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민주당 당권 전쟁 시나리오

누가 찰까 초상집 상주 완장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이재명은 건재했다. 차기 당권 경쟁의 바로미터라 불렸던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박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민주당이 또다시 요동치게 됐다. 다가올 6월 지방선거와 8월 당권 경쟁에서 민주당 내의 권력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계에서는 야당보다 여당의 비주류 의원들을 더욱 안타깝게 바라본다. 야당 의원이라면 하나 하나가 여당 진영의 설득 대상이지만, 여당의 비주류 의원들은 거진 당의 거수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여당의 비주류가 되는 순간, 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들은 다음 공천을 받기 위해 당의 뜻에 반기를 들지 못하고, ‘주류’ 의원들의 뜻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주류·비주류
엇갈린 운명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민주당내에선 ‘주류’와 ‘비주류’가 갈렸다. 주류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이재명계’ 의원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 관계자들은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외 다른 계열의 의원들은 당분간 민주당에서 크게 입김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민주당 총지도부는 전원 사퇴한 바 있다.

송영길 전 대표와 더불어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이동학·김주영 등 일곱명의 최고위원들은 자신의 자리를 당에게 되돌려주며 송 전 대표와 뜻을 같이했다. 


대선을 이끌어온 자신들이 이재명 후보의 대선 낙선이란 결과를 받아 들었으니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의원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 고문에게 돌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실상 패배가 정해진 대선에서 이 고문이 나름 ‘건투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부터다.

이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불과 0.7%를 보이며 초접전 승부를 펼쳤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형국에서 이정도의 싸움은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역대 최소 득표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한 이 고문에게 민주당은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이후로 ‘리더다운 리더’가 전무한 민주당 내에 카리스마와 실력을 겸비한 이 고문만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다.

민주당은 이 고문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보다는 당의 개혁을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움직임의 일환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였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의원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며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지난 일주일간 공석인 상태였다.

지도부가 없는 조직은 위태롭기 마련이기에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 24일에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방식은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차용했다. 


콘클라베 방식이란 민주당 국회의원 172명 전원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전방위적인 투표 방식이다. 이 방식 하에서는 별도의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

민주당 측 인사는 “지금 민주당은 메마른 건초더미 위에 있다”며 “조그마한 불씨도 불이 붙으면 크게 붙을만한 위험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대선 패배 이후 어수선한 당의 분위기상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진행하면, 그 과정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아 수면 밑에 있는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 것이다.

차기 당권 경쟁 바로미터
원내대표 ‘친이계’ 승리

실제로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곧 있을 지방선거 공천 문제 해결과 8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앞두고 물밑에서 알력싸움이 치열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또한 계파 간 밀어주기식의 치열한 선거전이 됐다. 선거전 유력 후보군으로 언론들은 박광온·박홍근·이원욱 의원 등을 꼽았다. 각각 이낙연계, 이재명계,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민주당 3대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은 모두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각 캠프에 소속돼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사실상 세 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에서 어떤 계파가 승리할 것인지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의 관전 포인트였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선거 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계파 색채가 뚜렷한 터라 그 누구도 압도적인 지지는 받지 못할 것”이라며 “선거가 계속 이어져 24일 늦은 오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24일 민주당은 총 세 번의 선거를 진행한 후, 오후 6시가 다돼서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1차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 172명은 원내대표가 될 만한 의원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의원 수의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는 후보는 곧바로 당선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시, 득표한 후보들 중 10% 포인트가 넘는 후보끼리 재투표를 실시한다.

유력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인 것이다. 10% 포인트가 넘는 후보들에게는 의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비전을 말할 수 있는 정견발표할 기회가 주어진다.

정견발표 후, 2차 투표가 진행되고 여기서 과반표 이상이 나오면 비로소 새로운 원내대표가 정해진다. 그러나, 여기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 1~2등만 추려서 3차 투표를 진행한다. 원내대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사표를 줄여보겠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 측의 설명이다.


지난 24일 1차 콘클라베 방식 투표에서 10% 포인트 이상 득표자는 박광온·박홍근·이원욱·최강욱 의원 총 네 명이었다.

여기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사람이 없었기에 민주당은 2차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2차 투표에 앞서 네 후보에게는 미리 정해놓은 룰에 따라 정견발표 기회가 주어졌다.

치열했던
계파 대리전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원내대표 자리는 독배를 든 채 십자가를 메고 개척항구를 서는 자리라 생각한다. 누군가 총칼을 맞아도 앞장서서 넘어가야 하는 자리인 것”이라며 “부당한 탄압을 막아내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 윤석열 당선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내대표로서의 막중함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과 동시에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에 맞서 싸울 의지를 보여주는 발표였다. 그는 민주당 진영의 인사들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또 다른 유력 후보 ‘이낙연계’ 박광온 의원은 “민주당은 지금 불안한 반쪽이다. 단결해야 한다”며 “윤석열정권이 검찰 공화국으로 치닫고 정치 보복 수사로 민주당을 공격해올 때 당이 갈라져 있다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 단결하면 지킬 수 있다. 내가 지켜내겠다”고 강한 어조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비록 지금은 민주당이 갈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본인이 원내대표에 당선된다면 민주당을 하나로 묶어 윤 당선인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는 박홍근 의원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다.

한편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국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준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미워서였다”며 “유능한 정당으로 탈바꿈해 매력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조용하지만 뜨거운 전사다. 박근혜를 탄핵했고 공수처법을 완수했으며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켰다”고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세 의원은 각각의 매력을 어필하고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원내대표 당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각 계파를 대표하는 만큼 발표하는 이들의 어깨 또한 매우 무거워보였다. 

