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한중일 정상회의 회복·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돼야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02.14 10:10:43
  • 호수 1414호
  • 댓글 4개

현 정부 들어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언제 성사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한미일 정상회의는 두 번이나 개최됐다.

첫 번째 한미일 정상회의는 지난해 6월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서 개최됐다. 북핵 문제에 대한 안보 협력이 주요 의제였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한일관계의 경색으로 중단됐던 한미일 안보 협력이 복원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한미일 정상회의는 같은 해 11월13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서 개최됐다. 북핵 문제에 대한 안보 협력과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 확보가 주요 의제였다. 당시 세계 언론은 “경제 안보 협력을 담은 프놈펜 성명이 중국을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안보 협력 의제로 시작된 마드리드 한미일 정상회의(NATO 정상회의 기간 중)가 5개월 후인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의(아세안 회의 기간 중)에서는 경제 안보 협력 의제까지 추가되면서 대(對) 중국 공조로 확대된 셈이다.

문제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거듭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모호한 외교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한중일 3국의 협력관계도 금이 갔다는 점이다.

거기다 우리 외교부가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의 직전 “한중일 정상회의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한중일 3국 간 별도의 정상회의는 계획된 바 없다”고 발표했고, 중국과 일본 외교부도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별도의 반응 없이 우리와 같은 맥락의 의중을 보였다. 


한중일 3국이 “한중일 정상회의는 매년 정례화된 정상회의이기에 국제기구 회의가 열리는 곳에서 일시적으로 잠깐 갖는 정상회의가 아니다. 그래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놈펜서 한중일 정상회의는 계획된 바 없다”고 해도 됐을 텐데, 왜 굳이 한중일 정상회의 협의체를 격하시키는 모습을 보였을까?

사실 프놈펜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기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세안+3 정상회의 의제를 미리 검토하기 위한 외교장관회의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3년 동안 개최되지 못한 한중일 정상회의를 조속히 갖자고 제안했다. 

한국이 한중일 정상회의 다음 번 의장국으로서 한중일 국가 간 역사, 외교갈등으로 장기간 공전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에 던진 메시지였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왜, 우리 외교부가 일시적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불과하지만 그마저 없다고 했고, 중국과 일본도 아무 말 없이 동조했던 걸까? 

이는 서울에 사무국까지 두고 14년 역사를 가진 한중일 정상회의 협의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한중일 3국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정상회의는 우리가 숱하게 들어왔던 한미 정상회의, 한중 정상회의, 한일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의, 한중일 정상회의 등이 있다. 이 중 한중일 정상회의만 유일하게 정례화된 정상회의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열리는 일시적인 정상회의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합의해 2008년부터 매년 개최키로 한 국가 정상급 회의다. 주로 경제협력과 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한국·일본·중국 순으로 돌아가면서 의장국이 돼 주관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중국 청두서 열린 8차 정상회의를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다음 9차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서 열릴 차례다. 성사 여부의 책임이 의장국인 우리에 있다. 중국과 일본은 급할 게 없지만 한국은 한중 정상회의나 한일 정상회의를 통해서는 풀기 힘든 외교적 불편과 역사적 갈등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서둘러야 한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멀리 떨어져 있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끼어 있고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루면서 대중국 경제 압박을 도모하는 반면, 한중일 정상회의는 이웃나라끼리 정상회의로 한중일 3국의 경제협력과 관계 개선이 주요 의제다 보니 미국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의 개입이 없는 한중일 정상회의서 중국이나 일본과의 갈등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경제 안보시대에 걸맞게 우리가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경제안보를 챙겨야 한다는 정부의 외교적 판단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중일 경제공동체가 전 세계의 GDP 25.5%, 교역 19.7%, 외환보유 40.1%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휴면상태에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빨리 회복시켜 한중일 경제공동체를 통해서도 새로운 경제발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일 정상회의도 3국이 매년 돌아가면서 개최되는 정례화된 협의체로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국방안보와 경제안보를 더 튼튼하게 구축할 수 있다. 한미일 정상회의가 정례화돼있지 않으니 국제기구가 열리는 행사장서 고작 20여분 정도 갖게 되는 것이다.

20여분 정도의 정상회의(마드리드 25분, 프놈펜 15분)로는 한미일 3국이 국방안보와 경제안보를 공고히 해 나갈 수 없다. 정례화된 정상회의를 통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미일 3국의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한중일 정상회의는 회복하고, 한미일 정상회의는 정례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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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