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뺨치는’ 교회 세습의 민낯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12 10:07:40
  • 호수 12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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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물려주는 회장님 교회 물려주는 목사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이 걸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교단이 한국 대형 교회의 불법적인 세습 관행에 스스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동안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법망을 피해 재벌이나 대기업서 이뤄지는 대물림 현상이 횡행해 큰 논란이 됐다. 
 

▲ 명성교회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이 교단 헌법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는 교단 재판국의 판결이 내려졌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서 열린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위임목사의 청빙 결의 무효소송 재심 재판서 청빙 결의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14명이 판결에 참여했으며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단 재판국
무효 판결

이날 오후 5시40분부터 시작된 심리는 당초 오후 7시께 재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심리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자정께 판결이 나왔다.

김하나 목사는 2015년 12월 정년 퇴임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로, 2017년 3월 명성교회서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하면서 교회의 부자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서 2017년 10월 김하나 목사 청빙을 승인하자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청빙 결의가 교단 헌법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교단 재판국은 지난해 8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며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8명이 청빙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열린 제103회 교단 총회에선 “재판국이 판결 근거로 삼은 교단 헌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판결을 취소하고, 판결에 참여한 재판국원 15명 전원을 교체했다.

예장통합 교단 헌법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해석상 논란이 된 부분은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다.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고 2년이 지난 후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교계 시민단체 등에선 이에 반발해왔다.

세금 한 푼도 안 내면서 사유화 논란
대물림 유형 보니…갖가지 방법 동원

명성교회 측은 교단 재판국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성교회 장로들은 지난 6일 회의를 연 뒤 낸 입장문을 통해 “명성교회는 노회와 총회와 협력 속에서 김하나 담임목사가 위임목사로서의 사역이 중단 없이 지속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날 교단 재판국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명성교회의 후임목사 청빙은 세습이 아닌, 성도들의 뜻을 모아 당회와 공동의회의 투표를 통한 민주적 결의를 거쳐 노회의 인준을 받은 적법한 절차”라며 부자간 담임목사 세습이라는 재판국 판단에 반대했다.

대형 교회의 세습 관행은 재벌의 대물림 문화와 흡사하다. 교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목회자는 교회를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한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공금을 빼돌려 쌈짓돈처럼 마구 쓴다. 운영방식도 재벌 판박이다. 재벌기업의 문어발처럼 수많은 계열회사를 만들어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의 배를 채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143개의 교회가 가족 세습을 했다. 이 중 92개 세습 교회가 신도 수 500명 이상인 중대형 교회였고, 2010년 이후 세습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충현교회, 광림교회, 소망교회, 금란교회, 강남제일교회 등에서 공공연히 부자 세습이 이뤄졌다. 

교회 세습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들끊자 2013년 기독교대한감리회와 예장통합이 교단 중에서는 처음으로 ‘세습 방지법’을 마련하기도 했다. 

변칙적 관행 
이제 끊길까

하지만 대형 교회들은 온갖 유형의 편법을 써서 여전히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들에게 지교회를 설립해 담임을 맡도록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에서 손자가 목회지를 승계하는 ‘징검다리 세습’ 등이 활용됐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2015년 발간한 ‘세습방지법의 그늘… 편법의 현주소를 규명한다’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교회 세습은 8가지 유형으로 이루어졌다.

▲지교회형= 아들 목사나 사위 목사에게 담임하던 교회를 승계하는 일이 여의치 않게 되자, 지교회를 설립한 후 그 교회의 담임으로 가도록 하는 형태다. 지교회 세습은 명분과 방식에 있어서 비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칙세습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망교회가 있다. 소망교회는 담임목사의 아들에게 교회를 직접 넘겨주지 않고 다른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줬다. 하지만 정작 본교회보다 더 큰 교회를 건축해서 아들에게 넘겨줌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세습을 한 대표적인 변칙 사례로 꼽힌다. 길자연 왕성교회 목사가 아들 길요한 목사에게 과천왕성교회를 설립하게 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교회를 합병하면서 실질적으로 아들을 왕성교회 담임목사로 끌어온 사례도 있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징검다리형=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을 손자가 승계하는 경우다. 이 또한 교회가 일개 가족을 위한 편의적인 목적 수단으로 전락한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이는 잘못된 가족주의의 전형으로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교회라는 거룩한 공동체를 선물로 주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징검다리 세습은 순천광명교회, 전주호남교회, 서천제일교회서 시도됐다.

