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이’ 임현택 의협 회장 6개월 해부

막말, 독선…잇단 헛발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의료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 상태다. 정부는 의료개혁을 계속 밀어붙이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의료계는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의협, 그리고 임현택 회장이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서 시작된 의정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 대란은 현실화했고 실제 환자가 제시간에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응급실은 마비 상태에 이르렀고 의료진은 과부하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7개월째
평행선

천문학적인 재정이 의정 갈등 사태를 수습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상진료체계 운영에 따른 건강보험지원금은 지난 5월 810억원, 6월 830억원, 7월 2983억원, 8월 1073억 등 누적 5696억원에 이른다. 장 의원은 “9월 1883억원 등 2월 말부터 이번 달 말까지 약 7개월간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건보 재정 규모는 7579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정부는 경영이 어려운 수련병원에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하고 있다. 선지급 금액은 6월분 3684억원, 7월 3974억원, 8월분 3914억원 등 총 규모가 1조1572억원이다. 의정 갈등의 여파로 2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료 공백을 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의사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되기 전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은 의료 정상화를 외치며 정부와 의료계에 읍소 중이다.

문제는 의정 갈등의 한 축인 의료계의 분열이다. 그동안에도 조짐은 있었지만 최근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임현택 회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의협이 거듭 전선을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 회장의 행보에 대한 의료계 안팎의 반발이 심화하면서 의협 자체가 힘을 잃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의협 회장 선거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의사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맞설 ‘강한’ 회장을 원했고 임 회장이 적임자로 낙점된 것이다. 앞서 임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의견을 내세우다 쫓겨나는 등 강성 중의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

3월 압도적 지지 당선됐지만…
불신임 청원에 사퇴 요구까지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임 회장에 대한 평가가 180도 달라졌고, 사퇴 요구까지 나온 상태다.

의정 갈등서 ‘선봉장’ 역할을 맡은 전공의 단체 대표가 사퇴를 요구했다. 이미 두 사람은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의료계 분열이 언급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다 이번에 또 한 번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임 회장은 지난 3월26일 제42대 의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총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얻었다. 임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사퇴한 이필수 전 회장에 뒤를 이어 회장 자리에 올랐다.

임 회장은 의대 증원에 대해 “저출생으로 인해 오히려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입장의 강경파로 분류된다. 

앞서 임 회장은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서 반대 의견을 전달하려다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 막힌 채 끌려 나간 적이 있다. 이른바 ‘입틀막’ 의사의 의협 회장 당선으로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임 회장은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 등을 주장했다. 

지난 5월1일 3년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에 대한 현재까지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무엇보다 의료계 구성원 사이서 임 회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임 회장의 언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격한 표현과 독단적 태도가 주변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 정부와 논의할 협의체 구성에 난항이 계속되는 중이다. 정부는 앞서 의협의 대표성에 의문을 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하자는 뜻을 의료계에 전달했다.

당시 의협은 내부 분열을 위한 갈라치기 시도라면서 반발했다. 

믿었는데 
낙제점

그 시기에는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문제 삼았다면 현재는 의협을 제외한 의사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임 회장에 대한 불만이 꿈틀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6월 진행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다. 임 회장의 ‘무기한 집단 휴진’ 발언이 다른 의사단체와 상의 없이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홍이 일었다.

시도의사회 회장이 임 회장의 발표를 비판했다. 당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 회장이 여의도 집회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며 “회원들이 황당해하고 우려하는 건 의사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가세했다. 박 위원장은 “무기한 휴진은 의협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임 회장은 언론 등 대외적 입장 표명을 조금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또 의협이 범의료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전공의 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지만 박 위원장은 “들은 바 없다.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현했다”며 선을 그었다. 

임 회장의 언사에 대해서는 의대생 단체도 목소리를 냈다. 의대생 단체는 지난 7월 “임 회장은 의협 회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있음에도 ‘표현의 자유’라며 부적절한 공적 발화를 일삼고 있다”며 “당선되고 난 후의 행보를 과연 의료계의 입장을 강력히 대변하겠다는 의협 회장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가 문제 삼은 지점은 6월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서 나온 임 회장의 발언이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이날 임 회장을 향해 “저 기억하시나. 제가 21대 국회서 대변인으로 활동할 때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그러셨죠”라고 물었다. 

의사단체
선긋기 나서

당시 강 의원은 의협이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를 전신 마취하고 수차례 성폭행했던 의사에게 회원자격정지 2년 징계를 내린 것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이를 두고 임 회장이 막말을 쏟아낸 것. 임 회장은 강 의원의 질문에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강 의원이 임 회장의 공격적 언사에 대해 언급하자 “국민이 가진 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역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의대협은 “본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수습하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임 회장은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향해서도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발언했다. 또 해당 판사가 언론에 인터뷰했던 사진과 함께 “이 여자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에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 아니라 반드시 ‘심평원 심사 규정’에 맞게 치료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법원이 유감을 표명할 정도로 수위 높은 비판이었다. 

또 서울고법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자 “(재판을 담당한)구회근 판사가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에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 그런 통로가 막혀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의 해당 발언에 법원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고 밝혔다. 

도를 넘는 발언과 독단적 태도 등이 거듭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임 회장을 ‘리스크’로 여기는 분위기가 분출하고 있다. 박단 대전협 위원장은 지난 10일 의협 회장과는 어떤 협상 테이블에도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의협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아래 기재된 네 사람은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며 “임 회장 및 의협 집행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언급을 삼가시길 바라며 임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이 언급한 네 사람은 본인과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의 손정호·김서영·조주신 공동위원장이다. 

의정갈등 장기화에도
행보마다 효과 없어

앞서 박 위원장은 7월26일에도 “임 회장은 공석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언급하는 것 외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100여명의 직원과 300억원의 예산은 어디에 허비하고 있습니까”라며 “임 회장이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 부디 자진 사퇴를 고려하시길 권한다”고 적었다.

임 회장은 앞뒤가 꽉 막힌 상자 안에 들어서 있는 형국이다. 몸을 갈아 넣은 대정부 투쟁은 통하질 않고 의료계조차 임 회장의 행보에 싸늘한 기색이다. 국민적 관심도 거의 끌지 못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의대 증원과 간호법안 입법화 움직임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섰다가 6일 만에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 

문제는 단식투쟁의 실익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일단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됐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간호법 제정안을 가결시켰다.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진료지원 간호사(PA 간호사)의 의료 행위가 합법화된다. PA 간호사의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제화는 의료계의 오랜 쟁점이었다. 

여기에 의료계 내부서 임 회장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불거졌다. 지난달 28일부터 의협 대의원회의 조병욱·조현근 대의원은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청원 서명을 받았다. 간호법 제정과 의대 증원 저지에 실패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침해했으며 협회의 명예도 현저히 훼손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 이상의 청원이 모이면 회장에 대한 불신임 발의가 가능하다. 이후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이들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회장 불신임이 결정된다. 청원을 발의한 대의원들은 “의견 수렴이 목적”이라면서도 “발의 요건이 충족되면 대의원회를 통해 임 회장 불신임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달 31일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서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내용의 안건이 부결되면서 임 회장은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의대 정원 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에 대한 투표가 투표자 189명(총원 242명) 가운데 찬성 53명, 반대 131명, 기권 5명으로 통과되지 않았다. 

한숨 돌려
다음은?

결과적으로 임 회장은 ‘재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가는 걸음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의정 갈등의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황서 수장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의료계 분열과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이라는 이중고에 의사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여론까지 더해졌다. 임 회장의 ‘헛발질’ 6개월이 낳은 결과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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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