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이재명 손익계산서

호재? 악재? 아슬아슬 줄타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2022년 대선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지금 양당은 그의 사면이 서로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호재가 예상되지만, 이 후보 입장에서는 마냥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확실히 예측할 수 없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받아 석방됐다. 구속된 이후 4년9개월 만의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수감기간 중 가장 긴 기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지난 2017년 3월31일 최서원(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다. 구속 후 건강이 악화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2일부터 서울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갑자기 턴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3094명의 수감자를 이번 신년 특사에 사면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094명 중에는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석기 전 의원도 포함됐다. 이번 사면을 두고 한 전 총리와 이 전 의원 석방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거론돼왔다. 여권에서 최초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낸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올해 초 문 대통령에게 직접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 정서상 아직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타진했다.

그에 대한 사면론은 재보선을 막 끝마친 4월에도 이어서 불거졌다. 야권에서 강력하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을 요구한 것.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직 대통령들도 박 전 대통령만큼 오래 수감생활을 하진 않았다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이때도 문 대통령은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처럼 완강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급변한 건 지난달 말에 이르러서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사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부터 핵심 참모 몇몇과 조용히 사면을 추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극비리로 진행된 일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청와대 참모진은 사면 소식을 뉴스로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사면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와 ‘대국민 통합’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수감 생활
쿠데타 세력보다 2년9개월 더 길어


그간 사면 건의를 받을 때마다 문 대통령은 “시기상조” 혹은 “국민의 뜻이 아니다”라며 거절해왔다. 그런 그의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여론 변화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론은 그동안 반대가 50%가 넘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에서 국민들이 헤어 나올 시간이 4년으로는 너무 짧았던 탓이다.

시간이 점차 지나자, 여론은 서서히 움직였다. 촛불을 들던 민심 중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을 동정하기 시작했고, 이는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했을 작년 지난달 말 경에는 사면 찬성 여론이 50%가 넘을 정도로 진척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이 사면의 이유로 국민 대통합을 내세운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또 다른 이유인 ‘건강 악화’는 측근들과 의료진들의 증언에 따른 것인데, 그 상태가 대중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치아 상태가 음식물을 씹지 못할 정도로 나빠졌으며, 오랫동안 음식물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아 소화 체계 또한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의료 장비에 의존해 영양소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정신건강 문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치아와 소화기능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정신적인 충격에 의한 불안 증세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어, 이부터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면을 하지 않는다면 치료가 매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옥 내에서의 정신 치료를 받는 건 한계가 있기에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후보
표정 관리

물론 사면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기껏 탄핵시켜 죗값을 치르게 해놓았더니 왜 다시 풀어주냐는 의견이다. 이는 강성 민주당 지지층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면 결정이 보도된 날인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근혜 사면을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곧바로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박근혜 탄핵은 대한민국 국민이 촛불로 이뤄낸 21세기 민주주의의 쾌거이자 성취”라며 “문재인정부는 그런 촛불을 받들어 탄생한 ‘촛불정부’를 자처하며 출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문재인정부에서 박근혜가 형기의 절반조차 채우지 않고 사면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모독, 기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의 주장대로, 문재인정부는 시작부터 촛불혁명으로 일어난 정권이라고 스스로 인정해왔다. 문정권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이 빚어낸 사태에 책임감을 떠안고 출발해 임기 내내 적폐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정의 세우기’에 집중해왔다.

그런 정권에서 스스로 사면을 결정했으니 일부 국민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당 글은 약 4만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사면 보도를 접한 양당의 대선후보들은 표정관리를 하며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지난달 24일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빨리 회복하길 바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중앙지검장이 된 후 몇 가지 여죄에 대해 수사했지만 공직자로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정서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지난 사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이 후보는 “지금 와서 찬성 반대를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사법 체계의 심판은 끝났으나 역사의 심판은 계속될 것임을 알기를 바란다”고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지난달 2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면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나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지만, 여러 후폭풍이나 갈등 요소를 문 대통령이 혼자 짊어지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사면을 반대하는 입장과 문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러나 정계 전문가들은 양 후보의 반응과는 정반대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오히려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당장은 민주당 내부의 쓴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지지율 하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층 분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탄핵 당시 상황이 어찌됐건, 박 전 대통령을 교도소로 보낸 주체는 윤 후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정권에서 ‘아웃사이더’ 검사 노릇을 하던 윤 후보가 다시금 검찰의 핵심 권력으로 비상할 수 있었던 계기는 적폐 청산의 선봉장 역할을 한 게 컸다.