재벌인지 
목사인지

▲분리형=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세습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본교회 외에 다른 복수의 교회를 분립·개척한 후 그중 하나의 교회를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이다. 이 세습의 방식 역시 외형적으로는 직접적인 세습의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세습을 관철시키는, 이른바 ‘양태론적 변칙세습’의 일종이다.

▲교차형=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세습의 방식이다. 다시 말해 A교회의 담임목사의 아들을 B교회가 청빙해 받아들이고, B교회의 담임목사의 아들을 A교회가 청빙해 받아들이는 형태를 말한다. 이런 변칙세습은 목사 집안끼리 교회를 쌍방 교환한다는 점에서 목사 집안의 담합에 의한 거래행위를 비판을 받아왔다.

이 사례의 경우 A교회가 담임목사에 대해 만족한다고 해도, B교회서 교차 부임한 담임목사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면 B교회 내에서 분란이 일어나 그 여파가 A교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교차세습의 사례는 천안 가나안교회, 간석제일교회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드러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자간형= 교차세습이 두 교회의 목사 아들이 서로 맞교대로 이뤄지는 세습이라면, 그 범위를 여러 교회로 넓혀 서로 교차적으로 세습하는 것을 말한다. 한양제일교회, 은혜교회 등이 다자간형 세습을 했다. 

143개 교회 가족 승계
8가지 유형으로 넘어가

▲통합형= 분리세습과 정반대의 형태로서 아들이 개척한 교회를 아버지 교회로 통합시킨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방식이다. 최근 들어 교회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자 교회의 존립과 활로를 타개하는 차원서 교회와 교회 간의 합병작업이 상당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통합세습은 아버지와 아들 교회가 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두 교회의 분위기를 일신해 교회의 답보상태를 타개해나가면서, 동시에 목사직도 세습·이양하는 매우 실리적인 변칙세습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동서간형= 동서 간에 교회를 넘겨주어 대물림하는 세습을 말한다. 영일교회서 시도된 방법으로 극히 예외적인 사례로 전해진다. 이 경우는 친인척 중에서 교회를 이양받아 이루어지는 세습이므로 ‘친인척 세습’으로 부르기도 한다.
 

▲쿠션형=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후, 이를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세습이다. 부자 세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교회를 신뢰할 만한 다른 목사에게 이양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목적대로 이양하는 방식이다. 이 변칙세습은 징검다리 세습과 약간 유사한 방식으로 ‘건너뛰기 변칙세습’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번에 세습무효 판결을 받은 명성교회는 아들에게 새 교회를 세워주고 시간이 흘러 합병을 추진하는 통합세습 방식을 택했다. 2015년 김삼환 목사가 정년 퇴임하자,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의 새노래명성교회(2014년 경기 하남시에 설립)를 합병했다. 2017년엔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청빙안을 의결했다. ‘은퇴하는 목사는 자신의 가족에게 목회지를 넘길 수 없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헌법 규정을 교묘히 피해간 것이다. 


편법 가지각색 
교회 간 M&A도

교회 세습이 부당한 이유는 사유화 때문이다. 교계에선 교회를 인간의 소유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세운 것으로 해석한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교회 세습은 담임목사직만 물려받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물적 재산, 즉 교회 자본을 대물림하는 행위”라며 “세습은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혹은 그 가족, 친족 중 1인에게 대물림한다는 점에서 교회 사유화의 잘못된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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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