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후폭풍 음모론의 서막

지방의료 외치더니 서울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현장서 체포,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피습 이후 당 대표의 행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정치권을 넘어 의료계 이슈로 확산돼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기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이 응급의료체계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흉기에 찔린 이후 부산대병원을 거쳐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되는 과정서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되는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가 지방의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혜냐
아니냐

지난 2일 오전 10시27분께 이 대표는 부산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서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를 사찰 중이었다. 부지를 둘러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이 대표가 이동하는 사이 한 남성이 달려들었다. 이 남성으로부터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한 이 대표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가해자는 60대 김모씨로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지지자 사이에 서있다가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현장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오전 10시39분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10시51분 이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야당 대표가 지방 일정을 소화하던 중 흉기에 습격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연이어 일어난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사회가 뒤숭숭했던 터라 그 충격은 배가 됐다. 특히 사건이 4·10 총선을 3개월 앞둔 시기에 일어나면서 선거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렸다. 


이 대표의 용태와 함께 가해자 김씨의 범행 동기, 사용한 흉기, 과거 행적 그리고 당적까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이 김씨의 당적 확인을 위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압수수색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정치권에서는 음모론을 경계하면서도 김씨의 당적에 따른 파급력을 가늠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동시에 사건은 의료계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 피습 이후 수술에 이르는 과정서 의문을 자아낼 부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피습 이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가 오후 1시쯤 응급의료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은 피습 후 5시간18분 만인 오후 3시45분에 시작됐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좌측 목 뒤끝 흉쇄유돌근 위로 1.4㎝ 자상을 입었다.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칼로 인한 외상의 특성상 추가적 손상과 감염, 혈관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 우려가 있어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수술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혈전 등 합병증으로 인한 다른 장기 손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전원 논란
응급의료 헬기 이용은 특혜 의혹

의문이 제기된 지점은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된 경위다. 또 이 과정서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한 부분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피습 이후 이 대표의 동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전상 문제냐 특혜냐 아니냐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양성관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장은 “국내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를 놔두고 권역외상센터조차 없는 서울대를 가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과장은 “서울대까지 헬기를 타고 간다면 중증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증이 아닌데 헬기를 타고 간다면 도무지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도 “이 대표의 피습은 아쉽게 생각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의문점이 있다. 근본적인 특혜 문제”라고 SNS에 적었다. 여 과장은 “이 대표가 전원하는 과정서 응급의료 헬기가 이용된 것을 두고 일반인도 그렇게 하길 원하면 가능하느냐”고 꼬집었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가 응급의료체계를 벗어난 예외적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은 가족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에 따르면 생사를 오가는 긴급 상황서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 타 병원으로 후송한다.

그 외 상황에서는 환자의 요청이 있더라도 전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평가서 2년 연속 1위를 하는 등 국내 최고로 꼽히는 센터다.

위급한데
왜 이송?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이 이 대표의 사례처럼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에 대해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서 충분히 처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응급의료 헬기 이용과 관련해서도 특혜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의료 헬기는 의료취약 지역의 중증외상환자나 심뇌혈관질환자, 분만 징후가 있는 산모 등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용 세부지침’으로 병원 간 이송 때의 출동 요청 기준도 정해놨다. 

세부 지침에 따르면 ▲내원 후 응급실에 재실 중인 환자가 ▲최종 치료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까지의 이송 시간이 40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거나 ▲구급차의 운행이 불가능한 지역에 있을 때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해 이송한다.

이 대표가 세부 지침에 부합하는 환자가 아니었는데도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한 부분은 특혜라는 지적이 의료진 사이서 나왔다.

