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고개 든 음모론, 왜?

이춘재가 조국 삼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쇄 살인 사건이자 대표적인 영구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얼마 전 유력 용의자가 특정되면서 미제 사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그동안 수많은 루머와 추측들을 내놨던 사건의 끝이 보이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감한 시기에 불거진 대형 이슈를 두고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그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와 둘러싼 정치권의 격한 대립 등에 집중돼있던 대중의 시선이 한 번에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몽타주 수배 전단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소재가 됐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3월까지 경기 화성 일대서 여성 10명이 연달아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의 시신 대부분에서 성폭행 흔적이 발견됐다. 8번째, 10번째 사건은 모방 범죄였고, 8번째 사건은 범인이 잡혔다. 하지만, 나머지는 범인이 잡히지 않아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시선 돌리기?

이 사건은 수많은 루머와 추측을 내놨다. 경찰 신분으로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년 한 방송에 출연해 “본인 의지로 (범행을)중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사망했거나 다른 범죄로 장기간 복역 중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 용의자 이씨는 이씨는 충북 청주서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994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서 복역 중이다.

또 다른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2006년 “범인은 사망했거나 교도소에 수감 중일 것”이라며 “연쇄살인범은 살인 행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만약 화성연쇄살인범이 잡히거나 죽지 않았으면 화성연쇄살인은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범인이 주한미군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사건 당시 화성군 태안읍은 미군 부대서 자동차로 20∼25분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연쇄살인을 저지르면서 지능적인 장소 물색과 대담하고도 엽기적인 범행 방법, 차분히 범행을 저지르는 수법과 증거를 남기지 않는 등의 방법은 고도로 훈련된 자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당시 몇 개 안 되는 증거품 중 미국 동전이 나왔다는 이야기와 이 미국 동전이 다음날 백원짜리 동전으로 둔갑해버렸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불거졌다.

지난 4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다루며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몽타주의 얼굴이 비슷하다는 댓글이 올라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방송이 끝난 직후 댓글엔 ‘인적 드문 곳에서, 성도착증, 버려진 모습도 비슷하고, 놀라운 건 몽타주까지 비슷하다. 화성연쇄살인범 목격자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게 “손이 여자처럼 고왔다”는 것도 비슷하다. 얼굴도 눈이 작고 찢어짐, 얄상한 얼굴형, 마르고 작은 체격까지, 너무 똑같다’라는 내용이 달렸다.

33년 만에 풀린 대형 미스터리
왜 지금인가? 루머·추측 부상

이 댓글을 본 다른 네티즌은 ‘화성은 1990년대쯤, 이 사건은 2003년인데 화성 사건 때 범인이 20대 초중반 정도였을 것이고 10년 후면 30대 정도, 범행 방법도 하수구에 시신을 유기한 방법이 화성사건이랑 비슷한 것 같다’며 글을 올렸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억측’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연관성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대박이다’ ‘나도 보면서 화성 사건과 많이 오버랩됐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일각에선 현재의 상황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그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와 둘러싼 정치권의 격한 대립 등에 집중돼있던 대중의 시선이 한 번에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조국 장관 일가 관련 수사를 통해 조 장관과 검찰의 대립이 지속될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논의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시한도 끝났다.  

이 같은 분위기서 경찰이 비장의 카드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DNA 감정 결과를 미리 알고 있던 경찰이 이를 꺼내 든 게 아니냐는 것.

이 사건이 최근 발생 범죄거나 급박하게 용의자 체포가 이뤄져야 하는 등 시의성이 있는 사안도 아니라는 점도 힘을 보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계 관계자는 “장관 임명 후에도 조국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추궁이 끊이질 않자 청와대가 수사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과 행정부 소속인 경찰을 동원해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이슈화 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 경찰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모든 증거와 용의자의 DNA 일치 여부를 확인한 뒤 어느 정도 수사를 진행해 진범임이 확실해질 즈음 경찰이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몇몇 언론서 그 사실을 알고 취재를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발표하게 됐다”며 “경찰 입장에선 직접 밝힐 기회를 언론에 빼앗긴 셈이라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데 발표 시기를 두고 뒷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매우 답답할 뿐”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진범으로 확정짓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모두 9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 가운데 3건의 증거서 검출된 DNA와 용의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현재 국과수는 다른 사건의 증거로부터 검출된 DNA와의 일치 여부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DNA 감정을 진행 중에 있다. 추후에 또 다른 DNA가 일치하는지는 감정 결과를 봐야 안다”며 “아직 수사 초기단계인데 보도돼 굉장히 곤란해진 상황이다. 반드시 해결돼야 할 사건이지만 DNA만 나왔다고 해서 모두 해결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진범 아니면?

또 다른 경찰 관계자 역시 “DNA를 보고받은 수사 초기단계로 DNA 용의자가 해당 사건의 진범인지 하나하나 확인할 것”이라며 “실제 알고 있는 것은 아직 없으며 알고 이야기 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언론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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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