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옆으로 줄줄 새는' 국군포로 사업의 이면

‘정착지원금’ 연구원 인건비가 절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북한에서 생환해 남아 있는 국군포로는 현재 16명. 의아하게도 이들 포로들과 관련된 정부 사업은 보훈처가 아닌 국방부 소관이다. 이에 관련해 국방부와 용역계약을 맺은 한 시민단체의 국군포로 사업에서 수상한 예산이 포착됐다.

올해는 6·25전쟁 71주년을 맞이한 해다. 1953년 정전 당시 유엔군사령부가 추산한 국군 실종자는 8만2000여명. 하지만 북측이 송환한 국군포로는 8300여명에 불과하다. 북측이 “단 한 명의 포로도 없다”며 국군포로 수만명을 가뒀기 때문이다. 

포로 사업
허점 투성

이들과 그 후손들은 북한 탄광에서 노예노동에 시달리며 인권 말살의 현장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현재 북측에 생존하고 있는 국군포로는 170명 남짓으로 추산된다.

국내 상황도 별반 크게 다르지 않다. 1994년 고 조창호 중위를 시작으로 귀환한 국군포로는 총 80명. 이들은 한국 정부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탈출했다. 지난달 14일 고 이원삼씨가 숨지면서 16명의 생존자가 남아 있는 상태다.

국내로 송환된 포로들을 위한 정부 사업 역시 허점투성이다. 현재 해당 사업은 보훈처가 아닌 국방부 군비통제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해당 부서는 국제 군비 통제 관련 업무를 맡는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일각에서는 군비통제과가 해당 사업을 맡게 된 배경에는 부서 간 권력관계가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방부 군비통제과가 체결한 한 용역 사업에서도 수상한 부분이 포착됐다. <일요시사>가 단독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북한인권정보센터(이하 NKDB)와 귀환 국군포로 정착지원 사업을 용역 체결했다. 

'허점투성이’ 이상한 지출 내역 보니…
보훈처 아닌 국방부 군비통제과 왜?

NKDB는 2003년 5월10일 설립된 비정부기구로 북한 인권개선과 인권 실현, 그리고 북한 인권침해 청산을 목표로 설립됐다. <북한인권백서> 발간을 주력으로 한다. 국방부와 체결한 귀환 국군포로 사업은 NKDB가 2012년부터 현재까지 도맡아 진행 중으로 경쟁입찰을 거쳐 매년 계약했다.

사업은 크게 ▲정착지원사업 ▲네트워크 통합 관리 사업 ▲보훈 예우 사업 ▲기초생활 지원으로 진행됐다. 정착지원사업의 경우 국군포로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에 집중했다. 의료비 지원, 심리 상담, 안부 전화 등 콜센터 운용이 대표적이다. 

네트워크 통합관리사업의 경우 재향군인회 여성회, 보훈단체 등 유관기관과 협력관계 유지를 위한 사업이다. 보훈 예우 사업에는 국군포로들을 위한 위로행사, 장례 지원 등이 포함됐다. 기초생활 지원의 경우 월수입 100만원 미만자를 위한 정기적 지원에 힘썼다.

경쟁 입찰
맞춤형 지원

이들의 지난 10년간 용역 예산은 꾸준히 상승했다. 2012년 9080만원, 2013년 1억1744만원, 2014년 1억3100만원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2020년에는 1억5500만원에 해당 사업을 계약했다. 연평균 계약액은 1억3600만원이다.


의아한 대목은 예산에서 공동연구원에 대한 인건비 비중이 절반 가까이나 차지했다는 점이다. 인건비 예산은 2012년 4900만원, 2013년 4800만원, 2014년 5300만원, 2015년 6430만원으로 올라 2020년에는 6834만원으로 증가했다(표 참조). 해당 사업이 국군포로 정착지원사업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NKDB는 사회복지사와 심리상담사의 인건비라고 해명했다.

NKDB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용역이다 보니 인건비 기준단가가 학술연구용역 단가라서 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인건비가 나가는 것”이라며 “사회복지사와 심리상담사의 인건비로 책정돼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네 사람이 인건비를 받지만 두 사람 조금 넘는 정도로 인건비가 책정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민단체?
왜 맡기나?

일각에서는 보훈처에서 해야 할 사업을 국방부가 맡고 있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인권 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국군포로 사업과 관련된 보훈 예우 사업(위로행사, 위로 지원, 장례 지원) 등은 다 보훈처에서 해야 할 일들인데 국방부 군비통제과에서 특정 시민단체에 예산을 주고 시키는 것부터가 황당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령에 근거해서 국방부가 하게 돼있는 업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훈처가 해당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며 “법령에 따라 국군포로와 관련된 건 국방부에서 총괄하기로 돼있다”고 반복했다.

국군포로들의 진상규명을 돕는 사단법인 물망초 박선영 이사장은 국방부에서 탈북 국군포로 관련 업무를 소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용역계약 맺은 시민단체
수상한 예산 지출 포착

박 이사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군포로들을 국방부에서 관리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국방부는 현역 군인들에 관한 여러 직무를 담당해야 한다. 탈북한 국군포로 어르신들이 전역신고를 하면 그 순간부터 보훈처 소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군포로를 국방부 군비통제과에서 통제하고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한편 우리 정부가 국군포로 송환 문제에 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제네바협약 제118조는 “포로는 적극적인 적대행위가 종료한 후 지체 없이 석방하고 송환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북한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군포로 문제를 주요 의제에서 배제시켰다. 문재인정부 역시 해당 문제에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남북대화를 위한 ‘의도적 외면’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범정부 국군포로 대책위원회’의 지지부진한 실적이 대표적 사례다. 해당 위원회는 국군포로 문제를 다루는 정부 산하기구로 국방부와 통일부 등 7개 부처가 참여한다. 국군포로 관련 대책 수립을 위해 지난 1999년 발족했다. 

16명의
생존자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회의는 단 한 차례만 개최됐다. 매년 2회 정기회의를 갖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마저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서면 회의로 진행됐다. 국군포로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 역시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국방부 전체 680여명 중 단 2명만이 투입된 상태다. 현재 북한에 생존하고 있는 국군포로는 170명 남짓으로 추정되며, 한국에는 16명의 국군포로가 생존해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