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장악 나선 윤석열의 큰 그림

양손 떡 쥐고 문정부 조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온다. 한쪽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쪽 부분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식이다. 이를 풍선효과라고 한다. 야당(당시 여당)은 새 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경찰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찰은 문재인정부 5년 내내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검찰개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검찰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은 임기 말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을 보름 남겨둔 지난달 25일 방영된 JTBC <대담-문재인의 5년>에서도 검찰에 대해 “정치적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누리기 쉬운 검찰”이라고 언급했다. 손석희 JTBC 순회 특파원이 던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부랴부랴
진행했는데…

70년 넘게 유지돼온 형사사법 체계에서는 검찰의 힘이 경찰보다 강했다.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했고, 기소권이 없어 ‘기소 의견’ ‘불기소 의견’ 등 사건에 대한 의견만 제시할 수 있었다. 

검경 간 힘의 차이는 문재인정부 들어 뒤바뀌기 시작했다. 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을 개혁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검수완박(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등의 입법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그 결과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졌고 수사권 일부가 경찰과 공수처로 이양됐다. 당초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의 권한 축소’였다. 검찰의 힘이 쪼그라들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수사기관의 권한이 강화됐다. 특히 경찰은 ‘비대화’를 우려해야 할 수준으로 몸집을 불렸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처리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문재인정부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해 검수완박을 서둘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검수완박 법안은 입법부터 공포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를 1주일 앞두고 진행한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민주당의 국회 다수 의석에 밀려 역부족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투표 등의 초강수를 내밀었으나 역시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 인사 이어 경찰 깜짝 인사
치안정감 물갈이 경찰청장 누구?

검수완박 법안대로면 검찰이 현재 가지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중 3개(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는 당장 오는 9월부터 제외된다. 선거범죄는 지방선거를 감안해 올해 말까지 남겨두기로 했다. 결국 내년부터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죄수사 범위는 부패와 경제 사건에 한정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제외된 범죄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경찰 등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윤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때인 당선인 시절부터 수사기관 장악을 위해 여러 포석을 깔았다는 점이다. 

먼저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당시 법무연수원 연수위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당초 한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인사에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도 깜짝 놀랐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부활시킨 데 이어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이른바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친문 검사가 줄줄이 좌천됐고, 문정부에서 한직을 전전했던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차지했다. 

여기에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검찰총장 임명권도 윤 대통령과 한 장관 손에 들어왔다. 검찰총장 인선 완료 후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 초토화에 가깝게 망가졌던 검찰 조직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으로
판 흔든다

대검찰청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이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지면서 문정부 관련 수사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 ‘뭉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부진 했던 수사가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권이 박탈되는 9월 전까지 사건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찰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문정부 들어 숙원이었던 수사권 조정에 성공했다. 검찰의 수사권도 넘겨받으면서 경찰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해졌다. 경찰이 검찰이 담당했던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 

실제 현재 경찰은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성남시장을 맡던 시절 발생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이 고문의 아내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앞으로 드러날 사건의 수사권 역시 경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경찰청을 외청으로 둔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상민 당시 법무법인 김장리의 대표변호사를 지명했다. 판사 출신의 이 장관은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왔다. 검찰은 한 장관에, 경찰은 이 장관에 맡긴다는 ‘좌동훈, 우상민’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

이 장관은 취임식도 하기 전에 경찰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행안부에 지시했다. 경찰 수사권이 크게 확대되는 것과 반비례해 통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장관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경찰개혁을 명분삼아 검찰 수사권을 복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행안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이 장관은 최근 장관 산하에 있는 정책자문위원회 분과 중 하나인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윈회’(이하 자문위)를 꾸렸다. 자문위는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자치경찰제를 통한 국가경찰 권한 축소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개혁
힘 빼기?

김창룡 경찰청장의 임기도 오는 7월이면 마무리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수장을 한꺼번에 임명할 수 있는 ‘양손의 떡’을 쥐게 된 셈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경찰청장 후보군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경찰 인사를 깜짝 단행했다.

경찰청장(치안총감) 임명 전 치안정감 인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경찰청장 임명 후 치안정감 승진 인사가 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정부는 지난 24일 치안감 5명을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치안정감은 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으로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개 자리가 있다. 

승진 대상자는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우철문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 김광호 울산경찰청장, 박지영 전남경찰청 등 5명이다.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현직 치안정감 6명 중 5명이 물갈이된 것이다. 

승진 대상자는 지역과 입직 경로 면에서 균형 있게 안배됐다는 평가다. 전북·전남·충청·PK(부산·경남)·TK(대구·경북) 등 지역적으로 한쪽에 쏠리지 않았다. 입직 경로 또한 경찰대 2명, 순경, 행정고시, 간부 후보 출신 등이 다양하게 포진됐다. 

김광호 청장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정 특채로 2004년 경찰로 전직, 울산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청 대변인,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장, 울산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수사기관에 친윤 체제 구축
민주, 검수완박 성공 맞아?

박지영 청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1993년 경찰 간부 후보 41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전남담양서장, 서울 양천경찰서장, 경찰청 정보화장비정책관, 중앙경찰학교장, 전남경찰청장 등을 거쳤다. 


송정애 국장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1981년 순경 공채로 시작해 2016년 대전·충남 지역 최초 여성 총경, 2018년 대전경찰청 최초 여성 경무관을 지냈다. 지난해 여성으로는 역대 3번째로 경찰청 국장이 됐다. 송 국장은 여성으로 3번째, 여성 순경 출신으로는 최초로 치안정감에 오르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윤희근 국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경찰대 7기다.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정보관리부장 등을 역임했다. 우철문 국장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서울 서초경찰서장과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장으로 일했다. 

경찰공무원법상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중에 선임하도록 규정돼있다. 이번에 승진한 5명을 비롯해 6명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가 된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임기가 정해져 있어 경찰청장 후보군에서 제외된다. 이번 인사를 두고 윤 대통령이 검찰에 이어 경찰에도 ‘친윤 체제’를 구축해 지배력을 높이려 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향후 설치될 중수청 인사권도 윤 대통령이 갖고 있다. 공수처장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권도 대통령에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은 별도의 인사청문회 없이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임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윤 대통령이 마음먹고 인사권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검찰, 경찰, 공수처, 중수청 모두 ‘친윤 인사’로 깔아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종의 ‘우회로’도 많은 상황이다. 법무부 장관의 상설특검도 한 방식이다. 특별검사임명법은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특검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정부의 의지대로 특정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회로 타고
수사 정조준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수완박 강행으로 윤 대통령에게 오히려 ‘칼’을 선물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 판사 출신 행안부 장관 등이 검수완박 법안의 허점을 이용해 검찰 권한 축소에도 수사 전선을 넓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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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