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율촌화학 고지전

왕 회장 지분 차남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농심이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밑그림은 일찌감치 그려진 상태. 이 과정의 핵심은 율촌화학이다. 지주사와 아버지가 보유한 율촌화학 지분을 차남이 넘겨받는 시기에 따라 계열분리 속도가 결정되는 구조다. 
 

▲ ▲▲ (사진 왼쪽부터)신춘호 농심 그룹 회장과 삼남인 신동원·신동윤·신동익 부회장

농심그룹은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승계구도가 표면화된 상황이다. 첫째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 둘째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 셋째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맡는 구조다. 다만 완전한 계열분리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 회장이 여전히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데다, 지분정리가 완벽히 끝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계열분리 핵심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를 거머쥔 장남은 그룹 내 주력 사업부문까지 넘겨받는 모양새다. 지난 3월 기준 특수관계인의 농심홀딩스 지분 총합은 66.54%(308만5946주). 이 가운데 신동원 부회장의 지분이 42.92%(199만367주)다. 

향후 농심의 3세 경영체제는 신동원 부회장의 아들인 상렬씨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농심 경영기획팀에 입사한 상렬씨는 농심홀딩스가 설립된 2003년부터 꾸준하게 지분을 늘렸고, 지난 3월 말 기준 농심홀딩스 지분율을 1.41%(6만5251주)까지 끌어올렸다.

차남은 율촌화학서 기반을 닦았다. 신동윤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기준 율촌화학 지분 13.93%(345만4560만)를 보유한 2대주주다. 신동윤 부회장의 1남1녀인 신시열씨(0.59%, 14만5740주), 신은선씨(0.02%, 4885주)도 적게나마 회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장남은 율촌화학, 차남은 농심홀딩스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신동원 부회장은 간접 방식으로 율촌화학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신동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는 지분율 31.94%(792만1700주)로 율촌화학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신동윤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을 직접 들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동윤 부회장은 지분율 13.18%(61만1484주)로 농심홀딩스 2대주주이고, 시열씨와 은선씨도 0.29%(1만3241주)씩 주식을 보유 중이다. 

삼남이 주축이 된 메가마트는 계열분리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동익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메가마트 지분 56.14%(173만813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신 신동익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이 전무하다. 게다가 신동익 부회장의 장남인 신승렬씨도 농심홀딩스 주식을 팔고 있다.

사실상 끝난 승계…지분 정리 언제쯤?
형·동생 주고받는 시나리오 예상

승렬씨는 지난 7월30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5차례에 걸쳐 농심홀딩스 보통주 1964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로써 신승렬씨의 농심홀딩스 지분율은 0.27%(1만2312주)로 집계됐다. 승렬씨가 처분한 농심홀딩스 주식은 향후 메가마트 지분 매입 과정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그룹의 자산규모가 5조원에 육박한 만큼 계열분리 움직임은 조만간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자산규모 5조원을 넘기면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탓에 내부거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농심그룹의 지난해 자산규모는 4조7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 ▲농심

계열분리가 이뤄진다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스왑딜로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을 맞교환하는 게 기본 골자다.


이미 오너 일가는 대규모 주식 스왑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 2017년 5월 신동윤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 30만1500주를 주당 10만8000원에 신동원 부회장(27만9867주)과 그의 장남 상렬씨(2만4580주) 등에게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다.

당시 신동원 부회장은 자기자금 222억원에 농심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취득한 80억원의 차입금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이를 통해 신동원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은 36.93%서 42.92%로 대폭 늘었고, 신동윤 부회장의 지분율은 19.69%서 13.18%로 크게 줄었다.

같은 날 농심홀딩스는 율촌화학 주식 207만8300주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대거 매도했다. 신동윤 부회장과 시열씨가 각각 194만6000주, 13만2300주를 매입했다.

스왑딜 필수

신동윤 부회장에게 당장 필요한 건 율촌화학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현 시점서 차남의 율촌화학 지분율을 장남의 농심홀딩스 지분율에 비해 공고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농심홀딩스의 주식을 처분하는 대가로 율촌화학 주식 추가 매입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신춘호 회장이 가진 율촌화학 지분 13.5%를 증여받게 되면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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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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