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민주당 당권 전쟁 시나리오

누가 찰까 초상집 상주 완장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이재명은 건재했다. 차기 당권 경쟁의 바로미터라 불렸던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박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민주당이 또다시 요동치게 됐다. 다가올 6월 지방선거와 8월 당권 경쟁에서 민주당 내의 권력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계에서는 야당보다 여당의 비주류 의원들을 더욱 안타깝게 바라본다. 야당 의원이라면 하나 하나가 여당 진영의 설득 대상이지만, 여당의 비주류 의원들은 거진 당의 거수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여당의 비주류가 되는 순간, 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들은 다음 공천을 받기 위해 당의 뜻에 반기를 들지 못하고, ‘주류’ 의원들의 뜻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주류·비주류
엇갈린 운명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민주당내에선 ‘주류’와 ‘비주류’가 갈렸다. 주류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이재명계’ 의원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 관계자들은 ‘이낙연계’와 ‘정세균계’ 외 다른 계열의 의원들은 당분간 민주당에서 크게 입김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민주당 총지도부는 전원 사퇴한 바 있다.

송영길 전 대표와 더불어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이동학·김주영 등 일곱명의 최고위원들은 자신의 자리를 당에게 되돌려주며 송 전 대표와 뜻을 같이했다. 


대선을 이끌어온 자신들이 이재명 후보의 대선 낙선이란 결과를 받아 들었으니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의원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 고문에게 돌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실상 패배가 정해진 대선에서 이 고문이 나름 ‘건투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부터다.

이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불과 0.7%를 보이며 초접전 승부를 펼쳤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형국에서 이정도의 싸움은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역대 최소 득표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한 이 고문에게 민주당은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이후로 ‘리더다운 리더’가 전무한 민주당 내에 카리스마와 실력을 겸비한 이 고문만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다.

민주당은 이 고문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보다는 당의 개혁을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움직임의 일환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였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의원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며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지난 일주일간 공석인 상태였다.

지도부가 없는 조직은 위태롭기 마련이기에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 24일에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방식은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차용했다. 


콘클라베 방식이란 민주당 국회의원 172명 전원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전방위적인 투표 방식이다. 이 방식 하에서는 별도의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

민주당 측 인사는 “지금 민주당은 메마른 건초더미 위에 있다”며 “조그마한 불씨도 불이 붙으면 크게 붙을만한 위험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대선 패배 이후 어수선한 당의 분위기상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진행하면, 그 과정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아 수면 밑에 있는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 것이다.

차기 당권 경쟁 바로미터
원내대표 ‘친이계’ 승리

실제로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곧 있을 지방선거 공천 문제 해결과 8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앞두고 물밑에서 알력싸움이 치열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또한 계파 간 밀어주기식의 치열한 선거전이 됐다. 선거전 유력 후보군으로 언론들은 박광온·박홍근·이원욱 의원 등을 꼽았다. 각각 이낙연계, 이재명계,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민주당 3대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은 모두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각 캠프에 소속돼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사실상 세 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에서 어떤 계파가 승리할 것인지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의 관전 포인트였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선거 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계파 색채가 뚜렷한 터라 그 누구도 압도적인 지지는 받지 못할 것”이라며 “선거가 계속 이어져 24일 늦은 오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24일 민주당은 총 세 번의 선거를 진행한 후, 오후 6시가 다돼서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1차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 172명은 원내대표가 될 만한 의원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의원 수의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는 후보는 곧바로 당선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시, 득표한 후보들 중 10% 포인트가 넘는 후보끼리 재투표를 실시한다.

유력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인 것이다. 10% 포인트가 넘는 후보들에게는 의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비전을 말할 수 있는 정견발표할 기회가 주어진다.

정견발표 후, 2차 투표가 진행되고 여기서 과반표 이상이 나오면 비로소 새로운 원내대표가 정해진다. 그러나, 여기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 1~2등만 추려서 3차 투표를 진행한다. 원내대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사표를 줄여보겠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 측의 설명이다.


지난 24일 1차 콘클라베 방식 투표에서 10% 포인트 이상 득표자는 박광온·박홍근·이원욱·최강욱 의원 총 네 명이었다.

여기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사람이 없었기에 민주당은 2차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2차 투표에 앞서 네 후보에게는 미리 정해놓은 룰에 따라 정견발표 기회가 주어졌다.

치열했던
계파 대리전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원내대표 자리는 독배를 든 채 십자가를 메고 개척항구를 서는 자리라 생각한다. 누군가 총칼을 맞아도 앞장서서 넘어가야 하는 자리인 것”이라며 “부당한 탄압을 막아내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 윤석열 당선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내대표로서의 막중함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과 동시에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에 맞서 싸울 의지를 보여주는 발표였다. 그는 민주당 진영의 인사들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또 다른 유력 후보 ‘이낙연계’ 박광온 의원은 “민주당은 지금 불안한 반쪽이다. 단결해야 한다”며 “윤석열정권이 검찰 공화국으로 치닫고 정치 보복 수사로 민주당을 공격해올 때 당이 갈라져 있다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 단결하면 지킬 수 있다. 내가 지켜내겠다”고 강한 어조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비록 지금은 민주당이 갈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본인이 원내대표에 당선된다면 민주당을 하나로 묶어 윤 당선인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는 박홍근 의원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다.

한편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국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준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미워서였다”며 “유능한 정당으로 탈바꿈해 매력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조용하지만 뜨거운 전사다. 박근혜를 탄핵했고 공수처법을 완수했으며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켰다”고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세 의원은 각각의 매력을 어필하고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원내대표 당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각 계파를 대표하는 만큼 발표하는 이들의 어깨 또한 매우 무거워보였다. 

