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는’ 민주 전대 관전 포인트 다섯

당 대표 뽑히면 분당 직행?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불가론’과 전당대회 ‘룰 결정’,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무산’ 등 크고 작은 논란들로 시름을 앓아왔다. 그러나 지난 17일 전대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분쟁은 한꺼풀 꺾이는 분위기다. 이제 각 후보들은 선거에서 이길 방법만 연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로 갈라져 전투를 벌였던 각 계파는 이제 진짜 전쟁을 준비하려 한다. 그동안 민주당의 최대 쟁점은 이재명 의원의 ‘불출마 여부’였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에 이 의원이 출마할 뜻을 내비치자 비명계 쪽이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들어 출마를 반대한 것이다.

탐색전 끝
전쟁 시작

겉으로는 ‘선거 패배에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자’는 명분이었지만, 속내는 ‘공천 배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당내에 수많은 적을 만들어왔다.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진흙탕 싸움을 하기도 했고,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와 혈투를 펼쳤다.

싸울 때마다 적을 늘려온 이 의원은 본인도 상처를 입었지만, 반대로 상대 진영 인사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에 아직도 남아있는 계파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계파 갈등은 대선 경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선 후 ‘원팀’으로 되돌아왔던 민주당 전통을 깨고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던 의원이 있는가 하면, 급기야 몇몇 인사들은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이때의 아픔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원팀이 되지 못한’ 민주당이라 생각하고 있고, 원팀에 들어오지 않았던 인사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대선이 끝난 후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민주당 의원들은 한동안 이른바 ‘이재명 지지자 표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만 했다. 뿌리 깊은 당내 갈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비명계에게 이 의원의 전대 출마 선언은 결정타였다. ‘공천 위기’가 현실이 되자 의원들은 각자 살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본인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한 몇몇 의원은 친명 쪽에 붙으며 ‘태세 전환’ 중이고, 몇몇 의원들은 세를 규합해 ‘이재명 잡기’에 나서고 있다. ‘비명 진영’에서 당 대표 자리를 탈환해 친명계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속내다. ‘세대교체론’이 이들이 주로 밀고 있는 ‘탈환법’이다.

전대 등록을 마친 당 대표 후보는 ‘양강·양박’의 강훈식·강병원·박용진·박주민(모두 재선) 의원과 설훈(5선)·김민석(3선) 의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 그리고 초선의 이재명 의원까지 총 8명이다. 이 중 네 명의 재선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이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전대에 뛰어들었다. 

물갈이, 분열, 컷오프, 최고위, 단일화…
‘친명계’ 잡으려고…각양각색 논리 동원

재선 의원들은 일찌감치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으로 묶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586세대’가 차지했던 기득권을 넘겨받겠다며 의기투합한 넷은 각각 출마선언문을 통해 기득권 타파와 ‘젊은 당으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도전도 당이 주목하고 있는 포인트다. 유일한 원외 후보인 그는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을 하며 “승산 없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며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전당대회가 공론의 장이자 담대한 혁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97그룹과 그의 도전까지 공식화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세대교체론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본래 이 전 최고위원은 송영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다. 송 전 대표는 “미래를 함께 공감하고 세대간 소통의 다리를 이어줄 청년”이라며 그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1982년생으로 평생을 환경운동에 힘쓴 인물이며 열린우리당의 평당원 시절부터 민주당 일원이었던 그는 2012년에 경기도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정치권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비록 친명계로 분류되는 송 전 대표의 추천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현재는 이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려는인사들 중 한 명이 됐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지도부 기간 동안 당내 기득권에 혐오가 쌓였고 계파 싸움에 진력이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최고위원과 같은 ‘젊은 지도부 인사’가 당의 쇄신을 주장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친명계 카드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이번 전대를 바라보는 지지자 중 상당수는 이 젊은 정치인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비록 이들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더라도, 이들에게 전대의 흥행이 달려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 의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친명계를 견제하고 나섰다. 설 의원은 ‘민주당 분당론’으로 이 의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필연적으로 당은 쪼개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서 비명계가 힘을 합쳐 이 의원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당 내에 위기의식을 고취시켜 표를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다.

한마음으로
친명 견제

그는 ‘이재명의 민주당’ 아래에서는 절대 민주당이 하나가 될 수 없고, 총선이 있는 2024년 쯤엔 공천을 둘러싸고 분열이 정점을 찍어 당이 쪼개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본인이라고 소개한다.

‘민주당 전통’을 지키고 있는 자신이 ‘이재명 대세론’을 잠재울 대표 후보감이라는 소리다. 설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시 이 전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필연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스스로 대변인 역할까지 도맡아 하며 ‘친문(친 문재인)’계의 좌장 역할을 수행했다.

경선 후 선거 불복 운동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대선 기간 중 이 의원을 향한 네거티브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현재 출사표를 던진 후보 중 가장 긴 정치경력을 자랑한다. 젊은 나이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오랜 세월 동교동계의 핵심멤버로 활동했다. 1996년에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한 그는 2000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매김해왔다. 


