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구에 매달리는 이유

‘극단적 여소야대’ 유일한 비빌 언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역대 대통령 중 보수 인사 출신 대부분은 대구에 정치적 기반을 뒀다. 보수 인사가 대구에 출마하면 누굴 내놔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자칫 딜레마가 찾아올 수 있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행과 차기 대구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른 여파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와 인연이 깊다. 검사 생활을 처음 시작한 지역도 대구다.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좌천성 인사를 당해 향하게 된 지역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도중 대구를 찾아 대구에서 첫 시작과 좌절을 동시에 겪었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밝혔다. 

연고 없는데
등지면 위기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본격적인 대권 도전 여부가 대구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구 지역민심을 확인한 뒤 정치에 입문했다고 전해지는 것. 그는 대선 기간에 대구에 방문하면 힘이 된다며 친대구 이미지를 연일 부각시켰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유세 기간 동안 대구만 4차례 찾았다.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가 ‘정치적 고향’이라는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에도 윤 당선인은 대구를 방문해 보수 텃밭을 다지기 위해 노력을 펼쳤다. 그만큼 대구를 대선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여겼다.


윤 당선인이 보수당의 대선후보지만 보수 인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수의 결집은 필수적이었다. 보수의 결집 지역인 만큼 윤 당선인이 사활을 걸었어야 했던 셈이다. 

대선 결과 윤 당선인은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크게 앞섰다. 20대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70% 이상 표를 획득한 지역은 대구, 경북 단 2곳 뿐이다. 0.73%p. 끝까지 알 수 없었던 대선에서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구와 경북의 지지 덕분이라고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대구에서 많은 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전과는 다른 승리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이 상임고문이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해 압승까지는 아니라는 지적 때문이다.

보수층이 윤 당선인을 보수의 대표로 보고 지지한 게 아니라 높은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리기에는 보수층에 몸담은 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다.

이런 탓에 윤 당선인은 여전히 대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대선 이후 그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났다. 권 시장은 윤 당선인에게 대구시의 현안 등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당선인도 권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반드시 대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초짜’ 정치적 기반 없어 
지역 현안 문제 1번으로?

현재 대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지표는 몇 년째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1993년에 최하위를 기록한 이래로 약 30년간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에서 꼴찌를 기록 중이다. 


선출된 단체장들이 줄곧 탈꼴찌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당선인이 여러 공약을 내건 만큼 대구와의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실상 대구가 윤 당선인의 정치적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라고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요소다. 지난 1월1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결정된 이후 윤 당선인에게는 정치적 사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에 따라 정치 재개와 단순 낙향으로 의견이 갈렸다. 대구를 선택했다는 것은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또 그의 행보가 대구·경북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대구는 박 전 대통령과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퇴원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머물기로 결정한 곳은 4선 의원을 지냈던 달서구다.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즉시 “대한민국의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에 대해 함의적인 메시지를 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의 부활을 위해 텃밭인 대구에서 재기 신호탄을 쏴 올렸다는 해석이다. 대구가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기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디딤돌인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세를 활용해 영향력을 발휘하면 윤 당선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둘의 관계 설정은 대구에 자신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까딱하면 
배신자로

윤 당선인이 유세 기간 여러 차례 대구에 방문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라는 견해가 높다. 당선 직후 박 전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먼저 운을 띄운 쪽은 윤 당선인 측이다. 

두 인물의 만남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 형국이다. 양측은 만나자며 겉으로만 손짓 중이다. 여전히 확실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만남의 득실을 면밀하게 계산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만남을 띄우는 쪽은 윤 당선인 측으로 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 역시 박 전 대통령과 화해의 손짓을 보내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은 여전히 원론적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도 두 인물의 만남이 별로 득이 될게 없다는 반응이다.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꾸준히 손을 내밀었음에도 박 전 대통령이 부정적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가 문제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이 보수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낼 경우 보수층 분열을 피할 수 없어서다. 

