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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21일 06시47분

사회

'출범 1년' 국가수사본부의 초라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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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만 터는 ‘한국형 FBI’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한지 벌써 1년이 됐다.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했다. 1년이 지났지만 국민이 체감할만한 뚜렷한 성과는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국수본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길 기대했지만 굵직한 사건을 총괄하는 데 결과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다.

뚜렷한 
성과 없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수본 출범 1년을 맞아 지난해 성과를 되짚고 2022년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남 본부장은 “2년 차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 한 해 새롭게 출범한 국수본이 책임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했다”면서 “LH 부동산 투기 때 수사본부를 편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전화 금융 사기를 막기 위해서도 많이 집중했다”고 전했다. 

최근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났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고소와 고발이 급격하게 늘어나 책임 수사 체제가 되면서 책임성 강화 및 수사 완결성을 높이는 바람에 사건 처리 기한이 늘어났다고 남 본부장은 분석했다. 


향후 국수본은 연초부터 전국 관서에 집중 수사기간을 설정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수본은 출범 전부터 높은 국민적 기대를 받았다.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이라는 거대한 호칭이 붙으면서 국가 수사의 중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1차 수사기구 역할을 맡게된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도 받지 않는다.

다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에 대해서는 지휘·감독당할 수 있다. 가령 재난·테러·집단사태 등에는 경찰청장이 개입할 수 있다. 국수본은 형·수사 기능은 물론 보안·외사 수사 관련 분야까지 포괄해 담당한다.

나아가 국내 유일한 대공 수사 기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불송치 결정 등 주요 권한 행사는 주로 국수본 소관에서 이뤄줬다.

국수본이 출범한 한 달에 경찰 신뢰도를 하락시킨 일이 발생해 수사에 들어갔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당시 변호사)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이다. 경찰 수사 담당자가 당시 이용구 변호사가 법무부 간부 출신의 변호사라는 점을 알고 윗선에 보고해 ‘봐주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남 본부장은 지난해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확인된 바로는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계 직원이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실무자에게 (이 차관 신분을)통보한 것 외에, 정식 보고나 수사라인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서초경찰서 간부들 사이에서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공유됐다는 것을 파악했다. 서초서 생활안전계 직원이 이 차관의 신분을 파악하고 상급 기관인 서울청에 세 차례 관련 보고를 한 사실도 인정했다. 

이 전 차관 폭행 사건 부실 대응
LH 부동산은 혐의도 입증 못 해

그러면서도 해당 보고가 서초서와 서울청 실무 직원들 사이의 대화였을 뿐 정식 보고는 아니었고 경찰청 본청 역시 이 차관 관련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국민은 ‘경찰이 권력을 의식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경찰은 앞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취급하는 중요 인물들의 내사 사건은 수사 사건처럼 시도 경찰청 및 경찰청 국수본으로 보고해 지휘를 받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국수본은 대규모 수사를 통해 신뢰도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국수본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을 총괄 수사 지휘하면서 경찰의 수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가 뿌리부터 흔들릴 정도로 국민의 분노가 커지면서 경찰로서는 부담을 안게 됐다.

국수본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LH 직원들이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7000평가량을 약 100억원에 먼저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사흘 뒤 5일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단’을 편성했다.

당초 국수본은 민변과 참여연대의 폭로 이후 시민단체가 고발한 이 사건을 논란이 된 개발 예정지 관할인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했다.

하지만 국민의 비난이 LH를 넘어 정부를 향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거듭 지시하면서, 국수본이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사건을 총괄 지휘하기로 했다.

국수본을 중심으로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꾸려져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위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3개월에 걸쳐 2800여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34명이 구속됐고 908억원의 재산이 몰수·추징 보전 조치됐다.

아쉬운
용두사미

전직 차관급 기관장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 등 공직자들의 불법 행위도 확인됐다. 

당시 수사 대상에 오른 주요 공직자는 국회의원 16명, 지방자치단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회 의원 55명, 국가공무원 85명, 지방공무원 176명, 기타 공공기관 47명 등이다. 다만 수사 규모에 비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 5명 가운데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1명만 강제수사를 받았다. 나머지 4명 중 2명은 불입건됐고 남은 2명 또한 무혐의 처분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불입건이란 범죄 혐의나 공소권이 없을 때 또는 사건이 성립하지 않을 때 관련자를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국회의원의 범죄 혐의가 애초 뚜렷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경찰의 부동산 투기 수사가 국회의원을 비롯한 사회 유력 인사의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우선 국토교통부 등 고위공직자 구속자가 전무했는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전 보좌관을 구속기소한 게 최대 성과로 꼽힐 정도다. 

