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김태흠 충남도지사 

“중앙정부와 원팀으로 도정 이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선거에서 민심의 바로미터 지역은 충청이었다. 지방선거 국면 초반만 해도, 충남은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충청도 거의 모든 지역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충청 12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세웠던 충청의 아들이라는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덕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충청도와 인연이 깊다. 특히 충남도에서는 각별한 삶을 살았다. 충남도 태생인 김 지사는 김종필 전 총리를 돕는 청년 조직을 만들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김 지사의 고향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충남도청에서 정무부지사로 일했고, 충남에서만 3번의 국회의원을 지냈다. 오직 같은 지역구(충남 보령서천군)에서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정도로 애향심이 깊다. 탄탄한 행정, 입법 경험을 토대로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정권교체의 바람과 함께 김 지사가 다시 충남 행정가로 돌아왔다. 윤심을 업은 김 지사가 충남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까? <일요시사>는 김 지사에게 충남 청사진, 윤석열정부와의 협치, 각오 등을 물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윤정부의 성공과 충남의 새로운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도민의 열망과 준엄한 명령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도정은 밋밋하고 정체된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이끄는 민선 8기는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한 충남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준비위(힘쎈충남준비위원회)의 이름과 민선 8기의 충남의 정체성을 ‘힘쎈’으로 지은 것도 미래를 향해 모든 부분에서 역동성 있게 나가자는 의미입니다. 충남이 대한민국의 핵심이자, 힘이 될 수 있도록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청사진을 완성하겠습니다.

도민이 행복한 충남, 충남도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김태흠만의 추진력으로 도정을 끌고 갈 것입니다.

-충남도지사에 출마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출마 당시 들었던 생각은 선공후사, 사생취의의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윤정부가 국정운영 동력을 갖고 출범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였습니다. 또 윤 대통령의 고향인 충남에서 승리하는 건 상징적 의미가 큰 상황이었습니다(윤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태생으로 부친이 충남 공주 태생).

개인적으로도 충남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당과 대통령의 제안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민의 선택을 받아 윤정부의 국정 운영에 뒷받침이 되고, 12년 만에 충남에 보수의 깃발을 꼽을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힘 세고 다이나믹 충남 만든다
충남도민 자부심 갖도록 노력

-충남의 당면 현안을 알고 싶습니다. 또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 나가실지 궁금합니다


▲공공기관 이전, 육군사관학교 이전, 광역교통망 조성, 대기업 유치, 권역별 특징에 맞춘 5대 권역 개발, 서산 민항 개발 등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입니다. 힘쎈충남준비위원회를 통해 우선적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정리 중입니다.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실, 부처장관, 국회를 방문해 현안과 추진 당위성을 설명하고 예산 확보 등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도민이 저를 선택한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강한 추진력과 돌파력으로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선거 기간 국민의힘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초광역 상생경제권’ 공동선언을 한 바 있는데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충청권메가시티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입니다. 국민의힘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선거 기간 중인 지난 5월23일 세종국무총리실 앞에서 ‘충청권 초광역 상생경제권 선언’과 함께 협약을 통해 범공조체제 구축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충청권 인구 700만명 시대에 대비하는 ‘초광역 상생경제권’은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연내 특별자치단체인 ‘대전·세종·충남·충북 특별연합’이 출범하면 명실상부한 충청권 메가시티가 출범합니다. 수도권에 대응할 유일한 충청권메가시티의 탄생을 기대해 주십시오. 

-충남에서 펼친 민주당 12년간 도정을 평가해 보신다면?

▲안희정 전 지사 8년, 양승조 전 지사 4년은 충남에게 있어 ‘잃어버린 12년’입니다. 충청은 수도권 규제로 지방으로 유입되는 낙수효과의 최대 수혜지역이었지만 지난 12년 동안 전혀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충남이 나가야 할 방향과 목표도 명확하지 않았던 데다 뭔가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천력도 볼 수 없었습니다.

민선 7기는 성장보다 복지만을 강조하면서 4년간 3조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미비했습니다. 민선 8기의 도정 방향을 ‘힘 센 충남’으로 제시한 것도 그동안 침체된 충남을 틀부터 바꾸자는 의지에서 비롯됐습니다. 

