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꾸벅' 버티는 김창룡 경찰청장의 한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20 14:56:36
  • 호수 13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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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어차피 3월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반복된 사과는 진실성을 떨어뜨린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야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반복되는 김 청장의 사과에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또 고개를 숙였다.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지난 김 청장은 사과만 벌써 10번째다. 임기 동안 약 두 달에 한 번꼴로 사과를 한 셈이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뒤늦게 사과만 하는 김 청장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휘청거리는 
민중 지팡이 

김 청장은 취임 초기 ‘선제적 예방활동’을 강조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 경위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청장님은 취임 후 뭘 했습니까. 변해야 하는 조직을 청장님은 5년, 10년 전으로 되돌려놨다”고 적었다.

지난 10일,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연인의 거주지를 찾아가 여성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이석준은 해당 사건 4일 전인 6일, A씨를 감금·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임의동행과 휴대폰 임의제출에 동의한 점을 들어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채 귀가 조치했다. 이어 경찰은 다음날 A씨에게 스마트워치 지급과 신변보호 대상자 지정 조치를 했지만, 가족의 참변을 막지는 못했다.


김 청장은 지난 13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 등이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에 대해 진심으로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불과 한 달 전 경찰청의 부실 대응으로 김 청장은 고개를 숙였던 바 있다. 현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때문이었다.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은 흉기를 든 피의자를 앞에 두고 경찰관이 현장을 이탈하며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김 청장은 지난달 21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소명임에도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이번 인천 논현경찰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23일 취임한 김 청장은 “책임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며 경찰개혁 배턴 터치를 받았다. 취임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앞서 탈북민 관련 업무를 하던 경찰 간부가 탈북 여성을 장기간 성폭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의 관련 질의에 “경찰 관련 성 비위가 반복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지금까지 발생했던 관련 사안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재발 대책과 교육 등 체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종합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참고해 대외적 발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 성 비위 문제는 최근에도 계속 이어진 문제로 지난해 성 비위로 징계받은 경찰관은 69명이었다. 2017년 83명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후 2018년 48명으로 줄었지만 2019년 54명을 기록한 후 2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5개월 동안 17명의 경찰관들이 성 비위로 적발됐다.


흉악 범죄 반복…부실 대응 논란
1년6개월간 사과만 벌써 10번째

계급별로 살펴보면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188명 중 경위가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 25%를 차지했다. 경감 계급이 3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에서 계장과 팀장 혹은 순찰팀장을 맡는 중간 관리자급에서 성 비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셈이다. 

경찰서 과장 등의 역할을 하는 경정과 경찰서장 등을 맡는 총경 계급에서 각각 10명, 4명이 성 비위를 저질렀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계급에서도 성 비위가 발생했는데 순경 25명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경사와 경장 계급에서도 각각 22명이 적발됐다.

지난해 7월 김 청장은 취임사에서 “기회의 평등함과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경찰관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이란 단어를 9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19일 치러진 경찰 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문제 유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순경 채용 2차 필기시험 선택과목 시험 문제가 시험 직전에 유출됐다는 것. 해당 문제는 경찰학개론 9번 문제로, 출제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공개된 시점에 해당 시험장에서는 휴대전화 등 소지품 제출 전이었으며, 일부 수험생은 카카오톡 등으로 문제를 공유하거나 수험서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일부 지방청 시험장에서 정오표 내용을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공지하는 등 시험 관리상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김 청장은 “경찰의 관리 잘못으로 많은 수험생께서 놀란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누구도 공정성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방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나사 풀린
경찰 조직

내달 8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청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김 청장은 광주 의붓딸 보복 살해 사건과 전남 영광 여고생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의 부실 대응을 공식 인정했다. 

광주 의붓딸 살해 사건은 2019년 4월 광주에서 한 여중생과 친아버지가 의붓아버지의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가 보복 살해당한 사건이다. 친아버지가 경찰에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담당 수사관은 요청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또 광주지방경찰청으로 이첩하려던 해당 사건을 전남지방경찰청에 보내는 등의 실수로 2주가량 지체했다. 


