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입에 달린 윤석열 운명

‘꿩 잡는 매’ 그냥 풀어줬겠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보수 결집이 필요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낼지 알 수 없는 탓이다. 자칫 박 전 대통령이 비판적 말 한마디를 뱉을 경우 윤 후보 행보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최악의 악연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악연의 시작은 2013년부터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윤 후보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특별 수사팀장을 맡았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이명박정부가 2012년 대선 승리를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조직적으로 댓글 등을 조작한 사건이다. 

시한폭탄 
째깍째깍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내부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오랜 기간 정치에 개입했다는 내용도 있다. 댓글 조작 사건 내용 중에는 대통령선거 후보 중 박 전 대통령에게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야권 후보들을 비방한 사실 등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

해당 여파는 박 전 대통령에게 치명타로 돌아왔다. 댓글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자 박 전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도 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윤 후보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탓이다. 정권의 치명적인 역린을 건드린 죄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윤 후보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일각에서는 진짜 검사라고 칭송받기도 했다. 이후 2016년 국정 농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보복성 발령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박근혜정부에 칼을 댈 수 있는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을 차례대로 구속시켰다. 국정 농단 수사를 통해 특검팀이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의 초석을 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45년 구형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는 윤 후보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책임자는 아니지만 구속을 이끌어낸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다는 점이다.

두 인물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할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윤 후보에게 형집행정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던 박 전 대통령이 두 차례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윤 후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통증 등의 사유 집행정지가 될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바뀐 주도권 메시지에 갈려
박 지지자들 여전한 적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윤 후보는 말 그대로 승승장구한다. 문재인정부가 탄생하고 난 뒤 이례적으로 고검장 자리를 건너뛰고 검찰총장에 파격 임명됐다. 


이후 윤 후보는 문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다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서 자리해있다.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앞서는 양상을 띤다.

본인을 비롯해 처가까지 지속적으로 논란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수습돼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안정감도 생겼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결정한 순간 윤 후보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가 수사 책임자였다는 점 때문이다.

사면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허리 디스크와 어깨 질환, 지병으로 바로 입원했다. 현재 그의 퇴원 날짜는 3월 초 이후로 전해진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은 이유가 윤 후보의 형집행정지 거절 때문이라는 시선이 강하다. 

거처는 대구 달서구에 마련됐다. 달서구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만 4번의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현장에는 트럭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등 입주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의 퇴원은 2월 중순경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건강상의 이유로 미뤄진 상태다. 곧 퇴원 시기가 온다는 점은 윤 후보에게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발생해서다. 이미 윤 후보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에게 한차례 사과를 한 적 있다.

한마디에 
결정된다?

앞서 윤 후보는 “공직자로서 직분에 의한 일이었지만 정치적으로나 정서적으로는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사면 직후에도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오히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의 공분을 샀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 구속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퇴원과 동시에 대국민 메시지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크기 때문이다. 

거론되는 경우의 수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보수 야권의 통합을 강조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보수층과 야권이 결집효과가 발생해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한층 더 상승할 수 있다. 현 시점 최대 약점이 될 수 있는 구속 책임론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해석된다. 


앞선 상황에서 윤 후보는 책임론 지우기를 시도한 적도 있다. 과거 한 언론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공개 조사한 후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았다고 언급한 것. 

해당 시도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바람에 무산됐고, 수사 기간 연장도 불허돼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는 게 윤 후보의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박 전 대통령 장기 수감에 대한 책임을 검찰에 돌리며 친박(친 박근혜) 성향이 강한 국민의힘 내부 지지세를 확장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와서다.

윤 후보는 여전히 TK(대구·경북)에서 과거 보수 후보들이 보여주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선이 임박했음에도 여전히 보수층이 윤 후보를 보수당 대선후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는 최근 TK지역 집중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 사회혁명을 이뤘다며 치켜세웠다. 이후 달서구까지 찾으며 광폭행보에 나섰다. 

해당 행보는 박 전 대통령의 퇴원이 임박하자 전통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시도라고 풀이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공식 지지할 경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역시 필요 없다는 시각이 강하다. 이 같은 시선은 단일화를 대체할 만한 이슈라고도 판단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도층의 이탈 가능성 때문이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의 여론은 좋지 않다. 중도층이 이탈할 경우 윤 후보에게는 즉시 치명타다.

8년 묵은
질긴 악연

보수층만으로는 우위를 점하기는 한계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윤 후보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두 번째 경우는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는 경우다. 박 전 대통령의 저서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억울한 심경을 담은 글이 등장한다. 

책은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 사면과 동시에 출판됐다. 사면 당시에는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권성동, 장제원 의원을 향해 ‘거짓말로 세상을 속인 인물’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강도 높은 발언이 나왔다.

두 인물은 선대본부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떠났지만 측면에서 여전히 윤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해당 발언은 윤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취지로 읽힌다. 윤 후보 역시 사면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회피하기도 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선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향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조 후보에 따르면 우리공화당 당원은 50만명에 육박하며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 역시 여전하다. 이런 점들은 윤 후보에게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구속에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보수 진영 내 친박 세력에서 반윤(반 윤석열) 정서가 커지면서 보수의 분열이 불가피하다. 비판 메시지뿐만 아니라 ‘억울하다’는 입장만 밝혀도 윤 후보가 탄핵의 강에 휘말려 파란이 닥치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다. 

윤 지지 선언 시 보수 결집
비판 시 분열 피할 수 없어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대선판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이슈로 재부상하며 당내 갈등이 재차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도 염두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윤 후보 입장에서는 분열이라는 최악을 면하겠지만 보수층 결집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는 게 문제다. 

침묵 메시지가 영남권이 받아들이기에 윤 후보에 대한 거부로 느껴진다면 난처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하나에 윤 후보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다만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보수층을 분열시켰다는 책임론이 본인에게 가해질 경우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측면에서 윤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발현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의 첫 행보가 보수 분열을 막는 역할을 한다”며 “메시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이 내는 메시지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으로 읽힌다. 

대선판
변수로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정무적 판단을 내린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고 있는 만큼 정권교체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 게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정무적 감각이 탁월하다”며 “자신은 음모의 희생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원한을 정치적 메시지로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돌고 돌아 다시 박빙 “빈틈 막아야 이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단일화가 결렬되자 지지율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후보와 오차 내 접전을 벌일 정도로 좁혀졌다.

결렬 이후 이 후보가 앞서는 결과도 나온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일각에선 친문(친 문재인)의 결집 효과와 수도권 지지자들의 표심이 이 후보에게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빈틈을 이용해 이 후보가 통합 정부론을 띄우며 중도층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장동 수사의 칼끝이 윤 후보에게 향하는 경우도 염두해야 한다.

지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에서 이 후보는 대장동과 윤 후보의 연관성 의혹을 꺼내들었다.

또 최근 김만배씨가 윤 후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다.

이 후보를 비롯해 정의당 심상정(정의당)·안철수(국민의당) 후보도 윤 후보를 집중견제하는 모양새다. 

윤 후보가 이전에 비해 대처 방식 등 맷집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대선 직전까지 막아내야 할 공세는 여전하다.

이에 빈틈을 잘 틀어막아야 안정감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아직까지 윤 후보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자만이 곧 실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