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윤핵관 암투 내막

찍히면 죽는다…이렇게 권 아웃?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준석 당 대표가 떨어져 나갔지만, 털어내야 할 게 아직도 남은 모양이다. 아직도 시끄러운 탓이다. 당을 누가 이끌 지 아직도 정하지 못한 분위기다. 최근에는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흔든다. 앞선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이긴 당이 맞나 싶을 정도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중징계를 받고 잠행 아닌 잠행을 하고 있다. 강경대응을 예고했지만 일단은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수시로 당원을 모집하며 원외서 따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강원도와 부산을 연이어 방문했다.

같은 라인
다른 생각

강원도와 부산은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다. 일각에서는 장외서 장 의원과 권 대행을 비롯한 윤핵관을 노린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이 대표는 최근 비교적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국민의힘 내부는 여전히 시끄럽다. 윤핵관끼리의 충돌이 연일 이어져서다. 윤핵관 ‘빅2’로 불리는 권 대행과 장 의원이 최근 서로를 향해 날선 반응이다. 

두 인물의 충돌 이유는 지도부 체계와 사적 채용 논란을 두고서다. 이 대표가 물러난 지 채 10일도 되지 않아, 권 대행은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수습했다. 

당내에서도 권 대행이 더 큰 혼란이 오기 전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당초 이 대표 징계 직후,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 혹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국민의힘의 최대 화두였다. 권 대행은 빠르게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해버렸다. 그의 선언에 불만을 가진 이가 바로 장 의원이다. 

일각에서는 장 의원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권 대행의 구상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장 의원은 즉각 행동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윤 대통령 모임은 물론 의원총회, 공부 모임 등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이은 불참으로 당 내부에서는 권 대행과 장 의원의 불화설이 점화됐다. 앞서 지방선거 직후에도 권 대행과 장 의원은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권 대행이 장 의원이 주도한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불화설이 불거졌다. 당시 장 의원이 한 발 물러나며 ‘형제’라고 칭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윤핵관끼리의 갈등이 불거지자 서로 부담을 느낀 모양새다. 권 대행과 장 의원은 여전히 형제임을 강조했고, 갈등을 봉합하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더 나대면 하차 불가피?

공식적으로 벌써 3번째 충돌이다. 권 대행은 강릉의 지인 아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인 아들은 자신이 추천한 인사로, 장 의원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반박에 나섰다. 본인 스스로 추천했다고 밝힌 이유는 자신에게 여론을 돌려 윤 대통령을 보호하려던 의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에 채용된 우모씨의 부친이 강릉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라는 점 때문에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의혹은 권 대행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장 의원은 권 대행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이 번지자 결국 권 대행이 사과했지만 장 의원은 제대로 사과하라며 또다시 맹공을 퍼부었다.

권 대행이 장 의원의 비판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확전은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당내에서도 두 인물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 의원의 경우, 권 대행보다 더 윤핵관이라는 말이 많다. 장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당시 그는 대통령실에 자신의 보좌관 2명과 4급 보좌관 2명을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매우 가까운 장 의원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 옆에서 실세임을 드러내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장 의원은 권 대행보다 더 실세라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도 권 대행보다 두텁고,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장 의원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비호감도가 높은 까닭이다. 아들의 음주운전 논란을 비롯해 여러 논란이 터져 나왔던 바 있다. 장 의원 입장에서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여론은 장 의원이 뭔가 하겠다고 나서면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낸다. 

건들면
다친다

권 대행과 장 의원이 갈등을 봉합한다고 해도 둘 사이가 더 이상 가까워지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젠 두 인물간 정치적 동맹을 맺기도 불가하다. 장 의원은 권 대행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으며 틈이 생길 경우 임시 전당대회 혹은 비대위 체제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권 대행과 장 의원의 갈등으로 이미 또다시 권력투쟁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장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 다지기라는 것이다. 권 대행이 장 의원과 다르게 직무 대행체제를 주장한 이유도 나중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두 인물은 정권교체에 있어 공이 컸던 사람들이다. 

