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후폭풍 음모론의 서막

지방의료 외치더니 서울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현장서 체포,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피습 이후 당 대표의 행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정치권을 넘어 의료계 이슈로 확산돼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기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이 응급의료체계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흉기에 찔린 이후 부산대병원을 거쳐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되는 과정서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되는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가 지방의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혜냐
아니냐

지난 2일 오전 10시27분께 이 대표는 부산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서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를 사찰 중이었다. 부지를 둘러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이 대표가 이동하는 사이 한 남성이 달려들었다. 이 남성으로부터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한 이 대표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가해자는 60대 김모씨로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지지자 사이에 서있다가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현장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오전 10시39분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10시51분 이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야당 대표가 지방 일정을 소화하던 중 흉기에 습격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연이어 일어난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사회가 뒤숭숭했던 터라 그 충격은 배가 됐다. 특히 사건이 4·10 총선을 3개월 앞둔 시기에 일어나면서 선거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렸다. 


이 대표의 용태와 함께 가해자 김씨의 범행 동기, 사용한 흉기, 과거 행적 그리고 당적까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이 김씨의 당적 확인을 위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압수수색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정치권에서는 음모론을 경계하면서도 김씨의 당적에 따른 파급력을 가늠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동시에 사건은 의료계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 피습 이후 수술에 이르는 과정서 의문을 자아낼 부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피습 이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가 오후 1시쯤 응급의료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은 피습 후 5시간18분 만인 오후 3시45분에 시작됐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좌측 목 뒤끝 흉쇄유돌근 위로 1.4㎝ 자상을 입었다.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칼로 인한 외상의 특성상 추가적 손상과 감염, 혈관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 우려가 있어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수술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혈전 등 합병증으로 인한 다른 장기 손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전원 논란
응급의료 헬기 이용은 특혜 의혹

의문이 제기된 지점은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된 경위다. 또 이 과정서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한 부분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피습 이후 이 대표의 동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전상 문제냐 특혜냐 아니냐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양성관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장은 “국내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를 놔두고 권역외상센터조차 없는 서울대를 가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과장은 “서울대까지 헬기를 타고 간다면 중증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증이 아닌데 헬기를 타고 간다면 도무지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도 “이 대표의 피습은 아쉽게 생각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의문점이 있다. 근본적인 특혜 문제”라고 SNS에 적었다. 여 과장은 “이 대표가 전원하는 과정서 응급의료 헬기가 이용된 것을 두고 일반인도 그렇게 하길 원하면 가능하느냐”고 꼬집었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가 응급의료체계를 벗어난 예외적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은 가족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에 따르면 생사를 오가는 긴급 상황서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 타 병원으로 후송한다.

그 외 상황에서는 환자의 요청이 있더라도 전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평가서 2년 연속 1위를 하는 등 국내 최고로 꼽히는 센터다.

위급한데
왜 이송?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이 이 대표의 사례처럼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에 대해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서 충분히 처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응급의료 헬기 이용과 관련해서도 특혜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의료 헬기는 의료취약 지역의 중증외상환자나 심뇌혈관질환자, 분만 징후가 있는 산모 등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용 세부지침’으로 병원 간 이송 때의 출동 요청 기준도 정해놨다. 

세부 지침에 따르면 ▲내원 후 응급실에 재실 중인 환자가 ▲최종 치료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까지의 이송 시간이 40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거나 ▲구급차의 운행이 불가능한 지역에 있을 때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해 이송한다.

이 대표가 세부 지침에 부합하는 환자가 아니었는데도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한 부분은 특혜라는 지적이 의료진 사이서 나왔다.

이 대표의 전원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은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린 긴급 상황인데도 부산서 서울까지 헬기 이송을 강행한 점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일각에서는 부산대병원이 이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갑론을박
공방전

지난 3일 부산대병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를 서울로 옮긴 것은 가족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고 부산대병원은 이에 관한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 수술을 요하는 위급 상황이었던 점 역시 분명하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입장 발표 하루 뒤인 4일 서울대병원 브리핑이 이어지면서 두 병원 간의 공방이 본격화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이 대표의 수술을 진행하고도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특히 브리핑을 하겠다고 공지했다가 40분 만에 기자단에 취소 문자를 보내면서 의문을 증폭시켰다. 대신 민주당이 나서서 이 대표의 상황과 수술 경과에 대해 말했다. 전문가를 두고 비전문가가 나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서울대병원은 4일 브리핑을 진행했다. 민승기 서울대 교수는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 수술 후 브리핑을 준비했지만 전문의 자문 결과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환자의 동의 없이 의료정보를 발표해선 안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브리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민 교수는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돼있는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어느 부위가 찔렸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목정맥이나 목동맥 혈관재건술의 난이도도 높아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고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과정에 부산대병원의 요청이 있었다고도 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최종 의료기관”이라며 “이곳에서 헬기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건 (이 대표가)처음”이라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다른 수술 중이거나 세미나 등 다른 일정으로 치료하지 못할 상황이 아니면 병원 측에서 먼저 전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다고도 말했다.


한쪽 주장에 다른 한쪽 반박
의료계 넘어 선거에도 영향?

이 대표의 전원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원 역시 부산대병원이 권한 게 아니라 이 대표 측이 요청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전원을 두고 불거진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공방, 의료계의 반응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지방의료에 대한 민낯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성관 과장은 이 대표 피습 직후 행보를 보고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조차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을 두고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고 지적했다. 

여한솔 과장 역시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 가자’는 분이 ‘지방의료 활성화 해야 한다’(니)”라며 “지역 대학병원 무시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으로 119 헬기 타고 이송하는데 이송 조건에는 단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이나 지방에 찌그러져서 치료받아라’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가 지역의 병원이 아닌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응급환자가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길에서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 역시 그 배경이 대다수의 환자가 서울의 병원을 선호하는 것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거듭 나온 바 있다. 

부산서 다친 이 대표가 보건복지부서 4년 연속(2019~2022년) A 등급을 받은 부산대 권역외상센터를 두고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간 것은 의료계는 물론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 그것도 지역거점 국립대학교 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쌓아 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며 “지역의대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일갈했다. 

결국 체계
망가진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지역의사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의 전원을 막았어야 하고 서울대병원은 간다고 해도 매뉴얼대로 오지 말라고 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치인의 파워는 그 두 병원을 뛰어 넘는다”고 한탄했다.

<jsjang@ilyso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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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