-대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충청도를 탈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 심판, 반성 없는 내로남불에 대한 민심의 피로감도 있지만 국정 수행 전 과정에서 제기됐던 ‘충청 홀대론’과 ‘충청 패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충청권은 역대 지방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민심의 풍향자 역할을 해왔지만 영호남에 오랜 기간 불이익을 받아 왔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영호남의 대형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에서 수혜를 입었지만, 충남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아왔습니다. 충남은 전국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민항이 없는 곳입니다.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파 방송국이 없어 재난상황 발생 시 재난방송에서 소외받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지역 균형발전 의지를 도민이 느꼈습니다. 윤정부와 김태흠 도정의 원팀이 충남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확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 전폭 지원 통해 발전 계획
충청메가시티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강한 충남을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싶으신지 알고 싶습니다

▲강력한 추진력과 집권여당의 힘으로 호쾌하고 파워풀한 충남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부위침의 마음으로 충남 발전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져오겠습니다. 충남의 산적한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비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하는데 3선 의원을 하면서 기재위, 국토위 등을 거쳤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과거 정무부지사를 역임하며 충남 발전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보령해저터널, 금산세계인삼엑스포를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충남을 대한민국의 힘,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일각에선 충청의회의 여소야대가 바뀐 탓에 도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도의회가 여대야소로 꾸려지면서 도정을 견제하고, 감시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충남도의회의 전통과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48석(비례포함) 중 국민의힘에서 36석을 차지했지만, 의원 면면을 보면 모두 전문가의 역량을 지니신 분들입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관계 역시 무조건적 반목 관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도와 의회 모두 충남의 발전이라는 목표로 함께하는 이상 협치를 통한 합리적 도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청도는 큰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불립니다.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뒀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불렸던 충남은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민심의 풍향계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정확하게 민심을 담아냈습니다. 충남에서 윤 대통령과 저를 선택한 것은 그동안 홀대받은 충청의 설움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도민의 기대감을 충분히 부응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원팀으로 도정을 이끈다면 2년 뒤 총선, 4년 뒤 지방선거, 5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그동안 보수의 무덤으로 불리던 충남을 보수의 텃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윤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이어나가실지 알고 싶습니다

▲충남도지사 출마를 권유한 것이 윤 대통령과 당입니다. ‘충남의 아들’인 윤 대통령이 이번 지선에서 가장 관심을 뒀던 곳이 충남도지사 선거였습니다. 힘 있는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드래프트 제도’를 요구해 이전 대상 공공기관 우선권을 가져오도록 할 예정입니다.

포 이전을 비롯해 육사 이전, 광역교통망 구축, 5대 권역별 개발 등 충남의 여러 현안 해결에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산적한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비 확보도 중요합니다. 8월까지가 정부예산 편성 기간이라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실, 기재부, 각 부처 장관들을 위해 예산확보 문제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마지막 말씀 부탁드립니다

▲충남이 대한민국의 핵심이 될 수 있도록 충청의 힘을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강한 전투력과 판단력, 뭔가 바꿀 수 있는 추진력과 강력한 리더십은 김태흠이 아니면 안됩니다. 민선 8기 ‘힘쎈 충남’을 위해 ‘정익구정’의 자세로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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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권위 막말 회의록 ‘블랙 마킹’의 비밀

