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구에 매달리는 이유

‘극단적 여소야대’ 유일한 비빌 언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역대 대통령 중 보수 인사 출신 대부분은 대구에 정치적 기반을 뒀다. 보수 인사가 대구에 출마하면 누굴 내놔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자칫 딜레마가 찾아올 수 있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행과 차기 대구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른 여파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와 인연이 깊다. 검사 생활을 처음 시작한 지역도 대구다.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좌천성 인사를 당해 향하게 된 지역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도중 대구를 찾아 대구에서 첫 시작과 좌절을 동시에 겪었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밝혔다. 

연고 없는데
등지면 위기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본격적인 대권 도전 여부가 대구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구 지역민심을 확인한 뒤 정치에 입문했다고 전해지는 것. 그는 대선 기간에 대구에 방문하면 힘이 된다며 친대구 이미지를 연일 부각시켰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유세 기간 동안 대구만 4차례 찾았다.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가 ‘정치적 고향’이라는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에도 윤 당선인은 대구를 방문해 보수 텃밭을 다지기 위해 노력을 펼쳤다. 그만큼 대구를 대선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여겼다.


윤 당선인이 보수당의 대선후보지만 보수 인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수의 결집은 필수적이었다. 보수의 결집 지역인 만큼 윤 당선인이 사활을 걸었어야 했던 셈이다. 

대선 결과 윤 당선인은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크게 앞섰다. 20대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70% 이상 표를 획득한 지역은 대구, 경북 단 2곳 뿐이다. 0.73%p. 끝까지 알 수 없었던 대선에서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구와 경북의 지지 덕분이라고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대구에서 많은 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전과는 다른 승리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이 상임고문이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해 압승까지는 아니라는 지적 때문이다.

보수층이 윤 당선인을 보수의 대표로 보고 지지한 게 아니라 높은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리기에는 보수층에 몸담은 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다.

이런 탓에 윤 당선인은 여전히 대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대선 이후 그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났다. 권 시장은 윤 당선인에게 대구시의 현안 등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당선인도 권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반드시 대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초짜’ 정치적 기반 없어 
지역 현안 문제 1번으로?

현재 대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지표는 몇 년째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1993년에 최하위를 기록한 이래로 약 30년간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에서 꼴찌를 기록 중이다. 


선출된 단체장들이 줄곧 탈꼴찌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당선인이 여러 공약을 내건 만큼 대구와의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실상 대구가 윤 당선인의 정치적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라고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요소다. 지난 1월1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결정된 이후 윤 당선인에게는 정치적 사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에 따라 정치 재개와 단순 낙향으로 의견이 갈렸다. 대구를 선택했다는 것은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또 그의 행보가 대구·경북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대구는 박 전 대통령과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퇴원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머물기로 결정한 곳은 4선 의원을 지냈던 달서구다.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즉시 “대한민국의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에 대해 함의적인 메시지를 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의 부활을 위해 텃밭인 대구에서 재기 신호탄을 쏴 올렸다는 해석이다. 대구가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기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디딤돌인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세를 활용해 영향력을 발휘하면 윤 당선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둘의 관계 설정은 대구에 자신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까딱하면 
배신자로

윤 당선인이 유세 기간 여러 차례 대구에 방문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라는 견해가 높다. 당선 직후 박 전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먼저 운을 띄운 쪽은 윤 당선인 측이다. 

두 인물의 만남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 형국이다. 양측은 만나자며 겉으로만 손짓 중이다. 여전히 확실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만남의 득실을 면밀하게 계산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만남을 띄우는 쪽은 윤 당선인 측으로 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 역시 박 전 대통령과 화해의 손짓을 보내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은 여전히 원론적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도 두 인물의 만남이 별로 득이 될게 없다는 반응이다.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꾸준히 손을 내밀었음에도 박 전 대통령이 부정적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가 문제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이 보수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낼 경우 보수층 분열을 피할 수 없어서다. 

