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또 닮은꼴 보니…

다시 꾸는 인생역전의 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SNS는 물론 뉴스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 열풍은 이제 광풍으로 변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가상화폐 바람은 2003년 휘몰아친 로또광풍을 떠올리게 한다. <일요시사>가 15년을 사이에 둔 ‘인생역전의 꿈’을 들여다봤다.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회사월급이나 사업으로 목돈을 만지기 어려운 시대가 되자 ‘한탕’을 바라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스며드는 형국이다. ‘평생 벌어도 내 집 한 채 못 사는데…’라는 자조적인 생각은 사람들의 시선을 로또나 가상화폐로 돌려놨다.

경기 나쁠수록

일부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행복한 꿈’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2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제목은 ‘가상화폐규제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였다.

청원자는 “우리 국민들은 가상화폐로 인해서 여태껏 대한민국서 가져보지 못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다” “내 집 하나 사기도 힘든 대한민국서 어쩌면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생활에 조금 보탬이 돼서 숨 좀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며 정부 규제에 반대했다.

지난해 12월28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의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 브리핑서 특별대책을 내놨다. 특별대책에는 가상통화 실명제 도입, 시세조작이나 자금세탁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과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지금의 열풍, 2003년 때와 유사
정부 규제 후 부활한 한탕 유혹

정부 발표는 청원 참여에 불을 붙였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규제 반대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18일 기준으로 21만900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30일의 청원 기간 중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을 경우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이 청원 마감 이후 30일 이내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답변보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광풍은 정부 규제 발표 이후 더욱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부 사람들의 전문용어 같던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은 이제 전 국민이 다 아는 단어가 됐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심심하면 오르내릴 정도. 특히 취업난에 허덕이는 2030세대는 가상화폐를 유일한 돌파구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높은 관심은 2003년 로또 열풍과 오버랩된다. 로또는 최고 당첨금액의 제한이 없는 복권으로 2002년 12월 시작됐다. 

구매자가 로또 판매단말기서 직접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구매 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당첨등위를 확인하는 구매자 중심의 참여형 복권이다. 1971년 미국 뉴저지서 판매된 이래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 및 유럽, 아시아권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서 발매되는 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 자신이 원하는 6개의 숫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5등(5000원), 4등(5만원)을 제외한 1~3등 당첨금은 확정돼있지 않고 판매금액에 따라 당첨금액이 올라간다.

6개 숫자를 모두 맞춰야 하는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로또 1등 당첨확률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 하지만 당첨되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

로또는 첫 발매 직후였던 2003년 판매액 정점을 찍는 등 그해 내내 열풍이 불었다. 특히 초기에는 1등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다음회로 이월돼 수백억씩 누적되면서 열풍은 광풍으로까지 번졌다. 2003년 로또 판매액은 무려 3조8000억원이 넘었고 성인 1명 당 구매액도 10만원을 상회했다.

2003년 4월 당첨금 이월로 1등 당첨자 1명이 사상 최대 당첨금인 407억2000만원을 받았다. 2월엔 무려 835억9000만원을 13명이 나눠 가지면서 사재기가 성행하기도 했다. 역시 같은 해 40대 남성이 3000만원 상당의 로또를 샀다가 당첨금이 적자 지하철서 투신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로또 때문에 재산을 탕진하거나 삶의 의욕을 잃는 사람이 늘어났다. 정부가 사행산업을 부추긴다는 비난 여론도 불거졌다. 

결국 2004년 정부는 로또 규제를 위한 칼을 빼들었다. 당첨금 이월 횟수를 2회로 제한했고, 1인이 한 번에 살 수 있는 상한액을 10만원으로 묶었다. 게임의 가격 또한 2000원서 1000원으로 낮췄다.
 

규제 정책의 효과는 바로 다음 해부터 나타났다. 그러나 한풀 꺾였던 로또 열기는 금융 위기가 터진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역대 판매량 2위 기록을 세웠다.

지난 10일 복권 수탁 사업자인 나눔로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약 3조7948억원(추첨일 기준)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통계청 추정인구인 5144만명으로 판매량을 나눠보면, 한국인 1명 당 로또를 74번 샀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평균 로또 판매액은 104억원이었다. 사상 최대였던 2003년 105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판매액 기준으로 역대 2위 기록이지만 역대 1위인 2003년은 게임의 가격이 2000원이었던 터라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적었다. 한 게임당 1000원으로 가격이 내린 이후 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

여기저기서 ‘돈 벌었다’ 입소문
2030세대 ‘최후의 로또’에 몰두

정부는 로또복권 판매 증가 요인을 판매점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새 점포가 635개 늘어나 총 판매점은 총 7230개가 됐다. 로또 판매 증가와 경기 국면과는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복권은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인 만큼 체감 경기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로또 열풍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이 팍팍하고 돈벌이가 시원찮아 사람들이 ‘한방’을 노리던 모습은 최근 경기불황과 취업난에 지친 2030세대의 그것과 닮았다. 2003년 일확천금의 꿈을 좇는 이들에게 로또는 구원의 동아줄로 여겨졌다.

덕분에 ‘로또 맞았다’는 벼락처럼 쏟아진 행운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가상화폐는 ‘최후의 로또’ ‘마지막 흙수저 탈출구’ ‘계층 이동의 마지막 통로’ ‘마지막 인생역전 기회’ 등으로 불리고 있다. 앱 분석업체에 따르면 비트코인 앱 이용자 연령층은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고, 20대(24.0%), 50대(15.8%) 순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확천금 노린다

‘가상화폐로 떼돈을 벌었다’ ‘한 번에 학자금 대출 빚을 다 갚았다’ 등의 소문과 인증글은 가상화폐 열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상화폐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 분석한다. 

평생 벌어도 금수저를 따라잡기 힘든 현실에 지친 2030세대가 인생역전의 꿈을 꾸는 한 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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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