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이재명 손익계산서

호재? 악재? 아슬아슬 줄타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2022년 대선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지금 양당은 그의 사면이 서로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호재가 예상되지만, 이 후보 입장에서는 마냥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확실히 예측할 수 없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받아 석방됐다. 구속된 이후 4년9개월 만의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수감기간 중 가장 긴 기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지난 2017년 3월31일 최서원(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다. 구속 후 건강이 악화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2일부터 서울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갑자기 턴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3094명의 수감자를 이번 신년 특사에 사면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094명 중에는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석기 전 의원도 포함됐다. 이번 사면을 두고 한 전 총리와 이 전 의원 석방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거론돼왔다. 여권에서 최초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낸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올해 초 문 대통령에게 직접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 정서상 아직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타진했다.

그에 대한 사면론은 재보선을 막 끝마친 4월에도 이어서 불거졌다. 야권에서 강력하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을 요구한 것.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직 대통령들도 박 전 대통령만큼 오래 수감생활을 하진 않았다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이때도 문 대통령은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처럼 완강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급변한 건 지난달 말에 이르러서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사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부터 핵심 참모 몇몇과 조용히 사면을 추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극비리로 진행된 일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청와대 참모진은 사면 소식을 뉴스로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사면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와 ‘대국민 통합’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수감 생활
쿠데타 세력보다 2년9개월 더 길어


그간 사면 건의를 받을 때마다 문 대통령은 “시기상조” 혹은 “국민의 뜻이 아니다”라며 거절해왔다. 그런 그의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여론 변화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론은 그동안 반대가 50%가 넘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에서 국민들이 헤어 나올 시간이 4년으로는 너무 짧았던 탓이다.

시간이 점차 지나자, 여론은 서서히 움직였다. 촛불을 들던 민심 중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을 동정하기 시작했고, 이는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했을 작년 지난달 말 경에는 사면 찬성 여론이 50%가 넘을 정도로 진척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이 사면의 이유로 국민 대통합을 내세운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또 다른 이유인 ‘건강 악화’는 측근들과 의료진들의 증언에 따른 것인데, 그 상태가 대중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치아 상태가 음식물을 씹지 못할 정도로 나빠졌으며, 오랫동안 음식물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아 소화 체계 또한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의료 장비에 의존해 영양소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정신건강 문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치아와 소화기능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정신적인 충격에 의한 불안 증세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어, 이부터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면을 하지 않는다면 치료가 매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옥 내에서의 정신 치료를 받는 건 한계가 있기에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후보
표정 관리

물론 사면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기껏 탄핵시켜 죗값을 치르게 해놓았더니 왜 다시 풀어주냐는 의견이다. 이는 강성 민주당 지지층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면 결정이 보도된 날인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근혜 사면을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곧바로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박근혜 탄핵은 대한민국 국민이 촛불로 이뤄낸 21세기 민주주의의 쾌거이자 성취”라며 “문재인정부는 그런 촛불을 받들어 탄생한 ‘촛불정부’를 자처하며 출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문재인정부에서 박근혜가 형기의 절반조차 채우지 않고 사면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모독, 기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의 주장대로, 문재인정부는 시작부터 촛불혁명으로 일어난 정권이라고 스스로 인정해왔다. 문정권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이 빚어낸 사태에 책임감을 떠안고 출발해 임기 내내 적폐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정의 세우기’에 집중해왔다.

그런 정권에서 스스로 사면을 결정했으니 일부 국민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당 글은 약 4만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사면 보도를 접한 양당의 대선후보들은 표정관리를 하며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지난달 24일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빨리 회복하길 바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중앙지검장이 된 후 몇 가지 여죄에 대해 수사했지만 공직자로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정서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지난 사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이 후보는 “지금 와서 찬성 반대를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사법 체계의 심판은 끝났으나 역사의 심판은 계속될 것임을 알기를 바란다”고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지난달 2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면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나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지만, 여러 후폭풍이나 갈등 요소를 문 대통령이 혼자 짊어지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사면을 반대하는 입장과 문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러나 정계 전문가들은 양 후보의 반응과는 정반대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오히려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당장은 민주당 내부의 쓴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지지율 하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층 분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탄핵 당시 상황이 어찌됐건, 박 전 대통령을 교도소로 보낸 주체는 윤 후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정권에서 ‘아웃사이더’ 검사 노릇을 하던 윤 후보가 다시금 검찰의 핵심 권력으로 비상할 수 있었던 계기는 적폐 청산의 선봉장 역할을 한 게 컸다.

길조냐 
흉조냐

박정권 밑에서 좌천돼 옷 벗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적폐 청산의 ‘키맨’ 역할을 부여받았다.

