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화류계 신상털이’ 천태만상

남편은 오피스 단골 부인은 접대부 출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서 정보를 얻는다. 문제는 정보량이 폭증하는 만큼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게재하는 ‘신상털이’다. 화류계 관계자들은 1순위 표적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최근 들어 흔한 일이 됐다. 대형 사이트 가입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SNS 비밀번호도 속수무책으로 털린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도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에 점차 무감해지고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SNS에 내 개인정보가 게재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민감한 정보라면 타격은 더욱 커진다.

SNS로
신상공개

일반인의 감추고 싶은 정보를 SNS에 무단으로 게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SNS는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당사자의 피해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하나의 정보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종류의 SNS로 빠르게 퍼져 나간다. 

잘못된 정보일 경우에도 사후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SNS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동하는 경우도 빈번해, 확산 경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피해자는 화류계 관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화류계서 일하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 모두 표적이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화류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들에 대한 신상털이가 타당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또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화류계 정보가 SNS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그 사이 일반인의 신상 정보는 빠른 속도로 돌고 돈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만큼 전파 속도에는 가속이 붙는다. 나중에 가서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유포자가 검거돼도 신상 정보가 거론된 당사자의 피해는 보상이 불가능하다. 

SNS를 떠다니는 자신의 정보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거론되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유흥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사이트를 개설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흥탐정은 남자친구나 남편의 유흥업소 출입 기록을 확인해주는 사이트로 알려졌다. 전화번호를 제공하면 그 번호로 유흥업소에 다녔는지 여부를 확인해줬다고 한다. 사이트는 8월에 개설됐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9월부터다.

성매매업소 기록 알려준다
돈 받고 민감 정보 건네줘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유흥탐정을 운영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 거래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A(36)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A씨는 남자친구나 남편의 유흥업소 출입 여부를 정확히 알려준다면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유흥탐정은 개설 초기 3만원, 이후에는 5만원가량을 입금하면서 남자친구나 남편 등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성매매 기록을 조회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제공된 정보는 성매매업소 출입 여부만이 아니었다. 방문 날짜, 통화내역,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남성의 성적 취향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기록이 전달됐다.
 


A씨는 ‘골든벨’서 이 같은 정보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골든벨은 전국의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이용하는 성매매 단골손님 데이터베이스다. 서울경찰청에서는 앞서 성매매 단골과 경찰 등 무려 1800만개의 전화번호를 축적한 DB업체를 검거했다. 

또 유흥탐정이 이 업체를 이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유흥탐정은 ‘여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골든벨은 경찰 단속이나 악성 손님을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 처음 적발 당시 DB에는 500여만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돼있었다.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당사자는 전국 성매매 업주에게 월 사용료 5만원을 받고 팔았다. 

업소 DB
골든벨 이용

2015년 11월부터 2017년 5월에 이르기까지 챙긴 돈은 1억2000만원에 달했다.

2016년에는 이른바 고객 명단을 만들어 관리한 의혹을 받은 서울 강남 성매매 알선 조직 총책이 잡혔다. 당시 그가 관리했던 명단에는 22만명의 개인정보가 있었다고 한다. 이 명단에는 성매수자의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 옆에 차종, 만난 장소, 직업 설명 등이 붙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업소 이용자들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암암리에 퍼진 정보라고 한다. 문제는 명단 속 정보가 인터넷 등을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수백 명의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명단을 공유하고 있고, 유흥탐정이 이 명단을 돈벌이에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슷한 사례가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다.

유흥탐정이 검거됐지만 모방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 경찰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최근 텔레그램 등에서는 유흥탐정과 유사한 계정들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원래 성매매업소서 일하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이 유흥탐정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신종 범죄 수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유흥탐정보다 그를 모방한 아류들이 더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8월23일부터 9월3일까지 12일 만에 800여 건의 의뢰를 받았다. 이 과정서 수익은 3000만원에 이르렀다. 

경찰은 현재 활동 중인 유흥탐정 아류업체들은 수억원의 불법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선 꼬리만 잡고 몸통은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보를 의뢰한 사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흥탐정 A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다. 또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도 똑같이 처벌하고 있다.


타인의 민감정보가 무분별하게 드러난 것은 이번 사례만이 아니다. 2016년에는 ○○패치가 온라인을 달궜다. ○○패치는 연예 전문 매체 <디스패치>서 이름을 따왔다. 연예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보도가 많은 <디스패치>처럼 폭로성 게시글을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게 바로 강남패치다.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과 남성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려는 목적으로 2016년 6∼7월경 만들어진 SNS 계정이다.

