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극중 세력이 나오지 않기를

세계 각 나라의 정당사를 보면,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이 지역을 기반으로 양분된 양당제하에서는 순수한 중도파 정당인 제3세력이 나오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제3세력은 거대 양당에서 소외된 세력이 힘을 합쳐 중도세력을 만들기 마련이다.

국내 정당 사상 처음으로 중도개혁의 가치를 내세우며 2016년 2월 출범한 옛 국민의당도 순수한 중도파 정당이기 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서 창당한 제3세력이다. 또 중도실용주의를 주장하며 2018년 2월 출범한 바른미래당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탈당해 만든 바른정당과 옛 국민의당이 통합해서 만든 제3세력이다.

그러나 중도파 정당인 옛 국민의당은 2017 대선에서 패하면서부터 퇴색하기 시작하다 바른정당과 통합하면서 2년 만에 해산됐고, 바른미래당도 2020 총선도 치르기 전에 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국내 좌파 정당은 전라도를 기반으로, 우파 정당은 경상도를 기반으로 정당의 맥을 이어 오면서 우리나라 정당의 양대 산맥을 형성해왔다. 그렇다면 경기도나 충청도나 강원도가 기반이 된 중도파 정당도 생길만한데, 왜 중도파 정당은 제3세력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전정신이 강한 인물이 없어서는 아닌 것 같고, 혹시 평상시에는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거나 정당에 방해가 되는 듯 하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세를 규합하는 구심력을 발휘해 선거를 승리로 견인하는 극좌나 극우 같은 세력, 즉 극중이 중도파에는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2017년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나설 때,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당에 대항해 가치 중심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바로 “그 가치가 극중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극중주의는 좌파나 우파의 이념에 경도(기울어 넘어짐)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에 치열하게 매진하는 것, 즉 중도에 대한 극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외쳤던 극중은 고사하고 그 이후 지지부진했던 중도도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좌파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을, 우파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정당을 뜻한다. 좌파(좌익)와 우파(우익)라는 말이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혁명 때부터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 소집된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에서 볼 때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자코뱅당이 왼쪽에 앉고,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지롱드당이 오른쪽에 앉은 것이 그 기원이다. 그 후 영국에서도 자유당이 왼쪽에 앉고, 보수당이 오른쪽에 앉음으로 ‘진보=왼쪽’, ‘보수=오른쪽’이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자코뱅당은 “혁명정신을 이어받는다”는 뜻에서 반란을 상징하는 붉은기를 사용하고, 지롱드당은 이와 반대로 청색기를 사용하면서 붉은색은 좌파를, 파란색은 우파를 상징하는 색이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좌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을, 우파 정당인 국민의힘은 붉은 색을 시용하고 있어, 외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보수 우파로, 국민의힘을 진보 좌파로 이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정당을 좌파와 우파, 그리고 중도파 정도로 구분하고 있는데, 좌파 정당 내의 극좌(極左, far-left)와 우파 정당 내의 극우(極右, far-right)가 존재하면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선거 때마다 세를 규합해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극좌와 극우는 좌파나 우파에 비해 상대 진영을 무조건 비판하는 경향이 있고, 사상도 지나치게 편향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극좌와 극우는 사상의 극단성이 심하며, 폭력적 행동이 동반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극좌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블라디미르 레닌’과 같은 혁명가가 있으며, 극우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아돌프 히틀러’가 있다. 극좌든 극우든 ‘극(極)’이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폭력과 전체주의라는 공통분모를 갖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 정가에 극좌나 극우가 아닌 극중(極中)을 내세우며 중도우파나 중도좌파를 만들려는 세력이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국민이 다시 등장하려는 중도파 정당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원래 극중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가든스가 좌파와 우파의 이분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극중주의(極中主義) 시대가 도래했다고 1994년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극중주의는 좌파와 우파를 뛰어넘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합리적인 정치이념을 표방하는 대화정치와 생활정치가 그 핵심이다.

앤서니 가든스는 좌파와 우파를 뛰어 넘는 가치를 중도라 하지 않고 극중으로 표현한 점은 아마도 극좌나 극우를 무시하고 중도를 최고의 가치로 올려놓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앤서니 가든스의 영향을 받아 1997년 영국 총선거에서 승리한 블레어 전 총리와, 사회당 출신이지만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프랑스의 마크롱 현 대통령이 극중주의를 추구하는 대표적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정가에서 비밀리에 회자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 일부와 민주당 의원 일부가 통합해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중도파 정당의 극중(極中)은 28년 전 앤서니 가든스가 언급한 합리적인 극중이나 5년 전 안 의원이 언급한 극도의 신념이 깃든 극중과는 다른 것 같아 걱정이다.

바로 최근 비밀리에 회자되고 있는 극중은 좌파나 우파의 중간 영역인 중도를 지키고 중도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극좌나 극우처럼 강력한 사상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힘(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수준)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론, 우리나라 최근 정치 환경이 대선과 지선에서 패한 좌파 정당(민주당)이 무너지고 우파 정당(국민의힘) 세력이 강해지면서 민주당은 정치 동력을 잃고, 국민의힘은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양당에서 소외당한 세력들을 규합해 극중을 내세우며 중도파 정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좌파-중도파-우파’나 ‘극좌-극중-극우’의 도식관계를 보더라도, 중도파는 분명 존재감이 있지만, 극중은 우리 사회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될 나쁜 중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우리 정치가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접두사 극(極)이 '정도가 심한'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명사 극(極) 역시 ‘어떤 정도가 더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지경’의 뜻을 가지고 있어, 양극과 음극, 남극과 북극이라는 말은 있어도 중극(中極)이라는 말은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극중(極中)은 존재할 수 없는 정치 용어고, 말도 안 되는 정치 용어가 확실하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극좌(極左)나 극우(極右)처럼 선거에는 정당에 도움이 되지만, 평상시에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극중(極中) 세력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 이 기고는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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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