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비박산’ 민주당 13개 계파 대해부

“네 탓” 장군 없는 오합지졸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혁신형’ 비대위가 출범한 지 3주가량 지났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 비대위 지도부는 혁신의 첫걸음을 어떻게 뗄지 고심 중이다. 최우선 과제는 당 안팎에서 지적하고 있는 ‘당내 통합’이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수박’(겉은 파랗고 안은 빨갛다는 뜻으로 ‘민주당의 배신자’란 의미)이란 단어를 못 쓰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우 위원장은 “같은 당인데 어떻게 이런 단어를 쓸 수 있나”라며 “공격적 언어들을 쓰면 안 된다. 수박 단어를 쓰시는 분들은 가만 안 둘 것”라고 언급했다.

세만 크고 
리더 없다

‘유’한 성격으로 알려진 우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만큼 계파 갈등이 요즘 민주당의 최대 골칫거리다. 우 위원장의 경고가 있기 전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는 수위 높은 공격들을 주고받으며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 룰’ 변경 등 예민한 문제가 산재해 있는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민주당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계파가 꽤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요시사>가 취재 도중 들었던 계파 종류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친이재명계’ ‘친이낙연계’ ‘친문재인계’ ‘정세균계’ ‘옛 박원순계’ ‘옛 손학규계’ ‘이해찬계’ 등 거물 정치인들의 이름에서 비롯된 계파와 ‘민평련계’ ‘통합행동계’ ‘86그룹’ ‘97그룹’ 등 과거 이념과 의원들의 특징에서 비롯된 계파들, 그리고 ‘민주당 4.0’ ‘처럼회’ 같은 정치 연구모임 등이 있다.


이 중 친명계와 친문계, 친이낙연계 등이 대립 중인 민주당의 주요 세력이다. 여기에는 민평련계와 86그룹, 처럼회, 민주당 4.0에 속한 의원이 고루 포진돼있다.

개인적인 인연과 정치적 가치에 따라 복잡하게 얽힌 민주당 계파는 여의도 전문가들도 헷갈릴 만큼 대치와 협력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수많은 계파들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과거 어느 계파 소속이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할 것인지, 혹은 이 의원을 반대할 것인지에 따라 새롭게 개편됐다. 현재 민주당 계파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친명’ 측과 이 의원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비명’ 측, 그리고 계파색이 옅고 새 인물을 추대하려는 ‘중립’ 측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친명 측에선 지난 대선에서 득표력을 인정받은 이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명 핵심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은 이 의원의 최측근이라 알려진 ‘7인회’와 ‘옛 박원순계’다.

7인회에는 정성호·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이규민 의원이 속해있다. 이들은 2017년 이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부터 5년간 정치적 뜻을 함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인연을 이어온 인사들도 있다. 정 의원은 이 의원과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사이로, 36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김병욱 의원은 이 의원이 2010년 지방선거를 치를 때부터, 김영진 의원은 이 의원과 중앙대를 함께 다닐 때부터 함께했다. 임 의원은 2017년 대통령선거 경선 전부터 이 의원을 지지하며 선거 캠프에서 활약했다.

뭉치고
모이고

초선인 김남국 의원과 문 의원은 개혁 성향이 강한 인물들로 추진력 있는 이 의원의 개인 능력을 높이 평가해 오래전부터 여의도와 이 의원 사이의 가교 역할을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민 의원은 지난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여의도를 떠나 있었다. 그러나 몇 개월 뒤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에 곧바로 합류해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아 했다. 이 의원은 총괄선거대책부본부장으로 임명돼 본인의 지역구인 안성시를 비롯해 경기도 일대서 이 의원을 지원사격했다.

이들 7인에 더해 ‘옛 박원순계’ 또한 이 의원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다. 지난달 원내대표로 당선된 3선의 박홍근 의원과 천준호·남인순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중 박홍근 원내대표와 천 의원은 이 의원과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남 의원은 비교적 계파색이 옅어 무계파로 분류된다.

핵심을 이루고 있는 두 세력에 더해 이해찬계의 합류도 이 의원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치열했던 지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자연스럽게 ‘이해찬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이 대거 이 의원 진영으로 합류했다.

이때 유입된 인물 대부분은 아직도 친명 측에 속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계’에는 김성환·이수진·이해식·이형석·조정식 의원 등이 있다. 이 중 이수진 의원은 최근 불거진 ‘이재명’ 책임론에 앞장서서 이 의원을 보호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선 참패 직후 자신의 SNS에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특정인이 지목되고, 마녀사냥이 되고 있다”며 “패배에서 오는 분노를 쏟아내기에 이보다 쉬운 게 없다. 착잡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고 적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한 조 의원도 경선 과정 내내 ‘이재명의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선거전에 나선 바 있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나갈 동지”라며 “같이 호흡을 맞춘 사람으로서 도정 운영에서 많은 조언을 받을 예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현재 친명 측에 속해있는 민주당 의원은 총 41명에 달한다.

