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경기도지사 김동연 VS 김은혜 맞짱 인터뷰

‘명심 VS 윤심’ 대선 2라운드 제대로 붙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차철우 기자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1일 시작된다. 국민의힘(이하 국힘)은 대선 승리를 이어가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방선거라도 이기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에 대한 관한 관심이 뜨겁다. ‘미니 대선판’이라 불리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싸우고 있는 인물들을 <일요시사>가 차례로 취재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힘의 김은혜 후보, 민주당의 김동연 후보가 그 마지막 순서다.

지방선거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일컬어지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며 선거운동에 치열하게 임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양 후보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다른 대답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두 후보와의 일문일답.

-본인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혜) 저는 기자, 청와대 대변인, 대기업 임원을 역임하면서 지금 국민들의 가진 계신 현안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해왔으며, 결과적으로 항상 성공적인 솔루션을 제시해왔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그 경험이 밑바탕이 돼 국회의원과 인수위 활동도 했으며, 지금의 경기도지사 후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나름 성공을 거듭한 이유는 결국 말보다 발을 더 빠르게 움직이며 현장에서 답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경기도의 현안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답은 책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고, 도민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연) 저는 끼니를 걱정하던 소년 가장이었습니다. 판잣집을 전전하며 힘겹고 고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민의 삶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서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입이 아니라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34년 동안 공직에 몸담으며 서민의 눈높이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익은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청렴하게 일하고 전관예우와 같은 관행은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6명의 대통령께서 저의 실력을 인정해 등용하셨습니다. 경제부총리로서 나라 살림을 운영하며 혁신성장의 토대를 닦았습니다. 특권층이 아니라 서민을 위해 일할 준비된 일꾼이라 자부합니다. 

-경기도지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혜) 현실이 결여된 책상 위의 결정은 도민의 삶을 힘들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는 만큼 도민과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도지사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책상 대 현장’ ‘숫자 대 발’의 대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책상에 앉아서 정책을 결정해온 경제관료’ 대 ‘현장을 누비며 도민의 손을 잡고 함께 아파하는 김은혜’의 대결인 것입니다.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나 현장 속에서 답을 찾고, 진심을 다해 도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연) 경기도는 작은 대한민국입니다. 주거, 교통, 일자리 등 복잡한 현안이 서로 얽혀 있습니다. 경기도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사안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하는 일머리를 갖춰야 합니다.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경기도에서 살았습니다.

20년 이상을 경기도에서 일했습니다. 15살에 서울 청계천을 떠나 지금의 성남시 단대동 천막집에서 꿈을 키웠습니다. 경기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습니다. 이에 더해 34년 공직생활을 하며 다져온 국정운영 경험, 경제에 대한 안목과 실력을 갖췄습니다. 

-치열한 경선이었습니다. 경선에서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혜) 유승민 전 의원님은 우리 국힘의 소중한 자산이고 정치적 대선배입니다. 경선 기간 함께 경쟁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선택된 것은 이제 경기도를 새롭게 바꿔보라는, 나아가 경기도를 제대로 대접받도록 해보라는 도민의 준엄한 명령이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연) 경선에 함께하신 안민석·조정식 의원님, 그리고 염태영 전 시장님은 풍부한 경험과 열정을 갖추신 분들입니다. 아름다운 경쟁을 해주신 세 후보님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민주당 당원과 국민들께서는 저를 후보로 선출해주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혜 “현장에 답 있고, 더 잘 알아”
연 “소년 가장 출신…서민 잘 알아” 

-서로의 장점과 아쉬운 점 하나씩 꼽는다면?

(혜) 정권을 넘나들면서 경제관료로 장수하셨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경제지식이 많다는 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입니다. 행정경험을 강조하시지만 경험도 경험 나름입니다.

실패한 경험으로 경기도정을 책임 못 집니다. ‘집값 폭탄’ ‘세금 폭탄’을 안긴 장본인이신데, 경기도를 미래로 이끌겠다는 말씀보다는 진정어린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부터 하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연) 뉴스 앵커,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거치며 다져진 언변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다만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지금도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계신 점은 무척 아쉽습니다. 대통령과의 호흡을 앞세우지만 경기도 현안과 지방자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강 후보님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혜) 강용석 무소속 후보도 정권교체의 완성을 위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임하고 있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공당인 국민의힘 후보로서 당원과 국민이 저를 선택해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저의 개인적 판단보다는 경기도민과 당원의 생각이 우위에 있고 뜻을 따라가기 위해 계속 그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입니다. 

