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VS 주호영의 주도권 샅바싸움

‘전략가 vs 전략가’ 협치 어렵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의 시작을 장식할 거대 양당의 신임 원내사령탑이 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에 주력할 전망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재건과 쇄신의 닻을 올려 대선서 설욕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양당 신임 원내대표들이 21대 국회를 맞이하는 포부를 비롯해 여러 현안들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 인사 나누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오는 30일 새로운 국회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4선 김태년 의원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에서는 5선 주호영 의원이 각 당을 이끌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21대 국회의 첫 1년을 이끌면서, 임기 4년의 분위기를 좌우할 중책을 맡게 됐다.

“일하자” 공감
딴 사안 이견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당권파 친문이다.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경선서 이인영 전 원내대표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과반을 획득해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의 강점은 청와대와 두루 소통할 수 있는 ‘친문(친 문재인)’이라는 점이다. 이해찬 대표와도 친분이 두텁다. 이 외에도 그는 정책과 디테일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김재원 의원은 그를 ‘정치 천재’라며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런 지략과 정책적인 측면,  전략적인 측면서 대단한 분”이라 칭찬했다.

반면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검증된 전략가’로 꼽힌다. 법조인 출신으로 평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성격 덕분에 정치권에선 협상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계파색이 옅은 온건 보수에 속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통합당은 21대 국회서 180석에 이르는 ‘슈퍼여당’을 상대해야 한다. 당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 강경파보다는 협상할 줄 아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당선소감서 코로나 정국 및 총선 참패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라 어깨가 무겁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매우 무겁다. 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시키겠다.(지난 7일, 국회 당선인 총회)

▲(주) 책임감이 어깨를 많이 누르고 있다. 이제 우리당은 바닥까지 왔다. 1,2년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재집권을 할 수 없고, 그야말로 역사서 사라지는 정당이 될 것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패배의식을 씻어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최선을 다해 당을 재건하고, 수권정당이 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지난 8일, 국회 당선인 총회)

두 신임 원내대표 모두 전술에 능한 전략가들이기 때문에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불꽃 튀는 원내 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슈퍼여당을 이끌며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다음 대선 전까지 통합당을 혁신해야 할 중책을 맡게 됐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서 103석을 얻는 데 그치며, 전국 단위 선거서 4번 내리 패배했다.

‘사사건건’ 같은 질문 다른 답변
두 신임 원내사령탑 대충돌 예고

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서 처음으로 공식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20여분 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서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협치’를 강조했다.

▲(김) 여당 원내대표로서 매우 논리적이고 유연한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국정 동반자로서 늘 대화하고 협의하며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회를 만들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주) 21대 국회를 시작하는 첫 해에 존경하는 김 원내대표를 모시고 일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을 적극적으로 도와 국난에 가까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협조하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두 분이 신속히 만나 저녁을 먹으며 원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국회 농성으로 관심을 끈 과거사법에 대해 “문제없이 이번 본회의서 처리될 수 있다는 의견이 교환됐다”고 밝혔다.

두 원내대표 회동 이후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과거사법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N번방 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서 악수 나누고 있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첫 과제로 ‘일하는 국회법’을 꼽았다. 일하는 국회법에는 정기회가 없는 달에도 매달 임시회를 개회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불출석에 대한 징계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이라 개원 직후 양당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김) 국회 운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들었던 ‘이게 국회냐’ 질타를 ‘이것이 국회다’라는 찬사로 바꿔야 한다. 국회 개혁의 핵심은 숙의의 총량은 유지하되, 결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상시국회 제도화, 법사위 체계 및 자구심사권 폐지, 복수 법안심사소위원회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일하는 국회에 찬성한다. 국정 협조할 건 과감하게 협조하겠다. 국가적 위기 상황서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에 일하는 국회는 저희도 찬성이다.(8일, 당선인 총회)

치열한
수 싸움

체계·자구 심사가 법안 지연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법사위에 넘어온 법안 가운데 체계·자구 수정한 것이 절반 정도 될 만큼 손볼 때가 많다. 자칫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지난 19일, <세계일보> 인터뷰)

지난 20대 국회서 보였던 동물 국회, 식물 국회로 인해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에 21대 국회 당선인들은 지난 21일 ‘대한민국 4.0 포럼-새로운 21대 국회를 위하여’를 열어, 일하는 국회를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법안서도 양당의 신임 원내대표는 이견을 보였다.

