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후폭풍> ③약발 안 먹힌 ‘윤핵관’ 승부수

‘한 끗 차이’ 이겨도 찝찝한 뒷맛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방선거 당선자 명단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인물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승을 거뒀다. 4년 전 설욕을 완벽히 갚았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러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석패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개운치 않은 승리일 수 있다. 경기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 효과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탓이다. 

경기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번갈아가며 탈환을 반복해오던 곳이다. 당선만 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며 존재감이 급상승한다. 민주당 간판 이재명 의원도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뒤 대선에 도전했던 만큼 경기도지사의 위상은 정치권에서 큰 파급력을 가진다. 지방선거 전체를 놓고 볼 때는 국민의힘이 웃었지만 경기도지사는 민주당이 가까스로 지켜냈다. 

초접전 양상
막판 뒤집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는 큰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출구조사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다. 9곳 이상 승리를 기대하던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2곳을 말 그대로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양당의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 대목이다.

박빙으로 불리던 지역까지 국민의힘이 이길 것이라는 그동안의 분석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결과로 지난 총선 및 지방선거와는 반대로 뒤집힌 양상이다. 당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고 총선까지 대승을 거두며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까지 탄생시켰다. 문제는 거대 당이 탄생한 이후다.


연이은 민주당의 헛발질과 악재가 이어졌고 결국 민심이 등을 돌리며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열린 4·7 재보궐선거 직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에서 민주당이 앞선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재보궐선거의 여파는 대선에서도 드러났다. 5년 만에 보수당에 패배하며 정권을 내주는 결과로 되돌아왔다.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최초로 깨지며 정치 초보라 불리던 0선 정치인인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짜릿한 승리를 거머쥔 국민의힘은 현재 민주당에 내리 3연승을 기록 중이다. 대선에서 발휘된 윤풍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윤심이 투영된 후보가 곳곳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대선에서도 윤 대통령을 택한 대표적인 지역인 충청도 역시 국민의힘 인물로 꽉 채워졌다. 

전남과 전북에서는 진보당을 제치고 국민의힘이 15% 넘는 지지를 받아 선거비를 보전받고, 민주당 다음으로 표를 많이 받은 당이 되는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경기만…국힘 개운치 않은 승리
대통령 후광 효과 먹히지 않아

다만 윤풍이 경기도에서는 발휘되지 못한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압살하긴 했지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를 가진 경기도지사직을 탈환하지는 못했다. 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떠오른 지역이다. 

대선에서도 윤 대통령이 이재명 의원에게 패배를 기록한 곳이다. 1300만명의 유권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2년 뒤 총선과 윤정부의 국정 동력을 감안했을 때도 국민의힘은 반드시 경기도를 탈환해야 할 필요가 절실했다. 


‘윤심 명심 대리전’이라고 불렸고 사실상 대선 2차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선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유승민 전 의원이 정계 은퇴를 번복하면서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당심에 밀려 패배하며 김은혜 전 의원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마지막까지 초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던 경기도지사 개표 결과는 동이 트기 직전 윤곽이 드러났다. 최종 개표 결과 김 전 의원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에게 0.14%p 차로 패배해 고배를 마셨다.

김 전 의원은 오전 7시경 결과에 승복하며 김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두 인물의 표 차이는 1만표가 채 되지 않았다(8193표). 새벽까지는 김 전 의원이 승기를 잡고 있었다. 

초반만 해도 두 인물의 표 차이는 제법 컸다. 시간이 지나고 김 전 의원 옆에는 당선 유력 자막까지 달려있었지만 점차 격차를 좁힌 김 당선인이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국민의힘은 연일 경기도 탈환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경기도 승리가 지방선거 승리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이런 탓에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패배는 국민의힘에게 뼈아플 수 있는 대목이다. 

빛바랜
윤심 프레임

유세 기간 동안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김 전 의원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이라고 소개했을 만큼 윤 대통령과의 거리가 가깝다며 윤심 프레임을 씌웠지만 해당 전략은 먹혀들지 않은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윤심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된 인물이 김 전 의원이다. 대선 기간 윤심을 대표하며 자신의 몸집을 키워왔다. 경기도지사에 당선만 된다면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선거였다. 

윤핵관은 현재 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실세 중 실세다. 국회 역시 윤 대통령 세력이 접수한 가운데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이런 영향 덕에 김 전 의원 역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전 의원이 김 당선인보다 전문가 이미지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차라리 유 전 의원이 나왔더라면 무난한 승리를 가져갔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가지고 나왔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선전했던 터라 민심은 이미 입증됐었다.