LH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국회의원 중 4명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LH에 근무하면서 인터넷에서 토지경매 강의를 하며 ‘경매 1타 강사’로 활동한 A씨에 대해 내부정보이용 혐의 등을 수사했지만,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불송치로 사건을 종결했다.

3월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누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와 친·인척이 매입한 부동산과 주변 개발 계획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부동산 매입 이전에 이미 개발계획이 발표돼 비밀성이 상실된 것으로 판단했다.

국수본 고위 관계자는 “국회의원과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수사는 물론 중요하지만, 말단부터 고위직을 가리지 않고 공직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부동산 부패를 근절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의의이자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 
구속자 전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국수본은 지난해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자금 흐름 내역을 넘겨받았지만 5개월간 사건을 방치해 뭉개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약 5개월 뒤 국수본으로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무소속 곽상도 의원 아들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원 수수 의혹’, 화천대유 관련 수상한 자금흐름 관련 내사 등 3건을 이송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국수본 집중 지휘 사건으로 관련 사안을 이송받은 경찰은 처음엔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 했다. 경찰은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대 수사관 27명과 서울청 지원 수사관 11명 등 3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사흘 만인 10월1일 수사팀 규모를 62명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키맨으로 불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찾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엇박자가 드러나면서 진실 규명 작업을 두고 중복수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자아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의 적극적인 협력 수사’를 직접 주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경찰의 활약은 여기까지였다. 곽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수수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다른 핵심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검찰과 중복 지적을 받으며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10월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시작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5개월 넘게 진척없이 지지부진했다는 여야 행안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위원들은 약 5개월 동안 입건 전 조사(내사)만 진행하는 등 수사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5개월 동안 참고인 조사를 제외하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건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지적에 “최초 배당이 경제팀으로 되다 보니 다른 사건과 함께 수사를 해 시간이 걸렸다”며 “경찰은 자료를 분석해 혐의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국수본이 다각적인 방안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FIU 자료 분석 등 초기 적극적이지 못했던 부분은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수사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직접 장악해 책임 수사를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대장동 의혹’ 사건을 서울경찰청이 수사하지 않고 일선 용산서로 배당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제범죄 수사 의뢰 개념으로 봤고 통상 절차대로 관계자 1명 주소지를 고려해 관할인 용산서로 배당했다”고 답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 뭉개기 비판
검찰과 엇박자…중복 수사 우려

또 국수본은 정계·법조계·언론인 등이 연루된 ‘가짜 수산업자’ 수사 역시 로비 의혹을 밝혀내려 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읍 출신 김태우씨가 수산업자라고 사칭한 뒤 포항에서 오징어 사업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사람을 현혹해 백억원대 사기를 친 사건이다.

그는 정치권과 검찰·경찰·언론·교육·연예·의료계 인사들과 어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김씨가 정치인과 검경 간부, 언론인 등 최소 27명에게 선물을 보냈고 특히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이모 검사·이모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에게는 고급 차량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골프채 등을 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가 116억원 규모의 대형 사기 행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로비를 벌인 것으로 밝혀질 경우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멈췄다.

경찰은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7명을 검찰에 넘기면서 모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대가성이 있다고 인정됐다면 금품을 받을 당시 현직이던 박 전 특검, 김무성 전 의원, 이 검사는 뇌물죄로 처벌될 수도 있었다.

뇌물죄는 액수가 적더라도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청탁금지법 위반보다 형량이 무겁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금품을 뿌린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끝낸 것이다.

