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그래도 풀려난 김경수 전 경남지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02 14:02:36
  • 호수 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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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짓고 개선장군처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특별사면됐다. ‘복권 없는 사면’인 만큼 오는 2027년까지 모든 선거에 나올 수 없다. 당초 그는 옥중에서 사면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바 있다. 출소 후 가장 먼저 한 말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이었다. 

지난달 27일, 2023년 신년을 맞아 정부는 이튿날(28일 자)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특별사면’ 브리핑을 열고 “화해와 포용, 배려를 통한 폭넓은 국민 통합 관점에서 28일 자로 정치인·공직자·특별 배려 수형자 등 1373명을 특별사면한다”고 밝혔다.

5개월 남기고
들러리 세워

사면 대상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및 복권’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으로 포함됐다. 이 외에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도 포함됐다. 또 ‘국정원 특활비’ 사건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도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남은 형기가 감형됐다. 이 밖에 여권에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성태·이완영 전 국민의힘 의원, 야권에선 전병헌 전 대통령 정무수석, 신계륜 전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 정계 출신 인사 다수가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을 두고 “이번 특별사면은 저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0시쯤 경남 창원교도소에서 앞에는 김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모여 “김경수는 무죄다”를 외쳤다. 김 전 지사는 출소 직후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오게 됐다. 개인적으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사면 불원 의사를 밝히며 5월까지 형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는데 통합은 이런 식으로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들께서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통합과 관련해선 저로서도 국민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우리 사회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완화시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지난 몇 년간 저로 인해 우리 사회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제가 그동안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형기 만료일은 올해 5월이었다.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5개월이 면제됐다. 복권이 안 된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28일까지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2026년 6월 지방선거, 2027년 3월 대통령선거 등 선거에 나올 수 없다.

MB, 사면에 복권까지
김은 복권 없는 사면

김 전 지사는 교도소 앞에서 출소 소회 발표 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민홍철·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성무 전 창원시장을 비롯한 지지자 100여명의 응원을 받고 떠났다. 이날 오전 10시쯤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경남 고성에 있는 부친 산소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제 사건으로 사회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진 것 아닌지”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건은 바로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대표인 김동원(필명 드루킹)씨와 당시 김 전 지사, 그리고 경공모 회원이었던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공모해 인터넷에서 각종 여론조작을 한 사건이다. 드루킹은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 성향이었던 유명 블로그다.

문제 제기가 된 것은 2018년 1월이었다. 한 네티즌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 댓글의 공감수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댓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을 통한 조작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이 댓글을 조작한 일당 3명을 붙잡았다. 이들 중 1명이 앞서 말한 드루킹이고, 나머지 2명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김 전 지사와 민주당 권리당원들이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두 사람은 2016년 말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유독 대선 기간에 SNS 메신저인 시그널을 사용해 의혹이 커졌다. 김 전 지사와 드루킹이 시그널을 통해 주고받은 55건의 대화에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서가 일부 포함됐다.

김 전 지사가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URL 10건 중 8건은 대선 실시 전 기사로 대부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 김 전 지사는 기사를 보내며 “홍보해주세요”라고 요청하거나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고 적었다. 댓글 작업을 요청하는 듯한 뉘앙스다.

또 “답답해서 내가 문재인 홍보한다”는 제목의 3분20초짜리 유튜브 동영상을 드루킹에게 보내기도 했다. 동영상은 곧바로 드루킹의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올라갔다. 드루킹의 최측근인 박모씨는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인 ‘MLB파크’에 해당 동영상을 올리며 홍보했다. 

이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적발된 선거 브로커의 개인 일탈 행위라며 규정과 관련 의혹에 대한 선긋기를 했다. 주범인 드루킹은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김 전 지사를 지목했다.

드루킹
잊었나

2018년 5월18일 <조선일보>의 ‘[단독] 드루킹 옥중편지 전문’에서 드루킹의 옥중편지가 공개됐다. 옥중편지에서 드루킹은 “2016년 9월 김경수 의원이 파주의 내 사무실에 찾아왔을 때 상대측의 이 댓글 기계에 대해 이야기했다…김경수 의원에게 ‘일명 킹크랩’을 브리핑하고 프로토타입으로 작동되는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제 사무실에서 직접 보여주게 됐다”며 “김경수 의원은 우리의 첫 만남부터가 극히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친밀한 관계임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다…돌이켜보면 김경수 의원은 처음부터 저나 경공모를 철저히 이용하려는 생각이었고 문제가 생기면 발을 빼려고 몹시 조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건 전말을 설명했다.

