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민주당 당권 전쟁 시나리오

누가 찰까 초상집 상주 완장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이재명은 건재했다. 차기 당권 경쟁의 바로미터라 불렸던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박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민주당이 또다시 요동치게 됐다. 다가올 6월 지방선거와 8월 당권 경쟁에서 민주당 내의 권력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계에서는 야당보다 여당의 비주류 의원들을 더욱 안타깝게 바라본다. 야당 의원이라면 하나 하나가 여당 진영의 설득 대상이지만, 여당의 비주류 의원들은 거진 당의 거수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여당의 비주류가 되는 순간, 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들은 다음 공천을 받기 위해 당의 뜻에 반기를 들지 못하고, ‘주류’ 의원들의 뜻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주류·비주류
엇갈린 운명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민주당내에선 ‘주류’와 ‘비주류’가 갈렸다. 주류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이재명계’ 의원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 관계자들은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외 다른 계열의 의원들은 당분간 민주당에서 크게 입김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민주당 총지도부는 전원 사퇴한 바 있다.

송영길 전 대표와 더불어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이동학·김주영 등 일곱명의 최고위원들은 자신의 자리를 당에게 되돌려주며 송 전 대표와 뜻을 같이했다. 


대선을 이끌어온 자신들이 이재명 후보의 대선 낙선이란 결과를 받아 들었으니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의원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 고문에게 돌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실상 패배가 정해진 대선에서 이 고문이 나름 ‘건투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부터다.

이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불과 0.7%를 보이며 초접전 승부를 펼쳤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형국에서 이정도의 싸움은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역대 최소 득표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한 이 고문에게 민주당은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이후로 ‘리더다운 리더’가 전무한 민주당 내에 카리스마와 실력을 겸비한 이 고문만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다.

민주당은 이 고문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보다는 당의 개혁을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움직임의 일환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였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의원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며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지난 일주일간 공석인 상태였다.

지도부가 없는 조직은 위태롭기 마련이기에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 24일에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방식은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차용했다. 


콘클라베 방식이란 민주당 국회의원 172명 전원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전방위적인 투표 방식이다. 이 방식 하에서는 별도의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

민주당 측 인사는 “지금 민주당은 메마른 건초더미 위에 있다”며 “조그마한 불씨도 불이 붙으면 크게 붙을만한 위험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대선 패배 이후 어수선한 당의 분위기상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진행하면, 그 과정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아 수면 밑에 있는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 것이다.

차기 당권 경쟁 바로미터
원내대표 ‘친이계’ 승리

실제로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곧 있을 지방선거 공천 문제 해결과 8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앞두고 물밑에서 알력싸움이 치열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또한 계파 간 밀어주기식의 치열한 선거전이 됐다. 선거전 유력 후보군으로 언론들은 박광온·박홍근·이원욱 의원 등을 꼽았다. 각각 이낙연계, 이재명계,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민주당 3대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은 모두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각 캠프에 소속돼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사실상 세 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에서 어떤 계파가 승리할 것인지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의 관전 포인트였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선거 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계파 색채가 뚜렷한 터라 그 누구도 압도적인 지지는 받지 못할 것”이라며 “선거가 계속 이어져 24일 늦은 오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24일 민주당은 총 세 번의 선거를 진행한 후, 오후 6시가 다돼서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1차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 172명은 원내대표가 될 만한 의원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의원 수의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는 후보는 곧바로 당선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시, 득표한 후보들 중 10% 포인트가 넘는 후보끼리 재투표를 실시한다.

유력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인 것이다. 10% 포인트가 넘는 후보들에게는 의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비전을 말할 수 있는 정견발표할 기회가 주어진다.

정견발표 후, 2차 투표가 진행되고 여기서 과반표 이상이 나오면 비로소 새로운 원내대표가 정해진다. 그러나, 여기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 1~2등만 추려서 3차 투표를 진행한다. 원내대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사표를 줄여보겠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 측의 설명이다.


지난 24일 1차 콘클라베 방식 투표에서 10% 포인트 이상 득표자는 박광온·박홍근·이원욱·최강욱 의원 총 네 명이었다.

여기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사람이 없었기에 민주당은 2차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2차 투표에 앞서 네 후보에게는 미리 정해놓은 룰에 따라 정견발표 기회가 주어졌다.

치열했던
계파 대리전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원내대표 자리는 독배를 든 채 십자가를 메고 개척항구를 서는 자리라 생각한다. 누군가 총칼을 맞아도 앞장서서 넘어가야 하는 자리인 것”이라며 “부당한 탄압을 막아내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 윤석열 당선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내대표로서의 막중함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과 동시에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에 맞서 싸울 의지를 보여주는 발표였다. 그는 민주당 진영의 인사들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또 다른 유력 후보 ‘이낙연계’ 박광온 의원은 “민주당은 지금 불안한 반쪽이다. 단결해야 한다”며 “윤석열정권이 검찰 공화국으로 치닫고 정치 보복 수사로 민주당을 공격해올 때 당이 갈라져 있다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 단결하면 지킬 수 있다. 내가 지켜내겠다”고 강한 어조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비록 지금은 민주당이 갈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본인이 원내대표에 당선된다면 민주당을 하나로 묶어 윤 당선인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는 박홍근 의원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다.

한편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국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준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미워서였다”며 “유능한 정당으로 탈바꿈해 매력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조용하지만 뜨거운 전사다. 박근혜를 탄핵했고 공수처법을 완수했으며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켰다”고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세 의원은 각각의 매력을 어필하고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원내대표 당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각 계파를 대표하는 만큼 발표하는 이들의 어깨 또한 매우 무거워보였다. 