문 대통령의 바람을 그대로 이루어주며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문 정권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임명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기 전에도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일부는 윤 후보가 보수의 궤멸을 이끌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사를 진행하며 두 대통령뿐 아니라 보수진영 인사 수십명을 감옥으로 보내 진영 약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그대로 차용해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 후보를 공격했던 인물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지난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적폐 수사를 거론하며 “1000여명을 수사하고 200여명을 구속했다. 박 전 대통령을 수사 하면서 구속시킨 공로로 서울 중앙지검장까지 했다. 보수진영 궤멸의 선봉장”이라며 “국민의힘 입당할 때 당원이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대한 윤 후보의 입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자신이 맡은 공직에 소임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는 “법리와 증거에 기반해 일을 처리했다. 당시 검사로서 맡은 소임을 한 것”이라며 “사과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윤 후보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것은 지난 2013년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했던 소신발언이다. 당시 윤 후보는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수사에 외압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검찰)조직을 사랑할 뿐”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에 유리하게 작용?
윤, 감옥 넣은 장본인
그래도 팔은 안으로?

이 발언은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았고 지금 윤 후보의 최고 무기인 ‘공정’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런 그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것에 사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과하는 것은 당시 수사가 ‘공정’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제스처도 취하지 않는다면 지지율 하락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 윤 후보가 몸담고 있는 당의 뿌리는 박 전 대통령이 바닥부터 일궈놓은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이 잡아넣은 전 대통령이 건강이 악화되어 사면받았는데, 찾아가지 않거나 사과 한마디 없다면 지지층 결집은 쉽지 않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한 후 자신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한다면 윤 후보에게는 그 자체로도 압박일 것이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이 후보에게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구석이 많다. 여권이 주체가 돼 만들어낸 대통합 분위기는 이 후보의 중도층 확장에도 확실히 도움이 되고, 윤 후보에게는 시한폭탄을 떠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도 걱정거리가 전혀 없는 게 아닌 탓이다.

만일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가 전격적으로 화해하고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후보에게는 악몽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야권이 그야말로 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기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패배를 예측하는 평론가들의 첫 번째 이유는 보수 유권자들의 분열이었다. 그것을 분열의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결집시켜 준다면, 윤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사라지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은 최근 있었던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나 가족 리스크가 사소한 일로 비춰질 만큼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또한 많다. 이도저도 아닌 침묵을 지킬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 전 대통령은 우선 건강을 빨리 회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전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윤에겐 
시한폭탄?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의 구원투수가 될지, 그의 대선 행보를 끝내버릴 마무리 투수가 될지, 아니면 그냥 관중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각 당은 자신의 유불리를 철저히 계산해 그에 대한 입장을 견지하는 중이다. 이제 9주가량 남은 대선에서 앞으로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두 후보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석기·한명숙·이명박 사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뉴스에 묻힌 두 정치인이 있다. 이석기 전 의원과 한명숙 전 총리다.

두 인물은 여권의 풀지 못한 숙제로 남은 채 수감생활을 이어가던 사람들이다.

이 전 의원 사면은 여권 진영 내에서 강하게 요구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의원은 내란 선동죄로 구속 수감된 뒤 8년3개월을 복역하다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한 전 총리는 친노, 친문 진영의 대모 격의 인물이다.

그는 9억여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 8300만원을 확정받고 2017년 만기 출소했다.

그는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됐으나 이번 사면을 계기로 복권됐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대대적인 사면에서 제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의 사면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국민 정서와 수감 기간 등을 고려해 이번 사면을 결정했는데,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이번 사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
 

<기사 속 기사> 윤석열이 감옥 보낸 사람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권력 수사를 마다하지 않는 ‘강골’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권력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1999년부터다.

당시 김대중정부의 경찰청 정보국장을 맡고 있던 박희원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2003년에는 안희정 전 충남 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불법 대선 자금 협의로 구속 기소하기도 했으며, 2006년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을 불법 비자금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2011년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후 권력의 눈 밖에 나면서 평검사로 좌천되는 등 수모를 겪다가, 2016년 최순실 사건의 ‘삼성 수사’ 담당을 맡으며 화려하게 복귀한다.

