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 국가수사본부의 초라한 성적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03 12:53:51
  • 호수 13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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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만 터는 ‘한국형 FBI’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한지 벌써 1년이 됐다.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했다. 1년이 지났지만 국민이 체감할만한 뚜렷한 성과는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국수본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길 기대했지만 굵직한 사건을 총괄하는 데 결과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다.

뚜렷한 
성과 없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수본 출범 1년을 맞아 지난해 성과를 되짚고 2022년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남 본부장은 “2년 차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 한 해 새롭게 출범한 국수본이 책임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했다”면서 “LH 부동산 투기 때 수사본부를 편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전화 금융 사기를 막기 위해서도 많이 집중했다”고 전했다. 

최근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났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고소와 고발이 급격하게 늘어나 책임 수사 체제가 되면서 책임성 강화 및 수사 완결성을 높이는 바람에 사건 처리 기한이 늘어났다고 남 본부장은 분석했다. 


향후 국수본은 연초부터 전국 관서에 집중 수사기간을 설정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수본은 출범 전부터 높은 국민적 기대를 받았다.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이라는 거대한 호칭이 붙으면서 국가 수사의 중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1차 수사기구 역할을 맡게된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도 받지 않는다.

다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에 대해서는 지휘·감독당할 수 있다. 가령 재난·테러·집단사태 등에는 경찰청장이 개입할 수 있다. 국수본은 형·수사 기능은 물론 보안·외사 수사 관련 분야까지 포괄해 담당한다.

나아가 국내 유일한 대공 수사 기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불송치 결정 등 주요 권한 행사는 주로 국수본 소관에서 이뤄줬다.

국수본이 출범한 한 달에 경찰 신뢰도를 하락시킨 일이 발생해 수사에 들어갔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당시 변호사)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이다. 경찰 수사 담당자가 당시 이용구 변호사가 법무부 간부 출신의 변호사라는 점을 알고 윗선에 보고해 ‘봐주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남 본부장은 지난해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확인된 바로는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계 직원이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실무자에게 (이 차관 신분을)통보한 것 외에, 정식 보고나 수사라인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서초경찰서 간부들 사이에서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공유됐다는 것을 파악했다. 서초서 생활안전계 직원이 이 차관의 신분을 파악하고 상급 기관인 서울청에 세 차례 관련 보고를 한 사실도 인정했다. 


이 전 차관 폭행 사건 부실 대응
LH 부동산은 혐의도 입증 못 해

그러면서도 해당 보고가 서초서와 서울청 실무 직원들 사이의 대화였을 뿐 정식 보고는 아니었고 경찰청 본청 역시 이 차관 관련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국민은 ‘경찰이 권력을 의식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경찰은 앞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취급하는 중요 인물들의 내사 사건은 수사 사건처럼 시도 경찰청 및 경찰청 국수본으로 보고해 지휘를 받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국수본은 대규모 수사를 통해 신뢰도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국수본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을 총괄 수사 지휘하면서 경찰의 수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가 뿌리부터 흔들릴 정도로 국민의 분노가 커지면서 경찰로서는 부담을 안게 됐다.

국수본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LH 직원들이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7000평가량을 약 100억원에 먼저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사흘 뒤 5일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단’을 편성했다.

당초 국수본은 민변과 참여연대의 폭로 이후 시민단체가 고발한 이 사건을 논란이 된 개발 예정지 관할인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했다.

하지만 국민의 비난이 LH를 넘어 정부를 향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거듭 지시하면서, 국수본이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사건을 총괄 지휘하기로 했다.

국수본을 중심으로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꾸려져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위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3개월에 걸쳐 2800여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34명이 구속됐고 908억원의 재산이 몰수·추징 보전 조치됐다.

아쉬운
용두사미

전직 차관급 기관장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 등 공직자들의 불법 행위도 확인됐다. 

당시 수사 대상에 오른 주요 공직자는 국회의원 16명, 지방자치단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회 의원 55명, 국가공무원 85명, 지방공무원 176명, 기타 공공기관 47명 등이다. 다만 수사 규모에 비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 5명 가운데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1명만 강제수사를 받았다. 나머지 4명 중 2명은 불입건됐고 남은 2명 또한 무혐의 처분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불입건이란 범죄 혐의나 공소권이 없을 때 또는 사건이 성립하지 않을 때 관련자를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국회의원의 범죄 혐의가 애초 뚜렷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경찰의 부동산 투기 수사가 국회의원을 비롯한 사회 유력 인사의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우선 국토교통부 등 고위공직자 구속자가 전무했는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전 보좌관을 구속기소한 게 최대 성과로 꼽힐 정도다. 

