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마을’ 단독보도 그 이후…

끝나지 않은 소년의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껑충하게 키가 큰 아이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지난 1월 취재진 사이에서 어렵게 입을 뗐던 아이는 10개월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자신이 평생 살아온 ‘집’을 상대로 한 아이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16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평구청 앞에서 시민단체 고아권익연대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고아권익연대는 보육시설인 꿈나무마을과 당시 운영 주체였던 마리아수녀회에 대한 은평구청의 철저한 감사를 요구했다. 꿈나무마을 법인 취소, 시설 폐쇄를 요청하는 의견서도 전달했다. 

고아권익연대 
“전수조사해야”

지난해 8월 박지훈(가명)군은 2007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꿈나무마을에서 거주했다. 당시 꿈나무마을(옛 소년의집)에 근무했던 보육교사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지훈군은 성○○ 교사, 장○○ 교사, 정○○ 교사에게 시설에 거주하는 동안 상습적인 폭행 등 오랜 시간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10월 1344호 ‘<단독> 매질에 정신병원까지…천주교 산하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고발’ 기사(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1702)를 통해 지훈군의 사연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고소장에는 지훈군이 꿈나무마을에 거주하던 12년 동안의 생활이 빼곡하게 담겨있었다. 그는 3명의 교사에게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를 당한 것은 물론 정신병원에도 강제로 입원당했다고 주장했다. 

지훈군의 변호를 맡은 한강법률사무소 유정화 변호사는 당시 고소장에 “피고소인의 범행 당시 고소인이 처한 미성년자 고아라는 열악한 처지와 고소인을 양육‧보호해야 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피고소인의 지위, 고소인이 입게 된 상해와 심적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소인이 저지른 범죄 행위는 문명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인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소인의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는 ‘소년의집’으로 설립돼 서울시립 양육시설로 취약 아동 보호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으나 존폐 위기에 직면한 꿈나무마을의 존립 이유를 근본적으로 의심케 한다는 점에서 비난성이 극히 높으며 특별히 엄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고소 이후 1년3개월
‘아니라더니…’ 전원 검찰 송치

<일요시사> 보도 이후 꿈나무마을과 부산 소년의집 등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 출신의 아동학대 피해 제보가 잇따랐다. 특히 가출을 반복한 서준(가명)군이 경남 합천군 삼가면에 위치한 마리아수녀회 삼가면 수녀원으로 보내져 농장일을 했다는 주장(1352호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 ‘삼가면 힐링농장’의 비밀’,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3059)이 나오면서 같은 일을 겪었다는 제보자가 여러 명 나타났다.

여기에 몇몇 제보자를 중심으로 수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일었다. 과거 수녀가 아동의 보육을 담당했던 시절 아동학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해당 내용은 1352호 ‘꿈나무마을 보도 이후…“수녀님도 때렸다” 증언 나왔다’(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2474) 기사를 통해 보도됐다. 

마리아수녀회는 <일요시사> 보도 이후 두 번의 입장문을 내놨다.

첫 번째 입장문에서 “마리아수녀회는 거짓되고 의도적인, 사실 여부와 관계없는 일방적이며 왜곡된, 진실을 외면한 자극적인 이슈로 몰아간 기사 내용에 대해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짓 제보로 인한 어떠한 오해나 편견, 상처들이 증폭되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요시사>의 추가 보도, MBC <PD수첩>의 보도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 1월30일 아동학대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아동보육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 입장문에서 마리아수녀회는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참담함과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보도 이후
사과문 내

이어 “긴 시간 동안 혼자 아픔을 삭이며 감내해왔을 피해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수녀로서, 또 엄마로서 아이에게 아픈 시간을 오래 보내게 해서 정말 미안하고, 잘못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알로이시오 신부로부터 시작된 가장 가난한 아동을 돌보는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덧붙였다.

잠잠해지나 했던 마리아수녀회 아동학대 의혹은 최근 지훈군이 고소한 사건의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다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아동학대수사2팀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세 보육교사를 전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8월 지훈군의 고소 이후 1년3개월 만에 이들이 검찰에 넘겨진 것이다. 

경찰 수사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성모씨는 2011~2016년 지훈군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동급생 앞에서 그를 ‘지능이 낮은 아이’ ‘저능아’ 등으로 부르며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또 ‘투명인간’ 제도를 만들어 지훈군에게 말을 시키지 않고 아는 척 하지 못하도록 해 따돌림을 시키는 등 상습적인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를 인정했다. 

