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여당’ 야인 이준석 대반격 카드

“같이 죽자” 물귀신 작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내홍의 중심에는 늘 이준석 대표가 있었다. 최근에는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다. 한번 물면 놓지 않던 이전과는 다르다. 자신을 향한 의혹을 해소하고, 반격할만한 카드를 앞세워 재기를 노리려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모든 걸 털어내고 다시 대표로 돌아올 수 있을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이 길고 길었던 주도권 싸움에서 결국 승리했다. 승리하자마자 자신들의 모임 등을 띄우며 연일 세 다지기에 돌입 중이다. 이들  세력은 그동안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와 친분을 유지해오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최근에는 분주한 모습이다. 그는 중앙윤리위위원회가 이 대표 징계 결정을 내린 지 5시간 만에 입을 열었다.

수습된 듯
안된 듯

권 직무대행은 이 대표 징계 당일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의원총회까지 열어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하겠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은 권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준석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국민의당 몫으로 배정받은 최고위원 임명도 예고했다. 이 대표가 추진했던 ‘나는 국대(국민의힘 대변인)다’를 비롯해 조직을 바꾸기 위해 했던 여러 시도 역시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권 직무대행이 대놓고 이 대표를 지우려는 이유는 이 대표에 반하는 당내 세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 자신의 당권 도전의 포석을 깔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직무대행 입장에서는 현재로썬 직무대행 체제가 최선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 대표의 권한 직무를 통해 직을 지켰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자신의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이 대표의 직함을 지켜주면서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함이라고 읽힌다.

이 대표 징계 이후 국민의힘 인사들은 자신을 위해 본격적인 세 다지기에 돌입했다. 권 직무대행을 비롯해 김기현 전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띄운 모임이 활기를 띠는 중이다. 

이 대표와 극심한 갈등을 빚어오던 장 의원은 이 대표 징계 다음날 자신의 외곽 조직을 가동했다. 장 의원의 원외 모임에 당시 버스 23대가 동원됐고 참여 인원만 1100명이 넘을 정도로 대규모였다.

안 의원 역시 자신의 공부 모임을 발족했는데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 40명이 넘게 모였다. 여러 인사들이 차기 당권 주자로 언급되는 만큼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권 직무대행, 장 의원 등은 국민의힘에게 등 돌린 여론을 되돌려야만 한다. 당장 전면에 윤핵관이 나서기엔 여론이 악화된 상태다.

직무대행 체제 내홍 발생
여론전 통해 세력 키우기

차기 지도 체제를 놓고 서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등 내분도 감지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후임 차기 대표의 선출과 시기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국민의힘 핵심 쟁점 사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 키를 누가 잡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두고, 궐위가 아닌 사고로 보겠다는 시각이 파다하다. 당 대표의 일시적 부재로 해석하는 셈이다. 기저엔 새로운 당 대표를 뽑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이 대표가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6개월 뒤 대표직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징계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징계를 수용할 경우 자신의 향한 의혹들에 대해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어서다. 그는 대응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잠행을 거듭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올리던 SNS 활동도 뜸하며 미리 잡아뒀던 언론 인터뷰도 취소했다. 

지난 11일 최고위 회의 또한 출석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사상 초유의 대표 중징계 조치를 받은 이 대표가 어떤 반격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쏠린다. 벼랑 끝에 서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대응책이 절실하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징계 직후 변호사, 참모진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윤리위 재심 청구 등 현재 이 대표에게 주어진 카드는 많지 않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징계 의결을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결과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거나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재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은 데다 물리적인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로서는 윤리위 재심 청구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전국 순회 
반전 모색

또 다른 카드는 법원에 징계무효 소송과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다. 이마저도 이 대표에게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법원이 그동안 정당 내부 문제와 관련된 사안에 가처분을 인용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효력정지가 인정되려면 행위의 절차상 하자가 인정돼야 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사퇴를 더욱 압박받는 등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마저 위태로워진다.