이날 1차 투표를 깜짝 통과한 최강욱 의원은 “정계 입문한지 2년이 된 제게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시다니 이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민주당이 앞장서서 대민 정치구조를 바꾸고 국민께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멋진 정치로 보답해야 한다”고 1차 통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진땀승
미미한 표차

2차 투표에서는 박광온, 박홍근 후보가 1, 2등을 기록했고, 역시 여기서도 과반 이상 득표자는 없었다. 정견발표에서 네 후보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투표에서는 하나가 되지 못했다. 곧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근소한 차이가 두 후보의 승패를 판가름 냈다. 이는 지금 민주당 계파들이 얼마나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지금 민주당의 분위기는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박홍근 의원은 정견발표를 시작하자마자 “선거를 앞두고 문자 폭탄에 시달렸을 동료 의원분들에게 사죄의 말씀부터 올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본인이 지지하는 계파의 후보를 뽑으라는 문자 폭탄을 돌렸던 것이다.

이제 이 분열을 끝내야 하고, 이 중책을 박홍근 의원이 맡게 됐다. 원내대표란 말 그대로 모든 의원들의 대표를 뜻한다.

명목상은 당의 2인자격의 자리지만 당헌당규와 상황에 따라서 당 대표를 능가하는 힘을 갖기도 한다. 특히 지금 같이 당 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 원내대표는 당을 대표하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당의 리더 역할을 해 당의 기초적인 기조를 잡고, 원내정당 간의 갈등이 심할 때는 원내대표끼리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민주당이 국가라고 치면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정도 되는 자리인 것이다.

국민 통합의 책무가 대통령에게 있듯이, 민주당의 통합의 책무는 8월 당 대표를 선출하기 전까지 원내대표에게 있다. 박홍근 의원은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 출신이긴 하다만, 이 고문과 어떤 상의도 없이 선출됐다”며 “그동안 특정 계파에 얽매이지 않았고, 모든 의원과 원만하게 소통해왔다. 지금 민주당이 처해있는 위기는 실력과 소통으로 혁파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재명계’로 분류됐을까. 지난 대선에서 복심들만 수행한다는 ‘비서실장’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박홍근 의원과 이 고문의 관계를 “짧고 굵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인연은 불과 2년 전에 시작됐다. 2020년 11월 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일하고 있던 박홍근 의원은 당시 경기도지사로 일하고 있던 이 고문과 예산 협의 때문에 처음 만났다.

6월 지선 8월 전대 경쟁
힘 받는 이재명 역할 주목

박홍근 의원은 예산 협의 과정에서 이 고문과 여러 차례 회동한 후 그의 정치관과 비전에 감복해 대선운동을 도울 것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는 불공정과 불의를 깨뜨릴 사람이 필요하고 이 고문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또, 기득권과 낡은 질서 관행을 깰 수 있는 ‘비주류’ 인사인 점도 한몫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든 그는 이후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대리로 할 만큼 이 고문과의 관계를 깊게 진척시켜 나갔다.

여의도 정치권과 연이 없던 이 고문 입장에서 박홍근 의원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고 이 고문도 점점 더 박 의원에 의지했다.

경선 승리 후, 이 고문이 선대위를 쇄신할 때, 박홍근 의원은 비서실장 직을 내려놨다. 그전까지 박 의원은 이 고문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일해왔다고 한다. 비록 대선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 둘의 인연은 아직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런 배경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당선 후 박홍근 의원이 인터뷰에서 한 말과는 달리, 그를 계파 색채가 매우 뚜렷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강한 색채는 다른 색채를 배척하기 마련이다. ‘반 이재명계’ 인사들은 그런 그가 민주당 통합하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우려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이 아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낙연계’ ‘친문(친 문재인)’ 의원들과 그 외 ‘정세균계’ ‘이해찬계’ 의원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는 민주당 인사들이 적지 않다.

반면, 다른 시각을 가진 민주당 인사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패한 정권’이라는 꼬리표를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떼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민주당의 최대 고민거리는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이다. 이번 대선에서 확인했듯이, 국민들은 문정부 국정 전반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이를 그대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경우 민주당은 또 다시 불리한 형국에서 선거전을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 몇몇 인사는 국민이 이제부터는 다르게 봐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비주류’였던 이재명계 의원들의 급부상으로 ‘개혁한’ 정당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이다.

과거 실패한 정권의 인사들과는 거리를 두고 ‘유능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지금 민주당 인사들은 원하고 있다. 이들은 이 고문이 과거 유능하게 일처리해온 이력이 민주당의 이미지 쇄신을 하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쪼개진 당
통합 관건

민주당은 내부 싸움을 끝내고 이제 외부와의 싸움을 준비 중이다. 그 선봉장에 박홍근 의원이 서게 됐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문자 테러를 행하면서까지 그의 당선을 도왔다. 이제 역량을 보여줄 차례다. 쪼개진 당을 얼마나 ‘잘’통합하느냐에 따라서 원내대표의 능력은 평가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어떤 자리?

그동안 대권후보의 비서실장은 복심중의 복심들만 맡아왔다. 후보 곁에서 후보의 뜻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비서실장은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를 점검하고 확정해서 보고하는 일을 수행한다. 후보의 귀와 입이 되는 자리인 것이다.

매일 가깝게 연락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종종 선대위의 ‘꽃’이라 불린다.

박홍근 의원과 이재명 상임고문의 최측근 정진상 전 정책실장이 이 요직을 맡은 이유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권성동 의원이나 장제원 의원이 이 역할을 수행했다. 둘 모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이들이다.

장 의원은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후에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함께 정부 구성을 논의 중이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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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