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민주당 당권 전쟁 시나리오

누가 찰까 초상집 상주 완장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이재명은 건재했다. 차기 당권 경쟁의 바로미터라 불렸던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박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민주당이 또다시 요동치게 됐다. 다가올 6월 지방선거와 8월 당권 경쟁에서 민주당 내의 권력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계에서는 야당보다 여당의 비주류 의원들을 더욱 안타깝게 바라본다. 야당 의원이라면 하나 하나가 여당 진영의 설득 대상이지만, 여당의 비주류 의원들은 거진 당의 거수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여당의 비주류가 되는 순간, 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들은 다음 공천을 받기 위해 당의 뜻에 반기를 들지 못하고, ‘주류’ 의원들의 뜻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주류·비주류
엇갈린 운명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민주당내에선 ‘주류’와 ‘비주류’가 갈렸다. 주류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이재명계’ 의원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 관계자들은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외 다른 계열의 의원들은 당분간 민주당에서 크게 입김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민주당 총지도부는 전원 사퇴한 바 있다.

송영길 전 대표와 더불어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이동학·김주영 등 일곱명의 최고위원들은 자신의 자리를 당에게 되돌려주며 송 전 대표와 뜻을 같이했다. 


대선을 이끌어온 자신들이 이재명 후보의 대선 낙선이란 결과를 받아 들었으니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의원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 고문에게 돌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실상 패배가 정해진 대선에서 이 고문이 나름 ‘건투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부터다.

이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불과 0.7%를 보이며 초접전 승부를 펼쳤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형국에서 이정도의 싸움은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역대 최소 득표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한 이 고문에게 민주당은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이후로 ‘리더다운 리더’가 전무한 민주당 내에 카리스마와 실력을 겸비한 이 고문만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다.

민주당은 이 고문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보다는 당의 개혁을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움직임의 일환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였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의원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며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지난 일주일간 공석인 상태였다.

지도부가 없는 조직은 위태롭기 마련이기에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 24일에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방식은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차용했다. 


콘클라베 방식이란 민주당 국회의원 172명 전원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전방위적인 투표 방식이다. 이 방식 하에서는 별도의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

민주당 측 인사는 “지금 민주당은 메마른 건초더미 위에 있다”며 “조그마한 불씨도 불이 붙으면 크게 붙을만한 위험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대선 패배 이후 어수선한 당의 분위기상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진행하면, 그 과정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아 수면 밑에 있는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 것이다.

차기 당권 경쟁 바로미터
원내대표 ‘친이계’ 승리

실제로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곧 있을 지방선거 공천 문제 해결과 8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앞두고 물밑에서 알력싸움이 치열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또한 계파 간 밀어주기식의 치열한 선거전이 됐다. 선거전 유력 후보군으로 언론들은 박광온·박홍근·이원욱 의원 등을 꼽았다. 각각 이낙연계, 이재명계,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민주당 3대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은 모두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각 캠프에 소속돼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사실상 세 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에서 어떤 계파가 승리할 것인지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의 관전 포인트였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선거 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계파 색채가 뚜렷한 터라 그 누구도 압도적인 지지는 받지 못할 것”이라며 “선거가 계속 이어져 24일 늦은 오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24일 민주당은 총 세 번의 선거를 진행한 후, 오후 6시가 다돼서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1차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 172명은 원내대표가 될 만한 의원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의원 수의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는 후보는 곧바로 당선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시, 득표한 후보들 중 10% 포인트가 넘는 후보끼리 재투표를 실시한다.

유력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인 것이다. 10% 포인트가 넘는 후보들에게는 의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비전을 말할 수 있는 정견발표할 기회가 주어진다.

정견발표 후, 2차 투표가 진행되고 여기서 과반표 이상이 나오면 비로소 새로운 원내대표가 정해진다. 그러나, 여기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 1~2등만 추려서 3차 투표를 진행한다. 원내대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사표를 줄여보겠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 측의 설명이다.


지난 24일 1차 콘클라베 방식 투표에서 10% 포인트 이상 득표자는 박광온·박홍근·이원욱·최강욱 의원 총 네 명이었다.

여기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사람이 없었기에 민주당은 2차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2차 투표에 앞서 네 후보에게는 미리 정해놓은 룰에 따라 정견발표 기회가 주어졌다.

치열했던
계파 대리전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원내대표 자리는 독배를 든 채 십자가를 메고 개척항구를 서는 자리라 생각한다. 누군가 총칼을 맞아도 앞장서서 넘어가야 하는 자리인 것”이라며 “부당한 탄압을 막아내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 윤석열 당선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내대표로서의 막중함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과 동시에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에 맞서 싸울 의지를 보여주는 발표였다. 그는 민주당 진영의 인사들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또 다른 유력 후보 ‘이낙연계’ 박광온 의원은 “민주당은 지금 불안한 반쪽이다. 단결해야 한다”며 “윤석열정권이 검찰 공화국으로 치닫고 정치 보복 수사로 민주당을 공격해올 때 당이 갈라져 있다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 단결하면 지킬 수 있다. 내가 지켜내겠다”고 강한 어조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비록 지금은 민주당이 갈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본인이 원내대표에 당선된다면 민주당을 하나로 묶어 윤 당선인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는 박홍근 의원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다.

한편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국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준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미워서였다”며 “유능한 정당으로 탈바꿈해 매력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조용하지만 뜨거운 전사다. 박근혜를 탄핵했고 공수처법을 완수했으며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켰다”고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세 의원은 각각의 매력을 어필하고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원내대표 당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각 계파를 대표하는 만큼 발표하는 이들의 어깨 또한 매우 무거워보였다. 