지난 5월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민주당과 통합당 인사들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여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는 기념식 마무리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는 당내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흘러나온 막말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5·18 관련 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 당의 극우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다만 주 원내대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역사 왜곡 처벌 강화 부분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헌법 학자라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난 다음,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두환씨 등이 거짓된 주장을 못하도록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 전씨는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 주범이고, 5·18을 둘러싼 가짜뉴스의 온상이다. 북한개입설도 당시 신군부서 나왔다. 5·18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 학살 책임자가 끝까지 죄를 부정하며 활개를 치도록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진상조사위 활동이 과거처럼 미완으로 끝나지 않게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도 환수할 방법을 찾겠다.(1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

▲(주)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다. 당 일각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이어왔다. 아물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이 마치 당 전체의 생각인양 확대 재생산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5·18을 기리는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지난 16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성명)

21대 국회
첫 과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한 법안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공청을 거쳐야 한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권한 확대에는 압수수색 권한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자는 조항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난 19일, CBS 인터뷰)


최근 민주당은 진상규명과 더불어 역사 왜곡 처벌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이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는 만큼 5·18 관련 법안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한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위성정당과의 합당 여부도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다. 주 원내대표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지난 14일 합당 논의 기구를 만들어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잘된 일’이라면서도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주) 통합당과 한국당의 조속한 합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합당 수임기구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양당 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4+1’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를 지난 21대 총선서 확인한 만큼, 20대 국회 회기 내 폐지시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지난 14일, 국회 합동 기자회견)
 

▲ 지난 1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의 면담 자리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김) 통합당과 한국당의 합당은 잘된 일이다. 이렇게 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 폐지는 다음 선거가 4년 후에 치러지는데, 그걸 지금 옵션으로 걸 필요는 없다. 그건 핑계를 위한 핑계, 샅바싸움에 불과하다.(지난 14일, 국회)

통합당과 한국당은 오는 29일까지 합당을 결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통합당과 조속한 합당을 이루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으나 합당 지연을 염두에 둔 듯한 여러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초선 당선인들과 만찬서 한국당과 “최대한 빠른 합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런저런 이유가 자꾸 나와 조만간 합당하는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이 성사되면 통합당의 지역구 당선인(84명)과 한국당의 비례대표 당선인(19명)을 합쳐 103석이 된다.

김, 코로나19 인한 경제극복 주력
주, 절박감으로 보수 쇄신에 앞장

반면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마무리 한 상태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당은 원 구성에 집중하는 반면 통합당은 결속과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의 법정시한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통합당은 당선인 워크숍서 지도부 체제를 구축해 당을 정상화시킬 계획임을 전했다.

▲(김) 20대 국회가 원 구성에 14일을 소요해 역대 최단기록을 세웠지만 법정시한을 지키진 못했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보다 시간을 더 단축하고 반드시 법정시한을 준수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도 21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오직 국민을 위해 원 구성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간절하게 통합당과 협상하겠다.(지난 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당선인 워크숍에서는 21대 총선 분석·평가가 있을 것이다. 한국당과의 통합 문제, 당 혁신 방안, 지도부 체제 구성 등을 다 정리하고 논의할 것이다. 워크숍을 계기로 국민이나 당원에게 ‘통합당이 정말 많이 바뀌어가고, 이제 좀 희망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성공적 연찬회가 되길 기대한다.(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

20대 국회 입법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양당은 어떤 법안을 가장 먼저 추진할까. 민주당은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해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면 통합당은 국민 부담 경감 및 경제 활성화 법안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법안 등을 1호 법안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통합당에서는 당내 추진 요구가 높은 선거제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당선자 25명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선거제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대선 D-2년
입법 경쟁

여야 모두 다음 국회서 추진할 법안들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에서는 입법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이 2년 남은 시점에서 입법에 성과를 냄으로써 국민들에게 유능한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당 ‘윤미향 저격’ 작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정치권 역시 공방전으로 들어섰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의연도 외부 기관을 통해 회계 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가 나온 뒤에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고 유보적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저희는 공당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보편적 인권 문제까지 승화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던 운동 자체가 폄훼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통합당은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TF 위원장은 곽상도 의원이 맡았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서 “진상을 규명하고 수사와 사퇴를 촉구하고, 국정조사 추진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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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