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국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07 14:59:07
  • 호수 13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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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한 듯’ 박사가 석사 꺼 베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학원생에게 논문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학원 과정 자체가 논문을 향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단국대학교에서 논문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문은 해외 학술지에도 게재되기도 했다. 

논문 표절은 학자들에게 치명적인 오명이다. 과거 고위공직자와 사회 유명 인사들의 잇따른 논문 표절이 사회적 눈총을 받기도 했다. 

국제 학술지
보란듯 게재

지난해 5월 단국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던 A씨의 논문 ‘폴리에틸렌이민 변형 그래핀 산화물과 심바스타틴(Sim)이 뮤린 골수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의 골생성 분화에 미치는 영향(Enhanced Effect of Polyethyleneimine-Modified Graphene Oxide and Simvastatin on Osteogenic Differentiation of Murine Bone Marrow-Derived Mesenchymal Stem Cells)’이 게재됐다. 

A씨와 지도교수 B씨가 함께 연구하고 작성한 이 논문은 4개월 뒤 국제 전문학술지 <바이오메디신(Biomedicines) >저널에 게재되기도 했다. <바이오메디신>은 의학과 약리학 연구 분야 국제 학술지다.

하지만 이 논문이 3년 전 발표한 석사 논문을 베꼈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는 “A씨의 논문이 2018년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C씨 졸업 논문과 매우 유사한 것을 발견했다. 국제 학술지에 실린 눈문이 석사 졸업 논문과 주제, 실험 결과 등 똑같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 실험을 열심히 한 C씨의 공을 A씨에게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A씨의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면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A씨가 직접 실험한 게 아닌 3년 전 C씨가 한 실험을 그대로 베꼈다”고 말했다. 

2018년 C씨의 석사학위 논문 ‘조직 재생을 위한 탄소 기반 그래핀 약물 전달체 평가 및 연구’를 살펴봤다. 논문 도입부에 따르면 그래핀 옥사이드(GO)는 음전하를 띄고 양전하의 약물만 전달해줄 수 있어 한계가 있다. 많은 양의 양전하를 가지고 있는 폴리에틸렌이민(PEI)을 활용해 GO를 양전하로 변형시켜 한계점을 돌파했다. 

GO-PEI를 음전하인 Sim 농도를 통해 샘플을 정하고 골 분화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0.25㎛, 0.5 ㎛에서 가장 높은 골분화를 나타냈다. GO와 PEI는 골 재생 약물 전달체로 뼈가 재생되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는 결론도 나왔다.

주제, 실험 결과 등 유사한 수준
윤리위원회 표절·부정행위 인정

A씨의 논문 요약본을 살펴보면 ‘이번 연구에서 골 재생의 새로운 치료제 후보인 Sim과 GO를 결합해 골재생에 효과적인 복합물질을 제조했다’며 ‘Sim과 안정적이고 균질한 복합체를 만들기 위해 PEI로 GO를 변형하고 독성 테스트를 사용해 변형 효과를 분석했다. 효과적인 두 물질인 GO와 Sim의 조합에 의해 기대되는 골형성 분화 가능성을 중간엽 줄기세포에서도 평가했다’고 돼있다. 

두 개의 논문은 유사성을 띤다. 음전하를 띄고 있는 GO에다가 PEI와 Sim을 결합시킨 후 골 재생 약물 전달체로 활용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험 결과 데이터가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FT-IR 실험 데이터 표는 거의 유사하다. ARS 데이터는 그래프의 색깔과 재료의 표기명만 달랐을 뿐 오차 막대는 똑같다. RUNX2 데이터에서도 그래프 모두 동일한 모양이다. OPN 데이터는 그래프 색깔만 다를 뿐 막대그래프가 유사하고 OCN데이터는 똑같은 데이터의 색깔과 날짜만 다를 뿐이었다. 


결국 신고가 접수된 단국대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해당 논문에 대해 ‘연구윤리 규정 제3조 제1항 제3호 표절, 제4호 ’부당한 논문저자의 표시‘에 해당하므로 연구부정행위로 판정했다. B씨가 이의신청까지 했지만 기각 처리됐다. 