이날 1차 투표를 깜짝 통과한 최강욱 의원은 “정계 입문한지 2년이 된 제게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시다니 이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민주당이 앞장서서 대민 정치구조를 바꾸고 국민께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멋진 정치로 보답해야 한다”고 1차 통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진땀승
미미한 표차

2차 투표에서는 박광온, 박홍근 후보가 1, 2등을 기록했고, 역시 여기서도 과반 이상 득표자는 없었다. 정견발표에서 네 후보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투표에서는 하나가 되지 못했다. 곧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근소한 차이가 두 후보의 승패를 판가름 냈다. 이는 지금 민주당 계파들이 얼마나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지금 민주당의 분위기는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박홍근 의원은 정견발표를 시작하자마자 “선거를 앞두고 문자 폭탄에 시달렸을 동료 의원분들에게 사죄의 말씀부터 올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본인이 지지하는 계파의 후보를 뽑으라는 문자 폭탄을 돌렸던 것이다.

이제 이 분열을 끝내야 하고, 이 중책을 박홍근 의원이 맡게 됐다. 원내대표란 말 그대로 모든 의원들의 대표를 뜻한다.

명목상은 당의 2인자격의 자리지만 당헌당규와 상황에 따라서 당 대표를 능가하는 힘을 갖기도 한다. 특히 지금 같이 당 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 원내대표는 당을 대표하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당의 리더 역할을 해 당의 기초적인 기조를 잡고, 원내정당 간의 갈등이 심할 때는 원내대표끼리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민주당이 국가라고 치면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정도 되는 자리인 것이다.

국민 통합의 책무가 대통령에게 있듯이, 민주당의 통합의 책무는 8월 당 대표를 선출하기 전까지 원내대표에게 있다. 박홍근 의원은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 출신이긴 하다만, 이 고문과 어떤 상의도 없이 선출됐다”며 “그동안 특정 계파에 얽매이지 않았고, 모든 의원과 원만하게 소통해왔다. 지금 민주당이 처해있는 위기는 실력과 소통으로 혁파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재명계’로 분류됐을까. 지난 대선에서 복심들만 수행한다는 ‘비서실장’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박홍근 의원과 이 고문의 관계를 “짧고 굵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인연은 불과 2년 전에 시작됐다. 2020년 11월 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일하고 있던 박홍근 의원은 당시 경기도지사로 일하고 있던 이 고문과 예산 협의 때문에 처음 만났다.

6월 지선 8월 전대 경쟁
힘 받는 이재명 역할 주목

박홍근 의원은 예산 협의 과정에서 이 고문과 여러 차례 회동한 후 그의 정치관과 비전에 감복해 대선운동을 도울 것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는 불공정과 불의를 깨뜨릴 사람이 필요하고 이 고문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또, 기득권과 낡은 질서 관행을 깰 수 있는 ‘비주류’ 인사인 점도 한몫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든 그는 이후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대리로 할 만큼 이 고문과의 관계를 깊게 진척시켜 나갔다.

여의도 정치권과 연이 없던 이 고문 입장에서 박홍근 의원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고 이 고문도 점점 더 박 의원에 의지했다.

경선 승리 후, 이 고문이 선대위를 쇄신할 때, 박홍근 의원은 비서실장 직을 내려놨다. 그전까지 박 의원은 이 고문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일해왔다고 한다. 비록 대선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 둘의 인연은 아직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런 배경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당선 후 박홍근 의원이 인터뷰에서 한 말과는 달리, 그를 계파 색채가 매우 뚜렷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강한 색채는 다른 색채를 배척하기 마련이다. ‘반 이재명계’ 인사들은 그런 그가 민주당 통합하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우려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이 아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낙연계’ ‘친문(친 문재인)’ 의원들과 그 외 ‘정세균계’ ‘이해찬계’ 의원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는 민주당 인사들이 적지 않다.

반면, 다른 시각을 가진 민주당 인사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패한 정권’이라는 꼬리표를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떼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민주당의 최대 고민거리는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이다. 이번 대선에서 확인했듯이, 국민들은 문정부 국정 전반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이를 그대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경우 민주당은 또 다시 불리한 형국에서 선거전을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 몇몇 인사는 국민이 이제부터는 다르게 봐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비주류’였던 이재명계 의원들의 급부상으로 ‘개혁한’ 정당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이다.

과거 실패한 정권의 인사들과는 거리를 두고 ‘유능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지금 민주당 인사들은 원하고 있다. 이들은 이 고문이 과거 유능하게 일처리해온 이력이 민주당의 이미지 쇄신을 하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쪼개진 당
통합 관건

민주당은 내부 싸움을 끝내고 이제 외부와의 싸움을 준비 중이다. 그 선봉장에 박홍근 의원이 서게 됐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문자 테러를 행하면서까지 그의 당선을 도왔다. 이제 역량을 보여줄 차례다. 쪼개진 당을 얼마나 ‘잘’통합하느냐에 따라서 원내대표의 능력은 평가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어떤 자리?

그동안 대권후보의 비서실장은 복심중의 복심들만 맡아왔다. 후보 곁에서 후보의 뜻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비서실장은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를 점검하고 확정해서 보고하는 일을 수행한다. 후보의 귀와 입이 되는 자리인 것이다.

매일 가깝게 연락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종종 선대위의 ‘꽃’이라 불린다.

박홍근 의원과 이재명 상임고문의 최측근 정진상 전 정책실장이 이 요직을 맡은 이유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권성동 의원이나 장제원 의원이 이 역할을 수행했다. 둘 모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이들이다.

장 의원은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후에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함께 정부 구성을 논의 중이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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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