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131명?’ 무료 로또 번호의 비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11 13:48:25
  • 호수 13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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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예언가?… ‘0.00000061%’의 덫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확천금을 얻을 기회가 있을 때 거절할 사람은 없다. 자가 마련, 경제적 풍요 등 돈이 많으면 누릴 수 있는 게 그만큼 많다.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복권을 사고, 매주 복권이 당첨되길 원하지만 복권 당첨의 확률은 손익비를 따져 계산할 때 희박하다. 이런 상황 속에 소비자의 복권 당첨 확률을 높여주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

로또(Lotto)는 한국에서 발행하는 복권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지정한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서 발행한다. 로또는 2002년 12월2일부터 시작했다. 구매자가 45개의 숫자 중 6개 숫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수동은 구매자가 직접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숫자를 고르고, 반자동은 자동으로 절반, 수동으로 절반 숫자를 고른다. 자동은 가게에서 선택한 숫자를 입력한다.

대부분 처음
호기심 접근

입력한 숫자와 토요일 밤 추첨한 숫자가 일정 개수 이상 동일하면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추첨돼 나오는 숫자의 순서와 상관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금을 지급한다. 6개의 숫자 중 6개 번호가 모두 일치하면 1등이다.

확률 계산 통계로 계산한 기대 당첨금은 약 19억5216만원이다. 2등은 6개 번호 중 5개 번호가 일치해야 하고, 나머지 1개가 2등 보너스볼 번호와 일치해야 한다. 기대 당첨금은 약 5422만6000원이다.

3등은 6개 번호 중 5개 번호가 일치해야 하고 상금은 약 142만원, 4등은 4개 번호 일치, 5등은 3개 번호가 일치해야 한다. 상금은 각각 5만원과 5000원으로 고정 지급된다.

2020년 기준 로또는 매주 900억원어치씩 팔렸다. 1등은 8~13명이 발생했고 당첨금은 평균적으로 세전 20억원 정도다. 2등은 60~80명이며 세전 5000만~6000만원이다. 3등은 2000여명으로 당첨금은 세전 150만~160만원 정도다.

당첨금은 다른 복권들과 마찬가지로 복권 금액에 대해서는 비용 처리하며, 이를 제외한 당첨금이 5만원 초과 시 해당 금액에 대한 제세 공과금이 부과돼, 2‧3등 당첨금은 22%가 세금으로 나간다. 1등의 경우는 3억원까지 22%를,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33%를 제하고 받는다.

로또용지는 한 번에 5게임씩 하도록 설계돼있고, 실제로 5게임씩 하는 경우가 많으니 겹치는 수가 없으면 확률이 5배로 올라간다. 이런 확률을 감안한 회차당 확률은 1등은 약 0.00000061%, 2등은 약 0.0000036%, 3등은 약 0.00013%, 4등은 약 0.68%, 5등은 11.1% 다. 

이런 수치로 대다수의 사람은 로또를 가벼운 오락 활동으로 여긴다. 현실적으로 로또 1, 2등에 당첨되는 것 자체가 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또에 당첨되지 않아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 로또에 과도하게 몰입한 사람들은 너무 많은 돈을 로또에 투자해서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 된다. 그뿐 아니라 과도한 부채 발생, 결혼생활 파탄, 비정상적 직장생활, 불법적 행동 등 심각한 지경에도 이른다.

당첨 번호만 연구 중인 회사 ‘우후죽순’
인공지능·분석시스템으로 확률 높다고?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가구주의 월평균 복권 구입 비용은 2019년 대비 지난해 3배 이상 늘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복권 중독’에 이른 사람이 늘었다는 증거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 불황’으로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복권 발행 금액은 6조651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1% 늘었다.

종류별로 보면 로또 발행액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로또 발행액은 올해 5조4567억원으로 작년보다 7.3% 늘어났다. 스피또 등 즉석식 복권(인쇄 복권)은 지난해보다 14% 급증한 5700억원어치를 발행했고, 연금복권(결합복권)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5200억원어치를 내놨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로또 번호를 연구한다는 사람과 회사도 생겼다. 지금까지 한국의 로또 1등과 2등 당첨자가 다시 1등이 된 적은 없으니, 이미 1등으로 나온 번호 조합을 제외한 번호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에 어떤 번호가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약 로또 번호를 연구해서 당첨됐어도 그저 우연에 불과하다.

최근 로또 번호 예측과 관련된 사기가 성행 중이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로또 무료 번호’를 검색하기만 해도 총 10쪽 분량의 뉴스, 질문, 추천, 업체 홍보 등의 글이 다양하게 검색된다. 이 글들은 주로 분석 시스템을 사용해서 로또 번호를 받으면 1등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이용 후기도 다양하다.

후기에는 “로또 번호를 주는 다른 업체도 여러 곳 이용해봤다. 그런데 다른 곳은 돈을 내고 가입해야 하는 곳이었다. 대부분 그렇다. 아니면 아예 좋은 번호를 받으려면 처음부터 멤버십 가입을 해야 했다”며 “로또를 사는데도 돈이 든다. 그런데 이 업체를 올해 4월부터 이용하면서 1주에 2000원씩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차수에는 1등 번호가 특이했는데(1034회, 지난달 24일 기준 26, 31, 32, 33, 38, 40+11) 이런 상황에도 당첨이 됐다”고 말했다.