이 수사에서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냈고, 몇 년 후에는 이 전 대통령까지 감옥에 보내 ‘국민 검사’라는 호칭을 얻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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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이른바 ‘MC몽 불륜설’ 제보자인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공직자들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과 식사를 접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 회장은 가수 겸 배우 김민종과 함께 지난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당시 원 전 장관과 10여명의 공무원들에게 고가의 식사와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 등을 제공했다는 관계자 증언이 나오고 있다. 당시 공무원들은 김영란법 위반을 피하려는 듯 일부 소액을 카드로 결제해 ‘개인 결제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 동원됐다는 정황도 전해진다. 이 접대 자리에는 배우 김민종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송도 ‘K-팝 시티’ 사업과 직결되는 주요 고리로 지목된다. 원희룡 유착관계 부적절한 만남의 시작은 메타버스 기반 K-팝 콘텐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했던 차준영, 김민종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K-팝 시티 구상이었다. SM·JYP·FNC 등 대형 기획사가 참여했던 초기 계획은 공연시설 없이도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K-팝 무대로 활용하는 첨단 콘텐츠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2년 9월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부임한 이후 사업 방향은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023년 1월과 2월 두 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 송도 8공구 R2 블록에 오피스텔을 건설해 개발수익을 활용하겠다는 ‘개발 중심’의 K-팝 시티 구상이 내부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메타버스 콘텐츠 계획은 사실상 사라지고, 김진용 취임 이후 곧바로 개발사업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2023년 1월 출장 당시 김진용 청장은 라스베거스 CES 2023 등에서 차준영을 직접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그해 2월 출장 또한 “차준영을 다시 만나기 위해 급히 잡은 일정”이라는 증언이 나온다. 당시 차준영이 접대한 자리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는 다수의 증언도 나왔다. 차준영이 접대에서 제공한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의 소비자가는 약 160만원으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선 1병당 5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원 전 장관에게 직접 접대 의혹에 관해 질문했지만,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원 전 장관은 2023년 1월6일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에 참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은 국토부 내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 자동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함께 CES 2023에 참석했다. 관계자는 “김진용 청장은 1월 출장 내내 이들과 동행했고 2월 출장에서도 이틀간 연속으로 만나 협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월 인천시의회 출석을 하루 전 급하게 불출석 처리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점도 의혹을 키웠다. 이후 2023년 4월 인천경제청에 제출된 K-팝 시티 제안서는 김진용 청장이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구상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내부에서는 “차준영 라인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만든 제안서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제안서 검토 회의에는 차준영 측이 직접 참여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결국 제안서는 정책현안조정회의에서 과반 반대로 부결됐지만, 형성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회사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같은 해 10월26일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8공구 R2·B1·B2블록(총 21만㎡)에 건설을 추진했다가 KC컨텐츠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백지화 결정된 'K팝 콘텐츠 시티' 사업과 관련해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조카 불륜설 제보한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 목적은 지분 탈취? MC몽 겁박한 정황 포착 의혹을 제기한 정 의원에 따르면, 김민종은 2023년 7월18일 KC컨텐츠의 사내이사로 들어온 뒤 바로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약 일주일 뒤인 26일 KC컨텐츠는 인천경제청에 총사업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K-콘텐츠 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인천경제청장이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해당 장소에서 김민종과 차준영, 이수만 전 SM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국내에 KC컨텐츠라는 회사가 설립됐는데 이 회사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김 대표(김민종)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경제청장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뒤 KC컨텐츠가 설립됐고, 김 대표가 KC컨텐츠의 대표가 됐으며, 이 사업 주체가 KC컨텐츠로 바뀌었다”며 “사업 부지도 1만5000평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다가 특혜 논란이 불거지니 백지화됐다. 사업이 지연돼 주민들이 어려워졌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민종은 “어떤 것에 대한 사과를 드려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우리 지역에서 하자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아직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 JYP, FNC,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 기업 유치를 내가 직접 뛰어다니며 받아왔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제 이 사업을 원하는 다른 지자체로 가자고 얘기하지만 아직은 내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종은 2023년 국감에서 “사과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김진용의 미국 출장-차준영 접대-사업 구상 변화-KC컨텐츠 등장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KC컨텐츠는 차준영 라인의 확장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준영 접대 의혹은 과거 원 전 장관이 업무추진비를 비정상 집행했다는 의혹과 결합되며 더욱 파문을 키우고 있다. 