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

“여야, 칼끝 닿지 않게 거리 두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는)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차고 있는 꼴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이 현재 윤석열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라며 내린 평가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빠른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20대 국회서 원내대표를 지냈고, 최근 당내에서는 차기 당 대표 후보 중 당심이 선택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는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폭넓은 활동을 하는 중이다.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일요시사>는 나 부위원장을 만나 정치 현안, 현재 활동, 당 대표 출마 여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힘을 싣는 모양새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된 시기는 2005년으로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고, 제가 부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일종의 심의기구나 평가기구 정도였는데, (정부가)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면서 윤 대통령께서 우리 위원회에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실제로 제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로 집행되게 해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부위원장인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은 어느 한 부처에서만 담당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는 대한민국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는 데드 크로스가 됐습니다. 즉 사망자 숫자가 출생자 수보다 더 많아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출산율은 둘이 만나서 한 명도 안 낳는 상황인데 최근 0.8명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90년대생까지만 해도 한 해 60만 명씩은 태어났는데 2000년대생이 태어나면서 40만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부모가 되는 세대의 숫자가 줄어들고 나면 우리가 출산율을 아무리 제고해도 태어날 수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너무 불편하게”
민주당은 지금도 대선 불복 중

-초고령사회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초고령사회가 2025년 혹은 2026년에는 돌입한다고 보기 때문에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인 셈입니다. 출산율을 올리고, 어르신들의 복지를 좋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경쟁력이 생기는지 고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금 2100년이 되면, 3000만명이 날아갑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존속 불가능한 나라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전 국민이 함께 관심 가져야 합니다. 최근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나 혼자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해’가 돼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 혼자 산다> 예능프로그램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것이 트렌드로 잡혀 있는데 그게 아니라 “결혼해서 아이 낳아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회로 바꿔야 합니다. 


-최근 이집트 출장을 다녀오셨습니다

▲인구 문제 외에 중요한 대한민국의 미래 어젠다가 ‘기후’입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2015년 파리 UN 당사국 회의도 갔다 왔습니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도 다녀왔는데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기후위기 대응 문제였습니다. 저는 국회서 미세먼지 특위위원도 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세계 110개국 정상이 왔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못 가셨습니다.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으로 우리만 대통령이 참석 못한 상황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없으면 ‘대한민국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특사로 가게 됐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서 연설도 하셨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에 정상이 아니지만 연설 기회를 받은 사람은 저와 중국 특사가 유일했습니다.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의 사회로 갈 것이냐’는 부분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기여할 것이냐’ 두 가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녹색 해운 세션과 영국이 주도하는 산림기후 정상회의 세션이 있었습니다. 또 슐츠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고위급 교우 세션이 있었는데 3가지 세션에 참석해서 발표하거나 토론을 했습니다.

초고령사회 이미 시작 대비해야
기후 역시 대한민국 주요 어젠다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야 3당이 추진했습니다

▲지금 정치 상황을 보면 정치가 참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선 말부터 너무 거칠어졌습니다. 하루에 한 건 이상 막말 사고가 날 정도입니다. 영국은 의회에 가면 여당과 야당이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거리는 검을 들고 상대방을 찌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여야의 정쟁으로 번졌습니다

▲국정조사뿐 아니라 재난이나 추도를 정치에 팔아먹고 이용하려는 게 너무 눈에 보입니다. 최근에 희생자들의 명단을 마음대로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인권침해고 희생자의 명예 침해입니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에 대한 명예와 인권의 침해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 추도라고 하지만 주말에 촛불집회에 ‘윤석열 퇴진이 추도다’ 그 문구 하나만으로 모든 걸 보여줍니다. 제 생각에는 경찰 수사를 이미 하고 있는데 지켜봐야 합니다.

-과거 국정조사 경험이 있으십니다

▲저도 국정조사를 많이 해봤지만, 국조 때 국회에 강제 수사력이 없기 때문에 국회서 국정조사를 하면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자료 협조가 수월하지도 않고요. 따라서 경찰 수사를 좀 지켜보면서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사안을 가지고 너무 정치화하고 일종의 추도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이용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참 볼썽사납다는 의견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답보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현재 윤정부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새 정부는 좀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입니다. 여소야대도 지나친 여소야대니까 윤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뭘 하겠다고 통과시켜준 법이 단 한 건도 없으니 국민들은 “뭘 한다는데 하긴 하는 거야?” 이렇게 느끼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국민의힘)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사실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가 ‘승복하지 않는 정치’로 바뀌었습니다. 왜 승복하지 않느냐, 선거에선 패했지만, 우리가 국회는 아직 잡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불복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겼으면 웬만한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된 자리는 다 그만둬야 합니다. 무슨 이유로 그것이 정의인 것처럼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마치 본인들이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된 것처럼 앉아 있는 분은 참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처럼 대선에서 이긴 측이 한꺼번에 그런 자리들에 다 들어와서 새롭게 국정철학을 반영하고 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윤정부가 어떻게 보면 곳곳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으니까 일하려고 해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또 우리 당내에서도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사실 그래서 참 어렵습니다. 사실상 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이 돌아왔는데...

▲그분들도 정치인인데 가만히 계실 수가 없습니다. 다만 국민께서 이제 누가 하는 게 좋고 그것이 효율적인지 판단을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출마 가능성 열려 있어
국정조사 경찰 수사 지켜봐야

-당권주자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데, 속 시원한 심경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인구와 기후문제가 너무 중요합니다. 지금 대응을 잘못하면 위험합니다. 탄소중립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국제사회와도 우리가 표준을 만드는 데도 함께 참여해야 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당장은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대통령께서 중요한 일을 맡겨 주셨는데 제가 당권 운운하는 게 모양도 안 맞습니다.

전당대회를 언제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당무감사를 한다고 하니까 좀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하시고 싶은 분도 많으시니까 아직은 더 지켜보겠습니다. 그런데 당이 잘돼야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이 잘되는 건 분명합니다. (출마에 대한)고민은 늘 하고 있는데, 뭐 제가 지금 딱 잘라 하겠다, 안 하겠다를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해석됩니다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민심이 따른다’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제가 항상 그 민심이 그 민심인가라고 말합니다. 민심이라는 게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당 대표가 민주당과 우리 당 둘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더 좋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당을 뼈아프게 하는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유 전 의원님은 오래 정치를 하셨고, 능력 있으신 분이시긴 합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당무감사 추진에 대해 ‘선 넘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습니다

▲우리 정당이 요새 계속 비대위가 반복되는 게, 참 아픈 역사입니다. 그런데 비대위가 당무감사부터 시작한다면 아마 조금 전당대회를 늦추고 싶으신 마음인 것 같다고 여겨집니다. 필요성은 좀 있겠지만 그걸 과연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정진상 정무실장이 14시간 동안 조사 받았습니다

▲공소장이나 이런 걸 보면 상당히 많은 범죄 혐의가 이 대표에게 보인다고 해석됩니다. 그리고 이미 사실 대통령선거 때 나온 이야기들, 그것은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제기했던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그냥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 봐서 ‘이 대표에게 범죄 혐의가 상당히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인데, 그만둘 예의가 있는 분이라면 전당대회에 안 나왔을 겁니다.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대표 리스크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께 더 큰 불편만 주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전 지금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 대사 두 가지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인구와 기후,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의 존망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어젠다입니다. 이것은 부위원장만이, 또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민관이 같이 해야 하고,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과제입니다. 우리 국민께서 이 두 과제에 모두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또 하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정치를 외면하고 싶게 만드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습니다. 정치가 좀 더 미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또 국민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있는 자리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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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