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강원도지사 김진태 

“행정 돌격대장이 뭔가 보여주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도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났다. 이 중 강원도가 더 주목받은 이유는 원주를 지역구로 3선을 지낸 민주당 이광재 후보와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대결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를 앞세워 12년 만에 강원도 탈환에 성공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검사와 국회의원을 모두 강원도에서 했을 만큼 강원도와 인연이 깊다. 검사로서의 마지막 활동도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이었다. 김 지사는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고향인 강원도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그는 3년간 변호사 활동을 한 뒤,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강원도 춘천에서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김 지사의 정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총선 당시 3선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바람이 거셌고, 여러 요인이 악재로 작용해 고배를 마셨다. 강원도지사 도전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공천 과정에서 후보로 선택되지 못한 채 컷오프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물러날 수 없었던 김 지사는 단식 투쟁을 통해 지사 도전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최종 후보로 나설 수 있었고, 당선된 뒤 극적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 김 지사에게 <일요시사>는 강원도 청사진, 윤정부와의 협치 방식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당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공천 과정부터 너무나 힘든 선거였습니다. 본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이광재라는 명불허전의 상대를 만나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힘든 선거였기에 단식 때부터 제 손을 잡아준 강원도민의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늘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강원도민이 보내주신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오직 강원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강원도에서 12년만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12년 만의 도정 교체’에 강원도민이 호응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우리 도민께서 민주당에 4번이나 기회를 줬습니다. 충분히 기회를 준 셈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에 기회를 줬던 강원도민이 ‘강원도를 한 번 바꿔보자’고 생각을 하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 차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윤정부가 이제 시작했는데 일 좀 할 수 있게 밀어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봅니다.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도 참패를 기록했습니다. 원인을 찾으신다면?

▲민주당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선거를 뛰었습니다. 저나 국민의힘이 잘했다기보다는 변화와 교체에 대한 열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만 바뀌는 것으로 정권교체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었던 지자체 권력도 바꿔야만 정권교체가 완성된다는 생각에 많은 분께서 공감해주셨다고 봅니다.

-사실 도지사 출마 순간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황상무 전 앵커가 단수공천을 받았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든 때였습니다. 한 끼만 굶어도 안 된다고 했던 제가 단식투쟁에 나섰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온몸으로 했던 항의가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때 제 손을 잡아주시고, 저보다 더 아파해주셨던 도민 여러분을 잊지 못합니다. 

-김진태 하면 강성, 돌격대장 이미지가 강합니다

▲선거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김진태가 달라졌다” “내가 아는 김진태 맞느냐”였습니다. 저도 제가 그렇게 강성 이미지가 강했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느꼈습니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제게 원래 부드러웠던 사람인데, 이제야 자기모습을 찾았다고 합니다.

“대통령 강원도 공약 내가 완성”
“인구 200만명 강원시대 열겠다”

정부와 싸우는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라 민생을 챙기는 도지사가 되려고 하다 보니 본래 부드러운 면모가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돌격대장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지사는 도의 리더로서 때로는 ‘행정의 돌격대장’이 돼야 합니다. 강원도민을 위한 예산을 따오고,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돌격대장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첫 도지사이십니다. 도지사님만의 강원도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인구 200만명 강원시대를 여는 게 제가 그리는 가장 큰 청사진입니다. 특별자치도의 강점을 살려 일자리, 교육, 복지를 수도권 수준으로 향상시켜 ‘살고 싶은 강원도’를 만들고자 합니다. 반드시 강원도 인구가 200만명으로 늘어나는 시대를 열겠습니다. 

-다만 강원특별자치도를 두고 졸속 입법, 난개발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은 480여개 조항으로 돼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은 23개 조항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제주도에 비해 적은 조항입니다. 이번 특별법 대부분은 개괄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저와 실무진은 제주도의 선례를 검토하면서 내용을 채워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에서 일어난 몇 가지 부작용을 경계해야 합니다. 강원도민의 삶이 예전보다 나빠지는 일은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핵심 가치는 ‘경제’고, 핵심 내용은 ‘규제 개혁’입니다. 강원도는 군사·산림·환경·농업 등 4대 부문의 규제 때문에 발전이 더뎠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를 통해 규제 개혁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법에 규제에 관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원도로 이양받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우선 규제 실태를 파악해서 당장 풀 수 있는 규제를 풀겠습니다. 특별자치도법 개정까지는 아직 1년이 남았습니다. 저는 제 권한으로 풀 수 있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겠습니다. 

