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극중 세력이 나오지 않기를

세계 각 나라의 정당사를 보면,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이 지역을 기반으로 양분된 양당제하에서는 순수한 중도파 정당인 제3세력이 나오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제3세력은 거대 양당에서 소외된 세력이 힘을 합쳐 중도세력을 만들기 마련이다.

국내 정당 사상 처음으로 중도개혁의 가치를 내세우며 2016년 2월 출범한 옛 국민의당도 순수한 중도파 정당이기 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서 창당한 제3세력이다. 또 중도실용주의를 주장하며 2018년 2월 출범한 바른미래당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탈당해 만든 바른정당과 옛 국민의당이 통합해서 만든 제3세력이다.

그러나 중도파 정당인 옛 국민의당은 2017 대선에서 패하면서부터 퇴색하기 시작하다 바른정당과 통합하면서 2년 만에 해산됐고, 바른미래당도 2020 총선도 치르기 전에 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국내 좌파 정당은 전라도를 기반으로, 우파 정당은 경상도를 기반으로 정당의 맥을 이어 오면서 우리나라 정당의 양대 산맥을 형성해왔다. 그렇다면 경기도나 충청도나 강원도가 기반이 된 중도파 정당도 생길만한데, 왜 중도파 정당은 제3세력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전정신이 강한 인물이 없어서는 아닌 것 같고, 혹시 평상시에는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거나 정당에 방해가 되는 듯 하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세를 규합하는 구심력을 발휘해 선거를 승리로 견인하는 극좌나 극우 같은 세력, 즉 극중이 중도파에는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2017년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나설 때,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당에 대항해 가치 중심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바로 “그 가치가 극중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극중주의는 좌파나 우파의 이념에 경도(기울어 넘어짐)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에 치열하게 매진하는 것, 즉 중도에 대한 극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외쳤던 극중은 고사하고 그 이후 지지부진했던 중도도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좌파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을, 우파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정당을 뜻한다. 좌파(좌익)와 우파(우익)라는 말이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혁명 때부터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 소집된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에서 볼 때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자코뱅당이 왼쪽에 앉고,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지롱드당이 오른쪽에 앉은 것이 그 기원이다. 그 후 영국에서도 자유당이 왼쪽에 앉고, 보수당이 오른쪽에 앉음으로 ‘진보=왼쪽’, ‘보수=오른쪽’이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자코뱅당은 “혁명정신을 이어받는다”는 뜻에서 반란을 상징하는 붉은기를 사용하고, 지롱드당은 이와 반대로 청색기를 사용하면서 붉은색은 좌파를, 파란색은 우파를 상징하는 색이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좌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을, 우파 정당인 국민의힘은 붉은 색을 시용하고 있어, 외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보수 우파로, 국민의힘을 진보 좌파로 이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정당을 좌파와 우파, 그리고 중도파 정도로 구분하고 있는데, 좌파 정당 내의 극좌(極左, far-left)와 우파 정당 내의 극우(極右, far-right)가 존재하면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선거 때마다 세를 규합해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극좌와 극우는 좌파나 우파에 비해 상대 진영을 무조건 비판하는 경향이 있고, 사상도 지나치게 편향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극좌와 극우는 사상의 극단성이 심하며, 폭력적 행동이 동반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극좌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블라디미르 레닌’과 같은 혁명가가 있으며, 극우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아돌프 히틀러’가 있다. 극좌든 극우든 ‘극(極)’이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폭력과 전체주의라는 공통분모를 갖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 정가에 극좌나 극우가 아닌 극중(極中)을 내세우며 중도우파나 중도좌파를 만들려는 세력이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국민이 다시 등장하려는 중도파 정당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원래 극중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가든스가 좌파와 우파의 이분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극중주의(極中主義) 시대가 도래했다고 1994년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극중주의는 좌파와 우파를 뛰어넘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합리적인 정치이념을 표방하는 대화정치와 생활정치가 그 핵심이다.

앤서니 가든스는 좌파와 우파를 뛰어 넘는 가치를 중도라 하지 않고 극중으로 표현한 점은 아마도 극좌나 극우를 무시하고 중도를 최고의 가치로 올려놓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앤서니 가든스의 영향을 받아 1997년 영국 총선거에서 승리한 블레어 전 총리와, 사회당 출신이지만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프랑스의 마크롱 현 대통령이 극중주의를 추구하는 대표적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정가에서 비밀리에 회자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 일부와 민주당 의원 일부가 통합해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중도파 정당의 극중(極中)은 28년 전 앤서니 가든스가 언급한 합리적인 극중이나 5년 전 안 의원이 언급한 극도의 신념이 깃든 극중과는 다른 것 같아 걱정이다.

바로 최근 비밀리에 회자되고 있는 극중은 좌파나 우파의 중간 영역인 중도를 지키고 중도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극좌나 극우처럼 강력한 사상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힘(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수준)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론, 우리나라 최근 정치 환경이 대선과 지선에서 패한 좌파 정당(민주당)이 무너지고 우파 정당(국민의힘) 세력이 강해지면서 민주당은 정치 동력을 잃고, 국민의힘은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양당에서 소외당한 세력들을 규합해 극중을 내세우며 중도파 정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좌파-중도파-우파’나 ‘극좌-극중-극우’의 도식관계를 보더라도, 중도파는 분명 존재감이 있지만, 극중은 우리 사회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될 나쁜 중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우리 정치가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접두사 극(極)이 '정도가 심한'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명사 극(極) 역시 ‘어떤 정도가 더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지경’의 뜻을 가지고 있어, 양극과 음극, 남극과 북극이라는 말은 있어도 중극(中極)이라는 말은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극중(極中)은 존재할 수 없는 정치 용어고, 말도 안 되는 정치 용어가 확실하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극좌(極左)나 극우(極右)처럼 선거에는 정당에 도움이 되지만, 평상시에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극중(極中) 세력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 이 기고는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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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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