[단독] 인권위 막말 회의록 ‘블랙 마킹’의 비밀

[일요시사 취재1팀·정치팀] 오혁진·박희영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멍들고 있다. 피해자와 진정인을 위한 회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갈등과 막말로 인한 파행의 연속이다. 회의록에 처리된 어설픈 블랙 마킹도 문제다. 인권위 내부 상황을 더욱 적나라하게 알 수 있으나 피해자와 진정인의 민감한 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는 야권 의원실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했다. 회의록에는 상임위원의 막말과 끼어들기가 여러 차례 언급된다. 민감한 정보를 보호할 때 쓰이는 ‘블랙 마킹’조차 어설펐다. 오히려 이들의 막말을 가리기도 했다. 블랙 마킹이 피해자와 진정인 보호가 아닌 갈등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다 가려진 육두문자 인권위의 결정은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11명 인권위원의 판단으로 내려진다. 전원위원회 안건은 인권위원들의 표결로 처리한다. 보통 인권위원 과반인 6명의 동의를 받으면 대부분 통과된다. 임기 3년의 인권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이 3명, 국회가 4명을 지명한다. 국회 지명 4명은 여당 몫 2명과 야당 몫 2명으로 나뉜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바뀐 상임·비상임위원은 총 6명이다. 사실상 의견 불일치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 입수한 60페이지 분량의 인권위 제7차 전원위원회 회의 결과 및 회의록 보고 문건은 50페이지가량이 ‘블랙 마킹’으로 처리돼있다. 피해자와 진정인의 정보를 보호하기보다는 이충상·김용원 위원과 이들의 비상식적 발언에 동조하는 문구를 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킹 처리도 황당할 만큼 어설펐다. 문건을 인쇄할 때는 보이지 않지만 파일 형태에서는 마우스로 드래그 후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했다. 7차 전원회의는 지난 5월22일 오후에 열렸다. 이날 한석훈 위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에 관해 “방청인이 이충상 위원에 대해 상당히 위협적인 언동을 했다. 원만한 회의 진행을 방해하면 퇴장을 명했어야 한다. 이해당사자가 방청인으로 들어온 상태서 회의를 진행하면 위협적인 상황서 자유롭게 의사를 발표할 수 있겠냐. 방청인이 위협적 언동을 하면 바로 퇴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석원정 위원은 한 위원의 발언에 대해 “유족분이 방청하신 것이고 이분들이 어떤 이익이나 불이익의 당사자라고 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이해당사자라고 일반적으로 규정짓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김 위원은 “이게 무슨 봉숭아 학당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권위 갈등은 직원들의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굴만 맞대면 진흙탕 싸움 부끄러운 위원들의 ‘말말말’ 박진 사무총장은 “현 상황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 인트라넷서 직원들이 글을 쓰고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언급된 내용 중 모 조사관이 진정된 사건이 있다”며 “담당조사관과 과장이 이충상 위원에게 불려간 자리서 이 위원으로부터 인트라넷 게시글에 관한 언급을 들은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이 위원은 모 조사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라고 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윤 위원은 박 사무총장에게 “‘조사관을 징계해야 한다. 이중처벌이 안 되니 지금 말고 내가 위원장이 되면 중징계를 내릴 것. 조사관에게 전해라. 곧 서기관하고 부이사관 승진이 있는 거 안다’는 발언이 사실이라는 거냐”고 물었다. 서미화 위원은 박 사무총장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다시 물었으나 김 위원이 “잠깐만”이라며 끼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이 위원이 “‘내가 위원장이 되면’이라고 안 했다. 차기 위원장은 다른 분이 될 수 있고 김용원 상임위원님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는데 차기 위원장 취임 후에 징계한다면, 징계감”이라며 “무겁게 징계할 텐데 지금 위원장님 재직 중에 아주 가볍게라도 징계하면 징계를 두 번 할 수는 없으니까 조사관에게 나을 것이다. 위원장님 재직 중에 아주 가볍게 징계하면 심지어 징계위원회서 불문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해석은 달랐지만 발언을 인정했다. 남규선 위원은 “피진정인 자격으로 조사관에게 피해자의 징계를 운운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으나 이 위원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수정 위원은 “이 위원이 여러 말씀을 했는데 기본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관한 생각이 과연 인권위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결 아닌 갈등 유발 이 위원은 곧바로 “내가 피해자고 조사관이 가해자다. 갑질? 피해자가 아니라 진정인, 피진정인이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다. 이 위원님 말을 내가 따라야 하냐”고 했다. 서 위원은 “이 위원님께 충언하겠다. 인권위 상임위원이면 인권에 대한 어떤 감수성,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 위원님은 차관급 상급자다. 일개 직원에게 이런 사안이 벌어졌다면 자중해야 한다. 내가 이충상 위원이라면 자진해서 사퇴한다”고 지적했다. 타 회의록서도 유가족과 피해자를 향한 막말은 적지 않았다. 혐오 발언에 관한 블랙 마킹 처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드래그 후 복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은 적지 않았다. 11명의 인권위원은 전원회의 이전 진정인 또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소위원회 회의를 진행한다. 이 중 침해구제제1위원회(이하 침해1소위)는 김 위원이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침해1소위의 마지막 회의는 지난 8월1일이다. 이날 침해1소위는 정의기억연대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터진 욕설을 제지해달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가 낸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 사무처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며 침해1소위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현행법상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소위 표결에는 김 위원을 포함한 3명의 위원이 참여해 김용원·김종민 위원은 기각, 김수정 위원은 인용 입장을 냈다. 