대부분 김 전 지사가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과 바른미래당 등은 이 사건을 계기로 문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무효도 가능한 여론 조작 게이트로 규정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의 여론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며 대여 공세를 가했다.


당시 바른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게이트로 번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고 규정했고, 자유한국당 단장인 김영우 의원은 “민주당 김경수 의원 외 다른 여당 정치인과 ‘드루킹’이 연계된 정황이 있다. 민주당이 여론조작의 중심에 있다는 근거”라고 지목했다.

결국 2018년 5월21일 국회 본회의에 특검법이 통과돼 특검 수사가 착수됐다. 특검법 통과 직후 네이버 뉴스 댓글 수가 대폭 감소했다. 2018년 6월11일 네이버 뉴스 댓글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워드미터’에 따르면 특검법안 국회 통과 전후인 6월 1~8일 네이버 뉴스 댓글 수는 직전 5월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6.5% 감소한 142만1746건으로 기록됐다.

봉하마을
달려가다

같은 기간 활동 ID 수는 33.7% 줄어든 63만407개, 공감(비공감 포함) 클릭 수는 67.7% 급감한 978만7109회를 기록했다. 문제가 돼온 정치 뉴스만 해도 댓글은 38.6% 줄어든 66만7677건, ID 수는 37.1% 줄어든 32만6900개, 공감 클릭 수는 84.4% 감소한 367만3126회를 기록했다.

특검은 8월27일 수사 결과 보고를 통해 드루킹이 댓글 조작 1억회 중 8840만회를 드루킹이 김 전 지사와 공모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특검팀은 6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이 운영한 ‘경공모’와 함께 2016년 11월부터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19대 대선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목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년 1월30일 드루킹이 댓글 조작, 뇌물공여 등의 혐의에 대해 징역 3년6개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지사에게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가담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혐의 별로는 댓글 조작을 통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그대로 징역 2년이 선고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2021년 7월21일 대법원이 원심 확정 판결로 징역 2년형이 최종 선고되면서 경남도지사직도 상실됐다.

김 전 지사는 “안타깝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는 더 이상 진행할 방법이 없어졌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감내할 몫은 감당하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 전 지사는 옥중에서 편지로 새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김 전 지사의 부인 김정순씨는 김 전 지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지사의 옥중편지를 공개했다. 편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지난해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직도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우리 모두 새해 새 아침을 맞고 있다. 우리는 늘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서 새해를 맞게 된다. 맑고 차가운 정신으로 새해 새 아침을 맞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올해는 그렇게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 소중한 한 해가 되리라 본다. 2022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단히 중요한 해다. 그 미래를 결정하는 힘은 ‘시민’에게 있다. 선거의 승패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꼭 필요한 해다.”

“받고 싶지 않은 선물 받아” 어부지리 출소
2027년 대선 출마 불가…정치생명 5년 스톱

이후 옥중 서신으로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 배우자 김씨는 지난달 13일 김 전 지사 페이스북에  “남편은 지난달 7일 교도소 측에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가석방 불원서’를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글을 올렸다.

김 전 지사가 공개한 가석방 불원서에는 “가석방은 교정시설에서 ‘뉘우치는 빛이 뚜렷한’ 등의 요건을 갖춘 수형자 중 대상자를 선정해 법무부에 심사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교정본부에서 펴낸 ‘수형생활 안내서’에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무죄를 주장해온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건임을 창원교도소 측에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이런 제 뜻과 상관없이 가석방 심사 신청이 진행됨으로써 필요치 않는 오해를 낳고 있다.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우자 김씨도 “가석방 심사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절차인데도 ‘신청-부적격, 불허’라는 결과만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남편의 입장은 확고하다. 가석방은 제도 취지상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그동안 이와 관련한 일체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응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야깃거리가 되는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 넣기·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뜻을 함께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전 지사는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를 두고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에 대해 사면 없이 복권한 것을 두고 “김경수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서 노무현 가문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주목되는 
향후 행보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사면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까지 한 김 전 지사를 굳이 복권 없는 사면을 하는 것은 사면권 남용이다. 사면의 역사를 보면 앞으로 정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달랑 5개월 남은 형량을 사면해주고 복권해주지 않는 사례가 있었냐”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 피선거권 제한이 필요 없는 사람도 복권해주면 뻔히 정치를 해야 될 사람에 대해서는 사면만 해주는 게 어떻게 이해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 사면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식이면 정말로 이게 법률적으로 이 부분은 제한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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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