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또 닮은꼴 보니…

다시 꾸는 인생역전의 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SNS는 물론 뉴스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 열풍은 이제 광풍으로 변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가상화폐 바람은 2003년 휘몰아친 로또광풍을 떠올리게 한다. <일요시사>가 15년을 사이에 둔 ‘인생역전의 꿈’을 들여다봤다.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회사월급이나 사업으로 목돈을 만지기 어려운 시대가 되자 ‘한탕’을 바라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스며드는 형국이다. ‘평생 벌어도 내 집 한 채 못 사는데…’라는 자조적인 생각은 사람들의 시선을 로또나 가상화폐로 돌려놨다.

경기 나쁠수록

일부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행복한 꿈’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2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제목은 ‘가상화폐규제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였다.

청원자는 “우리 국민들은 가상화폐로 인해서 여태껏 대한민국서 가져보지 못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다” “내 집 하나 사기도 힘든 대한민국서 어쩌면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생활에 조금 보탬이 돼서 숨 좀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며 정부 규제에 반대했다.

지난해 12월28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의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 브리핑서 특별대책을 내놨다. 특별대책에는 가상통화 실명제 도입, 시세조작이나 자금세탁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과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지금의 열풍, 2003년 때와 유사
정부 규제 후 부활한 한탕 유혹

정부 발표는 청원 참여에 불을 붙였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규제 반대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18일 기준으로 21만900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30일의 청원 기간 중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을 경우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이 청원 마감 이후 30일 이내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답변보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광풍은 정부 규제 발표 이후 더욱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부 사람들의 전문용어 같던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은 이제 전 국민이 다 아는 단어가 됐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심심하면 오르내릴 정도. 특히 취업난에 허덕이는 2030세대는 가상화폐를 유일한 돌파구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높은 관심은 2003년 로또 열풍과 오버랩된다. 로또는 최고 당첨금액의 제한이 없는 복권으로 2002년 12월 시작됐다. 

구매자가 로또 판매단말기서 직접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구매 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당첨등위를 확인하는 구매자 중심의 참여형 복권이다. 1971년 미국 뉴저지서 판매된 이래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 및 유럽, 아시아권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서 발매되는 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 자신이 원하는 6개의 숫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5등(5000원), 4등(5만원)을 제외한 1~3등 당첨금은 확정돼있지 않고 판매금액에 따라 당첨금액이 올라간다.

6개 숫자를 모두 맞춰야 하는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로또 1등 당첨확률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 하지만 당첨되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

로또는 첫 발매 직후였던 2003년 판매액 정점을 찍는 등 그해 내내 열풍이 불었다. 특히 초기에는 1등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다음회로 이월돼 수백억씩 누적되면서 열풍은 광풍으로까지 번졌다. 2003년 로또 판매액은 무려 3조8000억원이 넘었고 성인 1명 당 구매액도 10만원을 상회했다.

2003년 4월 당첨금 이월로 1등 당첨자 1명이 사상 최대 당첨금인 407억2000만원을 받았다. 2월엔 무려 835억9000만원을 13명이 나눠 가지면서 사재기가 성행하기도 했다. 역시 같은 해 40대 남성이 3000만원 상당의 로또를 샀다가 당첨금이 적자 지하철서 투신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로또 때문에 재산을 탕진하거나 삶의 의욕을 잃는 사람이 늘어났다. 정부가 사행산업을 부추긴다는 비난 여론도 불거졌다. 

결국 2004년 정부는 로또 규제를 위한 칼을 빼들었다. 당첨금 이월 횟수를 2회로 제한했고, 1인이 한 번에 살 수 있는 상한액을 10만원으로 묶었다. 게임의 가격 또한 2000원서 1000원으로 낮췄다.
 

규제 정책의 효과는 바로 다음 해부터 나타났다. 그러나 한풀 꺾였던 로또 열기는 금융 위기가 터진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역대 판매량 2위 기록을 세웠다.

지난 10일 복권 수탁 사업자인 나눔로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약 3조7948억원(추첨일 기준)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통계청 추정인구인 5144만명으로 판매량을 나눠보면, 한국인 1명 당 로또를 74번 샀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평균 로또 판매액은 104억원이었다. 사상 최대였던 2003년 105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판매액 기준으로 역대 2위 기록이지만 역대 1위인 2003년은 게임의 가격이 2000원이었던 터라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적었다. 한 게임당 1000원으로 가격이 내린 이후 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

여기저기서 ‘돈 벌었다’ 입소문
2030세대 ‘최후의 로또’에 몰두

정부는 로또복권 판매 증가 요인을 판매점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새 점포가 635개 늘어나 총 판매점은 총 7230개가 됐다. 로또 판매 증가와 경기 국면과는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복권은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인 만큼 체감 경기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로또 열풍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이 팍팍하고 돈벌이가 시원찮아 사람들이 ‘한방’을 노리던 모습은 최근 경기불황과 취업난에 지친 2030세대의 그것과 닮았다. 2003년 일확천금의 꿈을 좇는 이들에게 로또는 구원의 동아줄로 여겨졌다.

덕분에 ‘로또 맞았다’는 벼락처럼 쏟아진 행운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가상화폐는 ‘최후의 로또’ ‘마지막 흙수저 탈출구’ ‘계층 이동의 마지막 통로’ ‘마지막 인생역전 기회’ 등으로 불리고 있다. 앱 분석업체에 따르면 비트코인 앱 이용자 연령층은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고, 20대(24.0%), 50대(15.8%) 순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확천금 노린다

‘가상화폐로 떼돈을 벌었다’ ‘한 번에 학자금 대출 빚을 다 갚았다’ 등의 소문과 인증글은 가상화폐 열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상화폐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 분석한다. 

평생 벌어도 금수저를 따라잡기 힘든 현실에 지친 2030세대가 인생역전의 꿈을 꾸는 한 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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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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