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김태흠 충남도지사 

“중앙정부와 원팀으로 도정 이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선거에서 민심의 바로미터 지역은 충청이었다. 지방선거 국면 초반만 해도, 충남은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충청도 거의 모든 지역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충청 12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세웠던 충청의 아들이라는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덕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충청도와 인연이 깊다. 특히 충남도에서는 각별한 삶을 살았다. 충남도 태생인 김 지사는 김종필 전 총리를 돕는 청년 조직을 만들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김 지사의 고향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충남도청에서 정무부지사로 일했고, 충남에서만 3번의 국회의원을 지냈다. 오직 같은 지역구(충남 보령서천군)에서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정도로 애향심이 깊다. 탄탄한 행정, 입법 경험을 토대로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정권교체의 바람과 함께 김 지사가 다시 충남 행정가로 돌아왔다. 윤심을 업은 김 지사가 충남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까? <일요시사>는 김 지사에게 충남 청사진, 윤석열정부와의 협치, 각오 등을 물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윤정부의 성공과 충남의 새로운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도민의 열망과 준엄한 명령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도정은 밋밋하고 정체된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이끄는 민선 8기는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한 충남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준비위(힘쎈충남준비위원회)의 이름과 민선 8기의 충남의 정체성을 ‘힘쎈’으로 지은 것도 미래를 향해 모든 부분에서 역동성 있게 나가자는 의미입니다. 충남이 대한민국의 핵심이자, 힘이 될 수 있도록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청사진을 완성하겠습니다.

도민이 행복한 충남, 충남도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김태흠만의 추진력으로 도정을 끌고 갈 것입니다.

-충남도지사에 출마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출마 당시 들었던 생각은 선공후사, 사생취의의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윤정부가 국정운영 동력을 갖고 출범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였습니다. 또 윤 대통령의 고향인 충남에서 승리하는 건 상징적 의미가 큰 상황이었습니다(윤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태생으로 부친이 충남 공주 태생).

개인적으로도 충남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당과 대통령의 제안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민의 선택을 받아 윤정부의 국정 운영에 뒷받침이 되고, 12년 만에 충남에 보수의 깃발을 꼽을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힘 세고 다이나믹 충남 만든다
충남도민 자부심 갖도록 노력

-충남의 당면 현안을 알고 싶습니다. 또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 나가실지 궁금합니다


▲공공기관 이전, 육군사관학교 이전, 광역교통망 조성, 대기업 유치, 권역별 특징에 맞춘 5대 권역 개발, 서산 민항 개발 등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입니다. 힘쎈충남준비위원회를 통해 우선적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정리 중입니다.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실, 부처장관, 국회를 방문해 현안과 추진 당위성을 설명하고 예산 확보 등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도민이 저를 선택한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강한 추진력과 돌파력으로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선거 기간 국민의힘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초광역 상생경제권’ 공동선언을 한 바 있는데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충청권메가시티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입니다. 국민의힘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선거 기간 중인 지난 5월23일 세종국무총리실 앞에서 ‘충청권 초광역 상생경제권 선언’과 함께 협약을 통해 범공조체제 구축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충청권 인구 700만명 시대에 대비하는 ‘초광역 상생경제권’은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연내 특별자치단체인 ‘대전·세종·충남·충북 특별연합’이 출범하면 명실상부한 충청권 메가시티가 출범합니다. 수도권에 대응할 유일한 충청권메가시티의 탄생을 기대해 주십시오. 

-충남에서 펼친 민주당 12년간 도정을 평가해 보신다면?

▲안희정 전 지사 8년, 양승조 전 지사 4년은 충남에게 있어 ‘잃어버린 12년’입니다. 충청은 수도권 규제로 지방으로 유입되는 낙수효과의 최대 수혜지역이었지만 지난 12년 동안 전혀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충남이 나가야 할 방향과 목표도 명확하지 않았던 데다 뭔가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천력도 볼 수 없었습니다.

민선 7기는 성장보다 복지만을 강조하면서 4년간 3조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미비했습니다. 민선 8기의 도정 방향을 ‘힘 센 충남’으로 제시한 것도 그동안 침체된 충남을 틀부터 바꾸자는 의지에서 비롯됐습니다. 

-대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충청도를 탈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 심판, 반성 없는 내로남불에 대한 민심의 피로감도 있지만 국정 수행 전 과정에서 제기됐던 ‘충청 홀대론’과 ‘충청 패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충청권은 역대 지방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민심의 풍향자 역할을 해왔지만 영호남에 오랜 기간 불이익을 받아 왔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영호남의 대형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에서 수혜를 입었지만, 충남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아왔습니다. 충남은 전국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민항이 없는 곳입니다.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파 방송국이 없어 재난상황 발생 시 재난방송에서 소외받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지역 균형발전 의지를 도민이 느꼈습니다. 윤정부와 김태흠 도정의 원팀이 충남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확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 전폭 지원 통해 발전 계획
충청메가시티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강한 충남을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싶으신지 알고 싶습니다

▲강력한 추진력과 집권여당의 힘으로 호쾌하고 파워풀한 충남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부위침의 마음으로 충남 발전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져오겠습니다. 충남의 산적한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비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하는데 3선 의원을 하면서 기재위, 국토위 등을 거쳤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과거 정무부지사를 역임하며 충남 발전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보령해저터널, 금산세계인삼엑스포를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충남을 대한민국의 힘,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일각에선 충청의회의 여소야대가 바뀐 탓에 도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도의회가 여대야소로 꾸려지면서 도정을 견제하고, 감시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충남도의회의 전통과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48석(비례포함) 중 국민의힘에서 36석을 차지했지만, 의원 면면을 보면 모두 전문가의 역량을 지니신 분들입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관계 역시 무조건적 반목 관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도와 의회 모두 충남의 발전이라는 목표로 함께하는 이상 협치를 통한 합리적 도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청도는 큰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불립니다.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뒀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불렸던 충남은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민심의 풍향계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정확하게 민심을 담아냈습니다. 충남에서 윤 대통령과 저를 선택한 것은 그동안 홀대받은 충청의 설움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도민의 기대감을 충분히 부응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원팀으로 도정을 이끈다면 2년 뒤 총선, 4년 뒤 지방선거, 5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그동안 보수의 무덤으로 불리던 충남을 보수의 텃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윤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이어나가실지 알고 싶습니다

▲충남도지사 출마를 권유한 것이 윤 대통령과 당입니다. ‘충남의 아들’인 윤 대통령이 이번 지선에서 가장 관심을 뒀던 곳이 충남도지사 선거였습니다. 힘 있는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드래프트 제도’를 요구해 이전 대상 공공기관 우선권을 가져오도록 할 예정입니다.

포 이전을 비롯해 육사 이전, 광역교통망 구축, 5대 권역별 개발 등 충남의 여러 현안 해결에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산적한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비 확보도 중요합니다. 8월까지가 정부예산 편성 기간이라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실, 기재부, 각 부처 장관들을 위해 예산확보 문제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마지막 말씀 부탁드립니다

▲충남이 대한민국의 핵심이 될 수 있도록 충청의 힘을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강한 전투력과 판단력, 뭔가 바꿀 수 있는 추진력과 강력한 리더십은 김태흠이 아니면 안됩니다. 민선 8기 ‘힘쎈 충남’을 위해 ‘정익구정’의 자세로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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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