김수정 위원은 “의견이 엇갈린 경우 소위원장이 기각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근거는 인권위법 제13조 제2항의 “소위원회는 구성 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조항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인용 또는 기각을 결정할 때 이 조항을 적용해 소위원회를 운영해왔다. 소위원회 3인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넘겨 처리해왔던 것이 ‘관례’다. 제자리걸음 감추기 급급 현재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주도로 한석훈·한수웅·김종민·이한별 비상임위원까지 6명은 ‘소위원회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에 대한 의안을 전원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인권위가 탄생한 2001년 이후 단 한 번도 제기된 바 없다. 행정법무담당관도 실제 회의 운영 관행과 전혀 다르다는 의미서 의결정족수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법제처의 판단도 같았다. 법제처 관계자는 “유권해석은 가결이 되지 않으면 부결이 된다는 식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인권위원회법 제13조의 의결을 가진 가결로 축소 해석할 필요가 없고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서 법령 규정의 문자나 문장이 의미하는 바에 입각해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법제처는 인권위의 오랜 관례를 깨려는 위원들의 판단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취재 결과 법제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소위원회서 진정 사건을 처리할 때 가결이 아니면 부결이라고 보거나, 위원회법 제13조를 권고 결정에 한정하여 가중된 의결정족수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다 ▲의결과 가결, 부결의 개념, 법 문언의 형식, 다른 유사한 합의제 행정기관의 입법례와 이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 더 나아가 위원회법의 목적과 취지, 위원회 결정의 효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위원회 설립 이후 지속돼온 의결정족수 규정에 관한 해석과 적용을 위 새로운 주장에 근거해 변경할 수는 없다 ▲소위원회는 위원회법 제13조에 따라 각하, 기각, 권고 등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진정에 관해 의결할 수 있으므로, 어느 하나의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의결할 수 없다. 따라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할 경우, 위원들 간에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공통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면 본래 전원위원회에서의 위임 취지에 따라 전원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 위원회 위원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다. 입맛대로 고쳐먹는 관례 단 1명만 반대해도 리셋 법제처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을 포함한 인권위원 6인은 관례를 깨려는 의지를 표출 중이다. 그는 자신이 작성한 의견서를 언급하면서 “헌법의 여러 조항과 민법, 상법 등 의결이나 결의, 가결만을 의미함이 명백하지만 법제처는 반박하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위법의 새 해석하에서도 종전에 비해 실무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다. 소위서 1명만 진정 기각 의견인 경우에는 인권위법의 새 해석하에서는 소위 기각이 가능하지만 인권위의 실무에 있어서는 2명의 인권위원의 의견이 존중돼 소위서의 기각 처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위서의 기각 처리는 없을 것이라는 이 위원의 주장과는 다르게 인권침해나 차별 행위의 피해자가 제기한 진정 사건이 기각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피해자와 진정인의 입장서 신중한 판단을 기해야 함에도 단 1명의 반대로 사건이 초기부터 기각되는 건 인권위의 역할 축소나 다름없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인권위원 6인의 움직임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관례가 깨지면 그만큼 피해를 보는 진정인이 늘어난다는 거다. 이충상 위원이 주장한 “‘소위서의 기각 처리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말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며 “전원회의서 기각돼도 울분을 토하시는 분들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공무원 노조는 이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약 80%는 소위원회서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다를 경우, ‘다시 위원끼리 논의(40.6%)’를 하거나 ‘전원위 상정 논의 후 3인이 동의하면 전원위에 상정(39.6%)’해야 한다고 답했다. ‘3인 정족수 미달로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은 2%에 불과했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쌍방이 더 주장하고 자료를 제출할 것이 없어 재상정할 것이 아니다. 이 안건은 인권위의 운영에 관한 것이라서 인권위원들이 이 안건에 관해 최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외부에 최고의 전문가가 따로 없기에 노동조합의 주장처럼 외부의 전문가에게 사실 조회를 하거나 청문회를 할 필요가 없다.” 법제처 무시 의견 고집만 송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전원회의서 “위원장으로서 위원들께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누구에게 무식하다, 오만방자하다,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방청인들도 지켜보고 있는 회의다. 회의의 품위나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말의 무게에 대해 위원님들이 더 엄격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이 공무원 노조를 향해 오만함이 섞인 발언을 하기 이전에 송 위원장이 했던 말을 곱씹어보는 게 어떨까? 그는 인권위의 추락이 자신을 포함한 일부 인권위원들에 의한 결과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