당시 식사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접대에서도 원 전 장관과 동행한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접대를 받지 않은 것처럼 카드로 소액을 결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원 전 장관이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 고급 오마카세 식당과 호텔에서의 식사비가 1인당 6만2만원만 카드로 결제해 ‘개인적으로 부담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정황과 똑같은 패턴이다. 라스베이거스 업무추진비? K-팝 시티의 방향 전환, 미국 출장의 기묘한 일정, 제출된 제안서의 동일성, KC컨텐츠의 돌연 등장, 고급 만찬 접대 의혹까지 모두 차준영이 중심에 자리한다. 송도 개발 방향이 콘텐츠에서 부동산개발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루어진 접대의 타이밍은 공교롭게 맞물린다. 송도 8공구 R2 블록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다이닝에서 일어난 ‘보이지 않는 협업’의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차준영은 가수 MC몽과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의 불륜 의혹을 언론사 <더팩트>에 지난해 12월 제보했다. 그는 조카인 차가원 회장의 불륜 의혹을 제기하기 전,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MC몽으로부터 빼앗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실상 조카의 회사를 빼앗기 위해 불륜설을 제기한 셈이다. 차 회장이 운영하는 원헌드레드는 지난해 12월24일 공식입장을 통해 “(MC몽과 차가원 회장과 관련) 사실 확인 결과 기사 내용과 카톡 대화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밝히고 “이는 MC몽이 차가원 회장의 친인척인 차준영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조작해서 보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차준영은 빅플래닛메이드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MC몽에게 강제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협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MC몽의 조작된 카톡이 전달된 것”이라며 “이 카톡 내용을 차준영이 기사를 보도한 매체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헌드레드는 “MC몽은 보도를 확인한 후 회사 측에 미안하다고 연락했고, 당사는 차준영 씨와 최초 보도한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아티스트와 경영진을 향한 악의적인 모함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선처 없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며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와 비방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MC몽은 이날 장문의 글을 통해 차가원 회장 등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6월30일 회사를 가로채려는 차가원 작은 아버지에게 제가 조작해서 보내 문자”라며 “첫번째는 차가원 삼촌이 저애게 2대 주주를 유지시켜줄 테니 함께 뺏어보자며 보낸 가짜 서류고, 저에게 지분을 넘기자고 한 주주명부와 주식양도 매매 계약서, 자필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자신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범죄자와 손을 잡았고 저희 카톡에도 없는 문자를 짜깁기가 아니라 새롭게 만들었다. 저희 집에 와서 물건을 던지고 뺨을 때리고 건달처럼 협박하며 만들어진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고 전 회사를 차가원 회장으로써 지키고 싶은 마음로 떠난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그 근처 무리에 매니저가 제 카톡에도 없는 문자, 그리고 제가 방어하기 위해 속이기 위해 만든 문자들은 다시 재해석하고 그 문자를 또 짜깁기해서 기사화시켰다”며 “다시 맹세코 그런 부적절한 관계을 맺은 적도 없으며 전 그 사람 가족 같은 지금도 120억 소송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채무를 이행할 관계다. 그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MC몽은 “비피엠과 원헌드레드를 지켜내고 싶었다. 저란 이미지가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차가원 친구인 관계를 제가 조작하고 절 협박하고 자기 조카에 회사를 뺏으려는 자에게서 지켜내고 싶었다”며 “모든 카톡이 조작인데 제가 뭐가 두렵겠습니까? 전 매일 매일 왜이렇게 잡음이 많은 걸까요? 전 그래서 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뒤에선 공직자 접촉으로 업력 쌓아 이수만-김민종 동원된 화려한 작전 앞서 지난 12월18일 <더팩트>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은 원헌드레드를 공동 설립한 MC몽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 법적 절차를 진행해 지난달 무려 120억원에 달하는 액수의 지급명령 결정을 받았다. 채무자인 MC몽이 법정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해당 지급명령은 확정됐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차 회장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처음 제기한 것이 지난 6월이다. 이 시기는 MC몽의 업무 배제됐던 시점과 겹친다. 당시 원헌드레드는 “MC몽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현재 회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업무에서 배제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편, 차준영은 언론사와 경찰을 동원해 차가원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복수의 증언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차준영 회장은 조카 차가원 회장의 흠집내기 제보를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 당국에 하고 있지만, 수사가 어려운 집안싸움 내용”이라며 “차준영은 언론사 <더팩트>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차준영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친형 차대영의 금융계좌를 활용해 30억원대의 분양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행사 대표인 차준영과 A 신탁 직원이 공모해 계약 명의자 차대영의 동의 없이 금융계좌를 도용한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의 아버지인 차대영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친동생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에테르노압구정은 현재 건설 중인 고급 공동주택으로 축구선수 손흥민이 분양 받아 유명세를 탔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차대영은 “동생 차준영이 2024년 10월초 본인명의의 금융계좌가 압류돼 사용할 수 없어 생활비 통장으로 쓰겠다며 내 명의의 모 은행 계좌를 빌려갔다”며 “생활비 통장으로 사용한다는 것과 달리 해당 통장을 이용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계약서를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넥스플랜과 A 신탁 직원들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씨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 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언론사 동원 경찰 제보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신탁 관계자는 “신탁사는 일체의 공모, 방조 및 해당 범죄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 진행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넥스플랜 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