이 대표가 여러 가능성을 띄웠지만 즉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심지어 이핵관(이준석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당내 인사들 역시 이 같은 방안 등에 대해 만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이 대표가 기댈만한 것은 여론전과 폭로전이다. 앞서 대선이나 지방선거 당시에서도 SNS나 인터뷰를 통해 거침없이 여론을 활용했고, 2030세대들은 이 대표에게 호응했다. 이를 잘 활용했던 이 대표는 우선 자신의 SNS를 통해 청년 층에게 당원 가입을 촉구하는 등 우군 충원에 나섰다.

이 대표로 선출되면서 국민의힘은 다수의 2030세대 젊은층이 유입돼 취임 직전 10만명 남짓이었던 당원 수가 8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잠행 중이던 지난 13일에 이 대표는 광주 무등산 등반 사진과 게시글을 올렸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로 통하는 지역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이 대표가 연일 공을 들였던 지역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호남에서 보수정당 후보 중 최고 득표율을 얻었다.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시장, 전남지사, 전북지사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가 15%를 득표하기도 했다.

광주 무등산을 찾은 배경을 두고 두 번의 선거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던 만큼 자신의 선거 기여도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어느 정도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SNS를 통해 당원 가입을 독려하자, 그의 지지층이 두드러진 한 커뮤니티에는 당원 가입 인증 글이 여럿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의 기반과 다름없는 청년층을 영입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너 죽고
나 죽자?

이 대표의 지지층이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책임당원이 돼 당원 소환 등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대표 팬덤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그를 지지하는 비율은 당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옹호 여론이 특별히 크다고 볼 수 없다. 윤리위 결정에 동의하는 여론도 과반인 흐름이다.


연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을 하는 중인 상황에서 여론전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여론전이 당장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실 관계자도 “여론전을 펼치면 오히려 이 대표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더 이상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이 대표의 책임으로 몰릴 수 있는 까닭이다. 대신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계속 하락한다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는 이 대표가 폭로전을 불사하는 경우다. 앞서 이 대표는 윤리위에 간장(안철수+장제원)을 띄웠다. 안 의원을 향해서는 윤리위에 대해 뭔가 아는 모양새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장 의원을 향해서는 “디코이(미끼)를 물지 않으니 전면에 나섰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윗선이 개입돼있다’는 취지의 JTBC의 보도에 대해 “윗선 일부는 바로 알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누구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폭로전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주장과 언행에 있어서는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이 대표 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된 김용태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쳐내기 소문이 돌았다”며 운을 띄운 바 있다. 이른바 물귀신 작전으로 반전을 꾀하려는 수로 읽힌다.

폭로전을 통해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과 살아남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명운 갈려
폭로전 시작되면 현 정권 끝?

책임 공방은 기본이다. 대선 기간에도 이 대표는 국민의당 합당 방식을 두고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며 이태규 의원과 연일 폭로전을 벌였다.

지방선거 기간에도 이 대표는 여러 사안에 대해 강용석 변호사와 폭로전을 벌였다. 앞서 여러 폭로전을 통해 그는 이득보다는 주로 손해를 봤다. 이번에도 폭로전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현 정권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 되는 까닭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같이 떠안게 된다.

폭로를 하려면 지지율 하락이 수습되고, 귀책사유를 분명하게 규명한 뒤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대표의 역할을 다시 수행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옳다는 분석이다.

폭로전을 펼친다면 국민의힘은 더욱 깊은 내홍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두 차례나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도 여러 당내 갈등을 겪으며 악화일로를 겪는 중이다.

이 대표의 명운은 경찰 수사에 달렸다. 아직까진 경찰 수사에서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대표가 자진사퇴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이 대표가 검찰에 기소될 경우 정치인생은 그대로 끝이다. 다만 경찰이 해당 의혹의 실체를 완벽하게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소시효 등 법률적인 문제와 성 상납이 있었다는 사실 여부 입증에 한계가 있는 탓이다. 

경찰 수사에서 이 대표의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송치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징계 해석이 ‘사고에서 궐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결과가 무혐의로 나올 경우 윤리위 결정에 즉각 반기를 들어 극적으로 기사회생이 가능해진다. 

국민의힘도 당장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등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일단
숨고르기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현재까지 관망 중인 이유는 자신을 향해 후폭풍이 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안 싸우는 게 이득”이라며 “폭로를 하려면 사태가 마무리되고 규명이 돼, 역할이 돌아올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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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