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국에…'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어디 갔나?

방역도 백신도 다 엉망인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떠들썩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던 기모란 방역기획관도 어느 순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것.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223명에 달했다.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1년 반 만에
2000명 넘어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폭증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했다. 확진자 수에 따라 단계별로 국민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다. 4단계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4인 이상 함께 모일 수 없고 오후 6시부터는 사적 모임 상황에서 2명만 함께할 수 있다. 여기에 오후 10시면 영업도 제한된다. 자영업자들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대출금 때문에 폐업도 못하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가게 주인도 늘고 있다.

여기에 ‘게임 체인저’로 여겨졌던 백신 수급에도 구멍이 났다.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는 국내에 들어오기로 했던 코로나19 백신 8월 물량을 절반 이하로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8월로 계획된 공급 물량은 850만회분이다. 모더나는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앞서 모더나는 7월에도 ‘생산 차질 문제’로 7월 말 물량 공급 시기를 8월로 늦췄다. 백신 공급 차질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왔다. 당장 2차 접종이 예정된 50대 등의 화이자‧모더나 접종자 약 315만명의 접종 간격이 4주에서 6주로 늘어났다.

18~49세 등 9월 2차 접종자들에 대해선 6주로 간격을 설정해두고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다시 조정할 예정이다.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백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국내 백신 접종률이 OECD 국가 중 꼴찌를 달리고 있는 터라 공급 차질의 여파는 더욱 크다. 지금으로선 전국 단위로 번지고 있는 확산세를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없던 자리 만들어줬더니
시작부터 논란 또 논란

문제는 방역과 백신이라는 코로나19 퇴치의 두 축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부터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민의 희생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선 지난 11일 “국민들의 희생적인 협조와 방역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일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게 돼 우려가 크다”면서도 “최근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기 기획관은 청와대 입성 때부터 백신 수급에 대한 발언, 보은 인사 의혹 등 여러 논란에 휘말렸다. 방역과 백신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 기획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집권여당은 적극적으로 그를 비호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역 일선에서 기 기획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초 존재하지 않던 직책을 만들어 친정부 인사를 앉힌 것치곤 역할이 전무하다는 평이다. 방역기획관 발탁 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여러 차례 출연해 백신 수급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과 발맞추던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백신 수급
거듭 차질

청와대는 지난 4월 대통령비서실 방역기획관을 신설하고 초대 방역기획관에 기 기획관을 발탁했다. 방역기획관은 사회정책비서관이 담당했던 방역정책을 전담하는 자리다. 기 기획관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드라이브 스루’ 등 여러 방역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방역 조치 전담 직책을 신설하고, (기 기획관이)첫 비서관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성공적인 완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 기획관은 발탁 초기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꼽히는 기 기획관의 과거 발언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대표적인 발언으로는 “백신 급하지 않다”였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부터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50여회 이상 출연했다. 논란이 된 발언도 이 라디오에서 김씨와 나누며 한 말이다.

지난해 11월20일 기 기획관은 김씨의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은 지금 일단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백신이)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백신이 나오면 이것(기존 백신 계약)을 물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달 뒤인 같은 해 12월10일에는 화이자·모더나의 백신을 사용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경우는 mRNA 방식을 처음 써본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불안감이 크다”며 “아스트라제네카처럼 기존에 써오던 플랫폼을 쓴 것을 우리가 해보던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3개가 동시에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 화이자나 모더나를 쓸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발언
다 틀렸다

결과적으로 백신은 코로나19 퇴치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대부분 국가에서 제1옵션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문제로 국내조차 50대 이하 국민에게는 맞히지 않고 있다. 잔여 백신을 잡으려는 국민들도 아스트라제네카보다는 화이자나 모더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민의힘은 기 기획관 내정 때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청와대는 (지난해 확산 초기)중국인 입국금지를 반대하고, 백신을 조속히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등 정치 방역 여론을 주도한 기모란 교수를 방역기획관에 기용했다”며 “즉각 임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이분은 백신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여러번 함으로써 백신 확보 전쟁이 한창일 때 국민을 혹세무민했고, 바로 그 백신 문제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터 ‘자기 분야 학문을 배신하면서까지 정권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기 기획관의 남편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점을 들어 ‘보은 인사’라는 주장도 폈다. 

반면 민주당은 기 기획관의 ‘백신이 급하지 않다’ 발언이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며 방어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공개할 수 없지만 화이자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요구가 매우 무리했다”며 “당시 한국과 대만, 독일 등 방역이 안정적인 국가에서는 백신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당·청와대 앞다퉈 비호
코로나 확산 책임·경질론

홍 정책위의장은 “(기 기획관의 발언은)당시 방역 상황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며 “아마 내용이 공개된다면 그렇게까지 협상을 해야 했느냐고 야당과 언론이 공격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다국적 제약사들이 과도한 조건을 요구해 계약을 서두를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집권여당의 비호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4차 대유행이 시작되고부터는 기 기획관 책임론이 더 강하게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책임론을 넘어 경질론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 기획관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집권여당에 이어 청와대도 기 기획관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 기획관은 방역을 컨트롤하는 보건복지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 청와대 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며 청와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경질론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또 다시 기 기획관 경질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코로나19 백신 접종목표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문 대통령은 뜬금없는 소리 이제 제발 그만하시고, 백신 확보 실패에 이제라도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죄하라”며 “청와대 방역기획관 기모란을 비롯한 책임자에 대해 즉각적인 경질을 실시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 기획관을 다시 한 번 두둔했다.

난리 났는데
존재감 ‘0’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불거지는 책임론·경질론에도 기 기획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방역 조치로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추가적인 방역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와 동시에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날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수록 기 기획관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모란 재산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 임용됐거나 퇴직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105명의 재산 등록 사항을 지난 6월30일 관보에 게재했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총 26억29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부부 공동명의의 대전 서구 아파트(7억4000만원), 배우자 명의의 경남 양산 단독주택 및 대지, 세종시 상가 등이다. 

기 기획관은 경남 양산 단독주택에 대해 남편이 부모로부터 4분의 1 지분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편 명의의 세종시 대지와 상가도 역시 상속받은 재산이라고 덧붙였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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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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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