강남, 한남…
패치들 등장

강남패치 운영자 B(24)씨는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과 남성이 실제로는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 스폰 등 부적절한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폭로, 관련된 일부 연예인들을 거론했다. 특정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사진까지 버젓이 게시된 글은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다. 

SNS에 올라오는 글은 B씨가 직접 쓰거나 제보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는 확인된 바가 없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연예인도 강남패치 계정에 거론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한류스타, 아이돌그룹 멤버, 유명 배우 등이 유흥업소 종사자와 친밀한 관계인 것처럼 언급됐다. 유명 스포츠스타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 양 적혀 있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자극적인 소재의 글은 SNS를 타고 빠르게 번졌다. 강남패치에 언급된 이들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 몇몇 블로거들은 강남패치 계정 글을 그대로 따다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두기도 했다. 

강남패치에 이름이 오르내린 연예인이 명예훼손 소송, 경찰이 수사 가능성을 말해도 B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신고로 계정이 정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계정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하기도 했다.
 

강남패치를 본떠 만든 한남패치(한국남자를 비하하는 의미의 한남충+디스패치)도 등장했다. 강남패치와 한남패치는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오메가패치, 실제 성병에 걸렸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남성들의 이름과 나이, 성병의 종류를 공개하는 성병패치, 유흥업소에 가는 것을 즐긴다며 일반인의 신상정보를 마구잡이로 공개한 논현패치 등 유사 계정이 쏟아졌다.

이 과정서 일반인 피해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인 피해자들은 사실 확인 없이 게재된 글로 사회적 이미지 등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계정에 올라온 글을 접한 주변 사람들 중 몇몇이 해당 내용을 사실로 받아 들여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자 경찰은 결국 수사에 나섰다.

2016년 8월 경찰은 강남패치와 한남패치 운영자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패치 계정에 100여명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폭로하는 사진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B씨를 체포했다.

마구잡이로 신상공개
사이트 운영자 쇠고랑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제보를 통해 입수한 여성 피해자의 과거 유흥업소 종사 경력, 스폰서를 만나 잘 살고 있다는 내용과 피해자의 사신을 올려 유포하는 등 약 한 달 동안 100여명의 과거 경력과 사진 등 신상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자신의 계정에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나를 고소하라”며 피해자들을 조롱하기도 하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언론보도를 올리며 “홍보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등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B씨의 범행은 질투심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경찰 조사서 평소 자주 가던 강남클럽서 한 기업 회장의 외손녀를 보고 박탈감과 질투를 느껴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한남패치 운영자 C(28)씨도 검거됐다. C씨의 범행 동기는 성형수술을 망친 의사에 대한 앙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2013년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다섯 차례나 재수술을 하는 등 부작용에 시달렸다.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급격히 불어나고 우울증과 불면, 불안 증상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 시기 C씨는 강남패치에 올라온 글을 보면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고, 그 과정서 자신을 수술한 성형외과 의사를 떠올렸다. 결국 C씨는 비양심적인 남성들을 폭로하겠다며 한남패치를 개설, 일반인 남성들을 표적으로 삼고 개인 신상을 공개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법원은 1심서 강남패치 운영자 B씨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조정래 판사는 지난해 8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또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 판사는 “B씨는 소문만으로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과 사진을 게시해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며 “인터넷을 통해 사적 영역의 피해자들의 실명, 사진과 함께 개인 신상 관련 글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면서 익명성에 기대 개인의 인격을 비하하고 악의적으로 공격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호돼야 하지만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며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들에게 신상이 공개되며 피해자들은 가정 및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는 자신이 한 행위의 의미와 피해자에 대한 진지한 반성 대신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다”며 “피해 결과도 심각해 유사 및 모방범죄까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피해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위정보
심각한 피해

항소심에선 B씨의 형량이 감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장일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다수의 이용자가 보는 SNS를 통해 허위사실을 게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피해자들의 다수에 이르고 피해 결과 또한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B씨는 해당 게시물이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사정을 비춰보면 허위란 점을 충분히 인식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B씨가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사정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NS 사생활 폭로 ‘연예인도 당한다’

SNS가 사생활 폭로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몇 연예인의 사생활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공개되면서 나온 말이다. 

누리꾼들은 적나라한 내용에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 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배우 류화영은 자신을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방송인 엘제이(LJ)의 SNS 글로 홍역을 치렀다. 실시간 검색어에 두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주장과 해명이 반복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쇼미더머니777>에 출연 중인 래퍼 디아크의 전 여자친구가 디아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SNS에 글을 올려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해당 여성은 이후 ‘합의된 관계’라고 입장을 번복했고 디아크가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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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