정치적 위기도 잠시 있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일하던 설 의원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당했고, 2005년 확정판결이 나면서 ‘피선거권 10년 박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2년 뒤인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면을 받아 곧바로 정계 복귀에 성공했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내리 3선에 성공하며 베테랑 정치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교동계’와 ‘친노(친 노무현)’에서 ‘친문’으로 이어진 그의 정치 커리어는 당내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의원과는 매우 상반된다. 수십년간 민주당을 지켜온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크게 동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분당’이 자주 등장하니 위기의식이 고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분당 발언 이후 이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고,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던 친문 인사들이 물밑에서 설 의원과 젊은 당권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2016년 이미 한 차례 분당 경험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전대가 ‘분당의 씨앗’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비명계가 분당을 우려하는 이유는 비단 당 대표 선거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치르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계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내에서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 최고위원들까지 ‘이재명의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비명계 측에는 마지막 희망마저 없어진다. 


최고위원 선거에는 총 17명이 참전했다. 원내에서는 고영인·고민정·박찬대·서영교·정청래·송갑석·이수진(동작을)·윤영찬·양이원영·장경태 등 10명의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원외에서는 김홍걸 의원을 도왔던 이현주 전 보좌관과 박영훈 전 민주당 대학생 위원장 등 각계각층의 민주당원 7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비명계 다수
단일화 긍정

주목해야할 점은 원내서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이다. 인지도가 약한 원외 인사들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는 일은 드문 만큼, 민주당 내에선 원내 인사 중에 최고위원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선거에 나온 원내 인사 10명 중 6명이 친명계라는 점이다. 3선의 정 의원과 서 의원, 재선의 박 의원, 초선의 장 의원과 양 의원, 이수진 의원이 친명계로 분류된다. 

전대 후 민주당 지도부는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7명까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최고위원 7자리 중 5자리는 전대서 뽑히는 선출직이지만, 2자리는 당 대표가 임명한다. 원내대표는 친명계로 알려진 박홍근 의원이 이미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이 대표로 당선될 경우 지도부 구성원 중 네 명은 이미 친명계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여기에 선출직 최고위원 2명이 가세하면 이 의원은 당 지도부를 완벽히 장악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6명 중 2명 이상이 당선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정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친명계 의원은 “친문이 곧 친명”이라고 선언한 3선의 정청래 의원이다. 거침없는 발언과 여당에 대한 날선 견제로 당내 수많은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 그는 대표로 거론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당내 초선 강성 그룹인 ‘처럼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입지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 당초 정 의원은 당 대표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후보 등록 막판에 대표 출마가 아닌 최고위원 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배경에 대해 “원래 제가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당 대표를 오랫동안 꿈꿔왔고 준비도 많이 했었다”며 “원래 높은 자리, 낮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다 했었는데 이번에는 최고위원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재명을 당 대표로 밀어주기 위한 초석’이라는 것이 당내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가 말했던 ‘대통령과 당 대표 사이’처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서다.

이에 비명계에서도 반격의 카드를 준비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고 의원과 윤 의원이 입후보한 것이다. 친명계 예비후보들 뒤에 처럼회가 있다면 이들 뒤에는 ‘초금회’가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진이었던 의원들이 주죽이 돼 만들어진 ‘초금회’는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5명 중 2명만…지도부 장악
1차 투표 통과에 최대 변수

세력이 약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친문’은 당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대에서는 중앙위원회의 입김이 강력히 작용한다.

그동안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던 비명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중앙위원들은 아직 비명계 인사들에게 더 호의적이다. 특히 17명에서 9명을 낙마시키는 최고위원 1차 컷오프(오는 28일 예정)는 중앙위 100%로 이뤄진다. 중앙위가 ‘친명계를 견제하자’는 뜻에 동조한다면 최고위원 최종 후보 8명 중 과반이 비명계로 채워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비명계의 막판 단일화 여부는 이번 전대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강한 후보를 잡기 위해 군소 후보들이 뜻을 모으는 것은 정치권의 오래된 승리 공식이다. 전대에 출마한 8명의 후보 중 7명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1차 컷오프에서 3명으로 추려질 대표 후보군에는 이 의원과 97그룹 2명, 혹은 설 의원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97그룹 의원들은 이미 단일화를 가시화한 바 있다. 강훈식 의원은<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막판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다. 그는 “컷오프 이전 단일화는 불가능하겠지만, 후에 가치와 노선이 맞으면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인 강병원 의원은 지난 21일 비명계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그는 본인의 SNS에 “강훈식, 김민석, 박용진, 박주민, 설훈, 이동학 후보님께 제안한다. 당의 미래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오는 28일 당 대표 후보 3인을 추리는 컷오프 이전에 ‘단일화 공동 선언’에 동참해달라”고 적었다.

비명계 예비후보들 중 최초로 단일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설 의원 또한 컷오프를 단일화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컷오프를 진행하게 되면 8명에서 3명으로 후보가 압축되는데, 이재명 의원과의 대결을 위해 본선에 올라간 나머지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 <일요시사>에 전했다.

다만 박용진 의원만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그 역시 단일화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명분이 이 의원에 대한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컷오프를 통해 자연스럽게 단일화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단일화가 당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가치에 기반한 단일화가 아닌, 단순히 ‘이재명 반대’를 위한 단일화라고 한다면 설령 가능하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당대회 후
더 파국으로?

전대에 뛰어든 이들의 여정은 오는 28일 1차 컷오프를 거친 뒤, 다음 달 28일에야 끝날 예정이다. 누가 웃을지 친명계와 비명계 중 컷오프에선 누가 살아 남을지, 분당은 현실화될지, 단일화는 이뤄질 지 등 민주당 지지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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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