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터진 당정 갈등 막전막후

길목마다 사사건건…헤어질 결심?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틈만 나면 싸운다. 싸우는 주기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러브샷도 소용없었다. 이제는 관계 회복이 어렵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 명은 굴복시키려, 다른 한 명은 탈출하려고 애쓴다. 이 정도면 서로 작별 인사를 하고 이제 놔 주는 게 차라리 편해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 예정돼있던 오찬이 취소됐다.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된 두 인물의 만남이 추석 이후로 미뤄졌다. 한 대표 체제의 인선이 완료된 만큼 당정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였다. 추석 이후지만 공식적으로 확정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또 시작된 
주도권 잡기

대통령실은 일정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연기했고, 민생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만찬 일정을 다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료개혁을 두고, 당정 갈등이 또다시 분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만간 공식적으로 당정 갈등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오찬은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자주 만나자며 마련된 자리였던 만큼 화해의 제스처를 서로 취하는 모양새였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차별화를 꾀해 독자적인 노선 꾸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제는 사실상 완전히 등돌린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헤어질 결심을 한 듯 단호한 모습도 아른거린다. 대통령실도 예정됐던 오찬 취소 소식을 추경호 원내대표에게만 전달하고, 한 대표 측에는 전하지 않아 한 대표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윤 대통령은 공식 브리핑서 당정 갈등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둘의 불편한 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두 인물의 갈등은 이번이 공식적으로 다섯 번째다.

갈등의 시작은 한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된 사과 요구로 지난 1월에 불거졌다. 이후 총선 직전, 이종섭 국방부 전 장관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2라운드를 맞이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갈등은 22대 총선 후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다시 떠올랐다. 바로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다. 이후 지난달에는 광복절 특사 명단 중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포함된 것을 두고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불안한 두 인물의 관계는 이뿐만 아니다. 당내 인선과 관련해서도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정책위의장 유임 및 사퇴를 두고서도 친윤(친 윤석열)계와 충돌했다. 최근에는 윤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서도 본격적으로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윤정부는 의료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의대 인력 증원을 추진해 왔다. 

지난 2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2025년부터 ▲5년간 의대 정원 본격적인 증원 ▲전공의 수련 환경개선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면허관리 선진화 등 의료인력 확충 방안 등을 띄웠다. 초기 여론은 정부에 유리한 국면이었다.

다섯 번째 충돌 “이제 화해 어렵다”
단순 중재안 때문? 설득 시도 없어

그러나 전공의, 전문의 등 의료 현장서 반기를 들었고 이 같은 분위기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예상했던 밑그림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껏 의사와 싸워서 승리한 정부가 없다지만 의정 갈등서 윤정부는 여전히 단호한 태도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의료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전공의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00명가량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의 출근율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사직 여부 미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보류하며 버티는 지방 수련병원들은 최근 이들을 일괄적으로 사직 처리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전문의들도 잇따라 사직서를 내며 병원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분명 의료개혁은 필요하나, 문제는 지금 사태가 돌아가는 방향성이다. 의대생 1학년도 유급이다. 결국엔 돌아온다고 예상하던 정부 입장과는 달리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의사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병상 위 환자들만 죽을 맛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 대표가 지난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서 의정 갈등 사태 해소를 위해 정부에 의대 증원 보류를 제안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그 사이 한 대표는 박단 전공의협의회 회장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는데, 이마저도 언론에 공개돼 박 회장이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로부터 퇴짜 맞은 한 대표는 예상했던 일인 듯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그는 “당이 민심을 전하는 것이고 그에 맞게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민의힘 소속 보건복지위 여당 위원들을 만나 의정갈등 해법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추 원내대표도 한 대표가 띄운 의대 증원 보류 의견을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강
대치 중

일련의 사태에 관해서는 두 가지 관점서 볼 수 있다. 한 가지는 의대 증원 유예가 실제로 실효성이 있는지의 여부고, 나머지 하나는 갈등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첫 번째 실효성 문제는 보건복지부 입장서 ‘증원 유예’를 한다고 해도 몇 명의 전공의들이 복귀할지 알 길이 없다. 이미 취업을 한 전공의도 있고, 개원을 준비하는 등 전공의마다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에 처한 상황에 따라 유예안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셈인데 전공의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머지 하나는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까지 확전될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고위당정협의서 꺼내기 전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서의 선제적 대응으로 불필요한 분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대 증원 문제가)원내대표와 협의되지 않았다. 의견을 모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반대하면 설득했어야 한다. 뭐라도 방법을 써야 된다고 했으면 간단했던 문제”라며 “대통령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 중이고, 보건복지부도 매일같이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특정 사안을 언론에 미리 흘려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단순히 중재안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본인을 설득하기 위한 약속을 잡거나 액션을 취하지 않았던 데서 서운함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이끌고 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대부분도 여기에 공감한다. 원론적으로는 당이 정부가 못하면 비판하며, 함께 보완해야 한다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게 그의 인식이다. 실제로 과거의 정부여당은 수직적 당정 관계로 질질 끌려다녔다.

