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인천시장 유정복

“윤석열 대통령 인천에 관심 많아요”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해단식이 끝났지만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의 선거캠프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분주했다. 대부분 정리가 됐지만 벽 곳곳에는 유 시장이 만난 인물과 치열했던 선거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현수막은 유 당선인의 사무실까지 이어졌다. 허름한 복도를 지나 유 당선인 방 문을 열자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기자를 만난 유 당선인은 “목소리가 잘 안 나와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36세에 군수로 지방행정에 발을 들인 뒤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 장관을 거쳐 입법과 행정의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일요시사>는 최근 인천시장에 당선돼 다시 돌아온 유 당선인에게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민주당 내홍, 인천시장으로서의 청사진 등을 물었다. 다음은 유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우선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민선 8기 인천시장에 당선된 유정복입니다. 과거에 여러 공직을 경험했고, 이전에 6기 인천시장을 지냈습니다. 국회에서는 3선 의원을 지낸 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행정안전부(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이 밖에 김포시장을 역임한 이력과, 인천 서구에서는 구청장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주로 공직생활에만 몸담아왔습니다.  

-30대에 최연소 군수를 시작으로 행정 분야를 쭉 밟아오셨습니다. 최근에는 전직 시장 리턴매치라고 불린 인천시장에 당선됐습니다

▲다수의 선거에서 여러번 승리해왔던 사람으로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때는 4년 전입니다. 아픔을 겪고 나서 다시 치른 선거여서 굉장히 긴장됐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선거를 치렀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고 나니까 과거의 선거보다 보람이 크고, 의욕도 각오도 남다릅니다. 


-인천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렸습니다. 승리 요인을 분석하신다면?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많은 요인이 있었겠지만 결정적으로 이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 당락을 갈랐다고 봅니다. 또 미래에 대한 기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모양새입니다. 첫 번째로 이번 선거는 미래에 대한 바람이 표시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선거는 상대 후보였던 박남춘 후보가 인천시장을 했던 인물입니다. 박 후보에 대한 평가 역시 결정적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과연 누가 시장을 맡아서 시정을 추진해야 인천이 더 발전하고 행복할지 따졌을 때 제가 더 옳은 선택이라는 기대를 시민에게 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민에게 감사한 마음이 많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후보 시절 여러 공약을 내세우셨습니다. 인천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느 후보나 지역발전 공약을 내세웁니다. 대규모 교통 인프라, 경제 성장과 발전, 일자리, 문화 복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게 인천을 전진기지로서의 교두보로,  하나의 출발점으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제물포 르네상스를 추진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인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또 미래로 나가기 위한 그랜드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인천을 초일류시티로 진화시킬 것이고, 다른 후보들이 정책으로 내세우지 못했던 비전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인천 출신 첫 재선 시장으로 더블 트리플 크라운(광역단체장·장관·국회의원 각 두 번 이상)을 달성하셨습니다


▲공직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영예스러운 명칭이 생겼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어떤 분야에서 책임이 생겨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책임이 더 커졌고, 더 잘하지 못하면 실망스러운 인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늘 생각합니다.

시장과 같은 사람은 항상 긴장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인천시민 입장에서도 기대감이 크다고 봅니다. 시민들께서 우리 시장이 많은 역량을 쌓아온 시장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숙제를 해결할 거라고 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체장·장관·국회의원 ‘더블 트리플 크라운’
윤정부와 관계 잘 유지…기회 있을 때마다 협력