이 고문과 대선에서 적은 표 차이로 승리한 부분에서도 보수층 결집이 중요한 윤 당선인에게는 박 전 대통령의 비판은 그야말로 악재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의 지지율과 기대감은 여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기반을 재차 다지기 위해선 우선 윤 당선인에게 힘을 싣는 긍정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이끌어내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대표적인 친박(친 박근혜) 인사인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두 인물의 만남을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적으로 윤 당선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서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인 탓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구시장과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초 윤 당선인의 ‘깐부’를 맡겠다고 밝힌 권 시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시장 경쟁은 보수 진영에서만 3파전 양상을 형성했다.

좋아해서
찍은 게…


당초 권 시장은 대구시장 불출마 전 윤 당선인과 의견을 나눴다고 알려진다. 대구에서만 2선을 해오며 지역적 기반을 다진 상태에서 권 시장은 대구에서 입지가 넓은 편이다. 그가 평소 윤 당선인과 맺은 인연을 강조해온 만큼 윤 당선인과 차기 대구시장을 두고 충분한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대구시장 출마를 암시한 인물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대구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고, 대선 직후 대구시장 출마를 위해 지속적으로 여론을 살폈다. 그는 후보군 중 인지도가 가장 높다.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윤 당선인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선 막판 극적으로 합류해 윤 당선인을 도왔으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배한 뒤 줄곧 윤 당선인을 향해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대선 당일에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여전히 윤 당선인과의 앙금이 남아있는 모양새다.

권 시장이 윤 당선인과 호흡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그냥 물러나면 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구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보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홍 의원이 대구시장에 당선된 이후 자신의 기조를 강하게 내세운다면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홍 의원의 경쟁 상대로는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김 최고위원 역시 대구시장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최근 공천 페널티를 놓고 홍 의원과 설전을 벌였고, 공천룰이 홍 의원을 겨냥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박근혜와 관계 설정 중요
대구시장 시너지도 필요

김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인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는 윤 당선인을 향한 네거티브에 대해 적극 대응해왔다. 윤 당선인의 네거티브를 적극 방어해왔지만 윤 당선인과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빈자리인 대구 중구·남구 출마를 시사했으나 불발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이 단순히 자신의 정치적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해서다. 

또 다른 대구시장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다. 그 역시 지난 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유 변호사가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시민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재기에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대구가 보수 텃밭임에는 분명하지만 유 변호사가 대구에서 무엇을 해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당이 유 변호사를 공천하는 것을 무조건 찬성하기엔 부담일 수도 있다.

이미 국민의힘 지방선거 출마 방식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 변호사가 공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시장 후보의 최종 결정 여부는 당심으로 대구 민심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다지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대구시장이 어떤 인물이 되느냐에 따라 윤 당선인에게도 적잖은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당선인은 현재 대구에 힘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 시일 안에 대구에 산적한 과제를 제도화할 움직임이 엿보인다.

윤-박 만남
알 수 없어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구시민이 윤 당선인을 좋아해서 지지한 게 아니다”며 “정권교체 열망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에게)인간적인 동질감이 있지 않은 탓에 그가 약속한 정책과 공약을 얼마나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찍어줬더니 배신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구서 내세운 윤석열 공약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를 발전시키겠다며 여러 공약을 내놨다. 

그가 대구 공약으로 선정된 것만 해도 16가지(대구시 14개, 윤 당선인 자체 2개)에 이른다. 

대구시가 제안한 공약으로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조속 추진 ▲금호강 친환경 명품 수변문화공간 조성 ▲대구시청 및 구 경북도청 후적지 문화예술허브 조성 ▲경상감영과 달성토성 복원으로 역사문화 관광벨트 구축 ▲서비스로봇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 ▲전기차 혁신산업 클러스터 구축 ▲소프트웨어 의료산업 중심도시 대구 조성 등이다. 

윤 당선인이 자체 제시한 공약은 ▲경부선 고속철도 대구도심구간 지하화 ▲디지털 데이터 산업의 거점도시 조성이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대구를 연일 챙겼던 만큼 향후 대구를 챙길지가 관건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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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