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국에…'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어디 갔나?

방역도 백신도 다 엉망인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떠들썩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던 기모란 방역기획관도 어느 순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것.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223명에 달했다.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1년 반 만에
2000명 넘어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폭증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했다. 확진자 수에 따라 단계별로 국민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다. 4단계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4인 이상 함께 모일 수 없고 오후 6시부터는 사적 모임 상황에서 2명만 함께할 수 있다. 여기에 오후 10시면 영업도 제한된다. 자영업자들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대출금 때문에 폐업도 못하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가게 주인도 늘고 있다.

여기에 ‘게임 체인저’로 여겨졌던 백신 수급에도 구멍이 났다.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는 국내에 들어오기로 했던 코로나19 백신 8월 물량을 절반 이하로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8월로 계획된 공급 물량은 850만회분이다. 모더나는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앞서 모더나는 7월에도 ‘생산 차질 문제’로 7월 말 물량 공급 시기를 8월로 늦췄다. 백신 공급 차질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왔다. 당장 2차 접종이 예정된 50대 등의 화이자‧모더나 접종자 약 315만명의 접종 간격이 4주에서 6주로 늘어났다.

18~49세 등 9월 2차 접종자들에 대해선 6주로 간격을 설정해두고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다시 조정할 예정이다.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백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국내 백신 접종률이 OECD 국가 중 꼴찌를 달리고 있는 터라 공급 차질의 여파는 더욱 크다. 지금으로선 전국 단위로 번지고 있는 확산세를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없던 자리 만들어줬더니
시작부터 논란 또 논란

문제는 방역과 백신이라는 코로나19 퇴치의 두 축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부터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민의 희생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선 지난 11일 “국민들의 희생적인 협조와 방역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일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게 돼 우려가 크다”면서도 “최근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기 기획관은 청와대 입성 때부터 백신 수급에 대한 발언, 보은 인사 의혹 등 여러 논란에 휘말렸다. 방역과 백신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 기획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집권여당은 적극적으로 그를 비호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역 일선에서 기 기획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초 존재하지 않던 직책을 만들어 친정부 인사를 앉힌 것치곤 역할이 전무하다는 평이다. 방역기획관 발탁 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여러 차례 출연해 백신 수급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과 발맞추던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백신 수급
거듭 차질

청와대는 지난 4월 대통령비서실 방역기획관을 신설하고 초대 방역기획관에 기 기획관을 발탁했다. 방역기획관은 사회정책비서관이 담당했던 방역정책을 전담하는 자리다. 기 기획관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드라이브 스루’ 등 여러 방역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방역 조치 전담 직책을 신설하고, (기 기획관이)첫 비서관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성공적인 완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 기획관은 발탁 초기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꼽히는 기 기획관의 과거 발언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대표적인 발언으로는 “백신 급하지 않다”였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부터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50여회 이상 출연했다. 논란이 된 발언도 이 라디오에서 김씨와 나누며 한 말이다.

지난해 11월20일 기 기획관은 김씨의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은 지금 일단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백신이)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백신이 나오면 이것(기존 백신 계약)을 물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달 뒤인 같은 해 12월10일에는 화이자·모더나의 백신을 사용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경우는 mRNA 방식을 처음 써본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불안감이 크다”며 “아스트라제네카처럼 기존에 써오던 플랫폼을 쓴 것을 우리가 해보던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3개가 동시에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 화이자나 모더나를 쓸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발언
다 틀렸다

결과적으로 백신은 코로나19 퇴치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대부분 국가에서 제1옵션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문제로 국내조차 50대 이하 국민에게는 맞히지 않고 있다. 잔여 백신을 잡으려는 국민들도 아스트라제네카보다는 화이자나 모더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민의힘은 기 기획관 내정 때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청와대는 (지난해 확산 초기)중국인 입국금지를 반대하고, 백신을 조속히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등 정치 방역 여론을 주도한 기모란 교수를 방역기획관에 기용했다”며 “즉각 임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이분은 백신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여러번 함으로써 백신 확보 전쟁이 한창일 때 국민을 혹세무민했고, 바로 그 백신 문제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터 ‘자기 분야 학문을 배신하면서까지 정권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기 기획관의 남편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점을 들어 ‘보은 인사’라는 주장도 폈다. 

반면 민주당은 기 기획관의 ‘백신이 급하지 않다’ 발언이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며 방어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공개할 수 없지만 화이자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요구가 매우 무리했다”며 “당시 한국과 대만, 독일 등 방역이 안정적인 국가에서는 백신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당·청와대 앞다퉈 비호
코로나 확산 책임·경질론

홍 정책위의장은 “(기 기획관의 발언은)당시 방역 상황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며 “아마 내용이 공개된다면 그렇게까지 협상을 해야 했느냐고 야당과 언론이 공격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다국적 제약사들이 과도한 조건을 요구해 계약을 서두를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집권여당의 비호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4차 대유행이 시작되고부터는 기 기획관 책임론이 더 강하게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책임론을 넘어 경질론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 기획관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집권여당에 이어 청와대도 기 기획관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 기획관은 방역을 컨트롤하는 보건복지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 청와대 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며 청와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경질론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또 다시 기 기획관 경질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코로나19 백신 접종목표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문 대통령은 뜬금없는 소리 이제 제발 그만하시고, 백신 확보 실패에 이제라도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죄하라”며 “청와대 방역기획관 기모란을 비롯한 책임자에 대해 즉각적인 경질을 실시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 기획관을 다시 한 번 두둔했다.

난리 났는데
존재감 ‘0’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불거지는 책임론·경질론에도 기 기획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방역 조치로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추가적인 방역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와 동시에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날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수록 기 기획관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모란 재산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 임용됐거나 퇴직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105명의 재산 등록 사항을 지난 6월30일 관보에 게재했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총 26억29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부부 공동명의의 대전 서구 아파트(7억4000만원), 배우자 명의의 경남 양산 단독주택 및 대지, 세종시 상가 등이다. 

기 기획관은 경남 양산 단독주택에 대해 남편이 부모로부터 4분의 1 지분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편 명의의 세종시 대지와 상가도 역시 상속받은 재산이라고 덧붙였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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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