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①논란의 불씨

시작은 좋았지만 그 끝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 종합 전형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살펴봤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이 늦춰진다. 공공기관과 은행이 업무를 하지 않는다. 비행기는 듣기평가 시간에 이·착륙을 할 수 없다. 수험생을 실어 나르기 위한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도로에 즐비하다. 수험생을 위한 각종 할인행사가 벌어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날 풍경이다. 이날만 되면 온 나라가 60만 수험생을 위해 숨죽인다.

변화하는
입시제도

한국서 입시문제는 그 어떤 사안보다 민감하다. 입시와 병역은 한국서 ‘역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 같이 못 먹고 못 살던 때 부모들은 소를 팔아서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소를 팔아 만든 등록금이라고 해서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부르던 때였다. 그때는 ‘개천서 용난다’는 말이 심심찮게 쓰였다.

입시제도는 변화를 거듭했다. 그에 따라 사회 변화도 함께 일어났다. 자식을 명문대로 진학시키기 위해 학부모들은 ‘맹모(부)삼천지교’를 마다하지 않았다. 교육의 노른자위 땅으로 학부모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올랐다. 복잡한 입시제도에 걸맞은 맞춤형 지도로 명문대 진학을 돕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지난해 11월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입시제도의 면면을 날카롭게 훑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1%로 시작한 시청률은 23%까지 치솟아 비지상파 1위를 차지했다. 자식을 명문대 의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입시에 매달리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스카이캐슬>서 작가가 비판하고자 했던 입시제도가 바로 학생부 종합 전형(이하 학종)이다. 유현미 작가는 지난 9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아들이 고3이던 2010년 ‘입시 컨설턴트’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유 작가는 아들이 입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입시 컨설턴트 역할이 압도적으로 커진 데다 금수저 전형으로 불릴 만큼 학종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면 큰 반향을 일으키리란 생각이 들었다”며 “입시 컨설턴트들이 짜주는 계획에 따라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학 입시를 준비해온 학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정보력 없는 엄마 때문에 아이가 대학 입시에 실패한 것만 같아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한국서 대학을 가려면 수시, 정시, 편입의 방법을 거쳐야 한다. 학종은 수시 선발의 대표적인 전형이다. 말 그대로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내신 성적(교과) 외에 봉사활동이나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자기소개서(비교과) 등 다양한 외부활동을 입시에 활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 추천서도 포함된다.

노정부 도입 MB정부 때 확대
박근혜정부서 ‘학종’으로 교체

학종은 학력고사, 수능 등 정량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던 것을 다각도서 정성평가로 뽑으려는 취지서 도입됐다. 시험 점수로 줄 세우기보다는 학생의 잠재 능력과 소질, 가능성을 평가하고 판단해 각 대학에 맞는 인재를 뽑는 방식이다.

학종의 전신은 입학사정관제다. 대학이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육성하고 채용, 활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2007년 대학 입시서 처음 도입됐고 2008년부터 이를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났다. 입학사정관제는 노무현정부서 도입하고 이명박정부서 본격화된 정책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보통 다음 정부서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입학사정관제는 보기 드물게 계승됐다. 그만큼 도입 당시에는 줄 세우기에만 몰두했던 대학 입시제도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대학에 가려면 오로지 시험을 잘 봐야 했던 수험생은 여러가지 길이 생겼다는 점에서, 점수로만 학생을 평가해야 했던 대학은 다양한 인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성평가라는 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이 도입 초기부터 불거졌다. 특히 외부활동 등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스펙 경쟁이 일어나면서 ‘금수저 전형’ ‘현대판 음서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재까지 학종에 따라붙는 꼬리표는 입학사정관제 도입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것들이다.

이 과정서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은 정부 규제로 인해 누더기로 변해갔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에는 토익이나 토플 등 공인어학자격증이 기본적인 스펙이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은 고려대에 입학할 때 ‘세계선도인재전형’에 합격했다.

점수보다
창의성에

고려대는 당시 총 정원 3772명 중 23.5%(886명)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는데, 그중 200명이 이 전형으로 뽑혔다. 토플·텝스 성적을 제출하거나 AP(해외 대학 학점 선이수제) 3과목의 성적을 제출하거나, 2개 이상 공인 제2외국어 성적을 제출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었다.

