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 세습' 대기업 뺨치는 예배당 대물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남 여수의 한 대형 교회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 개신교 교단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연상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요시사>가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세습,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 우리나라에서는 세습이라는 단어가 유독 교회라는 단어에 잘 따라 붙는다. 교회 세습, 담임목사직이 직계로 이어지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꼼수 써서
변칙으로

교회 헌법은 담임목사직 세습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변칙 세습’ 등의 꼼수를 통해 법망을 비켜가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왔다. 일단 한 번 자리를 물려주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교회 세습에 있어 교단의 자정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개신교에 대한 국민 신뢰를 깎아 먹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종교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3대 대중 종교 중에서는 개신교의 신뢰도가 가장 낮다. 신도 비율은 불교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인기 종교지만 비종교인의 불신은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3~4월 기준 국민 10명 중 4명만 ‘종교가 있다’고 답했다. 2004년 과반(54%)에서 2014년 50%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40%까지 줄었다. 20~30대의 탈 종교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20대는 22%, 30대 역시 30%만이 현재 믿는 종교가 있다고 답했다.

종교인은 불교, 개신교, 천주교에 대부분 분포돼있다. 한국갤럽이 조사를 시작한 1984년 이래 불교인 비율은 16~24%, 개신교인은 17~21%, 천주교는 6~7%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개신교(17%), 불교(16%), 천주교(6%) 순이었다.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는 불교(20%)였다. 개신교는 6%에 불과했다(천주교 13%). 종교 분포 비율로 따지면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교세에 비해 낮은 편이다. 

비종교인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가 과반(54%)으로 나타났다. 이어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19%),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7%) 등이 뒤를 이었다. 관심이 없다는 응답 비율은 1997년 26%에서 지난해 54%로 약 25년 새 2배로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의 위상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대형교회, 아들은 개척교회
합친 뒤 후임 담임목사로 청빙 결의

최근 여수의 한 대형 교회에서 개신교 교단을 발칵 뒤집는 일이 일어났다. 해당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자신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세습 과정이 변칙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교회는 여수에서 많은 신도 수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여수은파교회’로 등록 신도만 3000여명, 연간 재정은 60억원에 이르는 여수에서 가장 큰 교회로 알려져 있다. 고만호 여수은파교회 목사는 호남신학대학교 이사장과 전남CBS 이사장을 역임했다.

총회 세계선교부장, 총회 반동성애대책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교단 내 입지가 탄탄하다. 

2020년 7월에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의 주최로 진행된 제12회 한국 장로교의 날 기념예배에서 ‘2020 자랑스러운 장로교인 상’(목회 분야)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주최 측은 “교회를 개척해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600여명의 선교사 훈련 및 지원활동을 펼쳐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고 목사는 지난달 26일 공동의회를 열고 자신의 후임으로 아들인 고요셉 목사를 선출했다. 이날 공동의회는 여수은파교회와 고요셉 목사가 목사로 있는 여천은파교회를 합친 합병 교회의 위임 목사로 아들 고 목사를 청빙하겠다는 안건으로 진행됐다. 

고 목사는 이날 회의를 직접 주관했는데, 투표는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가(찬성)’하면 ‘예’ 아니면 ‘아니요’라고 대답하도록 한 것. 신도들은 ‘예’라고 대답했으며, 아니면 아니라고 하라는 고 목사의 말에는 침묵했다. 안건이 통과된 순간이었다. 

교회 헌법
유명무실?

익명을 요구한 목사 A씨는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건은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공동의회를 주관하는 것은 담임목사의 역할”이라면서도 “이번 여수은파교회의 경우 고만호 목사는 아들 고요셉 목사 청빙 건을 직접 다뤘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담임목사직 세습 과정에서 꼼수가 동원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6월 고요셉 목사는 여수은파교회 인근에 개척교회인 여천은파교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6개월 뒤 여수은파교회와 여천은파교회를 합병하면서 고요셉 목사가 담임목사로 추대된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은 2013년부터 직계가족 간에 담임목사직 세습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회 헌법에는 교회 통합에 대한 규정이 없어 그 틈새를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여수은파교회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요셉 목사 청빙은 교인들이 원했고 교회 안정을 위해 진행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목사 A씨는 “담임목사(고만호 목사)가 일일이 신도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가부를 묻는데 그 자리에서 누가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고요셉 목사가 설립한 개척교회인 여천은파교회가 사실상 ‘페이퍼 처치’라는 의혹이 나왔다. 광주MBC에 따르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 시간에 고요셉 목사가 여수은파교회에 출석해 있거나 심지어 설교까지 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또 여수은파교회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여수은파교회에 헌금을 하면 다시 여천은파교회 재정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다’며 ‘여천은파교회의 계좌로 바로 보내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수은파교회 측은 논란을 정면돌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고만호 목사는 최근 새벽 설교에서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하면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있다. 목회자 아들 청빙한다고 세습? 옛날 이조 시대인가? 열댓 살 먹은 애, 자격도 실력도 없는데 아무 준비도 안 돼있는 애를 그렇게 앉히나? 우리 교인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이냐”고 했다. 고요셉 목사 청빙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페이퍼 처치
의혹도 나와

