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는’ 민주 전대 관전 포인트 다섯

당 대표 뽑히면 분당 직행?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불가론’과 전당대회 ‘룰 결정’,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무산’ 등 크고 작은 논란들로 시름을 앓아왔다. 그러나 지난 17일 전대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분쟁은 한꺼풀 꺾이는 분위기다. 이제 각 후보들은 선거에서 이길 방법만 연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로 갈라져 전투를 벌였던 각 계파는 이제 진짜 전쟁을 준비하려 한다. 그동안 민주당의 최대 쟁점은 이재명 의원의 ‘불출마 여부’였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에 이 의원이 출마할 뜻을 내비치자 비명계 쪽이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들어 출마를 반대한 것이다.

탐색전 끝
전쟁 시작

겉으로는 ‘선거 패배에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자’는 명분이었지만, 속내는 ‘공천 배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당내에 수많은 적을 만들어왔다.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진흙탕 싸움을 하기도 했고,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와 혈투를 펼쳤다.

싸울 때마다 적을 늘려온 이 의원은 본인도 상처를 입었지만, 반대로 상대 진영 인사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에 아직도 남아있는 계파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계파 갈등은 대선 경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선 후 ‘원팀’으로 되돌아왔던 민주당 전통을 깨고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던 의원이 있는가 하면, 급기야 몇몇 인사들은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이때의 아픔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원팀이 되지 못한’ 민주당이라 생각하고 있고, 원팀에 들어오지 않았던 인사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대선이 끝난 후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민주당 의원들은 한동안 이른바 ‘이재명 지지자 표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만 했다. 뿌리 깊은 당내 갈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비명계에게 이 의원의 전대 출마 선언은 결정타였다. ‘공천 위기’가 현실이 되자 의원들은 각자 살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본인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한 몇몇 의원은 친명 쪽에 붙으며 ‘태세 전환’ 중이고, 몇몇 의원들은 세를 규합해 ‘이재명 잡기’에 나서고 있다. ‘비명 진영’에서 당 대표 자리를 탈환해 친명계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속내다. ‘세대교체론’이 이들이 주로 밀고 있는 ‘탈환법’이다.

전대 등록을 마친 당 대표 후보는 ‘양강·양박’의 강훈식·강병원·박용진·박주민(모두 재선) 의원과 설훈(5선)·김민석(3선) 의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 그리고 초선의 이재명 의원까지 총 8명이다. 이 중 네 명의 재선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이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전대에 뛰어들었다. 

물갈이, 분열, 컷오프, 최고위, 단일화…
‘친명계’ 잡으려고…각양각색 논리 동원

재선 의원들은 일찌감치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으로 묶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586세대’가 차지했던 기득권을 넘겨받겠다며 의기투합한 넷은 각각 출마선언문을 통해 기득권 타파와 ‘젊은 당으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도전도 당이 주목하고 있는 포인트다. 유일한 원외 후보인 그는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을 하며 “승산 없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며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전당대회가 공론의 장이자 담대한 혁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97그룹과 그의 도전까지 공식화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세대교체론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본래 이 전 최고위원은 송영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다. 송 전 대표는 “미래를 함께 공감하고 세대간 소통의 다리를 이어줄 청년”이라며 그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1982년생으로 평생을 환경운동에 힘쓴 인물이며 열린우리당의 평당원 시절부터 민주당 일원이었던 그는 2012년에 경기도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정치권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비록 친명계로 분류되는 송 전 대표의 추천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현재는 이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려는인사들 중 한 명이 됐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지도부 기간 동안 당내 기득권에 혐오가 쌓였고 계파 싸움에 진력이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최고위원과 같은 ‘젊은 지도부 인사’가 당의 쇄신을 주장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친명계 카드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이번 전대를 바라보는 지지자 중 상당수는 이 젊은 정치인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비록 이들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더라도, 이들에게 전대의 흥행이 달려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 의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친명계를 견제하고 나섰다. 설 의원은 ‘민주당 분당론’으로 이 의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필연적으로 당은 쪼개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서 비명계가 힘을 합쳐 이 의원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당 내에 위기의식을 고취시켜 표를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다.

한마음으로
친명 견제

그는 ‘이재명의 민주당’ 아래에서는 절대 민주당이 하나가 될 수 없고, 총선이 있는 2024년 쯤엔 공천을 둘러싸고 분열이 정점을 찍어 당이 쪼개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본인이라고 소개한다.

‘민주당 전통’을 지키고 있는 자신이 ‘이재명 대세론’을 잠재울 대표 후보감이라는 소리다. 설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시 이 전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필연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스스로 대변인 역할까지 도맡아 하며 ‘친문(친 문재인)’계의 좌장 역할을 수행했다.

경선 후 선거 불복 운동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대선 기간 중 이 의원을 향한 네거티브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현재 출사표를 던진 후보 중 가장 긴 정치경력을 자랑한다. 젊은 나이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오랜 세월 동교동계의 핵심멤버로 활동했다. 1996년에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한 그는 2000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매김해왔다. 