길조냐 
흉조냐

박정권 밑에서 좌천돼 옷 벗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적폐 청산의 ‘키맨’ 역할을 부여받았다.

문 대통령의 바람을 그대로 이루어주며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문 정권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임명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기 전에도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일부는 윤 후보가 보수의 궤멸을 이끌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사를 진행하며 두 대통령뿐 아니라 보수진영 인사 수십명을 감옥으로 보내 진영 약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그대로 차용해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 후보를 공격했던 인물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지난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적폐 수사를 거론하며 “1000여명을 수사하고 200여명을 구속했다. 박 전 대통령을 수사 하면서 구속시킨 공로로 서울 중앙지검장까지 했다. 보수진영 궤멸의 선봉장”이라며 “국민의힘 입당할 때 당원이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대한 윤 후보의 입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자신이 맡은 공직에 소임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는 “법리와 증거에 기반해 일을 처리했다. 당시 검사로서 맡은 소임을 한 것”이라며 “사과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윤 후보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것은 지난 2013년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했던 소신발언이다. 당시 윤 후보는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수사에 외압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검찰)조직을 사랑할 뿐”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에 유리하게 작용?
윤, 감옥 넣은 장본인
그래도 팔은 안으로?

이 발언은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았고 지금 윤 후보의 최고 무기인 ‘공정’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런 그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것에 사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과하는 것은 당시 수사가 ‘공정’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제스처도 취하지 않는다면 지지율 하락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 윤 후보가 몸담고 있는 당의 뿌리는 박 전 대통령이 바닥부터 일궈놓은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이 잡아넣은 전 대통령이 건강이 악화되어 사면받았는데, 찾아가지 않거나 사과 한마디 없다면 지지층 결집은 쉽지 않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한 후 자신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한다면 윤 후보에게는 그 자체로도 압박일 것이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이 후보에게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구석이 많다. 여권이 주체가 돼 만들어낸 대통합 분위기는 이 후보의 중도층 확장에도 확실히 도움이 되고, 윤 후보에게는 시한폭탄을 떠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도 걱정거리가 전혀 없는 게 아닌 탓이다.

만일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가 전격적으로 화해하고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후보에게는 악몽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야권이 그야말로 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기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패배를 예측하는 평론가들의 첫 번째 이유는 보수 유권자들의 분열이었다. 그것을 분열의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결집시켜 준다면, 윤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사라지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은 최근 있었던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나 가족 리스크가 사소한 일로 비춰질 만큼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또한 많다. 이도저도 아닌 침묵을 지킬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 전 대통령은 우선 건강을 빨리 회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전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윤에겐 
시한폭탄?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의 구원투수가 될지, 그의 대선 행보를 끝내버릴 마무리 투수가 될지, 아니면 그냥 관중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각 당은 자신의 유불리를 철저히 계산해 그에 대한 입장을 견지하는 중이다. 이제 9주가량 남은 대선에서 앞으로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두 후보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석기·한명숙·이명박 사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뉴스에 묻힌 두 정치인이 있다. 이석기 전 의원과 한명숙 전 총리다.

두 인물은 여권의 풀지 못한 숙제로 남은 채 수감생활을 이어가던 사람들이다.

이 전 의원 사면은 여권 진영 내에서 강하게 요구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의원은 내란 선동죄로 구속 수감된 뒤 8년3개월을 복역하다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한 전 총리는 친노, 친문 진영의 대모 격의 인물이다.

그는 9억여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 8300만원을 확정받고 2017년 만기 출소했다.

그는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됐으나 이번 사면을 계기로 복권됐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대대적인 사면에서 제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의 사면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국민 정서와 수감 기간 등을 고려해 이번 사면을 결정했는데,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이번 사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
 

<기사 속 기사> 윤석열이 감옥 보낸 사람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권력 수사를 마다하지 않는 ‘강골’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권력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1999년부터다.

당시 김대중정부의 경찰청 정보국장을 맡고 있던 박희원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2003년에는 안희정 전 충남 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불법 대선 자금 협의로 구속 기소하기도 했으며, 2006년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을 불법 비자금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2011년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후 권력의 눈 밖에 나면서 평검사로 좌천되는 등 수모를 겪다가, 2016년 최순실 사건의 ‘삼성 수사’ 담당을 맡으며 화려하게 복귀한다.

이 수사에서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냈고, 몇 년 후에는 이 전 대통령까지 감옥에 보내 ‘국민 검사’라는 호칭을 얻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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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