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김창룡 경찰청장 ‘공과’ 탐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9 11:55:25
  • 호수 13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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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경찰 66년 숙원’인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책임수사가 막중하다.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청장의 공과를 살펴봤다. 

리더십은 대표 자리에 있을 때 드러나기 마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십은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일요시사>는 최근 1년간 김 청장의 터닝포인트 및 공과를 분석해봤다. 

풍부한 경험
탁월한 감각

지난해 7월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약 32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경찰 숙원이었던 수사권 구조조정을 이끈 민 전 청장은 지난 2003년 임기제 도입 이후 2년 임기를 채운 역대 4번째 경찰청장으로 조직을 떠나게 됐다. 

민 전 청장 후임으로 김창룡(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 경찰청장이 내정됐다. 김 청장은 치안 업무에 대해 경험이 풍부하고 현장업무 뿐 아니라 탁월한 정책기획능력과 추진력으로 내부 조직으로부터 신망받았다. 

경찰청 본청서 생활안전국장, 정보국 정보1과장을 역임했으며 경남지방경찰청, 서울 은평경찰서장 등도 맡아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꼽혔다. 


특히 미국 워싱턴DC 주재관, 브라질 상파울루 총영사관 영사를 경험하는 등 해외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한 장점과 외국 근무 경험을 토대로 외국 우수사례를 접목해 치안정책 수준도 올릴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여성과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대한 정부의 대응 기조, 범정부 차원 정책에 대한 교감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에도 김 청장이 긍정 평가를 받을만한 지점이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김 청장이 경찰 수장에 자리에 앉자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에게 충격을 줬던 N번방(박사방) 사건이다. 경찰은 3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김 청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한 뒤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빠르게 수사를 강화했다. 김 청장이 부임한 한 달이 지났을 때 총 1993명을 검거해 185명을 구속했다.

디지털성범죄 수요자 원천 차단
여성·아동 대상 범죄 적극 대응

경찰은 성 착취물 공유에 사용된 해외 클라우드 업체와 국제공조를 통해 소지자 명단을 확보, 이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했다. 지난해 9월 김 청장은 “지난 상반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박사방 사건 운영자 등 주범 및 공범을 대부분 검거, 소지자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검거된 1993명 가운데 1052명을 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하는 등 종결하고 나머지 941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범죄별로는 디지털 성범죄 1549건 가운데 성착취물 관련 155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52명을 구속했다.


불법 촬영물, 불법 합성물 등 불법 성영상물 577건 관련해서는 435명을 검거해, 33명을 구속했다.

김 청장은 하반기에 불법 촬영물 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경찰은 불법 촬영물 소지죄 등 관련법규 신설 및 강화와 소지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수요를 원천 차단하고자 했다.

N번방의 경우 문형욱씨가 성 착취물을 공유하기 위해 사용했던 해외 클라우드 업체와 국제공조를 통해 소지자 정보를 확보해 전국 경찰관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

김 청장의 성과 중 대표적인 게 수사권 조정이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경찰 책임 수사 체제’라는 말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김 청장은 “경찰은 국민 중심의 책임 수사를 약속했다”며 “가장 강조한 약속은 경찰 수사에 대한 촘촘한 통제와 점검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판단해 지휘했다면 올해부터는 경찰이 자체 통제·점검 장치로 경찰 수사의 적절성을 직접 평가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수사 종결 전에는 각 경찰서 수사심사관이, 수사 종결 후에는 시도경찰청 책임수사지도관이 적절성을 판단한다.

취임 1주년
응원과 논란

이후 경찰수사 심의위원회(심의위)까지 수사 적설성을 심의해 경찰은 ‘3중 심사체계’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외부위원 16명과 내부위원 3명이 참여하는 심의위의 일부 위원들이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특히 심의위 명단에 이름을 올린 A 위원의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를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해 두둔하거나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책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한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A 위원을 왜 위촉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청장은 이와 관련해 “심의위 위원들은 법조계와 언론, 학계 등 각 분야에서 균형에 맞게 선발했다”며 “일부 위원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위원회를 위원 개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편향성 논란에 그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수사권 조정에 따른 초기 혼선은 불가피하지만 현재까지 법의 목적과 의미를 흔드는 큰 혼선은 없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김 청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지난해 광복절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10월 개천절과 한글날에 강도 높게 집회를 차단하기도 했다. 개천절을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 경찰의 경고에도 일부 보수단체 등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라도 집회를 열겠다고 주장하며 강행 움직임을 보였다.

김 청장은 2020년 9월2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광복절 집회를 통해 확진자가 600명이 넘게 발생한 만큼 대형 집회를 통한 감염병 전파는 현실적 위험으로 확인됐다”며 “금지된 집회를 강행하는 행위는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고 법질서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와 마찬가지”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개천절 당일에는 광화문을 완전히 둘러싼 차벽을 설치해 대규모 집회를 막았다.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에서는 김 청장의 차벽 설치를 놓고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권 조정 
그 이후…

경찰의 과잉 대처가 아니냐는 물음에 김 청장은 “금지 통보된 집회 또는 미신고 집회가 버젓이 개최되는 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검문으로 시민 불편을 야기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여 한글날에는 개천절 때보다 검문소를 줄이는 등 다소 대응을 완화했다.