이 같은 한 대표의 기조는 당내 주류인 친윤계에게 반감을 사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협화음을 유발시켰다. 당초 한 대표가 당권을 잡을 경우 수직적 당정 관계가 우려됐으나, 보기 좋게 이를 깨버렸으며 나아가 윤 대통령과 다른 독자적 노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당헌·당규 위반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힘의힘 당헌 8조에 따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책임지며,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이웨이
독자노선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가 관계자는 “대선 상황이면 다를 수 있는데, 당은 언제든 협의해서 풀어야 한다”며 “국정운영이 잘못됐으면 방향을 바꾸도록 설득하고, 건강한 당정 관계로 이끌어야 한다. 차별화는 건강한 게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민심의 측면서 한 대표에겐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 여론을 철저하게 신경쓰는 성격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묵과하기는 힘들 듯 보인다. 한 대표 측은 되레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 “해결 대안을 제시하라. 국민의 건강을 놓고 베팅하는 일과 다름없다”고 타격했다. 

이를 두고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의 행보가 내부 총질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미 한 대표는 내부 총질을 하는 인물이라는 프레임마저 씌워졌다. 채해병 특검법으로 여야 간 기싸움을 벌이던 상황서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띄우면서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던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자신만의 독자노선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선 한 대표 입장에서는 부득이하게 대통령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반면, 대통령실은 “나를 따르라”며 한 대표를 압도하려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한 대표의 지지율은 어느 정도 분리된 듯 싶지만 한 대표가 이를 더욱 확실히 하려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박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제3자 특검법의 키는 한 대표가 쥐고 있다. 

또 최근의 ‘바지 사장’이라는 프레임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도 해석되는데, “급하면 민주당이 발의하라” 등 한 대표의 말은 계속 바뀌기도 하고 때론 침묵하기도 한다. 당내서도 여러 정치적 사안들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한 대표가 아무리 당내 의원들을 설득한다고 해도 제3자 특검법 발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입장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
한 대표, 대통령서 완벽한 독립 꿈꾸나

한 대표의 차별화 시도는 그동안 무위에 그쳐왔던 만큼 무리하면서까지 이들을 설득시킬지도 의문이다. 

이번마저 실패에 그친다면 한동안 또 잠잠하게 용산 눈치를 봐야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리더십에는 타격을 받고, 정치력마저 의심받게 된다. 한 대표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격적으로 계파 전쟁에 불을 붙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정 관계에 균열이 가는 모습을 앉아서 구경만 하겠다는 셈이다. 덕분에 여야 대표 회담서도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 패배하는 쪽은 거의 몰락 수준으로 설 곳을 잃는다. 한 대표가 지금껏 양보를 몇 번 해왔지만 의료개혁 문제는 물러날 기미가 없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건과 달리 이번에는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 목소리를 계속 낼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개혁은)국민의 생명 건강권과 직결돼있다. 정부여당이 독박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한 대표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 원내대표와의 협의는 선택이고 (그의)결재를 받는 게 의무는 아니다. 서운할 수도 있지만 당 대표를 흔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후 한 대표는 민주당을 공격하면서도, 대통령실도 견제하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패싱 등 독자 행보로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친윤계 일색인 당내서 한 대표의 세력은 많지 않은 만큼 당외 세력을 꾸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셈이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친윤 세력을 동원해 한 대표를 견제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자신이 중재자로 나선 이유는 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급한 사안이었을 뿐, 당정 갈등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이쯤 되면 
결별할 때?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변한 상황에 맞게 플랜을 다시 짜야 하는데 대통령실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한 대표 입장서 볼 때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두 인물이 사사건건이 부딪히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개혁 당정 갈등 의대 교수들 입장은?

힘을 합쳐도 모자른 판에 여당의 대표와 대통령실이 제대로 맞붙었다.

이런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유예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의교협 측은 “집권 여당이 현재 의료붕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년 정원인 1509명 증원이 불합리하고 근거 없이 진행됐다는 게 국회의 청문회를 통해서 확인됐지만 유지하는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2000명 증원을 고집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실제로 의료공백이 곧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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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