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광복절특사’ 시나리오

이재용·이호진·신동빈…동아줄 누가 잡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몇몇 재벌 총수에게 ‘광복절특사’라는 동아줄이 건네졌다. 이맘때마다 되풀이되는 선처가 올해도 계속되는 양상이다. 재벌 총수가 경제가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국경일을 경제사범 죗값 탕감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특별사면은 특정 범죄인에 대한 형벌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조치를 뜻한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일선 복귀
초읽기?

역대 정권은 ‘국민 화합’ ‘민생 안정’이라는 대명제를 앞세워 집권 초 특별사면을 결정하곤 했다. 이는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정치적·경제적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하는 집권층의 취지가 반영된 결과물이었고, 윤석열정부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최근 재계에서는 재벌 총수들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 포함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와 산업·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나라 안팎의 경제 위기를 감안하면, 현 정부가 경제인 특별사면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경제단체 여섯 곳(대한상공회의소·전경련·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기업인들의 사면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많은 기업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활발하게 뛸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제인 사면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지난 1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인 사면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어떤 의견을 전달하겠느냐’는 질문에 “처벌이 이뤄졌고 괴로움도 충분히 겪었다고 판단되면 사면하는 것이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적 눈높이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단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총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미 형기를 채운 이재용 부회장, 이호진 전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경우 ‘복권’ 여부, 신동빈 회장과 이중근 회장은 사면에 초점이 맞춰진 형국이다.

윤곽 드러나는 사면 명단
선처 이뤄져야 원활한 직무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징역형이 확정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형기는 지난 29일자로 끝났다.


다만 경영 참여에 일정부분 제약이 걸려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5년간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복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당분간 삼성전자 취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형기 만료와 국민정서 등을 고려하면 복권에 무게가 실린다. 여론이 긍정적이라는 점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호재다.

지난 22일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찬성 65.0%, 반대 29.8%, 잘 모름은 5.2%였다.

이호진 전 회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 혐의로 전격 구속됐으나 이후 두 차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치면서 2020년 6월에 이르러서야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검찰의 보석 취소 요청이 법원을 통해 받아들여지면서 7년9개월여 만인 2020년 12월 재수감됐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사실상
면죄부

이호진 전 회장이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되면 취업제한 규칙이 풀리게 된다. 이 경우 사실상 총수 없는 10년을 겪어야 했던 태광그룹은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진 전 회장에게 내려진 태광그룹은 2011년 30위권이었던 재계 순위가 지난해 49위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장세주 회장은 2015년 5월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2018년 4월 가석방됐다. 같은 해 11월이 형기 만기됐지만, 특경가법상 형 집행 종료 후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돼 현재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신동빈 회장은 국정 농단 연루 혐의로 수감된 후 2019년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신동빈 회장은 특경법 부가 조항을 적용받지는 않았지만, 그룹 경영을 이끄는 데 한계가 명확했다.

신동빈 회장이 사면되면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한층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롯데지주는 700억원을 투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했고, 최근 계열사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2018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선처 이뤄져야 원활한 직무
죗값 탕감 수단 비판도…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횡령·배임 혐의만 인정하고 이중근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1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 중 계열사 배임 일부를 무죄로 보고 징역 2년6개월로 형을 낮췄다. 해당 형량은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41년생인 이 회장이 80대 고령으로 형기의 약 80%를 채운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석방 이후에는 적극적인 경영 참여는 어려웠다. 경제사범에게 적용되는 취업제한이 적용된 탓이다.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사면 결정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광복절특사가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절차쯤으로 퇴색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벌 총수에게 법의 잣대를 내세우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 재벌 총수들의 허물을 덮어줘야 할 필요성마저 부각된다. 일단 재벌 총수 사면은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필요악으로 비춰지곤 한다.

더욱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치는 하향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이나 중국 등과 비교해 낙폭이 크지 않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특성상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종의
필요악

가석방 요건을 갖췄다면 재벌 총수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내외 리스크가 커질수록 총수들이 기업경영에 매진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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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