대학서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끌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봉사활동 기록을 위해 해비타트(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운동), 꽃동네 봉사 등이 이어졌다. 창의력을 증명하려 책을 출간하는 학생도 늘었다.

외부활동을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었던 입학사정관제는 학부모의 생활수준 등에 따라 점차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부모가 챙길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업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형성됐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제도 정비에 나섰다. 논문 등재 이력은 물론 교외 경시대회 수상 실적과 도서 출판 경력까지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었던 2010년 ‘입학사정관제 공통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교외 수상 경력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1년에는 공인 어학 성적, 2013년에는 발명 특허 취득 내용을 학생부에 쓸 수 없도록 막았다.

학종이 현재의 명칭을 갖게 된 것은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교육부는 2013년 8월 ‘대입 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내놨다. 입학사정관전형을 학종으로 명칭을 바꾸고 학생부에는 교내 활동만 기재하고 외부 실적은 적지 못하도록 했다.

토플 등 공인어학 성적이나 AP 등 학교 외 기관의 시험 결과를 기재하면 서류 점수를 0점 처리하거나 불합격시킨다는 규정도 넣었다. 2015학년도 입시부터는 도서 출간 이력과 논문(학회지) 등재 이력도 금지했다.


외부활동 실적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입시 반영 범위를 교내 활동을 한정하자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소논문’이 괜찮은 스펙으로 소문나자 열풍이 불었다.

정부 규제로
누더기 신세

과학고나 영재학교 등에는 교내에 과학 실험과 실습 기자재가 갖춰졌고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R&E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소논문과 관련된 사교육이 창궐했다. 결국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판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안’을 통해 소논문 기재를 금지하고 교내 수상 경력이나 동아리 활동의 개수도 제한을 두기에 이른다.

대학 입시서 수시의 비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 2015년 7대3이었던 수시와 정시의 비율은 2018년 8대2까지 벌어졌다. 수시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부교과전형’이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교과 성적, 즉 내신으로만 학생을 뽑는다.

전체 전형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부 교과 전형이지만 비율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건 학종이다. 2015년 16.1%였던 학종 비율은 2018년 23.7%까지 늘었다. 게다가 많은 학생들이 진학을 원하는 상위권 대학에선 학생부 교과 전형보다 학종을 훨씬 선호한다.

2020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을 살펴보면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뽑는 비율은 42%. 학종은 24%, 수능 20%이다. 하지만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5곳서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다.


과반에 가까운 47%가 학종으로 학생을 뽑는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른바 스카이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59%까지 늘어난다.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대학서 선호하는 전형이다 보니 과열 경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러 가지 꼼수가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스펙 경쟁이 심하게 발생하는 부분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학종의 부작용을 줄여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자’ ‘학종의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하자’ 등 학종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대학 입학 과정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미 바닥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던 학종에 대한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진행한 2022년 대입 개편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서 이미 뚜렷하게 드러났다. 공론화위원회는 수시와 정시의 비율, 수능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수능의 최저 기준 유지 등을 두고 논의했다.

금수저 전형·현대판 음서제 비판
조국 장관 딸 논란으로 다시 부상

이 과정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게 튀어나왔다. 정시 45% 이상을 주장하는 의제 1안이 52.5%의 지지를 받았다. 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수시(학종) 확대를 주장하는 의제 2안은 시민참여단의 48.1%가 지지를 표했다.

최근 조사서도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세다. 지난달 5일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시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3.2%로 나타났다. 수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정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모든 직업·연령·지역·이념성향·정당 지지층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학생과 20대서 70%가 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 73.5%, 20대 72.5%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공론화위원회서 나온 의제1안과 2안의 지지율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정시 30%로 못 박은 상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정시 비율 확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4일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는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교육부는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출신 학생 선발이 두드러진 13개 대학의 실태를 11월 말까지 조사 또는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또 학종 중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수상 실적과 자율 동아리,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달 말부터 조사 중인 대학은 건국대·광운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포항공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홍익대 등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조사 대상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부
칼 빼드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13곳의 대학 중 홍익대는 특목고·자사고 출신 비율이 높지 않고 학종 선발 비율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교육부서)학종으로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을 많이 뽑는 대학들을 조사해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취지인데,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대학이 들어간 셈”이라며 “교육부의 행정 편의주의로 조사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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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