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전하는 참담했던 ‘이태원 사고 현장’

[기사 전문]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목격한 상황은?

우선 현장에 갔을 때는 현장 통제가 잘 안 되고 있었어요.

저희도 DMAT(재난의료지원팀)으로 갔으면 이게 ‘재난긴급의료지원’이잖아요.

그러면 현장에 진입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통제에 대한 협조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미흡했던 것으로 보여요.

저희가 주차를 어디에 하고, 어디까지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나 경찰의 가이드는 전혀 없었고요.


그래서 겨우 현장에 도착해서 걸어서 들어간 거죠.

어느 정도 중환자나 사망자의 처리는 수습이 된 상황이었고, 경증에 미분류 환자들 한 40여명이 의료 천막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 상황들이 다 적나라하게 노출돼있었어요.

그런 재난 현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면서 사진 찍고...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고요.

축제가 한편에서는 이루어지면서 안에서는 또 인명구조가 일어나고 있는, 어떻게 보면 이중적인 상황을 동시에 목격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문가들은 ‘현장 접근이 너무 어려웠다’는 의견이 공통적이다. 앞으로 이런 참사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선 재난 대응 훈련이 잘돼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국가적으로 이렇게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경찰이 먼저 오고요.

그 다음에 소방, 그 다음에 응급의료팀들이 오게 되거든요.

그런데 경찰이 상황을 잘 통제해서 안전하게 구조와 수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막을 설치를 해줘야 되고, 그 통제선 하에서 정말 필요한 소방이나 의료가 진입할 수 있도록 잘 협조가 돼야 하거든요.

그것부터가 안 돼있는 거예요.

우리 응급의료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DMAT라는 조끼를 입고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경찰이 과연 그 조끼를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DMAT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이 사람들을 통과시켜줘야 되는지, 아니면 진입을 막아야 되는 대상인지 그런 것들에 대한 인지가 없을 가능성이 있어요.

첫 팀이 들어올 때부터 현장 진입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걸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저희의 검증이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사 출신으로서, 이 사고의 원인을 뭐라고 보나?

우선은 100%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고 저희는 판단을 하고.

이건 사회적 참사고 인재가 맞는데 실제로는... 저희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태원 참사 TF를 만들고 현장 검증했잖아요.

그 골목보다 더 좁은 골목이 바로 옆에 있었거든요. 거기에서 수많은 인파가 왔다 갔다 했어요.

그런데 이 좁은 골목에선 왜 사고가 안 났고 여기서는 사고가 났을까.


결국에는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의 인구 유입, 그리고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서(끼여서) 압박이 된 거잖아요. 위아래로.

충분히 교통통제나 경찰이 현장 통제했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어요.

그런 것들이 부재했다는 것에 대해서 지금도 이해할 수 없고.

왜 6시34분부터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대처가 안 됐는지, 그런 것들을 이제 국회가 검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 누가 져야 한다고 보나?

이번에 윤석열정부가 들어오면서 경찰 조직을 다시 재정비했죠.


경찰국 신설을 하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서 브리핑을 했어요.

‘경찰 통제를 위해서 행안부 장관이 역할을 해야 되고, 그 윗선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고 브리핑을 했거든요.

(그런데)그 당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체계나 명령 하달 체계나 일사불란하지 않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한테 있는 거죠.

우리 당에서 ‘대통령의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이유도 ‘결국에는 경찰의 꼬리 자르기로 끝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거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지금 모든 자료들이 적극적으로 요청에 협조하고 있지 않거든요. 정부에서도.

상황실의 운영 카톡방 자료를 받는 데도 상당히 오래 걸렸어요.

어제 상임위 열리고 나서 아침 의사진행 발언하면서 10시에 요청한 건데 밤 12시에 왔거든요.

그만큼 안 주려고 상당히 많은 중간에서의 사전작업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꼭 받아야 된다” “받지 않는 경우 당신들이 더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하면서 겨우 받아낸 자료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과정에서의 은폐나 아니면 내용 삭제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 시간 싸움이고, 또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지금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민의힘, 그리고 정부의 대처를 보면서 저희가 필요하다면 국정조사가 가능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최대한 동원할 거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진정성 있는 여당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정부에서도 꼬리자르기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문제점을 드러내고 시스템의 문제였는지, 총괄하는 인사권자의 문제였는지…

능력주의를 표방한 윤석열정부가 과연 정말 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행안부 장관으로 임명했는지, 그리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는지, 소방청도 마찬가지고요.

보건복지부 같은 경우에는 100일 넘게 공석이었잖아요. 장관이.

그러면서 당연히 응급의료나 재난의료에 대한 준비나 대응이 과연 됐을까…

이상민 장관은 처음에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브리핑에서 “아무리 경찰력을 동원했어도 예방 가능하지 않았다”고 얘기한 거잖아요.

그 자체가 본인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퇴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가 대국민 심리 지원을 강화했는데,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맞습니다. 이게 정신 심리에 대한 유해성이 대국민적으로 있는 거잖아요.

상당히 많은 국민들이 우울과 불안, 그리고 불면 이런 정신질환에 시달릴 거라고 봅니다.

잘못하면 이게 극단적 선택이나 시도로까지 갈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특히 우리나라가 워낙 극단적 선택 사고가 OECD 1위인 오명이 있는 국가인데 이런 사건들이 오히려 트리거 요인이 돼서 더 악화할 우려가 분명히 있는 겁니다.

저희도, 그리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도, 그리고 구급했던 많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다 취약성에 노출돼있고, 그런 것들에 계속 노출되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단순히 심리상담으로 끝나면 안 되고 치료까지, 국가가 세세하게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는 좁은 공간에서 인구 밀집이 높은, 특히 수도권은 그게 더 심하고요.

특히 행사나 축제가 있을 때 밀집할 수 있는 몇몇 ‘핫 플레이스’들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공권력, 경찰과 소방과 이런 정부 당국이 미리 사전에 예측하고, 그 예측에 맞는 필요한 요원들을 투입하고, 현장에서 정말 그 투입대로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시민 안전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기민하게 신고 센터가 운영되고... 이런 것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것들이 유선전화로 되다 보면 1분, 1분이 미뤄지거든요.

지금도 모바일 상황실 내용을 보면, 결국에는 인지한 소방이 뛰었는데 그것을 각각 현장의 요원들이 인지하고 접수하고 그 다음에 출동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립니다.

이런 것들은 제가 코로나 때도 계속 지적했던 거거든요.

왜 코로나 때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사람이 병원까지 가는 데 있어서 이송의 지연이 있었잖아요.

빙빙 돌고, 막상 갔는데 ‘우리 못 받는다’ 그러고,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됐거든요.

이런 것처럼 재난 시에도 기존 체계가 유지되면서 이 재난에 환자들이 제대로 갈 수 있는 시스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시스템과 인력과 소통체계 구축이 너무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사전에 꼭 훈련돼있어야 된다는 것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고.

저도 정치인으로서 그런 피해 본 많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그런 부분에 있어 책임감을 갖고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총괄: 배승환
취재: 차철우
기획: 강운지
촬영&편집: 배승환/김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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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