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131명?’ 무료 로또 번호의 비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11 13:48:25
  • 호수 1396호
  • 댓글 5개

전문가? 예언가?… ‘0.00000061%’의 덫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확천금을 얻을 기회가 있을 때 거절할 사람은 없다. 자가 마련, 경제적 풍요 등 돈이 많으면 누릴 수 있는 게 그만큼 많다.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복권을 사고, 매주 복권이 당첨되길 원하지만 복권 당첨의 확률은 손익비를 따져 계산할 때 희박하다. 이런 상황 속에 소비자의 복권 당첨 확률을 높여주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

로또(Lotto)는 한국에서 발행하는 복권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지정한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서 발행한다. 로또는 2002년 12월2일부터 시작했다. 구매자가 45개의 숫자 중 6개 숫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수동은 구매자가 직접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숫자를 고르고, 반자동은 자동으로 절반, 수동으로 절반 숫자를 고른다. 자동은 가게에서 선택한 숫자를 입력한다.

대부분 처음
호기심 접근

입력한 숫자와 토요일 밤 추첨한 숫자가 일정 개수 이상 동일하면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추첨돼 나오는 숫자의 순서와 상관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금을 지급한다. 6개의 숫자 중 6개 번호가 모두 일치하면 1등이다.

확률 계산 통계로 계산한 기대 당첨금은 약 19억5216만원이다. 2등은 6개 번호 중 5개 번호가 일치해야 하고, 나머지 1개가 2등 보너스볼 번호와 일치해야 한다. 기대 당첨금은 약 5422만6000원이다.

3등은 6개 번호 중 5개 번호가 일치해야 하고 상금은 약 142만원, 4등은 4개 번호 일치, 5등은 3개 번호가 일치해야 한다. 상금은 각각 5만원과 5000원으로 고정 지급된다.


2020년 기준 로또는 매주 900억원어치씩 팔렸다. 1등은 8~13명이 발생했고 당첨금은 평균적으로 세전 20억원 정도다. 2등은 60~80명이며 세전 5000만~6000만원이다. 3등은 2000여명으로 당첨금은 세전 150만~160만원 정도다.

당첨금은 다른 복권들과 마찬가지로 복권 금액에 대해서는 비용 처리하며, 이를 제외한 당첨금이 5만원 초과 시 해당 금액에 대한 제세 공과금이 부과돼, 2‧3등 당첨금은 22%가 세금으로 나간다. 1등의 경우는 3억원까지 22%를,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33%를 제하고 받는다.

로또용지는 한 번에 5게임씩 하도록 설계돼있고, 실제로 5게임씩 하는 경우가 많으니 겹치는 수가 없으면 확률이 5배로 올라간다. 이런 확률을 감안한 회차당 확률은 1등은 약 0.00000061%, 2등은 약 0.0000036%, 3등은 약 0.00013%, 4등은 약 0.68%, 5등은 11.1% 다. 

이런 수치로 대다수의 사람은 로또를 가벼운 오락 활동으로 여긴다. 현실적으로 로또 1, 2등에 당첨되는 것 자체가 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또에 당첨되지 않아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 로또에 과도하게 몰입한 사람들은 너무 많은 돈을 로또에 투자해서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 된다. 그뿐 아니라 과도한 부채 발생, 결혼생활 파탄, 비정상적 직장생활, 불법적 행동 등 심각한 지경에도 이른다.

당첨 번호만 연구 중인 회사 ‘우후죽순’
인공지능·분석시스템으로 확률 높다고?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가구주의 월평균 복권 구입 비용은 2019년 대비 지난해 3배 이상 늘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복권 중독’에 이른 사람이 늘었다는 증거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 불황’으로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복권 발행 금액은 6조651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1% 늘었다.

종류별로 보면 로또 발행액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로또 발행액은 올해 5조4567억원으로 작년보다 7.3% 늘어났다. 스피또 등 즉석식 복권(인쇄 복권)은 지난해보다 14% 급증한 5700억원어치를 발행했고, 연금복권(결합복권)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5200억원어치를 내놨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로또 번호를 연구한다는 사람과 회사도 생겼다. 지금까지 한국의 로또 1등과 2등 당첨자가 다시 1등이 된 적은 없으니, 이미 1등으로 나온 번호 조합을 제외한 번호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에 어떤 번호가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약 로또 번호를 연구해서 당첨됐어도 그저 우연에 불과하다.