김 전 의원과 김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전문가 이미지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유세 기간 내내 김 전 의원은 전문가 이미지가 강한 김 당선인을 향해 “실패한 문재인정부 관료”라고 타격했으나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실패했다.


김 당선인이 가진 전문가 이미지가 워낙 굳건했던 탓이다. 선거 막판 불거진 채용 청탁 의혹과 재산신고 축소도 김 전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해당 의혹은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띄웠는데 한시가 급했던 김 전 의원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막판까지 강 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김 전 의원이 패배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강 후보와 국민의힘 간 단일화 책임론 공방이 가열됐다. 강 후보는 극우 보수 성향으로 두 사람은 선거 막판 직전까지 단일화 밀당을 이어갔다.

당시 강 후보가 내세운 단일화 조건은 국민의힘으로의 복당이었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개표 결과 강 후보는 0.9%를 득표하며 5만여표를 가져갔다.

단일화
했다면?

만일 김 전 의원이 강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충분히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대목이다. 20대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윤핵관이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두 인물 간 단일화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러 논의가 나왔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는 필요없다”고 선을 그었고, 김 전 의원 역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작은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며 경기도지사 패배 책임론에서 발을 뺐다.


김 전 의원 본인에게는 최초의 여성단체장이라는 타이틀과 윤심을 이어갈 차기 대권잠룡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기회였고, 국민의힘이 민심을 한층 더 다질 수 있던 기회가 날아갔다. 

경기도 패배는 당내 핵심 세력인 윤핵관의 입지를 다소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지방 곳곳에 윤심이 자리하게 됐지만 수도권인 서울과 보수 텃밭인 대구를 놓고 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윤심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오 시장의 경우 이번만 4번째 서울시장 당선이다.

20대 총선에서 정세균 전 총리에게 패배해 입지가 줄었고, 2년 전 전당대회에서도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당권을 빼앗긴 바 있다. 심지어 지난 총선에서는 초선인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하면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된 오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서울 시장 수성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윤핵관 세력에게는 견제 대상이다. 

차라리 유승민 나왔으면 됐다?
“민심이 당정에 경고” 분석도

당내에서 오 시장은 윤핵관보다는 이 대표와 가깝다. 이 대표는 지난해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오 시장 캠프에 소속돼 지원하기도 했다.

2연승에 성공한 당 대표가 됐고, 오 시장이 4선에 성공한 이상 향후 대권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 역시 홍 시장이 쥐게 되면서 벌써부터 보수 표심을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벌써부터 윤정부가 자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보수 텃밭에서 홍 시장이 일찌감치 세를 다져 놓는다면 윤핵관 세력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윤핵관은 극보수 성향의 유권자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긴 했지만 정권교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또 윤 대통령이 완전한 보수를 대표하는 아이콘도 아니다. 윤핵관 세력이 대구에서 표심을 다지지 못한다면 보수의 분열은 피할 수 없을뿐더러 국민의힘 내부 분열도 불가피하다. 

부동층과 중도 민심이 중요한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들이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대선에서도 남성층과 여성층의 표심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갈라치기 여파가 잔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이 경기맘을 띄우며 여성 표심 공략에 나섰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갈라치기 대선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졌던 셈으로 이 문제는 여전히 국민의힘에게 남은 숙제다.

일각에선 민심이 벌써부터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를 두고 윤정부를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정부가 통합정부에 기조를 맞춘 이상 이를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향후 총선에서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2년 뒤
성적표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결코 국민의힘이 잘해서 뽑아준 게 아니다. 정권교체 열망이 높았고, 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이 조금이라도 여론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4년 무한 책임론을 강조하며 큰 승리를 경계하고 나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크게 승리했지만 도취해서는 안 된다”며 “윤핵관이 더 큰 세를 다지기 위해선 2년 뒤 총선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주도도 윤핵관 영향?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인 지방선거에서 전북과 전남을 제외하고 파란색 깃발을 꼽은 지역이 있다.

바로 제주도다. 제주도는 2002년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20년 만에 민주당이 탈환에 성공했다.

직전까지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지사로 있던 곳이다.

무소속이긴 하지만 제주도지사를 두 번했을 만큼 원 장관의 제주도 내 입지는 탄탄했다.

원 장관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배했지만 이후 국민의힘 내 새로운 실세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내홍을 겪는 과정에서 강판당했으나 선거대책본부에서 재차 정책본부장에 다시 임명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승리로 대선이 끝난 뒤 현재는 윤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그러나 새로운 윤핵관인 원 장관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을 의원 자리를 민주당이 차지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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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