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강원도지사 김진태 

“행정 돌격대장이 뭔가 보여주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도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났다. 이 중 강원도가 더 주목받은 이유는 원주를 지역구로 3선을 지낸 민주당 이광재 후보와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대결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를 앞세워 12년 만에 강원도 탈환에 성공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검사와 국회의원을 모두 강원도에서 했을 만큼 강원도와 인연이 깊다. 검사로서의 마지막 활동도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이었다. 김 지사는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고향인 강원도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그는 3년간 변호사 활동을 한 뒤,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강원도 춘천에서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김 지사의 정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총선 당시 3선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바람이 거셌고, 여러 요인이 악재로 작용해 고배를 마셨다. 강원도지사 도전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공천 과정에서 후보로 선택되지 못한 채 컷오프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물러날 수 없었던 김 지사는 단식 투쟁을 통해 지사 도전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최종 후보로 나설 수 있었고, 당선된 뒤 극적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 김 지사에게 <일요시사>는 강원도 청사진, 윤정부와의 협치 방식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당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공천 과정부터 너무나 힘든 선거였습니다. 본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이광재라는 명불허전의 상대를 만나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힘든 선거였기에 단식 때부터 제 손을 잡아준 강원도민의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늘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강원도민이 보내주신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오직 강원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강원도에서 12년만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12년 만의 도정 교체’에 강원도민이 호응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우리 도민께서 민주당에 4번이나 기회를 줬습니다. 충분히 기회를 준 셈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에 기회를 줬던 강원도민이 ‘강원도를 한 번 바꿔보자’고 생각을 하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 차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윤정부가 이제 시작했는데 일 좀 할 수 있게 밀어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봅니다.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도 참패를 기록했습니다. 원인을 찾으신다면?

▲민주당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선거를 뛰었습니다. 저나 국민의힘이 잘했다기보다는 변화와 교체에 대한 열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만 바뀌는 것으로 정권교체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었던 지자체 권력도 바꿔야만 정권교체가 완성된다는 생각에 많은 분께서 공감해주셨다고 봅니다.


-사실 도지사 출마 순간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황상무 전 앵커가 단수공천을 받았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든 때였습니다. 한 끼만 굶어도 안 된다고 했던 제가 단식투쟁에 나섰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온몸으로 했던 항의가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때 제 손을 잡아주시고, 저보다 더 아파해주셨던 도민 여러분을 잊지 못합니다. 

-김진태 하면 강성, 돌격대장 이미지가 강합니다

▲선거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김진태가 달라졌다” “내가 아는 김진태 맞느냐”였습니다. 저도 제가 그렇게 강성 이미지가 강했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느꼈습니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제게 원래 부드러웠던 사람인데, 이제야 자기모습을 찾았다고 합니다.

“대통령 강원도 공약 내가 완성”
“인구 200만명 강원시대 열겠다”

정부와 싸우는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라 민생을 챙기는 도지사가 되려고 하다 보니 본래 부드러운 면모가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돌격대장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지사는 도의 리더로서 때로는 ‘행정의 돌격대장’이 돼야 합니다. 강원도민을 위한 예산을 따오고,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돌격대장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첫 도지사이십니다. 도지사님만의 강원도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인구 200만명 강원시대를 여는 게 제가 그리는 가장 큰 청사진입니다. 특별자치도의 강점을 살려 일자리, 교육, 복지를 수도권 수준으로 향상시켜 ‘살고 싶은 강원도’를 만들고자 합니다. 반드시 강원도 인구가 200만명으로 늘어나는 시대를 열겠습니다. 

-다만 강원특별자치도를 두고 졸속 입법, 난개발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은 480여개 조항으로 돼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은 23개 조항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제주도에 비해 적은 조항입니다. 이번 특별법 대부분은 개괄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저와 실무진은 제주도의 선례를 검토하면서 내용을 채워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에서 일어난 몇 가지 부작용을 경계해야 합니다. 강원도민의 삶이 예전보다 나빠지는 일은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핵심 가치는 ‘경제’고, 핵심 내용은 ‘규제 개혁’입니다. 강원도는 군사·산림·환경·농업 등 4대 부문의 규제 때문에 발전이 더뎠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를 통해 규제 개혁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법에 규제에 관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원도로 이양받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우선 규제 실태를 파악해서 당장 풀 수 있는 규제를 풀겠습니다. 특별자치도법 개정까지는 아직 1년이 남았습니다. 저는 제 권한으로 풀 수 있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겠습니다. 