이 고문과 대선에서 적은 표 차이로 승리한 부분에서도 보수층 결집이 중요한 윤 당선인에게는 박 전 대통령의 비판은 그야말로 악재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의 지지율과 기대감은 여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기반을 재차 다지기 위해선 우선 윤 당선인에게 힘을 싣는 긍정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이끌어내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대표적인 친박(친 박근혜) 인사인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두 인물의 만남을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적으로 윤 당선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서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인 탓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구시장과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초 윤 당선인의 ‘깐부’를 맡겠다고 밝힌 권 시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시장 경쟁은 보수 진영에서만 3파전 양상을 형성했다.

좋아해서
찍은 게…


당초 권 시장은 대구시장 불출마 전 윤 당선인과 의견을 나눴다고 알려진다. 대구에서만 2선을 해오며 지역적 기반을 다진 상태에서 권 시장은 대구에서 입지가 넓은 편이다. 그가 평소 윤 당선인과 맺은 인연을 강조해온 만큼 윤 당선인과 차기 대구시장을 두고 충분한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대구시장 출마를 암시한 인물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대구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고, 대선 직후 대구시장 출마를 위해 지속적으로 여론을 살폈다. 그는 후보군 중 인지도가 가장 높다.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윤 당선인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선 막판 극적으로 합류해 윤 당선인을 도왔으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배한 뒤 줄곧 윤 당선인을 향해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대선 당일에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여전히 윤 당선인과의 앙금이 남아있는 모양새다.

권 시장이 윤 당선인과 호흡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그냥 물러나면 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구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보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홍 의원이 대구시장에 당선된 이후 자신의 기조를 강하게 내세운다면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홍 의원의 경쟁 상대로는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김 최고위원 역시 대구시장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최근 공천 페널티를 놓고 홍 의원과 설전을 벌였고, 공천룰이 홍 의원을 겨냥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박근혜와 관계 설정 중요
대구시장 시너지도 필요

김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인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는 윤 당선인을 향한 네거티브에 대해 적극 대응해왔다. 윤 당선인의 네거티브를 적극 방어해왔지만 윤 당선인과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빈자리인 대구 중구·남구 출마를 시사했으나 불발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이 단순히 자신의 정치적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해서다. 

또 다른 대구시장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다. 그 역시 지난 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유 변호사가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시민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재기에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대구가 보수 텃밭임에는 분명하지만 유 변호사가 대구에서 무엇을 해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당이 유 변호사를 공천하는 것을 무조건 찬성하기엔 부담일 수도 있다.

이미 국민의힘 지방선거 출마 방식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 변호사가 공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시장 후보의 최종 결정 여부는 당심으로 대구 민심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다지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대구시장이 어떤 인물이 되느냐에 따라 윤 당선인에게도 적잖은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당선인은 현재 대구에 힘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 시일 안에 대구에 산적한 과제를 제도화할 움직임이 엿보인다.

윤-박 만남
알 수 없어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구시민이 윤 당선인을 좋아해서 지지한 게 아니다”며 “정권교체 열망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에게)인간적인 동질감이 있지 않은 탓에 그가 약속한 정책과 공약을 얼마나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찍어줬더니 배신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구서 내세운 윤석열 공약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를 발전시키겠다며 여러 공약을 내놨다. 

그가 대구 공약으로 선정된 것만 해도 16가지(대구시 14개, 윤 당선인 자체 2개)에 이른다. 

대구시가 제안한 공약으로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조속 추진 ▲금호강 친환경 명품 수변문화공간 조성 ▲대구시청 및 구 경북도청 후적지 문화예술허브 조성 ▲경상감영과 달성토성 복원으로 역사문화 관광벨트 구축 ▲서비스로봇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 ▲전기차 혁신산업 클러스터 구축 ▲소프트웨어 의료산업 중심도시 대구 조성 등이다. 

윤 당선인이 자체 제시한 공약은 ▲경부선 고속철도 대구도심구간 지하화 ▲디지털 데이터 산업의 거점도시 조성이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대구를 연일 챙겼던 만큼 향후 대구를 챙길지가 관건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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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