-이런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대권에 도전하신다는 말이 나옵니다

▲많은 분이 제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대권 도전과 관련해 조언해주시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인천시장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우선 인천시장으로서 충실해야 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과거 군수로 출마할 때부터 저는 시민이 불러서 나왔습니다. 이번에 인천시장 출마 때도 그랬습니다. 시민이 부르면 제 모든 것을 던져서 일해온 경험을 살려 몸바쳐왔습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차후 제 역할이 있다면 나라 발전을 위해 그 부분도 앞으로 염두에 둘 일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윤석열정부가 탄생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습니다. 5년 만에 국가 권력이 교체된 상황입니다. 새로운 중앙정부와 곧 출범하는 지방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서 지역발전을 이루길 소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담긴 결과입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 심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직전에 무리한 입법 독주를 시도했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같은 게 대표적 예입니다. 여론을 전혀 살피지 않았습니다. 또 현재 윤정부 발목잡기를 통해 악화된 여론이 민주당의 행태를 심판한 겁니다. 이런 여파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지방단위에서도 국민의 분노가 겹쳐 국민의힘 지지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 기간 이재명 의원이 인천에 출마해 박남춘 인천시장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선거에 승리하고 패배하는 이유는 다양한 요인이 있습니다. 상대 후보 패배는 결국 유권자가 판단하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민심이 인천시를 책임지고 맡아서 운영할 사람으로 제가 적합했던 게 아닌가 판단하고 손을 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 패배하면서 후폭풍을 겪고 있습니다. 당내 분열도 나타나는 모양새입니다


▲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전국적인 선거에서 패배하면 그에 대한 책임론이 따릅니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방선거에서 나섰음에도 졌습니다. 민주당의 패배를 연이어 가져온 당사자 중 한 명입니다. 민주당 내에서 비판 여론이 있을 수밖에 없고, 내홍이 발생하는 게 당연합니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 갈등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민주당 내에선 새로운 정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의원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상당한 진통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인이라면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혁신·쇄신하고 좋은 정치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충청도에서도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큰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라 불리는 곳입니다

▲ 전반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윤정부가 성공하고 대한민국이 성공하고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하지 않았거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제 의견에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같이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성공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함께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런 공감대가 충청권 선거에도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석 공감하나 정치는 실험 아냐
취지는 인정… 더 신중한 접근 요구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경기도 패배가 뼈아파 보입니다. 윤심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기도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로 패배에 대한 단일요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러 다양한 요인이 있었을 겁니다. 김은혜 전 의원이 열심히 발로 뛰면서 노력했는데 갖고 있는 역량을 도민에게 알리는 데 실패한 부분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탓입니다. 김 전 의원을 단순히 윤심으로만은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김 전 의원을 신뢰하는 것은 다 압니다. 결코 그 부분 하나만 가지고 패배가 결정된 건 아닙니다.  

-국민의힘에서 차기 대권잠룡이 여럿 생겼다는 평가가 내려집니다. 당권을 잡기 위해 갈등 우려도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경쟁을 통해서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거기에서 정치적 에너지를 크게 만들어가는 행위입니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건 좋은 것입니다. 다만 다 때가 있습니다. 선의의 경쟁체제를 통해서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단체장의 경우 임기 4년의 막중한 책임이 있어 당장의 그런 과열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준석 대표가 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띄웠습니다

▲정치 변화와 혁신은 언제든 중요합니다. 우리 정치가 아직 국민에게 불신을 받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가 이야기하는 혁신의 기본적인 취지는 대부분 공감합니다. 그러나 당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국민적 공감대를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띄우고도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권을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서입니다.

정치인은 이런 걸 버려야 합니다. 결국 무엇이 현재 가장 대의명분이 있으며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방안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해나가야 합니다. 또 당원의 공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도 필요합니다. 정치인은 무언가를 할 때 실험하듯이 해선 안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취지는 인정하지만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보다는 혁신을 위해 민주당이 더 몸부림 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윤정부와 어떤 방법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광역단체장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지역문제를 같이 공조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윤 대통령과 지난해 처음 만남을 가졌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에도 선대위원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인천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인천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과 협력관계를 잘 유지해나갈 계획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 대통령과 협력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하겠습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거는 곧 민주주의입니다. 선거를 통해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유권자의 바람과 기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부흥하는 게 중요합니다. 선거과정을 통해서 인천시민이 제게 기대하는 바를 읽었고, 그 부분에 대해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해나가겠습니다. 

인천시민 역시 선거서 승리했다고 끝나는 게 아님을 알았으면 합니다. 시민과 함께 인천을 발전시키고, 제가 부족한 부분은 비판과 지적을 해줬으면 합니다. 인천시민과 함께 살기 좋은 인천을 만들고 싶습니다. 반드시 인천시민과 약속한 대로 행복한 세계 최일류 도시 인천을 만들어가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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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