정치적 위기도 잠시 있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일하던 설 의원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당했고, 2005년 확정판결이 나면서 ‘피선거권 10년 박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2년 뒤인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면을 받아 곧바로 정계 복귀에 성공했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내리 3선에 성공하며 베테랑 정치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교동계’와 ‘친노(친 노무현)’에서 ‘친문’으로 이어진 그의 정치 커리어는 당내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의원과는 매우 상반된다. 수십년간 민주당을 지켜온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크게 동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분당’이 자주 등장하니 위기의식이 고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분당 발언 이후 이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고,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던 친문 인사들이 물밑에서 설 의원과 젊은 당권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2016년 이미 한 차례 분당 경험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전대가 ‘분당의 씨앗’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비명계가 분당을 우려하는 이유는 비단 당 대표 선거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치르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계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내에서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 최고위원들까지 ‘이재명의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비명계 측에는 마지막 희망마저 없어진다. 


최고위원 선거에는 총 17명이 참전했다. 원내에서는 고영인·고민정·박찬대·서영교·정청래·송갑석·이수진(동작을)·윤영찬·양이원영·장경태 등 10명의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원외에서는 김홍걸 의원을 도왔던 이현주 전 보좌관과 박영훈 전 민주당 대학생 위원장 등 각계각층의 민주당원 7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비명계 다수
단일화 긍정

주목해야할 점은 원내서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이다. 인지도가 약한 원외 인사들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는 일은 드문 만큼, 민주당 내에선 원내 인사 중에 최고위원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선거에 나온 원내 인사 10명 중 6명이 친명계라는 점이다. 3선의 정 의원과 서 의원, 재선의 박 의원, 초선의 장 의원과 양 의원, 이수진 의원이 친명계로 분류된다. 

전대 후 민주당 지도부는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7명까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최고위원 7자리 중 5자리는 전대서 뽑히는 선출직이지만, 2자리는 당 대표가 임명한다. 원내대표는 친명계로 알려진 박홍근 의원이 이미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이 대표로 당선될 경우 지도부 구성원 중 네 명은 이미 친명계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여기에 선출직 최고위원 2명이 가세하면 이 의원은 당 지도부를 완벽히 장악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6명 중 2명 이상이 당선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정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친명계 의원은 “친문이 곧 친명”이라고 선언한 3선의 정청래 의원이다. 거침없는 발언과 여당에 대한 날선 견제로 당내 수많은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 그는 대표로 거론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당내 초선 강성 그룹인 ‘처럼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입지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 당초 정 의원은 당 대표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후보 등록 막판에 대표 출마가 아닌 최고위원 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배경에 대해 “원래 제가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당 대표를 오랫동안 꿈꿔왔고 준비도 많이 했었다”며 “원래 높은 자리, 낮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다 했었는데 이번에는 최고위원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재명을 당 대표로 밀어주기 위한 초석’이라는 것이 당내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가 말했던 ‘대통령과 당 대표 사이’처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서다.

이에 비명계에서도 반격의 카드를 준비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고 의원과 윤 의원이 입후보한 것이다. 친명계 예비후보들 뒤에 처럼회가 있다면 이들 뒤에는 ‘초금회’가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진이었던 의원들이 주죽이 돼 만들어진 ‘초금회’는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5명 중 2명만…지도부 장악
1차 투표 통과에 최대 변수

세력이 약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친문’은 당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대에서는 중앙위원회의 입김이 강력히 작용한다.

그동안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던 비명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중앙위원들은 아직 비명계 인사들에게 더 호의적이다. 특히 17명에서 9명을 낙마시키는 최고위원 1차 컷오프(오는 28일 예정)는 중앙위 100%로 이뤄진다. 중앙위가 ‘친명계를 견제하자’는 뜻에 동조한다면 최고위원 최종 후보 8명 중 과반이 비명계로 채워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비명계의 막판 단일화 여부는 이번 전대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강한 후보를 잡기 위해 군소 후보들이 뜻을 모으는 것은 정치권의 오래된 승리 공식이다. 전대에 출마한 8명의 후보 중 7명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1차 컷오프에서 3명으로 추려질 대표 후보군에는 이 의원과 97그룹 2명, 혹은 설 의원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97그룹 의원들은 이미 단일화를 가시화한 바 있다. 강훈식 의원은<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막판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다. 그는 “컷오프 이전 단일화는 불가능하겠지만, 후에 가치와 노선이 맞으면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인 강병원 의원은 지난 21일 비명계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그는 본인의 SNS에 “강훈식, 김민석, 박용진, 박주민, 설훈, 이동학 후보님께 제안한다. 당의 미래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오는 28일 당 대표 후보 3인을 추리는 컷오프 이전에 ‘단일화 공동 선언’에 동참해달라”고 적었다.

비명계 예비후보들 중 최초로 단일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설 의원 또한 컷오프를 단일화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컷오프를 진행하게 되면 8명에서 3명으로 후보가 압축되는데, 이재명 의원과의 대결을 위해 본선에 올라간 나머지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 <일요시사>에 전했다.

다만 박용진 의원만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그 역시 단일화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명분이 이 의원에 대한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컷오프를 통해 자연스럽게 단일화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단일화가 당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가치에 기반한 단일화가 아닌, 단순히 ‘이재명 반대’를 위한 단일화라고 한다면 설령 가능하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당대회 후
더 파국으로?

전대에 뛰어든 이들의 여정은 오는 28일 1차 컷오프를 거친 뒤, 다음 달 28일에야 끝날 예정이다. 누가 웃을지 친명계와 비명계 중 컷오프에선 누가 살아 남을지, 분당은 현실화될지, 단일화는 이뤄질 지 등 민주당 지지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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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