이날 1차 투표를 깜짝 통과한 최강욱 의원은 “정계 입문한지 2년이 된 제게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시다니 이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민주당이 앞장서서 대민 정치구조를 바꾸고 국민께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멋진 정치로 보답해야 한다”고 1차 통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진땀승
미미한 표차

2차 투표에서는 박광온, 박홍근 후보가 1, 2등을 기록했고, 역시 여기서도 과반 이상 득표자는 없었다. 정견발표에서 네 후보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투표에서는 하나가 되지 못했다. 곧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근소한 차이가 두 후보의 승패를 판가름 냈다. 이는 지금 민주당 계파들이 얼마나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지금 민주당의 분위기는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박홍근 의원은 정견발표를 시작하자마자 “선거를 앞두고 문자 폭탄에 시달렸을 동료 의원분들에게 사죄의 말씀부터 올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본인이 지지하는 계파의 후보를 뽑으라는 문자 폭탄을 돌렸던 것이다.

이제 이 분열을 끝내야 하고, 이 중책을 박홍근 의원이 맡게 됐다. 원내대표란 말 그대로 모든 의원들의 대표를 뜻한다.

명목상은 당의 2인자격의 자리지만 당헌당규와 상황에 따라서 당 대표를 능가하는 힘을 갖기도 한다. 특히 지금 같이 당 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 원내대표는 당을 대표하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당의 리더 역할을 해 당의 기초적인 기조를 잡고, 원내정당 간의 갈등이 심할 때는 원내대표끼리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민주당이 국가라고 치면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정도 되는 자리인 것이다.

국민 통합의 책무가 대통령에게 있듯이, 민주당의 통합의 책무는 8월 당 대표를 선출하기 전까지 원내대표에게 있다. 박홍근 의원은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 출신이긴 하다만, 이 고문과 어떤 상의도 없이 선출됐다”며 “그동안 특정 계파에 얽매이지 않았고, 모든 의원과 원만하게 소통해왔다. 지금 민주당이 처해있는 위기는 실력과 소통으로 혁파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재명계’로 분류됐을까. 지난 대선에서 복심들만 수행한다는 ‘비서실장’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박홍근 의원과 이 고문의 관계를 “짧고 굵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인연은 불과 2년 전에 시작됐다. 2020년 11월 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일하고 있던 박홍근 의원은 당시 경기도지사로 일하고 있던 이 고문과 예산 협의 때문에 처음 만났다.

6월 지선 8월 전대 경쟁
힘 받는 이재명 역할 주목

박홍근 의원은 예산 협의 과정에서 이 고문과 여러 차례 회동한 후 그의 정치관과 비전에 감복해 대선운동을 도울 것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는 불공정과 불의를 깨뜨릴 사람이 필요하고 이 고문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또, 기득권과 낡은 질서 관행을 깰 수 있는 ‘비주류’ 인사인 점도 한몫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든 그는 이후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대리로 할 만큼 이 고문과의 관계를 깊게 진척시켜 나갔다.

여의도 정치권과 연이 없던 이 고문 입장에서 박홍근 의원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고 이 고문도 점점 더 박 의원에 의지했다.

경선 승리 후, 이 고문이 선대위를 쇄신할 때, 박홍근 의원은 비서실장 직을 내려놨다. 그전까지 박 의원은 이 고문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일해왔다고 한다. 비록 대선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 둘의 인연은 아직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런 배경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당선 후 박홍근 의원이 인터뷰에서 한 말과는 달리, 그를 계파 색채가 매우 뚜렷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강한 색채는 다른 색채를 배척하기 마련이다. ‘반 이재명계’ 인사들은 그런 그가 민주당 통합하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우려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이 아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낙연계’ ‘친문(친 문재인)’ 의원들과 그 외 ‘정세균계’ ‘이해찬계’ 의원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는 민주당 인사들이 적지 않다.

반면, 다른 시각을 가진 민주당 인사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패한 정권’이라는 꼬리표를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떼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민주당의 최대 고민거리는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이다. 이번 대선에서 확인했듯이, 국민들은 문정부 국정 전반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이를 그대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경우 민주당은 또 다시 불리한 형국에서 선거전을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 몇몇 인사는 국민이 이제부터는 다르게 봐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비주류’였던 이재명계 의원들의 급부상으로 ‘개혁한’ 정당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이다.

과거 실패한 정권의 인사들과는 거리를 두고 ‘유능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지금 민주당 인사들은 원하고 있다. 이들은 이 고문이 과거 유능하게 일처리해온 이력이 민주당의 이미지 쇄신을 하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쪼개진 당
통합 관건

민주당은 내부 싸움을 끝내고 이제 외부와의 싸움을 준비 중이다. 그 선봉장에 박홍근 의원이 서게 됐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문자 테러를 행하면서까지 그의 당선을 도왔다. 이제 역량을 보여줄 차례다. 쪼개진 당을 얼마나 ‘잘’통합하느냐에 따라서 원내대표의 능력은 평가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어떤 자리?

그동안 대권후보의 비서실장은 복심중의 복심들만 맡아왔다. 후보 곁에서 후보의 뜻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비서실장은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를 점검하고 확정해서 보고하는 일을 수행한다. 후보의 귀와 입이 되는 자리인 것이다.

매일 가깝게 연락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종종 선대위의 ‘꽃’이라 불린다.

박홍근 의원과 이재명 상임고문의 최측근 정진상 전 정책실장이 이 요직을 맡은 이유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권성동 의원이나 장제원 의원이 이 역할을 수행했다. 둘 모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이들이다.

장 의원은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후에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함께 정부 구성을 논의 중이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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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