이날 1차 투표를 깜짝 통과한 최강욱 의원은 “정계 입문한지 2년이 된 제게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시다니 이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민주당이 앞장서서 대민 정치구조를 바꾸고 국민께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멋진 정치로 보답해야 한다”고 1차 통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진땀승
미미한 표차

2차 투표에서는 박광온, 박홍근 후보가 1, 2등을 기록했고, 역시 여기서도 과반 이상 득표자는 없었다. 정견발표에서 네 후보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투표에서는 하나가 되지 못했다. 곧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근소한 차이가 두 후보의 승패를 판가름 냈다. 이는 지금 민주당 계파들이 얼마나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지금 민주당의 분위기는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박홍근 의원은 정견발표를 시작하자마자 “선거를 앞두고 문자 폭탄에 시달렸을 동료 의원분들에게 사죄의 말씀부터 올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본인이 지지하는 계파의 후보를 뽑으라는 문자 폭탄을 돌렸던 것이다.

이제 이 분열을 끝내야 하고, 이 중책을 박홍근 의원이 맡게 됐다. 원내대표란 말 그대로 모든 의원들의 대표를 뜻한다.

명목상은 당의 2인자격의 자리지만 당헌당규와 상황에 따라서 당 대표를 능가하는 힘을 갖기도 한다. 특히 지금 같이 당 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 원내대표는 당을 대표하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당의 리더 역할을 해 당의 기초적인 기조를 잡고, 원내정당 간의 갈등이 심할 때는 원내대표끼리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민주당이 국가라고 치면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정도 되는 자리인 것이다.

국민 통합의 책무가 대통령에게 있듯이, 민주당의 통합의 책무는 8월 당 대표를 선출하기 전까지 원내대표에게 있다. 박홍근 의원은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 출신이긴 하다만, 이 고문과 어떤 상의도 없이 선출됐다”며 “그동안 특정 계파에 얽매이지 않았고, 모든 의원과 원만하게 소통해왔다. 지금 민주당이 처해있는 위기는 실력과 소통으로 혁파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재명계’로 분류됐을까. 지난 대선에서 복심들만 수행한다는 ‘비서실장’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박홍근 의원과 이 고문의 관계를 “짧고 굵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인연은 불과 2년 전에 시작됐다. 2020년 11월 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일하고 있던 박홍근 의원은 당시 경기도지사로 일하고 있던 이 고문과 예산 협의 때문에 처음 만났다.

6월 지선 8월 전대 경쟁
힘 받는 이재명 역할 주목

박홍근 의원은 예산 협의 과정에서 이 고문과 여러 차례 회동한 후 그의 정치관과 비전에 감복해 대선운동을 도울 것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는 불공정과 불의를 깨뜨릴 사람이 필요하고 이 고문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또, 기득권과 낡은 질서 관행을 깰 수 있는 ‘비주류’ 인사인 점도 한몫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든 그는 이후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대리로 할 만큼 이 고문과의 관계를 깊게 진척시켜 나갔다.

여의도 정치권과 연이 없던 이 고문 입장에서 박홍근 의원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고 이 고문도 점점 더 박 의원에 의지했다.

경선 승리 후, 이 고문이 선대위를 쇄신할 때, 박홍근 의원은 비서실장 직을 내려놨다. 그전까지 박 의원은 이 고문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일해왔다고 한다. 비록 대선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 둘의 인연은 아직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런 배경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당선 후 박홍근 의원이 인터뷰에서 한 말과는 달리, 그를 계파 색채가 매우 뚜렷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강한 색채는 다른 색채를 배척하기 마련이다. ‘반 이재명계’ 인사들은 그런 그가 민주당 통합하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우려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이 아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낙연계’ ‘친문(친 문재인)’ 의원들과 그 외 ‘정세균계’ ‘이해찬계’ 의원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는 민주당 인사들이 적지 않다.

반면, 다른 시각을 가진 민주당 인사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패한 정권’이라는 꼬리표를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떼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민주당의 최대 고민거리는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이다. 이번 대선에서 확인했듯이, 국민들은 문정부 국정 전반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이를 그대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경우 민주당은 또 다시 불리한 형국에서 선거전을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 몇몇 인사는 국민이 이제부터는 다르게 봐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비주류’였던 이재명계 의원들의 급부상으로 ‘개혁한’ 정당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이다.

과거 실패한 정권의 인사들과는 거리를 두고 ‘유능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지금 민주당 인사들은 원하고 있다. 이들은 이 고문이 과거 유능하게 일처리해온 이력이 민주당의 이미지 쇄신을 하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쪼개진 당
통합 관건

민주당은 내부 싸움을 끝내고 이제 외부와의 싸움을 준비 중이다. 그 선봉장에 박홍근 의원이 서게 됐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문자 테러를 행하면서까지 그의 당선을 도왔다. 이제 역량을 보여줄 차례다. 쪼개진 당을 얼마나 ‘잘’통합하느냐에 따라서 원내대표의 능력은 평가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어떤 자리?

그동안 대권후보의 비서실장은 복심중의 복심들만 맡아왔다. 후보 곁에서 후보의 뜻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비서실장은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를 점검하고 확정해서 보고하는 일을 수행한다. 후보의 귀와 입이 되는 자리인 것이다.

매일 가깝게 연락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종종 선대위의 ‘꽃’이라 불린다.

박홍근 의원과 이재명 상임고문의 최측근 정진상 전 정책실장이 이 요직을 맡은 이유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권성동 의원이나 장제원 의원이 이 역할을 수행했다. 둘 모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이들이다.

장 의원은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후에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함께 정부 구성을 논의 중이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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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