이 대표의 전원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은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린 긴급 상황인데도 부산서 서울까지 헬기 이송을 강행한 점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일각에서는 부산대병원이 이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갑론을박
공방전

지난 3일 부산대병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를 서울로 옮긴 것은 가족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고 부산대병원은 이에 관한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 수술을 요하는 위급 상황이었던 점 역시 분명하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입장 발표 하루 뒤인 4일 서울대병원 브리핑이 이어지면서 두 병원 간의 공방이 본격화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이 대표의 수술을 진행하고도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특히 브리핑을 하겠다고 공지했다가 40분 만에 기자단에 취소 문자를 보내면서 의문을 증폭시켰다. 대신 민주당이 나서서 이 대표의 상황과 수술 경과에 대해 말했다. 전문가를 두고 비전문가가 나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서울대병원은 4일 브리핑을 진행했다. 민승기 서울대 교수는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 수술 후 브리핑을 준비했지만 전문의 자문 결과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환자의 동의 없이 의료정보를 발표해선 안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브리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민 교수는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돼있는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어느 부위가 찔렸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목정맥이나 목동맥 혈관재건술의 난이도도 높아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고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과정에 부산대병원의 요청이 있었다고도 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최종 의료기관”이라며 “이곳에서 헬기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건 (이 대표가)처음”이라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다른 수술 중이거나 세미나 등 다른 일정으로 치료하지 못할 상황이 아니면 병원 측에서 먼저 전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다고도 말했다.


한쪽 주장에 다른 한쪽 반박
의료계 넘어 선거에도 영향?

이 대표의 전원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원 역시 부산대병원이 권한 게 아니라 이 대표 측이 요청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전원을 두고 불거진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공방, 의료계의 반응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지방의료에 대한 민낯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성관 과장은 이 대표 피습 직후 행보를 보고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조차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을 두고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고 지적했다. 

여한솔 과장 역시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 가자’는 분이 ‘지방의료 활성화 해야 한다’(니)”라며 “지역 대학병원 무시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으로 119 헬기 타고 이송하는데 이송 조건에는 단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이나 지방에 찌그러져서 치료받아라’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가 지역의 병원이 아닌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응급환자가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길에서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 역시 그 배경이 대다수의 환자가 서울의 병원을 선호하는 것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거듭 나온 바 있다. 

부산서 다친 이 대표가 보건복지부서 4년 연속(2019~2022년) A 등급을 받은 부산대 권역외상센터를 두고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간 것은 의료계는 물론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 그것도 지역거점 국립대학교 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쌓아 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며 “지역의대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일갈했다. 

결국 체계
망가진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지역의사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의 전원을 막았어야 하고 서울대병원은 간다고 해도 매뉴얼대로 오지 말라고 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치인의 파워는 그 두 병원을 뛰어 넘는다”고 한탄했다.

<jsjang@ilyso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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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 오를 그 밥에 그 나물