일각에선 권 대행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는 지난 4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윤심, 윤핵관으로 불리며 당내 최고 실세 중 실세로 불렸으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지 못했다.

시작부터 원내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았다. 지난 4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중재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만나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당내서 역풍을 맞았다. 결국 사흘 만에 합의 파기를 선언했지만 권 대행의 당시 합의로 민주당의 입법 빌미를 제공했다는 말이 나왔다. 첫 시험대서 이미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오랜 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국회로 권 대행 역시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런 탓에 당 안팎에서는 권 대행 원톱체제를 향한 불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벌써부터 권 대행도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이준석처럼
팽당한다?

의심이 커질수록 권 대행 본인의 행보도 불안할 수 있다. 6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를 통해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놓은 뒤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권 대행 입장에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불안한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쏟아지자 이젠 전략을 수정해야 할 처지다.

국민의힘 내에선 대구와 경북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권 대행은 강릉에 기반을 두고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배신자라고 언급했을 만큼 국민의힘 내에서 그를 지지하는 의견은 엇갈린다. 

윤핵관이라는 점에서 권 대행은 현재 대세로 불리지만, 존재감을 끝까지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100일도 지나지 않아 입지가 줄어들게 될 경우, 차후 윤심 자체가 당을 장악하기조차 힘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권 대행이 윤 대통령이 원하는 법률안 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 일정한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하면 자연스레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때마다 이전 정부 탓을 하면서 위기 대처 방식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앞서 그는 지난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민생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이유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갈라치기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문정부 역시 이전 정부 탓으로 여론이 악화됐고, 결국 정권을 내줬다. 당 내부에서는 당장 과거 정부 탓을 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붙은 오른팔과 왼팔
이대로 조기 전대로?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언론과의 관계 역시 좋지 않은 편이다. 권 대행은 최근 “KBS와 MBC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 노조가 좌지우지하는 곳”이라는 발언으로 언론 장악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언론 노조는 권 대행을 고발했다.

국민의힘이 몰락한 시기 중 하나는 탄핵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을 벌였을 때였다. 꼰대 정당을 탈피한 계기는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2030 세대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극우 노선을 탈피하고 나서였다. 

보수 정당의 새 노선을 걸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당 대표가 부재인 상황에서 직무대행까지 흔들리게 되면 국민의힘은 더 큰 격랑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당내 세력을 다지고 있는 인물들 역시 권 대행을 향해 비판이 불가피하다.

최근 연일 세 다지기에 몰두하고 있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당이 비상체제 혹은 임시체제로 가고 있는 게 적합하느냐”며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임시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들은 권 대행과는 생각이 정반대다.

조기 전당대회가 열려 지도부가 교체된다면 국민의힘 내부 다툼은 더 가열될 수 있다. 

권 대행의 위기는 윤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정당 지지율의 연이은 하락과 함께 대통령 탄핵 이야기까지 나돈다. 국정 동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으로 당이 헛발질할수록 윤 대통령에게 타격이 직접적으로 가해진다. 

여당 인사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한 라디오에서 “권 대행과 장 의원 두 분 다 막중한 책임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방법론의 차이 같은 것은 내부적으로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원 장관은 “문 닫아걸고 하는 게 낫다”며 두 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마지막 기회
윤라인 결별?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권 대행과 장 의원 사이는 가까워질 수 없다”며 “정치적 동맹도 안되고 각도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권 대행은 더 이상 실수하면 안 된다. 장 의원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핵관 싸움에 웃는 안철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공부 모임을 통해 연일 세를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여러 친윤(친 윤석열) 의원들이 안 의원의 공부 모임에 참석하면서 분주한 모습이다. 

안 의원은 장 의원이 밀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최근 윤핵관끼리의 다툼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존재감도 커져만 가는 양상이다. 

아직까지는 당 대표 적합도로 이준석 대표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안 의원의 추격세가 심상치 않다.

당장이라도 임시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출마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당권을 잡기 위해 택한 파트너가 윤핵관이라는 의견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당 대표로 안 의원의 사무총장으로, 장제원 의원을 꼽았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안 의원은 이에 대해 “처음 듣는다”며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권 대행 체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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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