2012년 지훈군이 초등학교 6학년인 시절에는 뺨을 10대가량 때리고 휴대폰으로 머리를 5회가량 내리 찍어 피가 나게 했다. 지훈군에 따르면 당시 성씨에게 맞아 생긴 흉터가 여전히 머리에 남아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폭행은 2013년에도 계속됐다. 지훈군을 몰아붙이며 뺨을 때리고 휴대폰으로 온몸을 수십회 내리 찍어 피가 나게 한 것이다. 

경찰은 성씨의 ▲나무 몽둥이로 지훈군의 엉덩이를 때려 피부가 찢어지고 곪아 터지는 등의 신체적 학대 행위 ▲지훈군의 얼굴을 때려 귀 왼쪽 연골이 영구 손상되는 등의 신체적 학대 행위 ▲‘앉았다 일어났다’ 등의 단체 체벌로 인한 정서적 학대 행위 ▲다른 아이들로 하여금 지훈군을 때리게 하는 등의 정서적 학대 행위 ▲지훈군을 수시로 방에 불러 마사지를 시키는 등의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일부 무혐의
증거 불충분

장모씨는 2016년 친구와 다툰 지훈군에게 ‘오토바이 자세’를 취하는 벌을 주다가 그가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걸레봉으로 엉덩이를 10~30회 때렸다. 또 이를 피해 도망치는 지훈군을 쫓아가 플라스틱 재질의 빗자루로 얼굴과 머리, 손 등을 수십회 때린 사실이 인정됐다.

지훈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 1회가량 기마 자세, 엎드려뻗쳐 등의 벌을 시키는 등 상습적인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부분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정모씨는 2011년 초등학교 5학년인 지훈군이 간식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두산동아 전과를 두 손으로 들게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1만회가량 시키는 등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 또 서열 정리를 위해 동급생이 보는 앞에서 지훈군에게 다른 동급생과 싸우도록 지시하는 등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됐다. 

2011~2013년 지훈군의 발바닥을 10~100회 때리거나 나무 몽둥이로 엉덩이나 발바닥, 팔꿈치, 머리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신체적 학대 행위, 주 1~2회 12명가량의 아이를 좁은 화장실에서 어깨동무를 하도록 시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도록 한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신체·정서적 학대 일부 인정
변호사 “불기소 부분 아쉽다”

유정화 변호사는 “이번 경찰의 송치 결정은 응당 받아야 할 죗값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불기소된 부분의 경우 증거불충분으로 처리된 점이 상당히 안타깝고 아쉽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 사람 모두 ‘상습적으로’ 학대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습의 요건을 수사기관이 충분히 밝혀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학대 피해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향후 검찰은 이들의 상습적인 학대를 충분히 검토하고 인정해서 반드시 가중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재판 단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이 사건은 인권 사각지대에서 학대받고 있을 보이지 않는 고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옳은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사회의 어른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훈군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마리아수녀회가 여전히 꿈나무마을에 간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에서 철수했으면 한다”며 “마리아수녀회가 소유하고 있는 주변 땅도 팔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훈군의 피해 사실을 알고 법적 지원을 해온 고아권익연대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의 조속한 대처를 촉구했다. 고아권익연대는 “몸과 마음이 바르게 성장해야 할 시기에 지속적으로 가해진 다양한 방식의 학대 행위로 인해 지훈군은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의 구석진 곳에서 혼자 방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육교사 3인과 당시 시설운영 법인이었던 마리아수녀회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다”며 “시설에 대한 감사와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은평구가 꿈나무마을 시설 폐쇄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마리아수녀회의 법인 허가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년 전 10여건의 학대 사건이 일어나 시설 폐쇄와 법인허가 취소가 이뤄진 충북희망원의 선례를 언급했다.

“상습적”
검찰은?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 보도 이후 고아권익연대로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지훈군의 피해 사례 외에도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의 일을 당한 아이가 많았다. 이번 경찰 송치는 마리아수녀회와 꿈나무마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경찰이 송치한 사례는 지훈군이 당한 일 중에서 그나마 ‘신사적’인 것만 고른 것”이라며 “민관 합동으로 팀을 구성해 지훈군 일뿐만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일까지 전수조사해 피해 아동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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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