잔칫상 오를 그 밥에 그 나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인 기세를 앞세워 쟁점 법안들을 한순간에 처리하려고 한다. 수많은 위험과 과제를 풀어야 하는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엔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주요 후보 4명이 출마할 예정이다. 약점도 4인 4색이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다음 달 19일 충북 청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주목받았던 유력 당권주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나경원 의원 등 4명이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 좌장으로 알려진 6선 조경태 의원과 장성민 경기 안산갑 당협위원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돌고 돌아 4파전 예고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에겐 매우 어려운 숙제들이 수북하게 쌓여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의 기세와 압도적인 의석수를 토대로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농업 4법 ▲상법 추가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달 11일엔 검찰을 완전히 폐지한 후 기존 권한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옮기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107석에 불과해서 실질적으로 해당 법안을 막을 힘이 없다. 또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 당 대표 유력 후보 중 1명인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끊는다”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놓고, 박 전 원내대표는 “아직도 반성 없이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에 국민 혈세가 투입돼 내란을 옹호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내란 종식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당해산심판 청구 및 인용 가능성을 피부로 느끼도록 위협하면서 자금줄을 끊는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같은 날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지난 7일엔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의 출국을 금지했다. 특검의 수사 상황에 따라 ‘줄초상’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승부수로 제시했다가 좌초된 5대 개혁안에 담긴 국민의힘의 체질 개선 문제도 새 당 대표의 골머리를 썩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계는 5대 개혁안을 좌초시키면서 친윤계 일원인 송언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키는 등 여전한 힘을 드러냈다. 5대 개혁안 중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추진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는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안건이었다. 신임 당 대표가 이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숙제는 내년 6월 진행될 지방선거다.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은 벌써 낮게 진단되고 있다. 실제로 패배하면, 다음 달 선출되는 당 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숙제와 뻔한 죽음이 예상되는 ‘독이 든 성배’라고 할 수 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4명은 대권주자급 위상을 가진 정치인들로 이들 모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어려운 숙제를 잔뜩 안고,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새 정부와 거대 여당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대권주자급 위상을 가진 대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전대 다가오는데 또 같은 얼굴들 대표 유력 주자 약점 들춰보니… 하지만 후보 4명은 각자 결함과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새 지도부가 구성됐다고 해서 저 많은 과제가 술술 풀릴 가능성은 매우 작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 전 장관은 지난 4일 서울희망포럼 강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맞서 내가 싸우겠다”며 “국민이나 당이 위축될 때 침묵하지 않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의 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지명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시도했던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는 김 전 장관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를 회의적으로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재원 전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지난달 13일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의 국정 전횡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등 야당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당무감사가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인지 회의적”이란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이 몰두하는 것은 ‘빅텐트’다. 김 전 장관이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시한 비전은 ▲권력의 잘못에 맞설 수 있도록 107명이 제대로 뭉친 국민의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낙연 전 총리·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과의 빅텐트 및 연대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당 체질 개선이란 측면에서 김 전 장관의 ‘빅텐트’에 대한 집착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빅텐트를 거론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총리의 지지 선언은 이끌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는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도 스스로 제안했다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태도를 바꿔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의 불씨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후보와 친윤계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대선에서 41%를 득표하는 등 비교적 선전했지만, 이 ‘비교적 선전’은 국민의힘의 처참한 상황에 비해 선전했다는 것일 뿐, 진짜로 선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여전히 빅텐트에 집착하고 있다. 빅텐트 정당은 다양한 세력을 묶고 그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시절 당내 화합조차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의 전신 새누리당을 탈당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단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다시 빅텐트 김문수 집착 심지어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 시절 구상했던 빅 텐트엔 전 목사 등 광장 세력도 포함됐다. 이처럼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관악산에서 열심히 턱걸이를 해도 고령에 따른 판단력 문제가 따라다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이 윤석열정부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연이어 발탁됐던 이유로는 “고령의 보수 정치인에 대한 예우”란 평가가 계속 나왔다. 이 평가엔 “정치적 영향력과 지도력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발탁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당사 후보실을 점거하는 등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선택은 일부 돋보였다. 하지만 과감한 정치적 선택도 정확한 판단력과 맞물려야 그 빛을 발한다. 