하지만 김 청장의 엉터리 해명,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 등으로 인해 비판받기도 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폭행 사건에 대해 김 청장의 엉터리 해명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지난해 말 김 청장이 나서 “관련자 진술과 판례에 따라 처리했다”고 한 해명이 무색해졌다.

이 때문에 경찰의 수사 및 보고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경찰이 이 전 차관을 의식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28일 김 청장은 기자단 질문에 대한 서면 답변으로 “판례와 현장진술 등을 검토한 결과(이 전 차관 폭행사건) 내사 종결에 잘못된 부분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전문 인력 등을 동원해 판례를 다시 분석하겠다”고 한지 약 일주일 뒤였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되며 경찰이 참고했다고 주장한 판례 중 일부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제시한 판례 하나는 돈을 내지 않고 내렸다가 조수석에 다시 탑승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손님이 폭행죄를 적용받은 판례(2017년 12월 17일 서울동부지법)였다.

하지만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에 폭행을 가했을 때 택시가 운행 중이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초동조치 부실로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찰이 섣불리 판례를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초 사건 발생보고서에는 폭행 당시 택시 시동 및 미터기 작동 여부가 적혀있지 않았다. 또 현장에 출동한 서초파출소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택시기사가 사설 블랙박스 업체에서 영상을 구해 보여줬지만, 이 전 차관 사건 담당 수사관인 서초경찰서 B 경사는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돌려보냈다.

이 전 차관 폭행 사건 감싸기?
초동수사 미흡 등 비판받기도

지난달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김 청장의 해명과 다른 사실을 또 밝혀냈다. 지난해 12월 김 청장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은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청와대에 보고된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실무자에게 세 차례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에는 가해자인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도 담겨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조직적인 봐주기 수사는 아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생활안전과는 비수사 부서고, 서울경찰청 공식 지휘라인으로는 보고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4일 경찰 관계자는 “결과 발표 시점과 이 전 차관의 사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경찰의 과잉 대응도 논란이 됐다. 경찰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안보·정보·경비·교통 기능을 망라한 ‘상시 태스크포스(TF)’를 서울경찰청에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TF는 민간단체 대상 사전 정보 수집도 임무로 규정하고 있어 인권침해는 물론 공권력 남용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비판적인 미국 조야의 움직임으로 볼 때 한·미 간 외교 마찰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 가능성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물자 살포 관련 기능별 합동 TF 운영 계획’에 따르면, TF는 총괄팀장인 서울청 안보수사부장을 정점으로 1반 5팀 1실 규모로 구성됐다. 안보수사·정보·경비·교통·지역 경찰 등을 동원해 편성된 각 팀 수장은 총경급이 맡고, 세부업무 조정을 위해 경정급 실무회의를 별도 운영키로 했다.

경찰이 수사가 아닌 ‘사전예방’을 명목으로 대북전단 살포 차단 TF를 구성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주요 임무로는 ▲탈북민·비(非) 탈북민 단체 등의 살포 준비행위 포착을 위한 사전 예고정보 수집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주요 탈북민에 대한 신변보호 활동 강화 및 수사 인력 지원 ▲대북물자 살포 차량 추적 및 제지 협조 ▲대상자 주거지 예방순찰 시행 등이 포함됐다.

서울청은 TF 추진 배경으로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도발로 간주,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며 “향후 국민 안전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서울청 안보수사지원과가 지난 13일 작성한 이 문건은 최근 장하연 서울청장의 결재를 통과했다.

탈북민·북한 인권 단체는 경찰의 이 같은 조처에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표 동생인 박정오 큰샘 대표는 “사실상 모든 민간단체에 대한 전방위적인 첩보 활동을 전개할 수 있고, ‘동행 감시’를 위해 수사경찰이 파견될 수도 있던 셈”이라며 “근접하지 않은 장소에서 경찰의 이동차단 조처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을 무시하고 교통경찰을 동원해 이동을 제한하려는 건 초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청장의 임기는 절반 남았다. 남은 임기에 대해 김 청장은 “한국 경찰도 이제 존중받을 수준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찰에 대한 평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신뢰도 조사에서는 항상 꼴찌 수준이다. 이를 바꿔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엉터리 해명
과잉 논란도

이어 “미국 예일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역 범죄감소율이 20~30%를 기록해도 경찰 신뢰도는 4% 정도 오르는 데 그친다고 한다. 신뢰도를 높이려면 공감받을 수 있는 경찰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 경찰관 한 명 한 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존중과 사랑은 물론 존경받는 경찰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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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