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시대’ 일동후디스 빚의 굴레

재정·실적 동반 뒷걸음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동후디스의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수익성이 눈에 띄게 나빠진 가운데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미래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추진된 설비 투자는 현재의 회사 장부에 부정적인 흔적을 남긴 상황이다.

일동후디스는 2019년 2월 일동제약그룹과의 동거를 끝냈다. 당시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과 일동후디스는 일동제약 지분 111만8833주를 장외 매도한 대신 일동홀딩스가 처분한 일동후디스 주식 35만1000주의 취득을 결정했다. 23년간 지속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부진한 행보

일동제약그룹으로부터 일동후디스를 떼어내 홀로서기에 나선 이 회장은 곧바로 후계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작업에 착수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배력을 낮추는 수순이 뒤따랐다.

2020년 5월 이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놨고, 이를 계기로 일동후디스는 이준수 단독 대표 체제로 탈바꿈했다. 1967년생인 이 대표는 숙명여대 부교수 등을 거쳐 오너 2세 경영인으로, 2010년 상무이사로 일동후디스에 입사한 바 있다.

이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이 대표가 일동후디스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구도가 성립됐다. 2020년 말 기준 일동후디스 지분 14.9%를 보유하는 데 그쳤던 이 대표는 이듬해 지분율을 57.3%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반면 이 회장의 지분율은 56.9%에서 5.0%로 곤두박질쳤다.

이 대표가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시기에 일동후디스는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저출생 등으로 감소한 우유·분유 관련 매출을 대체하고자 사업 모델 다각화를 꾀했고, 이 과정에서 ‘하이뮨’으로 대표되는 성인 단백질 사업에 주목했다. 소비 트렌드에 맞춘 공격적인 마케팅도 뒤따랐다.

이 같은 시도는 가시적인 성과로 되돌아왔다. 이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로 올라선 2020년 1391억원에 그쳤던 일동후디스 매출은 2년 만인 2022년에 2897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69억원에서 92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이 대표 체제에서 거듭된 상승세는 최근 들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일동후디스 지난해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전년(92억원) 대비 71.2% 감소했으며, 매출은 14.3% 줄어든 2481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순손익은 70억원 흑자에서 4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수익성이 악화되자 마케팅 비용은 크게 줄었다. 일동후디스가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금액은 381억원으로, 전년(514억원) 대비 25.9% 감소한 수치다. 

한동안 잘되나 싶더니…
성에 안 차는 성적표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건강식품업계 매출이 20~30%가량 급격히 떨어졌고 일동후디스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며 “시장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당초 목표했던 매출 달성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수익성에서 부침을 겪었음에도 재무상태는 다소 호전됐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순손실 4억1700만원을 기록하고도 총자본이 649억원으로 확대됐다. 전년 대비 18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순이익 79억원을 달성하고도 자본이 8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2022년(총자본 467억원)보다 적자 전환이 이뤄진 지난해에 자본이 훨씬 더 늘어났다. 

이는 자산을 재평가한 결과 자본 항목에 차익 227억원(토지 223억원, 건물 4억3300만원)이 기재된 덕분이었다. 자산 재평가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것으로, 재평가차익은 기타포괄손익으로 자본 항목에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일동후디스는 자산 재평가 결과 자본이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실제로 2022년 186.2%였던 일동후디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8.0%로 낮아졌다. 이는 곧 기업 가치 상승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다만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은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동후디스 총부채는 967억원으로 전년(870억원) 대비 1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대표가 경영에서 전권을 확보했던 2020년(총부채 511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커진 규모다.

크게 불어난 차입금이 부채를 키운 형국이다. 2020년 269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2022년 444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00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4.32~4.54%대 이자율로 빌린 장기차입금 220억원이 장부상에 반영된 여파였다.

차입 확대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26억원을 지출했다. 전년(7억원) 대비 4배에 육박하는 증가 폭이다. 설비 투자 차원에서 외부 차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

곳곳에 악재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차입금 증가는 설비 증설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며 “2022년 춘천 3공장 건립에 나섰고, 현재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제품 시험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3공장 설립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차원”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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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