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 후계자 극과 극 성적표

자식들 뒤처리 바쁜 부성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뱅뱅어패럴 후계자들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뒤바뀐 형국이다. 아쉬움을 남겼던 장남이 재평가의 계기를 마련한 반면, 수월했던 초창기를 보냈던 차남과 삼남은 자질에 대한 물음표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권종열 회장이 1961년 창업한 뱅뱅어패럴은 1990년대에 토종 패션 브랜드 ‘뱅뱅’의 활약에 힘입어 국민 청바지 회사로 등극했다. 권 회장 일가는 뱅뱅어패럴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회사 지분 100%를 권 회장 일가가 보유 중이고, 특히 권 회장의 지분율은 57.2%에 달한다.

떼어 주고
능력 검증

아흔을 넘긴 권 회장은 여전히 뱅뱅어패럴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대신 권 회장의 세 아들(성윤·성재·성환)은 뱅뱅어패럴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계열분리된 법인을 운영하는 길을 택했다.

이 무렵 장남인 성윤씨는 유·아동복사업을 영위하는 ‘디시티와이’에 둥지를 틀었다. 차남인 성재씨는 UGIZ를 운영하는 ‘더휴컴퍼니’를, 삼남인 성환씨는 ‘에드윈’을 전개하는 ‘에드윈인터내셔널(현 헨어스)’에 터를 잡았다.

성윤씨는 미국 사우스이스턴대와 아메리칸대에서 MBA를 마친 후 1993년도에 뱅뱅어패럴에 입사했다. 1995년 리틀뱅뱅 운영에 참여했고, 이는 성윤씨가 2005년 디시티와이 대표이사로 낙점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만 장남의 행보는 아쉬움을 남겼다. 디씨티와이는 2006년부터 부분자본잠식과 완전자본잠식을 오가는 처지로 전락했다. 신규매장 출점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현상유지조차 버거웠다.

반면 차남과 삼남은 장남과 대비되는 행보를 밟았다.

성재씨가 대표이사를 맡은 더휴컴퍼니는 2006년 이래 1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며 캐쥬얼 의류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2010년대 중반 연이은 신규 브랜드 론칭을 통해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나씩 맡아 검증 시험대
퍼주다가 본진마저 휘청

성환씨는 1994년 뱅뱅 홍콩 법인장을 거쳐 1997년부터 중국의 뱅뱅 비즈니스를 총괄했던 중국통이다. 2007년 에드윈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맡아 기존 에드윈을 ‘에드윈컬렉션’으로 리뉴얼하는 작업에 앞장섰다. 에드윈인터내셔널은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권 회장 후계자들의 입지는 이전과는 완전히 뒤바뀐 양상이다. 제법 탄탄했던 차남과 삼남의 회사가 생존을 위협받는 환경에 내몰린 데 반해, 장남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2019년 12월 화승은 아웃도어 ‘머렐’의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화승은 머렐의 미국 본사인 ‘울버린 월드 와이드사(이하 울버린)’와의 협의를 통해 당초 계약 종료 시점보다 한 해 앞당겨 사업을 종료하고 재고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화승이 내놓은 머렐 사업권은 성윤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엠케이코리아’가 넘겨받았다. 2019년 10월 설립된 엠케이코리아는 성윤씨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한 회사로, 울버린과의 협의를 통해 기존 머렐 대리점과 백화점 매장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시작과 다른
확연한 변화

머렐을 전개하기로 한 엠케이코리아의 결정은 가시적인 성과로 되돌아왔다. 엠케이코리아는 사실상 첫 회계연도인 지난해에 매출 396억원을 달성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8억5100만원, 35억6600만원이었고, 영업이익률은 7.2%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웃도어 브랜드 운영 업체 대다수가 적자전환 혹은 실적 악화를 경험한 가운데 거둔 호성적이었다.

