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윤핵관 암투 내막

찍히면 죽는다…이렇게 권 아웃?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준석 당 대표가 떨어져 나갔지만, 털어내야 할 게 아직도 남은 모양이다. 아직도 시끄러운 탓이다. 당을 누가 이끌 지 아직도 정하지 못한 분위기다. 최근에는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흔든다. 앞선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이긴 당이 맞나 싶을 정도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중징계를 받고 잠행 아닌 잠행을 하고 있다. 강경대응을 예고했지만 일단은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수시로 당원을 모집하며 원외서 따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강원도와 부산을 연이어 방문했다.

같은 라인
다른 생각

강원도와 부산은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다. 일각에서는 장외서 장 의원과 권 대행을 비롯한 윤핵관을 노린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이 대표는 최근 비교적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국민의힘 내부는 여전히 시끄럽다. 윤핵관끼리의 충돌이 연일 이어져서다. 윤핵관 ‘빅2’로 불리는 권 대행과 장 의원이 최근 서로를 향해 날선 반응이다. 

두 인물의 충돌 이유는 지도부 체계와 사적 채용 논란을 두고서다. 이 대표가 물러난 지 채 10일도 되지 않아, 권 대행은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수습했다. 


당내에서도 권 대행이 더 큰 혼란이 오기 전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당초 이 대표 징계 직후,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 혹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국민의힘의 최대 화두였다. 권 대행은 빠르게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해버렸다. 그의 선언에 불만을 가진 이가 바로 장 의원이다. 

일각에서는 장 의원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권 대행의 구상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장 의원은 즉각 행동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윤 대통령 모임은 물론 의원총회, 공부 모임 등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이은 불참으로 당 내부에서는 권 대행과 장 의원의 불화설이 점화됐다. 앞서 지방선거 직후에도 권 대행과 장 의원은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권 대행이 장 의원이 주도한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불화설이 불거졌다. 당시 장 의원이 한 발 물러나며 ‘형제’라고 칭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윤핵관끼리의 갈등이 불거지자 서로 부담을 느낀 모양새다. 권 대행과 장 의원은 여전히 형제임을 강조했고, 갈등을 봉합하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더 나대면 하차 불가피?


공식적으로 벌써 3번째 충돌이다. 권 대행은 강릉의 지인 아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인 아들은 자신이 추천한 인사로, 장 의원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반박에 나섰다. 본인 스스로 추천했다고 밝힌 이유는 자신에게 여론을 돌려 윤 대통령을 보호하려던 의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에 채용된 우모씨의 부친이 강릉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라는 점 때문에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의혹은 권 대행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장 의원은 권 대행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이 번지자 결국 권 대행이 사과했지만 장 의원은 제대로 사과하라며 또다시 맹공을 퍼부었다.

권 대행이 장 의원의 비판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확전은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당내에서도 두 인물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 의원의 경우, 권 대행보다 더 윤핵관이라는 말이 많다. 장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당시 그는 대통령실에 자신의 보좌관 2명과 4급 보좌관 2명을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매우 가까운 장 의원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 옆에서 실세임을 드러내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장 의원은 권 대행보다 더 실세라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도 권 대행보다 두텁고,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장 의원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비호감도가 높은 까닭이다. 아들의 음주운전 논란을 비롯해 여러 논란이 터져 나왔던 바 있다. 장 의원 입장에서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여론은 장 의원이 뭔가 하겠다고 나서면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낸다. 

건들면
다친다

권 대행과 장 의원이 갈등을 봉합한다고 해도 둘 사이가 더 이상 가까워지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젠 두 인물간 정치적 동맹을 맺기도 불가하다. 장 의원은 권 대행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으며 틈이 생길 경우 임시 전당대회 혹은 비대위 체제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권 대행과 장 의원의 갈등으로 이미 또다시 권력투쟁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장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 다지기라는 것이다. 권 대행이 장 의원과 다르게 직무 대행체제를 주장한 이유도 나중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두 인물은 정권교체에 있어 공이 컸던 사람들이다. 