전남 여고생 사망 사건은 2018년 9월 여고생이 영광군의 한 모텔에서 10대 남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방치됐다가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 역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성폭행 정황을 의심하지 못해 일어난 참극이었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성폭행 정황을 의심하지 못해 여고생을 단순 주취자로 처리했으며 여고생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청소년보호법 위반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해당 출동 경찰관들에 대한 부실 조치에 대해 보고 확인을 거쳤으나 별도 감찰은 하지 않았다.

경찰이 일반인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 경찰청이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 대신 윤성여씨를 붙잡으면서 헛다리만 짚었다. 

지난해 12월17일 경찰청은 ‘이춘재 연쇄살인’ 중 여덟 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윤씨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선 끝나면
자동으로…

경찰청은 윤씨의 무죄 선고 직후 “재심 청구인을 비롯한 피해자와 가족 등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재수사를 통해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검거하고 윤씨의 결백을 입증했지만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 동안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신뢰도 하락에는 부실수사 논란이 크다. 수사 구조 개혁으로 몸집과 권한이 커진 경찰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부모에게 입양된 뒤 학대받아 숨진 16개월 정인이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경찰은 정인이가 사망할 때까지 3차례 신고를 받았으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하거나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을 담당하며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아동 분리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서울 양천경찰서의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정인이 사건에 대해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초동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 경찰의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어 “먼저 국민의 생명과 안전, 특히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고 지휘관이 직접 관장하도록 해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며 “앞으로 아동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반복 신고가 면밀히 모니터링되도록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을 개선해 조기에 피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달 25일, 김 청장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을 은폐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서초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처음 수사한 곳으로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는 ‘은폐 수사’ 의혹을 받았다.

앞서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던 택시기사를 폭행했지만 형사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당시 택시 안 블랙박스 영상도 남아 있지 않아 ‘택시 정차 중’에 일어난 단순 폭행인지, 가중처벌되는 ‘주행 중 폭행’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수사구조 개혁 통해 몸집 커졌지만…
잇단 헛발질…국민적 신뢰도 바닥

그러나 검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택시기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했고, 담당 경찰 수사관도 이 영상을 봤지만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 달 5일, 경찰은 또 사과했다. 낙동강변 살인 사건과 관련해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최모·장모씨 때문이었다. 낙동강변 살인 사건은 1990년 1월4일에 발생했다. 당시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남성이 트렁크에 감금당한 상태에서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년10개월이 지난 뒤 경찰은 최씨와 장씨를 붙잡아 자백을 받아냈고, 법원은 이들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지난 4일 있었던 재심 과정에서는 경찰이 체포 및 수사 중에 저지른 각종 불법 행위가 드러났다. 부산고법 형사1부는 “경찰의 체포 과정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이뤄졌고,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 당시 수감된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고문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최씨와 장씨 진술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통닭구이, 물고문 등을 당했다. 둘의 진술이 정확히 일치하는 반면 당시 조사했던 경찰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장씨와 최씨는 21년간 복역한 끝에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이후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가 2019년 4월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결국 무죄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음이 밝혀졌다.

지난 4월에는 인천시 자치경찰위원 추천과 관련해 사과한 바 있다. 경찰관과 철거민 등 6명의 인명피해를 낸 용산참사 현장진압 책임자였던 신두호 전 인천경찰청장이 인천시 자치경찰위원으로 추천됐기 때문이다. 

경찰청 인권위는 입장문을 통해 “신 전 청장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장을 지냈으며 2009년 용산참사 사건 때는 기동대 투입 등 현장 진압 작전을 총괄하는 책임자였다”고 밝혔다. 

결국 김 청장은 “국민들의 인식과 마음을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추천자를 결정했어야 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어깨를 낮췄다.

고개 숙이다
임기 끝날라

지난해 경찰 신뢰도는 5점 만점에 3.09점을 받는 데 그쳤다. 김 청장은 앞으로 7개월 남은 임기 동안 ‘경찰 신뢰도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청장은 앞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찰, 청렴하고 정직한 경찰, 사명감이 높은 경찰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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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