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윤석열식 4대 개혁 막전막후

고집만 부리다…된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뭘 해도 안 먹히는데, 신선한 부분도 딱히 없다. 잘한다는 소리를 기대했던 걸까? 오히려 여론이 뒤집히면서 윤석열정부가 띄운 개혁이 줄줄이 막힐 위기다. 헤쳐나갈 관문도 좁은데 오히려 고집만 부린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연금·의료 등 4대 개혁을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듯 함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이미 정부에 등을 돌린 곳이 너무 많다.

의료개혁을 두고서 윤석열정부가 다급한 모습이다. 타협이나 설득을 주안점에 두지 않았었는데 최근 기조마저 미묘하게 흐른다. 일단 대화하자며 한 발 물러나는 액션까지 취했다. 의료 현장도 아수라장이다.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말 그대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대란
장본인

악화된 여론 탓에 윤석열 대통령의 고집만으로 추진하려는 대로 밀고 나가기 어렵다는 게 윤정부가 처한 현실이다. 이와 함께 다른 개혁들도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처리된 게 뭐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도 환호를 받지도 못한다. 

분명 의료개혁에서는 초반만 해도 윤정부가 기선을 잡았다. 역대 정부서도 꾸준히 띄워왔던 덕분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친 반발에 손을 들어왔다. 윤정부서 의료개혁으로 내놓은 핵심 골자는 의대 정원의 2000명 증원이다.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는 데 정원의 증가가 필수라는 것이다. 

전공의 의존을 줄이고, 전문의 중심으로 정상화되도록 하며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이를 위해 오랜 기간 동결돼있던 정원을 현실에 맞게 증원해 의료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방안을 띄웠다.


윤정부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의사 수는 1만명이 부족하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의대 증원으로 귀결된다. 단순히 의료 수가 등을 올려도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함께 덧붙였다. 

의사들은 집단 반발했다. 특히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강수를 뒀다. 초반만 해도 윤정부는 사직 전공의를 향해 징계를 검토하겠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공의 사직률은 전체 전공의 1만506명 중 절반을 차지했다.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곳까지 합치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빅5로 불리는 병원에서는 사직률이 90%를 넘었다. 복귀 역시 1%대에 그쳐 사실상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도 갖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저연차 전공의 대다수는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대신 일반의로 활동하거나 해외 혹은 군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결국 의료 대란이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친 셈이다. 전공의들의 복귀 의지도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의대 증원 유예안을 띄웠다. 

일각에선 정부의 2000명 증원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근거를 입증할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개선된다는 것을 결부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의료개혁, 유리했던 여론 갑자기 뒤집혀
노동개혁, 좋은 제도 도입해도 어려워져

대통령실은 크게 당황하는 눈치다. 현실적으로 한 대표가 띄운 유예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당장 유예한다고 해도 전공의 복귀 여부는 미지수다. 대다수가 이미 그만뒀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났다. 전공의들마다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사면초가로 여론이 완전히 뒤집혀가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가 가득해 어떤 방식을 택해도 힘을 받기가 어려워진 형국이다. 개혁은 윤정부가 늘 띄워온 정책이다. 여당의 대표는 힘을 실어주지 않고, 야권도 이에 합세한 듯 정부를 향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띄운 유예 안건으로 인해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 

한 대표의 답이 해법은 아닐 수 있지만 자신이 먼저 나서 ‘대화’라는 키워드를 가져갔다. 뒤늦게 정부서 대화하고 설득하겠다며 부드러운 태도로 나섰지만 이미 의료계는 사실상 등을 돌려버려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한 대표가 의제없이 이야기를 나누자는 부분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결국 한발 물러난 쪽은 정부다. 한 대표는 중재자로서 이미지 메이킹에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된 모양새다. 정부가 버티고 압박하면 이긴다는 식의 개혁으로 인해 오히려 지속적으로 부담감이 생기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 아닌 의료 대란을 발생시킨 인물로 오명을 뒤집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노동개혁 역시 탄력을 받지 못하는 중이다. 이 역시 초반에는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국정과제 중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면서 몇 가지 성과도 냈다. 대우조선 해양 하청 노조의 파업 사건 같은 건이다. 또 노조가 채용을 강요하고 집회를 벌인 부분도 잘 정리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근로시간을 건드리면서다. 정치권서 주 4일제 논의가 이뤄진 시기에 오히려 69시간을 띄우면서 동력을 잃었다. 당초 연장 관리 단위를 주가 아닌 연·반기·분기·월 단위로 쪼갰다. 일이 많으면 몰아서, 없으면 쉬자는 성격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근로시간을 늘려 생산성과 유연성만 증대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악평이 쏟아졌다. 결국 해당 안건은 전면적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또 건설업계 노동자를 건폭으로 부르면서 노조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 현재 여소야대 정국으로 입법은 막혔다. 간신히 마련한 대화 창구도 활용되지 못하는 중이다. 

주도권
빼앗겨

여기에 더해 ‘뉴라이트’ 인사로 평가받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개혁을 하겠다는 바람과는 달리 상황이 악화된 형국이다. 또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뒤늦게 출범했다.

