안 들어올 것이고 레지던트는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불투명하다. 설사 들어온다 해도 소수일 가능성이 높다. 대학병원은 인력 문제에 있어서 지금보다 더 갑갑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응급의학과뿐만 아니라 각 과 교수들이 나가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응급실은 병원서 보던 환자가 아니면 안 본다든지, 온갖 사유로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게 악화되면 대학병원의 진료 능력 자체가 악화될 것이다. 그나마 내년 3월이 레지던트가 들어올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인데 그때 수급이 안 되면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사가 아주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이날 인터뷰서 ‘철학’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철학과 기본 개념이 부족한 상황서 생각나는 대로 지은 집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모래 위에 쌓은 성이라고도 했다. 그나마도 현재 불타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3월
고비될까

“각 나라의 의료체계를 이해하고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먼저 정한 뒤 각자가 포기해야 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 환자와 의사, 그리고 정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가 필요하다. 지금도 너무 늦었지만 그렇게 짜 맞춰가야 한다. 하지만 3자 모두 그걸 이해 못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안타깝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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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