(연)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저는 경기도의 미래를 두고 어떤 후보님과도 합리적으로 토론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하지만 도민이 지켜보는 토론 무대를 정쟁과 인신공격에 활용하는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는 선거 개입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강 후보와 통화한 적이 없다는 대통령실, 둘 중 하나는 분명 국민 앞에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강 후보님이 도민들께 제시할 비전이 뚜렷하면 좋겠습니다.

-전임 이재명 도지사의 ‘기본 시리즈’를 어떻게 이어가실 생각이신가요?


(혜) 현금성 복지는 꼭 필요한 곳에 두껍게 지원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재명 전 지사의 무차별적 퍼주기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 한 정책은 반드시 손질하겠습니다. 

지역화폐 사업은 대장동 사업과 마찬가지로 측근 비리 의혹과 ‘세금깡’ 의혹으로 얼룩져 있고,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경기도 공무원의 개인 비서화, 홍보비 부당지출 등 도민이 위임한 공적권한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들은 꼭 바로잡겠습니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경기도정 4년’을 반드시 회복하고자 합니다.

(연) 민선 7기 도정에서 추진된 기본 시리즈는 공정·평화·복지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취약계층의 삶의 기반을 만들어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강용석 단일화 최대 변수 부상      
혜, 도민 목소리 경청하고 결정
연, 도민 위한 진심 안 느껴져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기본의 바탕 위에 기회를 더하겠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마음 놓고 도전할 기회를 더하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얼마 전 ‘경기도 청년기회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기회가 강물처럼 흐르는 경기도에서 청년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미래의 희망을 설계하고 새로운 삶의 진로를 개척하게 될 것입니다. 

-경기도에 대선주자만 3명이 몰렸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혜) 안철수, 이재명 후보를 두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두 분의 출마는 국민들께서 받아들이기에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안 후보는 분당 판교 지역의 발전과 그분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해주실 수 있는 훌륭한 분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경기도민들의 아픔과 고통은 고스란히 남겨둔 채 오직 선거의 유불리만을 따져 인천으로 떠나간 이재명 전 지사는 김동연 후보와 무슨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 후보가 정말 당당하다면 인천이 아니라 대장동이 위치한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왔을 거라고 봅니다.

김동연 후보도 그런 이 전 지사의 영향력에 기대다 보니 자꾸 후보 본인의 말이 뒤바뀌고 신뢰성이 깨지는 중입니다.

(연) 경기도가 대한민국에서 갖는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민의 선택에 따라 거론된 분들의 쓰임새가 결정될 것입니다. 저는 경기도가 잘되면 대한민국이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민의 미래를 위한 변화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거, 교통, 일자리 문제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들이 도민의 삶을 개선하고, 전국으로 그 변화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해낼 일꾼을 뽑아야 합니다. 경기도의 미래를 정쟁에 휩싸여 볼모로 삼으려는 후보는 막아야 합니다. 그런 후보가 도민의 삶을 챙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기 도민들은 검수완박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혜)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권을 뺏어서 득보는 사람들은 우리 서민들이 아니라 ‘대장동 사태’ 관계자들과 같은 가진 자들, 힘 있는 자들일 것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정권교체를 앞두고 황당한 일을 자행했던 야당에 대해 국민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 검찰개혁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입니다. 권력기관이 누려온 기득권을 깨야 한다는 데 많은 도민들이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기소권 분리를 포함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지난 달 양당이 합의한 사안을 국민의힘이 번복하는 과정에서 정쟁이 극심했습니다. 우리 도민들께서 편한 마음으로 지켜보기 힘드셨을 것입니다.

-새로 시작한 윤석열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혜)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의 가장 큰 덕목은 인내심과 뚝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소신대로 차분히 하나씩 풀어나가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시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연) 대통령은 특정 진영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전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특정 진영이나 검찰이 아니라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길 진심으로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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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