머렐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엠케이코리아는 올 초 다시 한 번 의미심장한 움직임을 드러냈다. M&A 매물로 나온 600억원대 몸값의 패션기업 독립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비록 독립문 주요주주들의 매각 철회 방침으로 인해 인수협상은 결국 무산됐지만, 엠케이코리아의 외형 확장 의지는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장남이 엠케이코리아를 통해 새롭게 입지를 구축한 것과 달리, 차남은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지우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2017년 10월 더휴컴퍼니가 30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게 결정타였다.

이듬해 12월 80%의 채무를 탕감하고, 남은 20%의 부채를 10년간 상환키로 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경영난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더휴컴퍼니는 지난 2월 또 한 번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주춤하는
아우들

더휴컴퍼니가 최악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성재씨의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성재씨는 2017년 말 기준 지분 69.2%(392만80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이듬해 두 차례에 걸친 감자로 인해 보유 주식은 기존 1/30 수준으로 줄었고, 지분율은 4.4%(13만2570주)로 축소됐다.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 놓은 성재씨를 대신해 아버지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전까지 더휴컴퍼니 주식이 전무했던 권 회장은 2018년 출자전환을 통해 100만5150주를 취득하며 지분율 33.6%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권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는 올해 1분기까지 변동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더휴컴퍼니는 심각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2015년 9억7900만원 ▲2016년 34억4700만원 ▲2017년 429억3400만원 ▲2018년 257억3300만원 ▲2019년 64억200만원 ▲2020년 45억7100만원 등 6년째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부진한 흐름은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미 1분기에 23억5300만원 손실을 기록했고, 총자본은 -13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삼남인 성환씨가 운영하는 헨어스 역시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직면해 있다. 헨어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86%를 보유한 비앤지(창고업)이고, 비앤지는 성환씨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한 개인회사다. 

성환씨가 경영권을 장악한 이래 헨어스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거듭났다. 매년 300~400억원대 매출과 연이은 흑자 달성을 통해 2017년까지 이익잉여금만 76억6400만원을 쌓아둔 상태였다.

“형만 한 아우는 없었다” 
뒤바뀐 2세들의 입지

하지만 2018년부터 회사의 수익성은 크게 나빠졌다. 당해에 57억54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70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 규모로 인해 이익잉여금이 불과 1년 만에 1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듬해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70억원에 근접할 만큼 커졌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3년 연속 적자는 물론이고, 매출이 100억원대 밑으로 주저앉기에 이른다.

거듭된 적자 행진은 빚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되돌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헨어스의 총자산은 149억원으로, 전년(212억원) 대비 30.8% 줄었다. 부채를 70억원가량 덜어낸 게 총자산의 감소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재정건전성은 도통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7년 290.6%였던 헨어스의 부채비율은 이듬해 1419.4%로 급격히 뛰어오른 데 이어, 2019년 17만3442.8%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1만302.3%로 다소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적정 수준(200% 이하)과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또 2019년부터 총자본이 자기자본을 하회하는 이른바 ‘부분자본잠식’에 놓여 있다.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와중에 차입금에 기대는 경향은 한층 뚜렷해졌다. 2019년 112억원이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17억원가량 감소했지만, 차임금의존도는 52.6%였던 65%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통상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총차입금의 1/4에 해당하는 26억원은 상환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 금액은 성환씨의 아버지인 권 회장이 무이자로 빌려준 것이다. 앞서 위기에 처한 차남을 위해 우군으로 나섰던 권 회장이 삼남에게도 도움을 손길을 내민 셈이다.

자식 챙기느라
바쁜 아버지

권 회장이 두 아들 일에 관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동안 뱅뱅어패럴에서는 심각한 실적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별기준 2018년 31억5600만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24억1600만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7억5500만원 손실이 발생했다.

2003년부터 시작된 1000억원대 매출 행진마저 옛일이 돼버렸다. 뱅뱅어패럴은 2018년부터 3년째 개별기준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밟는 데 실패했고, 급기야 지난해 매출은 629억원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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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