일각에선 권 대행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는 지난 4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윤심, 윤핵관으로 불리며 당내 최고 실세 중 실세로 불렸으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지 못했다.

시작부터 원내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았다. 지난 4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중재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만나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당내서 역풍을 맞았다. 결국 사흘 만에 합의 파기를 선언했지만 권 대행의 당시 합의로 민주당의 입법 빌미를 제공했다는 말이 나왔다. 첫 시험대서 이미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오랜 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국회로 권 대행 역시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런 탓에 당 안팎에서는 권 대행 원톱체제를 향한 불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벌써부터 권 대행도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이준석처럼
팽당한다?

의심이 커질수록 권 대행 본인의 행보도 불안할 수 있다. 6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를 통해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놓은 뒤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권 대행 입장에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불안한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쏟아지자 이젠 전략을 수정해야 할 처지다.

국민의힘 내에선 대구와 경북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권 대행은 강릉에 기반을 두고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배신자라고 언급했을 만큼 국민의힘 내에서 그를 지지하는 의견은 엇갈린다. 

윤핵관이라는 점에서 권 대행은 현재 대세로 불리지만, 존재감을 끝까지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100일도 지나지 않아 입지가 줄어들게 될 경우, 차후 윤심 자체가 당을 장악하기조차 힘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권 대행이 윤 대통령이 원하는 법률안 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 일정한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하면 자연스레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때마다 이전 정부 탓을 하면서 위기 대처 방식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앞서 그는 지난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민생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이유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갈라치기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문정부 역시 이전 정부 탓으로 여론이 악화됐고, 결국 정권을 내줬다. 당 내부에서는 당장 과거 정부 탓을 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붙은 오른팔과 왼팔
이대로 조기 전대로?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언론과의 관계 역시 좋지 않은 편이다. 권 대행은 최근 “KBS와 MBC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 노조가 좌지우지하는 곳”이라는 발언으로 언론 장악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언론 노조는 권 대행을 고발했다.

국민의힘이 몰락한 시기 중 하나는 탄핵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을 벌였을 때였다. 꼰대 정당을 탈피한 계기는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2030 세대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극우 노선을 탈피하고 나서였다. 

보수 정당의 새 노선을 걸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당 대표가 부재인 상황에서 직무대행까지 흔들리게 되면 국민의힘은 더 큰 격랑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당내 세력을 다지고 있는 인물들 역시 권 대행을 향해 비판이 불가피하다.

최근 연일 세 다지기에 몰두하고 있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당이 비상체제 혹은 임시체제로 가고 있는 게 적합하느냐”며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임시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들은 권 대행과는 생각이 정반대다.

조기 전당대회가 열려 지도부가 교체된다면 국민의힘 내부 다툼은 더 가열될 수 있다. 

권 대행의 위기는 윤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정당 지지율의 연이은 하락과 함께 대통령 탄핵 이야기까지 나돈다. 국정 동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으로 당이 헛발질할수록 윤 대통령에게 타격이 직접적으로 가해진다. 

여당 인사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한 라디오에서 “권 대행과 장 의원 두 분 다 막중한 책임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방법론의 차이 같은 것은 내부적으로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원 장관은 “문 닫아걸고 하는 게 낫다”며 두 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마지막 기회
윤라인 결별?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권 대행과 장 의원 사이는 가까워질 수 없다”며 “정치적 동맹도 안되고 각도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권 대행은 더 이상 실수하면 안 된다. 장 의원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핵관 싸움에 웃는 안철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공부 모임을 통해 연일 세를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여러 친윤(친 윤석열) 의원들이 안 의원의 공부 모임에 참석하면서 분주한 모습이다. 

안 의원은 장 의원이 밀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최근 윤핵관끼리의 다툼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존재감도 커져만 가는 양상이다. 

아직까지는 당 대표 적합도로 이준석 대표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안 의원의 추격세가 심상치 않다.

당장이라도 임시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출마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당권을 잡기 위해 택한 파트너가 윤핵관이라는 의견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당 대표로 안 의원의 사무총장으로, 장제원 의원을 꼽았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안 의원은 이에 대해 “처음 듣는다”며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권 대행 체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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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