이처럼 국수본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굵직한 사건에 대해 늑장수사와 부실 대응이 이어지며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수본은 출범 2년 차에 접어드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더 내겠단 입장이다. 남 본부장은 “수사의 완결성과 신속성 두 가지가 잘 조화될 수 있도록 대응할 예정”이라면서 “연초부터 집중 수사 기간을 설정해 그동안 지연된 사건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활약은 
여기까지?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는 경찰이 한 지붕 세 가족이 된 것뿐이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국수본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한층 강화된 수사역량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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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6·1 보궐선거 지역 중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가장 탐내던 자리가 있다. 바로 송영길 전 대표가 내놓은 인천 계양을이다. 이 지역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곳으로 그가 인천시장으로 당선될 때 대들보 역할을 자청하던 곳이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된다”는 인식 속에 민주당 사람들은 너도나도 공천 신청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천신청서는 휴지통에 버려져야 했다. 해당 지역구에 이재명 상임고문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확정됐다. 이 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고문이 연단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열띤 성원을 보냈다. 탐나는 당 대표 마이크를 잡은 이 고문은 지지자들을 향해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 좀 덜 할 걸 그랬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나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실제로 이 고문의 측근들이 그의 출마를 끝까지 말렸다고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고작 두 달가량밖에 안된 시점이기도 했고, 다음 대권 도전을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떳떳하지 못한 이 고문에게 두 달의 잠행은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민심은 아직도 좋지 못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문처럼 두 달 만에 정계 복귀한 대선주자는 없었다. 사실 대선주자의 정계 복귀가 대한민국 정계에서 그렇게까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패배 후 복귀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러나 ‘2개월은 너무 짧지 않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 전 대통령이나 문 전 대통령 모두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적어도 1년 가까운 기간의 숙고를 거친 후에야 정계 복귀를 선택했다. 이 고문의 이례적인 행보는 정치 평론가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게 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모를 리 없는 그에게 ‘왜 지금, 왜 인천에 출마했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 정가에선 여기에 적어도 세 가지 노림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 노림수에 대한 의심은 ‘0선 대권후보’였던 이 고문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이 고문은 정치 시작부터 대선 전까지 늘 지방선거에만 출마해왔다. 큰 선거가 있을 때 특정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던 경력들은 다수 있었지만, 본인이 당선된 선거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뿐이었다. 이 때문에 세간의 의심은 당 대표 자리에 쏠리고 있다. 이 고문이 진정 원하고 있는 자리는 당 대표라는 것이다. 이 고문은 이번에 놓친 대통령 자리를 다음 대선에서 거머쥐기 위해서 우선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권이 받쳐주지 못한 대통령 후보는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계양을 출마 확정 고작 2개월 칩거…부정적 여론 더 커 이번 대선에서 그랬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분석한 이재명 캠프 측의 한 인사는 패배 요인 중 ‘민주당의 분열’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겉으로는 하나가 된 척 쇼를 했지만, 실제 내부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설명했다. 그는 정확히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친문(친 문재인)파’와 ‘이재명계’간의 대립을 예로 들었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29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예산 편성권과 공천권을 동시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이 고문이 만일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당내에 있는 ‘반명(반 이재명)계’의 힘을 줄여 놓을 힘이 생긴다. 이후 출마할 대통령선거 전에 발판을 미리 닦아놓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꼭 국회의원 신분으로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라면 누구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갖는다. 입후보하고 싶은 민주당 권리당원은 기탁금(2020년 기준 8000만원)을 내기만 하면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 실제로 정계에선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는 나왔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아무래도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며 “장외 선거운동과 장내 선거운동은 큰 차이가 있다. 이 고문이 당 대표가 되려면 반명(반 이재명)계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이것을 장외에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확실히 민주당 리더의 대세는 현재 이 고문이 맞지만, 대세가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지려면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 민주당 대표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은 대부분 원내 인사들이었다. 아직은 소수인 ‘이재명계’ 의원들의 결속과 반명계 의원들에 대한 견제 및 포섭까지 하려면 그가 직접 여의도 내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해석이다. 정계가 의심하고 있는 이 고문 출마에 대한 두 번째 노림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다. 대선 전부터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말은 ‘지면 감옥 가는 선거’였다. 방탄의원단 면책특권? 선거 기간 내내 피 튀기는 네거티브 공방을 펼쳤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고문은 서로를 향해 고소 고발을 진행하며 대선을 뜨겁게 불태웠다. 윤 대통령에게는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문제가, 이 고문에게는 대장동 리스크와 경기도지사 시절 공금 횡령 문제가 따라다녔다. 대선 후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건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이 고문의 리스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은 이 고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노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고문이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런 시도는 국민의 규탄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역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대선 과정만 하더라도 분당과 성남, 경기도와의 인연을 강조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타고 간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가 주장하는 ‘수사 방탄’ 의혹은 대한민국 헌법 제44조에 기인한다. 