유사한 두 논문의 저자는 다른 사람이지만 지도교수는 동일 인물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B씨는 “연구윤리위원회에서 해당 논문은 법적인 저작권 문제는 없지만 윤리상 표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국문 학위 논문 내용을 국제과학 학술지에 제출할 때 저자를 인용하면 좋겠다는 권장사항이 있다. 권장사항을 지키지 않아 윤리상 표절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사한
데이터

이어 “참고로 2021년 논문의 저자 A씨와 2018년 논문의 저자 C씨는 둘이 원래 친한 사이였다. 2018년 A씨는 C씨의 졸업 논문을 준비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됐다”며 “학생 2명과 지도교수인 나와 셋이 머리를 맞대 같이 연구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C씨가 개인사로  적극적인 참여가 어렵다고 판단해 저자에다가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윤리 규정을 확인한 뒤 저자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C씨는 논문 자료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논문 초안도 작성하지 않아 자격이 안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C씨 국문 학위논문도 A씨가 절반 이상 참여했고 그 자료를 다시 A씨 논문에 가져온 것이다. C씨 스스로 원해서 이름을 뺀 것인데 표절이라고 하니 매우 당황스럽고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B씨 주장대로라면 A씨와 C씨는 상부상조하는 사이이며 C씨는 저자 자격이 되지 않아 이름을 스스로 이름을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 윤리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에 A씨와 B씨는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이 됐고 C씨는 피해자가 된 셈이다. 

착오로 표절이 됐다고 주장하는 B씨와 달리 상반되는 증언도 나왔다. 평소 B씨가 석사의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고 박사만 특혜를 준다는 주장이다.

다른 학생 D씨는 “문제가 된 논문 저자에 C씨 이름이 없어 문제가 됐다. 종종 국내 논문을 인용해 논문을 작성하는 사례가 있다. 그렇게 되면 원저자의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 해당 교수(B씨)는 연구에 기여한 석사의 이름을 잘 넣어주지 않고 박사만 넣어주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사 위해
석사 참아라?

이어 “논문 저자가 1명과 2명은 확연히 다르다. 1명일 경우에는 공을 더 인정받고 저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저도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논문 자료를 준비하는 데 기여한 석사 입장에서도 억울하지만 지도교수에게 따지기도 힘든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도 “대학원 분위기상 교수들의 석·박사 차별은 학생들이 느낄 수 있다. 석사는 다른 학교로 떠날 사람들이지만 박사는 최소 5년은 같이 있는 데다가 박사로 졸업을 하게 되면 교수들에게 실적이 되고 영예가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논문은 이달 중으로 논문 철회 요청이 될 예정이다. 해외 학회지에 실려 논문 철회 요청을 통해 논문이 삭제되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교수의 논문 점수도 정정된다. 

단국대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문제가 된 논문은 저자 표시 위반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수의 징계 절차는 답보 상태다. 해당 교수는 논문 표절 건 말고 대학원생 인건비 유용건이 걸려있는 상태다”라며 “현재 경찰이 재수사를 하고 있어 교무처에서는 논문 표절 건만 가지고 징계위원회를 열지, 인건비 유용건 결과까지 기다린 뒤 같이 교원 인사위원회(인사위)를 열지 심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인사위서 특정인의 징계 수위를 정할 때 여러 항목이 있어도 단건으로 징계위원회를 열면 징계 수위는 낮아진다. 반면 여러 항목을 같이 하면 수위가 높아지는 등 중징계로 처벌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각 대학 인사위는 징계 수위를 고려해 처리한다. 

해당 논문 철회 요청 예정
인건비 횡령까지 수사 중

B씨는 논문 표절 말고도 인건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연구실에서 일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의 절반 이상을 반납하게 한 뒤 B씨가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연구실 학생들이 받는 1인 인건비에서 40만원을 제외한 채 나머지 돈을 연구실 장에게 돈을 반납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건비 유용 의혹을 제기한 학생은 “지난해 대학교에다가 인건비 횡령 신고를 했지만 학교의 명예가 실추된다는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교수가 자진신고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상 참작이 되지 않을까 해서 재신고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학교 측에서 보상금 2000만원을 제시하며 좋게 끝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상금을 받을 생각도 없어 무리한 금액인 1억원을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지금 다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횡령한 인건비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돼 11월 무혐의가 나왔다. 하지만 검찰에서 재수사를 요청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또 다른 학생은 “학생 인건비를 횡령했던 것은 사실이다. 학생들이 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예를 들어 학생 1인이 받아야 할 돈이 180만원이면 온전히 사용해야 하는데, 40만원만 들어왔고 나머지 돈은 연구실 대표 학생에게 돌려줘야 했다. 학생들이 모은 인건비를 교수(B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B씨는 “대학원에는 인건비 공동모금이라고 있다. 일부 돈을 모아 등록금으로 사용한다거나 학생들끼리 야근할 때 야식을 시켜먹는 등의 용도로 알고 있다”며 “그 돈이 얼만큼 모인지도, 어떻게 사용된지도 모른다. 학생들끼리 돈을 모았는데도 규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들이 돈을 사용했지만(내가) 연구책임자라는 이유로 책임을 물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공동모금
진실공방

이어 “내가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에 지난해 자진신고를 했다. 나는 떳떳했기 때문이다. 이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다시 재조사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해 돈을 모았던 것인데 내가 잘못된 사람이 비춰지는 게 너무 당황스럽고 억울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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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