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터진 당정 갈등 막전막후

길목마다 사사건건…헤어질 결심?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틈만 나면 싸운다. 싸우는 주기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러브샷도 소용없었다. 이제는 관계 회복이 어렵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 명은 굴복시키려, 다른 한 명은 탈출하려고 애쓴다. 이 정도면 서로 작별 인사를 하고 이제 놔 주는 게 차라리 편해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 예정돼있던 오찬이 취소됐다.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된 두 인물의 만남이 추석 이후로 미뤄졌다. 한 대표 체제의 인선이 완료된 만큼 당정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였다. 추석 이후지만 공식적으로 확정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또 시작된 
주도권 잡기

대통령실은 일정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연기했고, 민생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만찬 일정을 다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료개혁을 두고, 당정 갈등이 또다시 분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만간 공식적으로 당정 갈등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오찬은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자주 만나자며 마련된 자리였던 만큼 화해의 제스처를 서로 취하는 모양새였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차별화를 꾀해 독자적인 노선 꾸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제는 사실상 완전히 등돌린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헤어질 결심을 한 듯 단호한 모습도 아른거린다. 대통령실도 예정됐던 오찬 취소 소식을 추경호 원내대표에게만 전달하고, 한 대표 측에는 전하지 않아 한 대표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윤 대통령은 공식 브리핑서 당정 갈등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둘의 불편한 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두 인물의 갈등은 이번이 공식적으로 다섯 번째다.

갈등의 시작은 한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된 사과 요구로 지난 1월에 불거졌다. 이후 총선 직전, 이종섭 국방부 전 장관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2라운드를 맞이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갈등은 22대 총선 후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다시 떠올랐다. 바로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다. 이후 지난달에는 광복절 특사 명단 중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포함된 것을 두고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불안한 두 인물의 관계는 이뿐만 아니다. 당내 인선과 관련해서도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정책위의장 유임 및 사퇴를 두고서도 친윤(친 윤석열)계와 충돌했다. 최근에는 윤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서도 본격적으로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윤정부는 의료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의대 인력 증원을 추진해 왔다. 

지난 2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2025년부터 ▲5년간 의대 정원 본격적인 증원 ▲전공의 수련 환경개선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면허관리 선진화 등 의료인력 확충 방안 등을 띄웠다. 초기 여론은 정부에 유리한 국면이었다.

다섯 번째 충돌 “이제 화해 어렵다”
단순 중재안 때문? 설득 시도 없어

그러나 전공의, 전문의 등 의료 현장서 반기를 들었고 이 같은 분위기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예상했던 밑그림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껏 의사와 싸워서 승리한 정부가 없다지만 의정 갈등서 윤정부는 여전히 단호한 태도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의료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전공의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00명가량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의 출근율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사직 여부 미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보류하며 버티는 지방 수련병원들은 최근 이들을 일괄적으로 사직 처리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전문의들도 잇따라 사직서를 내며 병원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분명 의료개혁은 필요하나, 문제는 지금 사태가 돌아가는 방향성이다. 의대생 1학년도 유급이다. 결국엔 돌아온다고 예상하던 정부 입장과는 달리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의사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병상 위 환자들만 죽을 맛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 대표가 지난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서 의정 갈등 사태 해소를 위해 정부에 의대 증원 보류를 제안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그 사이 한 대표는 박단 전공의협의회 회장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는데, 이마저도 언론에 공개돼 박 회장이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로부터 퇴짜 맞은 한 대표는 예상했던 일인 듯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그는 “당이 민심을 전하는 것이고 그에 맞게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민의힘 소속 보건복지위 여당 위원들을 만나 의정갈등 해법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추 원내대표도 한 대표가 띄운 의대 증원 보류 의견을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강
대치 중

일련의 사태에 관해서는 두 가지 관점서 볼 수 있다. 한 가지는 의대 증원 유예가 실제로 실효성이 있는지의 여부고, 나머지 하나는 갈등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첫 번째 실효성 문제는 보건복지부 입장서 ‘증원 유예’를 한다고 해도 몇 명의 전공의들이 복귀할지 알 길이 없다. 이미 취업을 한 전공의도 있고, 개원을 준비하는 등 전공의마다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에 처한 상황에 따라 유예안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셈인데 전공의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머지 하나는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까지 확전될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고위당정협의서 꺼내기 전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서의 선제적 대응으로 불필요한 분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대 증원 문제가)원내대표와 협의되지 않았다. 의견을 모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반대하면 설득했어야 한다. 뭐라도 방법을 써야 된다고 했으면 간단했던 문제”라며 “대통령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 중이고, 보건복지부도 매일같이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특정 사안을 언론에 미리 흘려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단순히 중재안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본인을 설득하기 위한 약속을 잡거나 액션을 취하지 않았던 데서 서운함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이끌고 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대부분도 여기에 공감한다. 원론적으로는 당이 정부가 못하면 비판하며, 함께 보완해야 한다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게 그의 인식이다. 실제로 과거의 정부여당은 수직적 당정 관계로 질질 끌려다녔다.