-강원도의 핵심 사안을 규제 개혁으로 보시고 계십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실 계획이신지요?

▲취임 즉시 특별자치도 추진단 산하의 규제 혁파 전담팀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국가도 그렇지만, 강원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경제입니다.  부처별 업무보고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느껴진 것은 경제였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이 투자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강원도에 드리워있는 각종 규제부터 걷어내야 합니다. 규제 혁파 전담팀을 가동해 도내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 실태를 파악하겠습니다. 우선 당장 우리 손으로 없앨 수 있는 규제는 조례를 개정하거나 도지사 직권으로 과감히 혁파하겠다는 것입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얽혀있는 덩어리 규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 소속 규제 개혁 위원회의 정책과제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규제신문고’를 만들어 규제와 관련된 애로사항에 대해 기업들로부터 직접 제보도 받고, 건의도 받을 예정입니다.

-기업 유치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셨는데 인수위 기간 동안, 성과가 있었는지요?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 대표를 만나 ‘강원도X원소주 업무협의’를 했습니다. 박 대표가 원주쌀로 만든 ‘원소주’를 내놨는데 엄청난 인기입니다. 박 대표와 원주에 원소주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의논했습니다. 여기에 원강수 원주시장 당선인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처럼 기업유치를 위해 18개 시·군과 협력해서 함께 의논해나갈 것입니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아주 좋은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또 원주 부론산단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제 막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땅과 물은 준비돼있는데, 반도체 기업은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법 보완해 지역발전 디딤돌 만들 예정
“규제 신문고 통해 기업들 고충 듣겠다”

마침 이번에 당선된 신경호 교육감께서 반도체 관련 미래형 마이스터고를 설립해서 현장형 인재를 길러보자는 제안을 먼저 주셨습니다. 도내 전문대학 총장들과도 만나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관심과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땅이 없으면 산을 깎고, 물이 없으면 물을 끌어오고, 사람이 없으면 사람을 키워서라도 반드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할 것입니다.

-강원도는 인구문제가 심각합니다. 어떻게 해결해 나가실지 알고 싶습니다

▲강원도는 인구가 빠져나가는 문제, 특히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인구 문제의 해법은 일자리, 교육, 복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선거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 한국은행 본점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기업과 공공기관 유치는 곧 ‘일자리 유치’입니다.

더 본질적으로, 규제를 풀고 기업이 오고 싶은 강원도를 만들어서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특히 3040세대 젊은 층 인구가 강원도를 빠져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교육이 강한 교육특별자치도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복지도 수도권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탄탄하게 만들어서 강원도를 수도권처럼 만드는 것이 인구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된다고 믿습니다.

-도청사 부지 이전 논란이 재점화가 됐습니다

▲도청사를 춘천 안에 이전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도청 신청사를 짓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신청사를 통해 춘천과 강원도가 더 발전해야 합니다. 우선 도청은 18개 시군 모두 것입니다. 이 때문에 도내 다른 시군에서의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신청사를 통해 춘천이 더 커지고, 춘천이 더 확장 발전할 수 있도록 ‘잠재적 확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춘천과 강원도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문제고, 춘천과 강원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윤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이어나가실지 알고 싶습니다

▲도정의 핵심 현안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준비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법이 공포되기까지 1년이 남아있습니다. 내용이 아직 부족합니다. 출범에 맞춰 특별자치도의 내용을 채워 나가려면 윤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와의 협치가 기본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윤 대통령의 강원도 1호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대통령실, 정부, 여당과 긴밀히 협력해나가겠습니다. 특별자치도의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을 정부와 강원도가 긴밀히 협의해나가야 합니다. 비단 정부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강원도 국회의원도 ‘강원도 현안에는 여야가 없다’는 생각으로 협력을 추진해나가겠습니다. 본격적인 협치는 이제 시작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권교체보다 어려운 12년 만의 도정 교체를 이뤄주신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강원특별자치법이 공포되기까지 남은 1년 동안 법을 보완해, 명실상부한 강원도 지역발전을 위한 디딤돌로 만들어내겠습니다. 강원도가 낳은 위대한 기업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께서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길을 찾지 못하면 길을 만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강원도민이 힘과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면 정부도, 국회도, 기업도 설득할 수 있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다시 한 번 ‘하나된 열정’으로 강원도의 힘을 모아가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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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