LH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국회의원 중 4명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LH에 근무하면서 인터넷에서 토지경매 강의를 하며 ‘경매 1타 강사’로 활동한 A씨에 대해 내부정보이용 혐의 등을 수사했지만,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불송치로 사건을 종결했다.

3월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누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와 친·인척이 매입한 부동산과 주변 개발 계획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부동산 매입 이전에 이미 개발계획이 발표돼 비밀성이 상실된 것으로 판단했다.

국수본 고위 관계자는 “국회의원과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수사는 물론 중요하지만, 말단부터 고위직을 가리지 않고 공직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부동산 부패를 근절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의의이자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 
구속자 전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국수본은 지난해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자금 흐름 내역을 넘겨받았지만 5개월간 사건을 방치해 뭉개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약 5개월 뒤 국수본으로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무소속 곽상도 의원 아들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원 수수 의혹’, 화천대유 관련 수상한 자금흐름 관련 내사 등 3건을 이송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국수본 집중 지휘 사건으로 관련 사안을 이송받은 경찰은 처음엔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 했다. 경찰은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대 수사관 27명과 서울청 지원 수사관 11명 등 3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사흘 만인 10월1일 수사팀 규모를 62명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키맨으로 불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찾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엇박자가 드러나면서 진실 규명 작업을 두고 중복수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자아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의 적극적인 협력 수사’를 직접 주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경찰의 활약은 여기까지였다. 곽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수수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다른 핵심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검찰과 중복 지적을 받으며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10월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시작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5개월 넘게 진척없이 지지부진했다는 여야 행안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위원들은 약 5개월 동안 입건 전 조사(내사)만 진행하는 등 수사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5개월 동안 참고인 조사를 제외하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건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지적에 “최초 배당이 경제팀으로 되다 보니 다른 사건과 함께 수사를 해 시간이 걸렸다”며 “경찰은 자료를 분석해 혐의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국수본이 다각적인 방안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FIU 자료 분석 등 초기 적극적이지 못했던 부분은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수사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직접 장악해 책임 수사를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대장동 의혹’ 사건을 서울경찰청이 수사하지 않고 일선 용산서로 배당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제범죄 수사 의뢰 개념으로 봤고 통상 절차대로 관계자 1명 주소지를 고려해 관할인 용산서로 배당했다”고 답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 뭉개기 비판
검찰과 엇박자…중복 수사 우려

또 국수본은 정계·법조계·언론인 등이 연루된 ‘가짜 수산업자’ 수사 역시 로비 의혹을 밝혀내려 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읍 출신 김태우씨가 수산업자라고 사칭한 뒤 포항에서 오징어 사업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사람을 현혹해 백억원대 사기를 친 사건이다.

그는 정치권과 검찰·경찰·언론·교육·연예·의료계 인사들과 어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김씨가 정치인과 검경 간부, 언론인 등 최소 27명에게 선물을 보냈고 특히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이모 검사·이모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에게는 고급 차량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골프채 등을 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가 116억원 규모의 대형 사기 행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로비를 벌인 것으로 밝혀질 경우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멈췄다.

경찰은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7명을 검찰에 넘기면서 모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대가성이 있다고 인정됐다면 금품을 받을 당시 현직이던 박 전 특검, 김무성 전 의원, 이 검사는 뇌물죄로 처벌될 수도 있었다.

뇌물죄는 액수가 적더라도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청탁금지법 위반보다 형량이 무겁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금품을 뿌린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끝낸 것이다.

이처럼 국수본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굵직한 사건에 대해 늑장수사와 부실 대응이 이어지며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수본은 출범 2년 차에 접어드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더 내겠단 입장이다. 남 본부장은 “수사의 완결성과 신속성 두 가지가 잘 조화될 수 있도록 대응할 예정”이라면서 “연초부터 집중 수사 기간을 설정해 그동안 지연된 사건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활약은 
여기까지?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는 경찰이 한 지붕 세 가족이 된 것뿐이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국수본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한층 강화된 수사역량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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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