이 같은 한 대표의 기조는 당내 주류인 친윤계에게 반감을 사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협화음을 유발시켰다. 당초 한 대표가 당권을 잡을 경우 수직적 당정 관계가 우려됐으나, 보기 좋게 이를 깨버렸으며 나아가 윤 대통령과 다른 독자적 노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당헌·당규 위반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힘의힘 당헌 8조에 따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책임지며,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이웨이
독자노선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가 관계자는 “대선 상황이면 다를 수 있는데, 당은 언제든 협의해서 풀어야 한다”며 “국정운영이 잘못됐으면 방향을 바꾸도록 설득하고, 건강한 당정 관계로 이끌어야 한다. 차별화는 건강한 게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민심의 측면서 한 대표에겐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 여론을 철저하게 신경쓰는 성격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묵과하기는 힘들 듯 보인다. 한 대표 측은 되레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 “해결 대안을 제시하라. 국민의 건강을 놓고 베팅하는 일과 다름없다”고 타격했다. 

이를 두고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의 행보가 내부 총질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미 한 대표는 내부 총질을 하는 인물이라는 프레임마저 씌워졌다. 채해병 특검법으로 여야 간 기싸움을 벌이던 상황서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띄우면서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던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자신만의 독자노선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선 한 대표 입장에서는 부득이하게 대통령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반면, 대통령실은 “나를 따르라”며 한 대표를 압도하려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한 대표의 지지율은 어느 정도 분리된 듯 싶지만 한 대표가 이를 더욱 확실히 하려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박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제3자 특검법의 키는 한 대표가 쥐고 있다. 

또 최근의 ‘바지 사장’이라는 프레임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도 해석되는데, “급하면 민주당이 발의하라” 등 한 대표의 말은 계속 바뀌기도 하고 때론 침묵하기도 한다. 당내서도 여러 정치적 사안들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한 대표가 아무리 당내 의원들을 설득한다고 해도 제3자 특검법 발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입장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
한 대표, 대통령서 완벽한 독립 꿈꾸나

한 대표의 차별화 시도는 그동안 무위에 그쳐왔던 만큼 무리하면서까지 이들을 설득시킬지도 의문이다. 

이번마저 실패에 그친다면 한동안 또 잠잠하게 용산 눈치를 봐야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리더십에는 타격을 받고, 정치력마저 의심받게 된다. 한 대표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격적으로 계파 전쟁에 불을 붙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정 관계에 균열이 가는 모습을 앉아서 구경만 하겠다는 셈이다. 덕분에 여야 대표 회담서도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 패배하는 쪽은 거의 몰락 수준으로 설 곳을 잃는다. 한 대표가 지금껏 양보를 몇 번 해왔지만 의료개혁 문제는 물러날 기미가 없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건과 달리 이번에는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 목소리를 계속 낼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개혁은)국민의 생명 건강권과 직결돼있다. 정부여당이 독박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한 대표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 원내대표와의 협의는 선택이고 (그의)결재를 받는 게 의무는 아니다. 서운할 수도 있지만 당 대표를 흔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후 한 대표는 민주당을 공격하면서도, 대통령실도 견제하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패싱 등 독자 행보로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친윤계 일색인 당내서 한 대표의 세력은 많지 않은 만큼 당외 세력을 꾸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셈이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친윤 세력을 동원해 한 대표를 견제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자신이 중재자로 나선 이유는 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급한 사안이었을 뿐, 당정 갈등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이쯤 되면 
결별할 때?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변한 상황에 맞게 플랜을 다시 짜야 하는데 대통령실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한 대표 입장서 볼 때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두 인물이 사사건건이 부딪히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개혁 당정 갈등 의대 교수들 입장은?

힘을 합쳐도 모자른 판에 여당의 대표와 대통령실이 제대로 맞붙었다.

이런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유예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의교협 측은 “집권 여당이 현재 의료붕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년 정원인 1509명 증원이 불합리하고 근거 없이 진행됐다는 게 국회의 청문회를 통해서 확인됐지만 유지하는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2000명 증원을 고집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실제로 의료공백이 곧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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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