최근 로또 번호 예측과 관련된 사기가 성행 중이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로또 무료 번호’를 검색하기만 해도 총 10쪽 분량의 뉴스, 질문, 추천, 업체 홍보 등의 글이 다양하게 검색된다. 이 글들은 주로 분석 시스템을 사용해서 로또 번호를 받으면 1등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이용 후기도 다양하다.

후기에는 “로또 번호를 주는 다른 업체도 여러 곳 이용해봤다. 그런데 다른 곳은 돈을 내고 가입해야 하는 곳이었다. 대부분 그렇다. 아니면 아예 좋은 번호를 받으려면 처음부터 멤버십 가입을 해야 했다”며 “로또를 사는데도 돈이 든다. 그런데 이 업체를 올해 4월부터 이용하면서 1주에 2000원씩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차수에는 1등 번호가 특이했는데(1034회, 지난달 24일 기준 26, 31, 32, 33, 38, 40+11) 이런 상황에도 당첨이 됐다”고 말했다.

못 믿을…
1등의 유혹

A 업체는 올해 8월에만 1등이 3명 당첨됐고 1등 총 당첨자가 131명이라며, 업체가 개발한 로또 분석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기재돼있었다. <일요시사>는 A 업체의 고객센터 번호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업체로부터 곧 전화가 왔다. A 업체 상담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A 업체에서 5년간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B씨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는 전문 회사”라며 “제외수 10수 기법으로 확률 없는 10개의 번호 제거 후 35개 번호로 10단계 필터링 작업을 반복한다. 이 방법은 1등 당첨 확률인 814만분의 1을 59만분의 1까지 만드는 방법이다. 매우 전문적인 분석 방법이며 1년 동안 고액 당첨이 가능한 번호로 매주 10~20 조합을 문자로 발송한다”고 설명했다.

A 업체는 금요일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로또 번호를 제공했다. 그러나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비를 지불해야 했다. 금액은 12개월에 24만원인데 14개월 12만원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B씨는 “무료 로또 번호를 제공하긴 하지만 그 번호로는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없다. 그러나 회원제를 선택하면 4등이나 5등 정도는 빈번하게 당첨되고, 3등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나도 2년 전에 3등 당첨이 된 적 있다. 내가 해보지도 않고 권할 순 없는 것 아니냐. 회원권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4등이나 5등 당첨이 계속되니 충분히 회원권보다 더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회원권 구매 시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해주며 매주 요일을 지정해서 1:1 패턴 지정을 해주는 집중관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핸드폰으로 매주 분석 번호 문자도 받게 된다. 이 번호로 로또를 구입하면 한 달에 300만~500만원은 충분히 벌 수 있다. 4등이나 5등이 되면 어차피 로또 구매 비용을 아끼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3등 이상
호언장담

B씨는 “내가 팀장인데 잘 따라오다 보면 1~2등도 충분히 가능하다. 14만원이면 한 달에 8000원 정도다. 어차피 4등 3번만 당첨돼도 12만원 냈던 금액은 모두 회수 가능하다”며 “무료 번호도 있지만 이 번호는 개인에게 맞춘 번호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당첨 확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원권을 구매한 분석 번호가 훨씬 이득이다. 1~2년 동안 분석 번호로 이득을 본 회원 중 한 분이 혼자서 해보시겠다고 탈퇴하셨다가 최근에 다시 오셨다”고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 A 업체 홈페이지를 보면 ‘로또 1등 후기/인터뷰’란이 있다. 가장 최근의 당첨자는 지난 8월27일(1030회)로, 홈페이지에는 로또 번호와 거래내역 확인증이 올라와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C씨는 “사업한다고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 올라온 지 벌써 20년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빚만 늘어서 집에도 못 내려갔다. 사업은 다 망했고 막노동을 했다”며 “월급으로 200만~300만원을 받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는데, A 업체를 통해서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A 업체에서 2년간 회원으로 있었다. 어느 때는 회사가 힘들어서 로또 살 돈도 없었고, 압류가 돼 회원 가입도 못 했다. 이번 주에 2만원이 수중에 있길래 로또를 구매했는데 이렇게 행운이 찾아왔다. 빚도 다 청산하고 홀가분하다. 회원들 모두 포기하지 말고 당첨될 때까지 도전하라”고 독려했다.