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적시돼있다. 2항에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회기 중 체포도, 또 체포 후에 석방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입법부의 힘이 다소 약하던 시절,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소신발언하고 양심에 따라서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 와서 그 의미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까운 예는 1999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연루된 본인의 측근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7개월간 임시국회를 소집한 일이다. 당시 이 총재와 측근들은 대선을 치르며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총재의 측근들은 국세청을 동원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거뒀다는 혐의를 받았고,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 끝에 그중 몇몇은 구속돼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혐의를 의심받던 용의자들이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 총재가 임시국회를 여는 바람에 검찰은 이들을 구속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한나라당 측은 임시국회 소집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 대책 심의 등 다뤄야 할 현안이 많다”고 항변했지만, 당시 여론은 의원들의 체포를 막으려는 ‘꼼수’로 인식하고 있었다. 측근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이 총재는 수차례 임시국회를 열어야 했다. 감독서 선수로 언론은 이를 빗대 ‘방탄 국회’라 보도했고 곧 ‘방탄 국회’는 불체포특권에 숨는 의원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이 대명사를 최근에야 이 전 대표가 다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그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이 고문의 출마 의미를 다시 해석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은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국회의원이 임시국회에 숨어 체포를 피할 수 없다. 이런 행위는 당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항변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되는 일은 그동안 몇 번 있어왔다. 2020년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받고 검찰로부터 체포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상태였다. 청주지방법원은 그에게 기소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3030만원을 선고했다. 그의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국회는 정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빠르게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186명의 국회의원 중 167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국 체포됐다. 민주당 측은 정 전 의원처럼 뚜렷한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현역 의원이라도 누구든지 체포될 수 있는 게 요즘 국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간의 의심은 완전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민주당 측의 주장도 사실이지만 이 고문이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 ‘부당한 외압 수사’라며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에 거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 이상인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제1정당이다. ‘야인’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보다 ‘국회의원’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가 한결 어려워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새로운 시각에서 그의 세 번째 노림수를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고문의 출마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이재명계’ 지방선거 주자 모두가 공천을 받은 후에 비로소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시점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국회로 들어가려? “시대 변했는데 무슨∼” 공천 잡음을 가장 많이 야기했던 곳은 서울시장이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장은 송 전 대표가 받았다. 이 고문의 대선을 함께 뛰었던 송 전 대표는 “당의 요구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며 “(서울시장 출마는)희생하러 가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단수 공천’ 이야기도 언론에 흘리는 등 그의 선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인천에만 연고가 있는 인사가 왜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냐는 지적과 함께 투명한 공천룰 도입을 촉구했다. 논란은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미 시장 출사표를 던진 ‘서울 기반의 민주당 의원들’과 반명계 의원들이 합세해 ‘친명(친 이재명)계’ 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송 전 대표는 한때 공천에서 ‘완전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치르며 공천장을 받아든 송 전 대표지만 친명계의 이번 선거 부담은 더욱 가중돼있는 상태다. 경기도지사 공천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정도만 약할 뿐이지 여기서도 친명계에 대한 편애를 지적하는 후보가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앞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경기도지사직에는 이미 조정식·안민석 의원 및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전 부총리의 출마 선언이 나오자 경쟁자들의 총질이 시작됐다. 김 전 총리의 경쟁자들은 공천룰이 부당하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후보들의 몇몇 핵심 측근은 이재명 캠프 인력이 대거 김 전 부총리를 돕고 있다고 양심 선언을 하기도 했다. 무난히 공천을 받지 못한 ‘이재명계’ 후보들과 이 고문 본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승리 시 명장으로 이름을 남기겠지만, 진다면 패장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대선 패배로부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의 패배까지 책임지라고 한다면, 당 대표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그 책임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인이 보선에 뛰어들어서 ‘감독’으로서 역할보단 ‘선수’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이 고문은 ‘본인의 사람들’이 모두 공천받을 때까지 기다렸고, 모든 퍼즐이 맞춰진 후에야 ‘출마 선언’을 했다. 한걸음 뒤로 책임은 안 져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해석이 모두 맞을 수는 없다. 이런저런 행보를 하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치다. 이 고문의 이번 인천 출마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고, 또 그중에는 오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이 고문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이 고문이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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