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귀뚜라미 회장이 지주회사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4년 만에 이뤄진 경영 복귀다. 생각지 못한 오너의 귀환은 승계 구도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후계자들의 입지 확대에 제약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귀뚜라미그룹 본사 ⓒ귀뚜라미그룹](http://www.ilyosisa.co.kr/data/photos/20240311/art_17103819482715_0789d2.jpg)
귀뚜라미그룹은 지주회사인 귀뚜라미홀딩스, 사업회사인 귀뚜라미를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 ‘최진민 회장·귀뚜라미문화재단→귀뚜라미홀딩스→귀뚜라미 및 사업회사’ 등으로 이어진다.
현 지배구조는 2019년 11월 사업회사 3곳(귀뚜라미·귀뚜라미홈시스·나노켐)을 쪼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완성됐다. 이 무렵 이들 회사는 각각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됐고, 귀뚜라미의 투자 부문이 나머지 2개 투자 부문을 흡수해 통합 지주회사(귀뚜라미홀딩스)를 설립하는 수순이 뒤따랐다.
느닷없이…
그룹의 지배구조가 변모하는 동안 최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됐다. 지주사 체제 전환 전 귀뚜라미 지분 25.16%를 보유했던 최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귀뚜라미홀딩스 지분율을 31.71%로 높였다. 여기에 귀뚜라미홀딩스 지분 16.16%를 보유한 귀뚜라미문화재단도 최 회장의 우호세력이다.
자기주식을 제외하면 최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올라간다. 의결권이 없는 귀뚜라미홀딩스 자기주식은 전체 지분 중 18.75%에 해당하며, 이를 감안한 최 회장의 실질 지분율은 39.03%다. 여기에 귀뚜라미문화재단이 보유한 지분을 합산하면 사실상 최 회장에게 60%에 가까운 지분이 몰리는 구조다.
이처럼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함에도 정작 최 회장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 이후 경영 일선에서 오히려 멀어졌다. 2020년 1월부터 귀뚜라미홀딩스 대표이사를 맡았던 건 그룹 경영관리본부장(CFO) 출신의 송경석 사장이고, 귀뚜라미는 최재범 전 경동나비엔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이끌었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도맡던 구도는 최근 들어 크게 바뀐 모양새다. 최 회장의 친정 체제 구축 움직임이 표면화된 덕분이다.
지난달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귀뚜라미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는 곧 최 회장이 4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는 걸 의미했다.
4년 만에 예상치 못한 귀환
이래저래 불명확해진 수순
귀뚜라미홀딩스 측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최 회장의 복귀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인한 사업 전반의 기술적 대변화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이 대표이사에 복귀한 이후 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예측하는 건 다소 힘들어졌다. 최 회장은 슬하에 2남3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 최성환 귀뚜라미 전무와 차남 최영환 귀뚜라미 상무가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힌다. 두 사람은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영역을 확대해 왔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귀뚜라미그룹 ](http://www.ilyosisa.co.kr/data/photos/20240311/art_17103819792905_080a40.jpg)
1978년생인 최 전무는 2014년 귀뚜라미 평사원으로 입사해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고, 현재 귀뚜라미홀딩스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다. 지난해 2월 귀뚜라미랜드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한 달 후 인서울27골프클럽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차남 최영환 상무는 2020년 1월 귀뚜라미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7월에는 주력 계열사인 나노켐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존재감이 한층 부각됐다.
반면 최 회장의 딸들은 주력 사업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장녀인 최수영씨는 귀뚜라미랜드의 사내이사, 삼녀인 최문경씨는 닥터로빈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차녀인 최혜영씨는 별다른 보직을 맡지 않은 채 미국에서 거주 중이다.
현 시점에서는 부친의 커진 존재감이 후계자들의 영역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그간 관련 업계에서는 송 사장에 이은 후임 귀뚜라미홀딩스 대표이사로 최 전무와 최 상무 중 한 명을 예상했지만, 최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향후 진행 방향을 속단하기 힘들어진 모양새다.
복잡해진 셈법
게다가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을 장남과 차남이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넘겨받을지조차 불명확한 상황이다. 최 회장의 자녀 중 귀뚜라미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건 최 전무(12.16%), 최 상무(8.40%), 최문경씨(6.67%) 등으로 국한된다. 다만 이들이 보유한 지주사 주식을 합쳐봐야 최 회장보다 지분율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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