C씨의 로또 1등 당첨 소감글에는 “정말 축하한다” “쓸쓸하고 외로운 싸움을 했다. 고생했다” “힘들지만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 로또 당첨으로 되돌아온 것”이라는 응원의 글이 쇄도했다. A 업체의 홈페이지만 보면 로또 1등과 2등 당첨은 손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비자가 A 업체를 신뢰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홈페이지에 ▲특허청 인증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세계기록 위원회 인증 ▲로또 1등 최다 배출 인증 ▲한국 소비자 만족지수 1위 ▲로또 마킹 시스템 특허 ▲대한민국 고객 만족 브랜드 대상이 기재돼있기 때문이다.

포토샵으로 당첨자 만들어내
‘됐다’ 싶으면 파워볼로 유도

그러나 홈페이지 하단에는 ‘당사의 분석 시스템은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한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당첨 확률 개선 서비스가 아닙니다. 따라서 서비스의 성과 보장 및 환불 보장을 하지 않으며, 기대 이익을 얻지 못하거나 발생한 손해 등에 대한 최종 책임은 서비스 이용자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홈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도 충분히 놓칠 수 있는 위치에 적혀 있었다.

누가 이런 식의 사기를 당할까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피해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로또 번호를 나눠준다는 방식은 개인 문자를 통해서 광고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입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근한다.

문제는 ‘로또’에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는 ‘파워볼’이라는 숫자 선택식 복권 게임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로또 업체에 가입해서 이용하다가 파워볼 사기를 당한 D씨는 소액의 돈을 벌기 위해 로또 업체에 가입했다. 이 업체는 D씨에게 파워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 소액의 수익이 발생하자, D씨는 이 업체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소액의 투자금은 점점 늘어났다.

업체에선 이제 10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후 “1:1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 더 큰 돈을 번다. 이틀에 걸쳐 200만원을 1억으로 만들 수 있다”고 권유했다. D씨는 이때 감쪽같이 속았다.

8개월이 지나자 D씨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4000만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1500만원의 빚만 생겼다. D씨는 “로또 번호를 받으면서 파워볼 재테크로 유도했다. 처음에는 이게 도박인지도 몰랐는데, 절대 하면 안 되는 게임이었다. 파워볼 하는 사람들 모두 그만두길 바란다. 무조건 마이너스고 무덤”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0일 KBS에는 로또 업체 내부 관계자가 이런 방법이 모두 사기라고 증언한 내용이 있다. 당시 업체 관계자는 “로또 업체는 포토샵을 이용해 가지고 지워 버리고 날짜 바꾸고 회차도 바꾼다”고 폭로했다.

조작 광고
“모두 사기”

실제로 당첨이 된 적 없는데도, 당첨 번호를 배출한 것처럼 조작한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분석) 시스템이 있다고는 하는데 막상 보면 없다. 방송한 당첨 번호를 보고 작업하는 것이다. 고객 중 한 명이 3등에 당첨됐다고 하면 사람들이 호기심에 시작한다”고 말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김선겸 사이버수사 1대장은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이라든지 어떤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인 조치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짜 로또 사이트 80억원 챙긴 총책 송환

경찰청은 해외에 거점을 둔 조작된 로또 사이트로 8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총책 A씨를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으로 강제송환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콜센터를 둔 투자빙자 사기조직의 총책인 A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가짜 로또 사이트를 만들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모두 10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투자금 8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대구 중부경찰서는 A씨 조직에서 국내 홍보와 인출 등을 담당한 조직원 20명을 구속하고, 해외 도피 중인 A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에 국제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지난 7월 말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아 캄보디아 경찰과 합동 추적하는 과정에서 소재지를 입수했고, 공조 개시 10일 만인 지난 8월5일 검거했다.

강기택 인터폴국제공조과장은 “이번 사건은 그간 공조가 다소 부진했던 국가에서 공조 10일 만에 해외에 숨어있는 도피 사범을 검거한 사례”라며 “해외를 거점으로 하는 범죄조직 와해를 위해 최근 캄보디아에도 경찰협력관을 파견한 만큼 앞으로도 공조 역량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