대권·당권주자가 없단 약점이 있는 친윤계가 그나마 지향점이 비슷한 김 전 장관을 당 대표로 옹립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도를 공략해 다시 정권을 되찾으려면 당 체질은 필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김 전 장관이 빅텐트에 집착하는 옛 관성을 버리지 못하면, 여당과 제대로 맞설 제1야당 대표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는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선 “어려운 상황에서 정면 승부하는 결기가 부족하다”는 일부의 평가가 있다. 한 전 대표는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편한 길을 가려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당시 대표를 심판 대상으로 규정한 ‘이조 심판론’이란 구호를 내걸었다가 ‘108석 당선’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들에 대한 심판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이유로 제시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가 정치 인생에서 제일 빛났던 순간은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였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반대하면서 “국민과 함께 이를 막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친한계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한 후 민주당과 협조해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원로 인사들은 한 전 대표를 극찬했다. 조 대표는 지난 2월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여당 대표가 계엄을 좌절시키긴 어렵다”며 “보통 이런 걸 ‘별의 순간’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친윤계와 합의해 지난해 12월7일 진행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1차 표결 불참을 결정했다. 이어 다음날엔 한 전 총리와 함께 “총리와 여당 대표의 당정 협의를 강화해 국정 공백을 메운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헌법재판소가 한 전 총리 탄핵 심판 결정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각계각층에선 한 전 대표를 일컬어 “권력 찬탈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격렬하게 비판했다. 한동훈 급부상 당시 한 전 대표는 ▲조속한 직무 정지 ▲탄핵소추 표결 불참 ▲탄핵 찬성 등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계속 바꿨다. 그러다가 탄핵소추가 가결된 직후 친윤계의 반발과 최고위원 전원 사퇴 등이 이어지면서 당 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이후 한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 패배 후 대선 유세에 참여했고, 친한계를 움직여 대선후보 강제 교체 반대에 참여하는 등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친윤계와의 뿌리 깊은 갈등은 여전하고, 당 대표 출마에 대한 의견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 등 ‘결기 부족’이란 일각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김민석 총리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농성이 되고 말았다. 나 의원은 냉방이 잘 되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교적 가격이 비싼 김밥과 유명 메이커 커피를 곁들이고 탁상용 선풍기까지 갖췄다. 이런 상황을 알린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촬영해 스스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나 의원 자신이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캠핑이나 바캉스 같다”고 비웃었다. 지난 2018년 5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지난 1일 MBC <뉴스외전>에서 “로텐더홀에서 출판기념회 하듯이 농성한다”고 비판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피서 농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주말엔 로텐더홀에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30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나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인상을 남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지층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작 농성의 대상인 김 총리는 같은 날 나 의원을 방문해 “식사는 했느냐”면서 “단식은 하지 말라”고 비웃었다. 김 총리의 기세는 하나도 꺾이지 않았고, 민주당은 지난 3일 김 총리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대선 경선 그대로 옮겨지나 수많은 난제…독이 든 성배? 그러자 나 의원은 다음날 농성을 해제했다. 나 의원이 6일 동안 진행한 농성은 나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후 진행될 대정부 투쟁의 회의적 가능성을 드러냈을 뿐이다. 당 대표 당선 가능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지 의문이 커진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오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후 겨우 8분 만에 사퇴했다. 안 의원은 지난 2일 혁신위원장 내정 당시엔 “국민의힘은 악성 종양이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라면서 “메스를 들어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 의원은 송 비대위원장에게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와 관련해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건의를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도·수도권·청년 중심으로 혁신위를 구성하려던 안 의원의 구상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혁신 당 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할 것”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 내정 이전부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따라서 혁신위원장 내정 당시엔 “친윤계와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어 일찌감치 “친윤계가 이전처럼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왜 혁신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함께 돌아다녔다. 안 의원은 “‘쌍권(권영세·권성동)’ 숙청을 혁신안으로 제시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따라서 “혁신하는 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명분은 챙겼다. 하지만 여전히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나 홀로 버티고 있다. 친윤계와의 연대설이 돌아다녔던 이유도 안 의원에게 세가 없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안 의원도 김 전 장관처럼 친윤계와 치명적으로 갈등한 이력이 생겼다. 김 전 장관과 달리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명분은 얻었을지 몰라도, 실리는 스스로 걷어찬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메스를 들어 고름과 종기를 적출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남는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 계보를 거느린 한 전 대표도 친윤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과 장 당협위원장의 출마 선언은 주요 후보 4명에 비하면 비중 있게 취급되진 않는다. 다만 조 의원에 대해선 “한 전 대표가 불출마하고, 좌장인 조 의원이 대신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수장과 좌장이 동시에 출마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숙제 뻔한 결말? 여러 폭탄을 끌어안고 죽을 가능성이 더 큰 당 대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출혈은 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하는 틈을 타 압도적인 기세를 타고 쟁점 법안들을 연이어 처리하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독이 든 성배 취급을 받는 국민의힘 대표 자리에 앉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자중지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 내부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