노조와 정부의 갈등이 더욱 심해져 진전이 없었다. 개혁의 심장부를 다룰 회의체들도 이제 막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서 노동개혁을 다시 띄우겠다고 예고했다. 대표적인 계획은 유연 근무가 가능하도록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유연 근무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시간, 장소를 조정해 인력 활용을 하겠다는 취지서 마련된 제도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생산성을 향상시켜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자출퇴근제 ▲재량근로시간제 ▲원격 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가 적용된다. 유연근무 확대는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연계된다. 이 밖에 임금체계 개편 등도 함께 다루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해당 안건이 여전히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입법의 문은 더욱 좁아졌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민주당만의 안건을 낼 게 뻔하다. 그동안 민주당을 비롯한 몇몇 야권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노란봉투법’을 내세워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을 마련해 왔다.

윤 대통령이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결국은 야당을 설득해야 개혁이 완성된다. 여기에 더해 이미 노조는 윤정부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의료개혁에 반대해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사의 반발이 거세듯, 노조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지지율이 높고, 국정운영이 수월했다면 대화는 물론 개혁의 방향도 지금보다 더욱 수월했을 테다. 내놓은 해결책이라는 게 정부의 투사 격인 김 장관을 내세워 물러서지 않겠다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연금개혁도 상황은 비슷하다. 역대 정부도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왔고, 지금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연금은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많고 이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연금 기금 소진으로 인해 추후 지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국민 모두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국내 연금제도 도입 기간은 유럽 등에 비해 길지 않으며, 국민 한 사람당 연금의 가입 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에
부담만


유럽은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보험료율조차도 올리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정부는 3개 개혁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띄웠다. 정부는 지금 시기가 연금개혁안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국회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자기들의 안건 알리기에 나섰다. 

정부 연금개혁안의 핵심은 재정의 안정으로 현재 시행 중인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려 기금의 안정화를 이뤄내겠다는 게 골자다. 소득대체율도 약간의 상승이 있다. 40%서 42%로 인상하는 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액을 삭감하겠다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가 내놓은 안이다. 

자동조정창치는 정치권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여겨진다. 이를 적용하면 연금 수령액이 가입자 수와 기대 수명에 따라 조정되는 방식이다. 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서 연령별 생애 총 연금 수령액을 추산했는데,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한 결과값을 보면 1971년생의 경우 수령 액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해당 제도를 시행했을 경우 기금 소진 연장 시점을 공개했지만, 연금의 삭감 규모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서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정부 연금개혁안은 국가의 국민 노후 보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게다가 세대별 차등은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대화와 설득 없이 오로지 밀어붙이겠다는 기류다. 이대로라면 4050세대가 추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와 50대서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연금 고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은 이미 고갈돼 국가서 부담하는 비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개선이 필요한데 윤정부에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 결국 누굴 희생시키는 정책들
교육개혁, 현장 잘 모르고 밀어붙이기만

연금개혁은 누구나 필요함을 인정해 찬성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특정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방향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해당 방법으로는 기금 고갈 시기를 잠시 늦출 뿐이다. 

각계 각층의 반응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윤정부는 얼마 전 교육개혁 9대 과제를 내놨다. ▲유보통합 ▲늘봄 ▲함께학교 ▲교실혁명 ▲입시 개혁 ▲교육특구 발전 ▲글로컬 대학 대학혁신 생태계 ▲교육부 ▲대전환이다. 

정권 초기 사교육 카르텔을 때려잡겠다며 띄운 게 바로 킬러 문항 제거다. 해당 부분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듯 보인다. 문제는 유보 통합과 늘봄 교실이다. 이 역시 현실을 모르고 강행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한 부처 소관으로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이를 교육청으로 실시하고 국공립어린이집은 사립지정형 어린이집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육청서 관리하는 대상이 늘어난다.

그동안 구청, 시에서 관리하던 예산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유보통합을 하는 시범 케이스가 진행됐다. 

교사의 자격도 문제라고 거론된다. 가장 예민한 부분인 교사 자격통합을 위한 방식과 해법은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늘봄 교실 역시 교사는 배제한 채 학부모에게만 치중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볼 수 없을 때 선택되는 제도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예산 낭비가 지적되고 있고, 방과후 프로그램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학교서도 업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장의 근로자 역시 제대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행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잘해도
욕먹어

한 정가 인사는 “윤석열정부는 개혁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만 한 점도 있다. 강행이 개혁은 아니다. 대화와 설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추진해야 해법이 나온다”며 “앞으로 국정 동력이 약화된다면 지금껏 띄워온 개혁이 설령 잘된 것일지라도 역풍에 휩싸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 대란 대화 물꼬?

최근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소속 비서관과 행정관을 각 지역 응급 의료 현장을 보내 점검했다.

그 결과 현장 파견 의료진 사이에서는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병원의 재정난이 심각해 건강보험선지급금을 상환 날짜를 유예시켜 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통령실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학병원과 중소 병원 등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한 뒤 다양한 내용의 애로 사항과 건의 사항을 들었다.

이 밖에 처우 개선, 병원 선호 및 쏠림 현상, 소방과 병원 간 환자 분류 이견 등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됐다.

또 지방의 경우 지방서 근무하던 의사가 다수 수도권으로 옮겨 인력난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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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