대부분 비문계 의원과 처럼회 같은 강성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그리고 이 의원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당초 “여의도에 세가 없다”고 평가받던 이 의원은 본인만의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에 대항해 ‘친문’과 ‘이낙연계’ ‘정세균계’ 의원들이 규합하고 있다. ‘비명’이라는 대의 아래 이들은 힘을 하나로 합쳐 거대 세력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친명 41명·비명 80명·중립 49명
크게 세 그룹 속 다시 나뉘는 구도

‘비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무산시키고 친문 진영 인물을 선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요시사>가 파악한 이낙연계는 총 43명으로, 홍영표·전해철·박광온 의원 등이 주류다. 이들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박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박홍근 의원과 초접전을 펼치며 당내 영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홍 의원은 최근까지도 이(재명) 의원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이 원해 출마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내가 알기론 70~80%는 이 의원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방선거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 의원에게 출마 명분조차 없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낙연계’뿐 아니라 ‘정세균계’도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세균계의 대표격인 이원욱 의원은 이 의원과 갈등관계를 오랫동안 이어왔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모두가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했을 때도 이 의원만큼은 끝까지 대선을 뛰고 있는 이(재명) 의원에게 쓴소리를 뱉으며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다.

그는 이(재명) 의원의 대표적 공약인 기본소득을 향해 “포퓰리즘 논쟁을 중지하라”며 “기본소득의 원칙에는 보편성과 정액성, 정시성 등이 있고 기본소득 문제를 거론하려면 포퓰리즘이 아닌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일침을 놓더니, 지방선거 후에는 이 의원의 극성 지지층을 “훌리건”이라 비난하며 “그들과 거리를 두라”고 조언했다.

이 의원은 ‘친이낙연계’ 의원들보다 이(재명) 의원과의 감정의 골이 더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이낙연’ ‘친정세균’에 더해 전통 ‘친문’ 세력 또한 ‘비명’계에 섰다. 친문 세력 중 핵심은 문재인정부에서 일했던 인물들이며 여기에는 윤호중·고민정·윤건영·박범계 의원 등이 포함된다.

전통 ‘친문’ 측은 지난 두 번의 패배 책임을 이 의원에게 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당내 주류 세력이 친명계로 바뀐다면 다음 총선에서 본인의 공천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비명계에 서 있는 세력은 민주당내 최다인 80명이다. 세력만큼은 가장 거대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당권을 향해 나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세력을 규합할만한 리더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비명계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고, 당권에 도전하려는 몇몇 친문 인사들은 비명계 전체의 신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느 그룹 
개혁 1순위? 

친정세균계에서도 당 대표감으로 평가되는 인물은 없다. 한 정치 평론가는 현재 비명계를 향해 “장군 없이 몸집만 커진 군대 같다. 오합지졸 세력”이라고 평가했다.

대안 없이 이 의원을 공격하는 ‘비명’계에게 몇몇 민주당 지지자들은 진영논리에 빠지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계파 싸움 이골이 난 이들은 새로운 인물을 중립지대에서 찾으라 주문한다. 그동안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친문’ 세력보다는 ‘무계파’ 출신의 인물이 당내를 통합할 수 있고, 또 친명 측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판단 아래서다.

‘친명’과 ‘비명’ 모두와 거리를 둬온 민주당 의원은 총 49명이다. 그간 이 의원과 문 전 대통령, 그리고 이 전 대표와 사사로운 인연은 있었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고 판단되는 인사들과 양측 모두와 인연이 깊은 인사들, 그리고 정치 초년생부터 개인기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인사들이 주축이다.

새로운 리더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97그룹(90학번·70년대생)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양 계파가 전당대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들을 최대한 많이 포섭해야 한다. ‘중립’ 세력은 다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안민석·우상호·박병석·이상민 의원 등의 영향력 있는 중진들과 97그룹의 대표 격인 재선의 강훈식·강병원·박주민·박용진 의원 등이 ‘중립’의 주류로 꼽힌다. 여기서도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들이 있다.

막내 라인인 97그룹에 속한 이들이다. 강병원 의원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으며, 박주민·박용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당내서 이미 기정사실화돼있다.

‘586용퇴론’ ‘세대교체’ 등이 개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처럼 ‘젊은’ 정치인들의 출마는 여러모로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당내 주류 싸움은 지난달 있었던 원내대표 선거였다. ‘친명’ 쪽의 박홍근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1승을 챙긴 ‘친명’계는 그 기세를 전당대회까지 이어나가려 하고 있다.

대체 세력으로
분위기 반전

지방선거 책임론을 주장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비명’계는 그 전에 승부수를 띄워 이를 저지하려 한다. 양 계파 중 어느 세력이 승리할지, 혹은 두 싸움에 지친 지지자들이 새로운 인물을 ‘중립’지대에서 찾아낼지 오는 8월에 결정될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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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