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으로 본 정치테러 수난사

아베 참극, 남 일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갈등이 결국 피를 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공식 일정 도중 칼에 찔렸다. 이번 사건으로 과거 비슷한 사례들도 국내외서 회자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과거 정치테러 사건들을 되짚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지 방문 도중 60대 남성 김모씨로부터 목 부위를 흉기로 습격당했다. 이 대표는 사건 현장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전 10시27분께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했다. 

음모론에 
가짜 뉴스

답변을 끝내고 이동하는 도중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 종이 왕관을 쓰고 뿔테 안경을 쓴 김씨가 “사인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취재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는 이 대표에게 펜과 종이를 건네 손을 쓰지 못하게 한 다음 곧바로 오른손에 든 흉기로 이 대표의 목을 찔렀다.

이후 민주당 당직자와 사복 경찰 등에 의해 제압된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사건 발생 20여분 만인 오전 10시47분에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간 뒤 헬기로 오전 11시13분께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외상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검사와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 대표는 목 부위에 1.5cm가량의 자상과 함께 경정맥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 재건술을 받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서 “당초 1시간을 예상했으나 약 2시간가량 수술이 진행됐다”며 “뇌경정맥 손상이 확인됐으며 정맥서 흘러나온 혈전이 예상보다 많아 관을 삽입한 수술이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수술 직후 중환자실에 입실했으며 지난 3일 중환자실서 일반 병실로 옮겨 회복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해 각각 특별수사팀·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접수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사건 직후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부산 공개 일정 중 칼에 찔려
극단적 정치 양극화 우려 심화

윤 청장은 부산경찰청에 “즉시 수사본부를 설치하도록 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건의 경위와 범행 동기, 배후 유무 등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보호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부산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3일, 김씨가 이 대표를 급습할 때 사용한 흉기는 길이 17cm, 날 길이 12.5cm 크기의 등산용 칼이었고 손잡이 부분이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범행 전날인 1일 오전 부산에 도착했다가 울산으로 간 뒤 범행 당일인 2일 오전 부산에 온 것도 파악했다.


경찰은 김씨가 경남과 부산 등을 순회하는 이 대표 방문지를 따라다닌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선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김씨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김씨의 개인용 컴퓨터와 노트북, 과도, 칼갈이 등을 확보했고 범행과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 4일 살인미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됐다. 검찰도 특별수사팀을 설치해 철저한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부산지검에 이 대표의 피습사건을 담당할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도
당 대표도

대검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검찰총장은 이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 정당 대표에 대한 테러로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부산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경찰과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정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국 검찰청에 22대 총선과 관련해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철저히 대비하고 정치적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피습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 커터칼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 커터칼 사건은 2006년 5월20일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아 단상에 오르던 중 지모씨에게 얼굴을 기습당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로 인해 길이 11cm, 깊이 1~3cm의 열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박근혜는 인근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선거의 판세를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입원 도중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퇴원한 뒤 바로 대전서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에 열세였던 판세가 뒤집힌 것으로 분석했다. 

박근혜 커터칼 사건 대표적
질산 투척당한 김영삼 아찔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같은 당 대표인 송영길 전 대표 피습사건이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위해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에 유튜버인 표모씨가 내려친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했다. 송 전 대표는 피습 직후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봉합수술을 받은 뒤 이재명 지원유세를 지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위기의 순간을 경험했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참석한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 유세 현장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린 괴한이 구속됐다. 출마지인 서울 광진구서 차량 선거운동을 벌이던 중에는 괴한이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접근하던 중 경찰에 제지되기도 했다.

괴한은 경찰에 “잠을 자려고 하는데 수면에 방해돼 홧김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들은 공개 일정 중에 시민으로부터 계란을 맞거나 주먹으로 폭행당한 사례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11월 ‘우리쌀 지키기 전국 농민대회’서 연설하다가 청중의 야유 속에서 날아온 달걀에 아래 턱을 맞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정치하는 사람들은 달걀 하나씩 맞아야 한다” “달걀을 맞아서 일이 잘 풀린다면 어디에 가서든 맞겠다”고 말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후보로서 경기도 의정부를 찾아 거리 유세를 하던 중 허리 부근에 계란을 맞았다. 당시 승려 복장을 한 중년 남성이 “BBK 사건의 전모를 밝히라”고 외치며 계란을 던졌다.

납치까지
위기의 순간


같은 해 11월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한 30대 남성이 계란 여러 개를 이 후보를 향해 투척했다. 이 중 계란 하나가 이 후보 옆 사람을 향했고, 계란이 깨지면서 이 후보의 이마와 안경에도 튀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광주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2021년 3월 춘천서 계란 공격을 받았다.

이 대표 역시 계란 봉변을 당할 뻔했던 사례가 있다. 이 대표가 2021년 12월13일 경북 성주를 방문한 자리서 한 고교생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한다며 계란을 던졌지만 맞지는 않았다. 해당 고교생은 체포됐지만 이 후보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하루 만에 풀려났다.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18년 5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특검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하던 도중 한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가해자 김모씨는 김 원내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하다가 갑자기 폭행하며 “김경수 의원은 무죄”라고 외쳤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배후 의혹을 제기하며 릴레이 동조 단식에 나섰으나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단독 범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제주도 제2공항 건설 문제 토론회 도중에 지역 주민에게 얼굴과 팔 등을 폭행당하기도 했다.

부산 공개 일정 중 칼에 찔려
극단적 정치 양극화 우려 심화

민주화 이전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적을 노린 계획적 테러도 이뤄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민당 원내총무로서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 반대 투쟁을 주도하던 1969년 6월20일 상도동 자택 인근서 질산(초산) 테러를 당했다. 괴한들이 뿌린 질산이 자동차 창문에 던져져 차창이 녹아내렸으나, 김 전 대통령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신 반대 운동을 벌이던 1973년 8월8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김 전 대통령은 동해상으로 끌려가 살해당할 뻔했다가 5일 만에 극적으로 풀려났다.

이 같은 정치테러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 양극화를 우려하고 있다. 양극단의 지지층이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증오를 부추기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양상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탓이다.

이 대표 피습 당일에는 일부 극우 유튜브 채널 등에선 피습사건이 이 대표 쪽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폈다. ‘가짜 칼’ ‘가짜 피’라는 가짜 뉴스도 퍼져나갔다. 

민주당 온라인 당원 게시판 ‘블루웨이브’와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인 여론을 덮으려는 것” “피습의 배후는 윤석열” 등의 주장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팬덤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팬덤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다 보니 혐오가 증오정치로 악순환하면서 ‘정치테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남의 얘기를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는 상황서,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극단적으로 표현해야 자기 얘기를 들어준다고 생각한 거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혐오 정치 
불씨 키워

여야는 일제히 ‘반성문’을 내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서 “(이 대표)피습사건은 대의민주주의 전체에 불행한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여야 모두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정치가 국민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 정치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정치혐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정치인들의 선을 넘나드는 막말이 지지자는 물론 일반 시민을 자극하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혐오로 번졌다”고 짚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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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