여수은파교회 세습 논란에 교계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13일 논평을 내고 “교단 헌법 28조 6항, ‘세습금지법’이 있음에도 법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이 결정에 참담한 마음뿐”이라며 “자신의 욕망을 하나님의 뜻이라 포장하고, 탐욕을 교회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는 모습은 참담하며 소위 ‘페이퍼 처치’라 불리는 거짓과 기만에 대해서는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도 13일 여수은파교회 세습 논란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NCC는 “(담임목사직 세습이)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왜 자꾸 목회지 대물림을 하려는 것일까요”라며 “교회를 자신의 사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의 종이어야 할 담임목사의 지위를 권력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수은파교회의 세습 논란은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상기시키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교회를 설립한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정년퇴임한 후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앉힌 일이 발단이 됐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 명성교회가 경기도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따로 세운 뒤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를 앉힌 일이 시초다. 명성교회가 2017년 3월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면서 새노래명성교회 합병안까지 통과시키자 교계에선 변칙 세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4년 3월부터 계산하면 해당 논란은 2019년까지 5년 넘게 이어졌다. 당시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퇴임하고 2년이 지난 뒤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기 때문에 교단 헌법의 세습 금지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교계 시민단체 등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명성교회 측이 교단 헌법의 취지를 왜곡했다며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을 냈다. 그때부터 교회 헌법 해석을 놓고 핑퐁 싸움이 벌어졌다. 

교단 재판국은 2018년 8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며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 달 만인 같은 해 9월 열린 교단 총회에서 재판국이 판결 근거로 삼은 교단 헌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면서 판결을 취소했다. 공은 재심으로 넘어갔다.

재심을 맡은 교단 재판국은 2019년 8월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를 무효로 판결했다. 

2019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수습안을 내놓으면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일단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수습안에 따르면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은 교단 헌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선언한 재판국 재심 판결을 수용하게 만들면서도 김하나 목사가 지난해부터 부친인 김삼환 목사가 세운 교회에서 위임 목사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 “철회해야”
여수노회 “입장 유보”

교단의 수습안 발표 이후에도 진통은 계속됐다. 교단이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을 사실상 허용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교단의 결정이 이미 국내 대형 교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목사직 세습 관행에 사실상 합법적인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여수은파교회 논란에서도 여수노회, 총회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지교회(여수은파교회)를 행정적으로 지도하고 권징(권고하고 징계)해야 할 노회와 총회가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여수노회의 무책임한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 큰 분노가 치민다”며 “여수노회는 사전에 불법 세습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모른 척 했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방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불법이 있다”며 “돈과 권력을 지닌 이들의 불법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예장통합 총회는 겉으로는 세습을 금지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불법 세습을 부추기는 사기극을 진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불법 세습은 교회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사회적 고립으로 안정을 해치고 하나님의 정의를 거스르며, 사회적 정당성을 잃는 길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면서 여수은파교회의 불법 세습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수노회는 여수은파교회 불법 세습 논란에 대해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종호 여수노회 노회장은 <뉴스앤조이>의 취재에 “우리 노회는 은파교회와 관련해 어떠한 의견도 유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목사 A씨는 “젊은 목사들 사이에서는 여수은파교회 불법 세습 논란을 두고 자괴감을 느낀다는 말이 많다.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면서도 노회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결말도 그렇고, 현재 여수노회의 입장도 그렇고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체념이었다.

신학대생
“자괴감”

그러면서 그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신학대학생들 사이에 이른바 성골·진골·6두품 등 계급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성골은 대형 교회 목사의 아들, 진골은 중소형 교회 목사의 아들, 6두품은 집안에 종교인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진정한 목회를 목적으로 신학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큰 박탈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만호 목사, 또 다른 논란 ‘과거 5·18 망언’으로 뭇매

고만호 여수은파교회 목사는 이번 세습 논란 외에도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고 목사는 2019년 3·1절 100주년 기념예배에서 3·1운동을 언급하면서 5·18민주화운동과 비교했다. 

그는 “끔찍한 폭력이 있었어요. 예,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어요. 폭탄을 그 도청 안에다가 어마어마하게 장치를 했어요. 교도소를 막 습격을 했어. 끝난 다음에 제가 광주 시내를 돌아보니까요. 이건 뭐 전쟁터요, 완전히”라고 말했다.

“그런 뜻 아냐? 사과하기도

그러면서 “이편저편 따질 것 없이 무슨 뭐 여러 가지 말들을 하지만요, 어떤 이유로 해서든 폭력은 자랑할 것이 못 됩니다…(하략)”라고 발언했다.

교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어나자 고 목사는 “설교 중에 민주화운동 때 폭력이 있었다고 말한 것은 3·1운동이 비폭력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당시 현장에 있었고, 동기의 희생을 가슴 아파했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왜곡이나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사과한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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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