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운 덕 보는 빙그레 오너 일가, 왜?

M&A 떡고물 오너 입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에 대한 증권가의 긍정적인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상호보완적 요소들이 시너지를 기대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가족회사를 앞세운 오너 일가 역시 인수에 따른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점쳐진다.
 

▲ 빙그레 본사 ⓒ네이버 지도

빙그레는 지난해 10월5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알렸다. 빙그레는 이날 공시를 통해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인수를 위한 잔금 지급을 마무리하고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최종 인수금액은 1325억원이다.

뻔한 흐름

빙그레는 지난해 3월 해태제과식품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 지난해 9월29일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증권가에서는 빙그레가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1위로 발돋움한다는 점에서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이 콘아이스크림 분야의 강자라는 점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호보완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17일 “빙그레가 10월 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완료함에 따라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중장기적 시점에서 두 회사의 취약 품목을 보완하고 빙과류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누릴 효과는 단순 매출 증대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원료구매 단계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해봄직하다. 이 과정에서 김호연 빙그레 회장 일가의 반사이익 역시 예상된다. 물류업체 ‘제때’가 해태아이스크림 물량을 발판 삼아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까닭이다.

제때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자제들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오너 가족회사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김 회장의 3자녀(김동환·김정화·김정만)가 33.3%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해태 빙과 인수 반사이익 기대
내부거래 낙수효과…키워서 승계까지?

2000년대 초반부터 빙그레의 물류대행 사업을 도맡아온 제때는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 덩치를 키웠다. 제때 매출 중 빙그레가 차지한 몫은 2012년까지 50%를 상회했다. 이후 냉동·냉장식품 물류 경험을 통한 외부고객사 확대에 의해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 25% 수준으로 축소됐지만, 빙그레에서 파생된 매출 규모는 연평균 8% 안팎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2012년 565억원이던 제때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2190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제때가 빙그레를 통해 올린 매출은 287억원에서 549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제때가 지난해 3분기까지 빙그레와의 거래로 올린 매출은 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26억원) 대비 7.6% 상승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제때가 해태아이스크림의 유통 물량마저 책임지게 되면, 제때는 매출뿐 아니라 기업가치 상승까지 도모할 수 있다.
 

▲ 김호연 빙그레 회장

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제때는 2015년 빙그레 자회사였던 창고업체 셀프스토리지를 인수하는 등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 38억원에 그쳤던 제때의 자본총액은 지난 2019년 341억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한 상황이다.


제때의 외형 확대는 빙그레 오너 2세들의 혜택이 많아짐을 뜻한다. 만약 제때가 덩치를 한껏 키운 상태에서 빙그레와 합병하게 되면 김 회장의 자녀들은 제때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를 수월히 진행할 수 있다. 이 금액은 김 회장이 보유한 빙그레 지분 36.7%에 대한 증여세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제때를 빙그레 지배체제에 편입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빙그레는 제때 지분이 없는 반면 제때는 빙그레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제때가 빙그레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오너 2세→제때→빙그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립할만한 여지를 남긴다.

현금 창구

제때는 빙그레 오너 일가의 현금창구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제때는 10년 넘게 현금배당을 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현금배당으로 7억3000만원이 집행됐다. 이는 전년대비 2억5000만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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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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