-강원도의 핵심 사안을 규제 개혁으로 보시고 계십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실 계획이신지요?

▲취임 즉시 특별자치도 추진단 산하의 규제 혁파 전담팀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국가도 그렇지만, 강원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경제입니다.  부처별 업무보고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느껴진 것은 경제였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이 투자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강원도에 드리워있는 각종 규제부터 걷어내야 합니다. 규제 혁파 전담팀을 가동해 도내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 실태를 파악하겠습니다. 우선 당장 우리 손으로 없앨 수 있는 규제는 조례를 개정하거나 도지사 직권으로 과감히 혁파하겠다는 것입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얽혀있는 덩어리 규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 소속 규제 개혁 위원회의 정책과제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규제신문고’를 만들어 규제와 관련된 애로사항에 대해 기업들로부터 직접 제보도 받고, 건의도 받을 예정입니다.

-기업 유치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셨는데 인수위 기간 동안, 성과가 있었는지요?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 대표를 만나 ‘강원도X원소주 업무협의’를 했습니다. 박 대표가 원주쌀로 만든 ‘원소주’를 내놨는데 엄청난 인기입니다. 박 대표와 원주에 원소주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의논했습니다. 여기에 원강수 원주시장 당선인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처럼 기업유치를 위해 18개 시·군과 협력해서 함께 의논해나갈 것입니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아주 좋은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또 원주 부론산단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제 막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땅과 물은 준비돼있는데, 반도체 기업은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법 보완해 지역발전 디딤돌 만들 예정
“규제 신문고 통해 기업들 고충 듣겠다”

마침 이번에 당선된 신경호 교육감께서 반도체 관련 미래형 마이스터고를 설립해서 현장형 인재를 길러보자는 제안을 먼저 주셨습니다. 도내 전문대학 총장들과도 만나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관심과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땅이 없으면 산을 깎고, 물이 없으면 물을 끌어오고, 사람이 없으면 사람을 키워서라도 반드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할 것입니다.

-강원도는 인구문제가 심각합니다. 어떻게 해결해 나가실지 알고 싶습니다

▲강원도는 인구가 빠져나가는 문제, 특히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인구 문제의 해법은 일자리, 교육, 복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선거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 한국은행 본점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기업과 공공기관 유치는 곧 ‘일자리 유치’입니다.

더 본질적으로, 규제를 풀고 기업이 오고 싶은 강원도를 만들어서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특히 3040세대 젊은 층 인구가 강원도를 빠져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교육이 강한 교육특별자치도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복지도 수도권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탄탄하게 만들어서 강원도를 수도권처럼 만드는 것이 인구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된다고 믿습니다.

-도청사 부지 이전 논란이 재점화가 됐습니다

▲도청사를 춘천 안에 이전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도청 신청사를 짓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신청사를 통해 춘천과 강원도가 더 발전해야 합니다. 우선 도청은 18개 시군 모두 것입니다. 이 때문에 도내 다른 시군에서의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신청사를 통해 춘천이 더 커지고, 춘천이 더 확장 발전할 수 있도록 ‘잠재적 확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춘천과 강원도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문제고, 춘천과 강원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윤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이어나가실지 알고 싶습니다

▲도정의 핵심 현안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준비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법이 공포되기까지 1년이 남아있습니다. 내용이 아직 부족합니다. 출범에 맞춰 특별자치도의 내용을 채워 나가려면 윤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와의 협치가 기본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윤 대통령의 강원도 1호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대통령실, 정부, 여당과 긴밀히 협력해나가겠습니다. 특별자치도의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을 정부와 강원도가 긴밀히 협의해나가야 합니다. 비단 정부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강원도 국회의원도 ‘강원도 현안에는 여야가 없다’는 생각으로 협력을 추진해나가겠습니다. 본격적인 협치는 이제 시작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권교체보다 어려운 12년 만의 도정 교체를 이뤄주신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강원특별자치법이 공포되기까지 남은 1년 동안 법을 보완해, 명실상부한 강원도 지역발전을 위한 디딤돌로 만들어내겠습니다. 강원도가 낳은 위대한 기업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께서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길을 찾지 못하면 길을 만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강원도민이 힘과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면 정부도, 국회도, 기업도 설득할 수 있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다시 한 번 ‘하나된 열정’으로 강원도의 힘을 모아가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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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