못 믿을…
1등의 유혹

A 업체는 올해 8월에만 1등이 3명 당첨됐고 1등 총 당첨자가 131명이라며, 업체가 개발한 로또 분석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기재돼있었다. <일요시사>는 A 업체의 고객센터 번호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업체로부터 곧 전화가 왔다. A 업체 상담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A 업체에서 5년간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B씨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는 전문 회사”라며 “제외수 10수 기법으로 확률 없는 10개의 번호 제거 후 35개 번호로 10단계 필터링 작업을 반복한다. 이 방법은 1등 당첨 확률인 814만분의 1을 59만분의 1까지 만드는 방법이다. 매우 전문적인 분석 방법이며 1년 동안 고액 당첨이 가능한 번호로 매주 10~20 조합을 문자로 발송한다”고 설명했다.

A 업체는 금요일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로또 번호를 제공했다. 그러나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비를 지불해야 했다. 금액은 12개월에 24만원인데 14개월 12만원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B씨는 “무료 로또 번호를 제공하긴 하지만 그 번호로는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없다. 그러나 회원제를 선택하면 4등이나 5등 정도는 빈번하게 당첨되고, 3등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나도 2년 전에 3등 당첨이 된 적 있다. 내가 해보지도 않고 권할 순 없는 것 아니냐. 회원권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4등이나 5등 당첨이 계속되니 충분히 회원권보다 더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회원권 구매 시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해주며 매주 요일을 지정해서 1:1 패턴 지정을 해주는 집중관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핸드폰으로 매주 분석 번호 문자도 받게 된다. 이 번호로 로또를 구입하면 한 달에 300만~500만원은 충분히 벌 수 있다. 4등이나 5등이 되면 어차피 로또 구매 비용을 아끼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3등 이상
호언장담

B씨는 “내가 팀장인데 잘 따라오다 보면 1~2등도 충분히 가능하다. 14만원이면 한 달에 8000원 정도다. 어차피 4등 3번만 당첨돼도 12만원 냈던 금액은 모두 회수 가능하다”며 “무료 번호도 있지만 이 번호는 개인에게 맞춘 번호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당첨 확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원권을 구매한 분석 번호가 훨씬 이득이다. 1~2년 동안 분석 번호로 이득을 본 회원 중 한 분이 혼자서 해보시겠다고 탈퇴하셨다가 최근에 다시 오셨다”고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 A 업체 홈페이지를 보면 ‘로또 1등 후기/인터뷰’란이 있다. 가장 최근의 당첨자는 지난 8월27일(1030회)로, 홈페이지에는 로또 번호와 거래내역 확인증이 올라와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C씨는 “사업한다고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 올라온 지 벌써 20년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빚만 늘어서 집에도 못 내려갔다. 사업은 다 망했고 막노동을 했다”며 “월급으로 200만~300만원을 받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는데, A 업체를 통해서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A 업체에서 2년간 회원으로 있었다. 어느 때는 회사가 힘들어서 로또 살 돈도 없었고, 압류가 돼 회원 가입도 못 했다. 이번 주에 2만원이 수중에 있길래 로또를 구매했는데 이렇게 행운이 찾아왔다. 빚도 다 청산하고 홀가분하다. 회원들 모두 포기하지 말고 당첨될 때까지 도전하라”고 독려했다.

C씨의 로또 1등 당첨 소감글에는 “정말 축하한다” “쓸쓸하고 외로운 싸움을 했다. 고생했다” “힘들지만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 로또 당첨으로 되돌아온 것”이라는 응원의 글이 쇄도했다. A 업체의 홈페이지만 보면 로또 1등과 2등 당첨은 손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비자가 A 업체를 신뢰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홈페이지에 ▲특허청 인증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세계기록 위원회 인증 ▲로또 1등 최다 배출 인증 ▲한국 소비자 만족지수 1위 ▲로또 마킹 시스템 특허 ▲대한민국 고객 만족 브랜드 대상이 기재돼있기 때문이다.

포토샵으로 당첨자 만들어내
‘됐다’ 싶으면 파워볼로 유도

그러나 홈페이지 하단에는 ‘당사의 분석 시스템은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한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당첨 확률 개선 서비스가 아닙니다. 따라서 서비스의 성과 보장 및 환불 보장을 하지 않으며, 기대 이익을 얻지 못하거나 발생한 손해 등에 대한 최종 책임은 서비스 이용자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홈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도 충분히 놓칠 수 있는 위치에 적혀 있었다.

누가 이런 식의 사기를 당할까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피해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로또 번호를 나눠준다는 방식은 개인 문자를 통해서 광고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입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근한다.

문제는 ‘로또’에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는 ‘파워볼’이라는 숫자 선택식 복권 게임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로또 업체에 가입해서 이용하다가 파워볼 사기를 당한 D씨는 소액의 돈을 벌기 위해 로또 업체에 가입했다. 이 업체는 D씨에게 파워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 소액의 수익이 발생하자, D씨는 이 업체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소액의 투자금은 점점 늘어났다.

업체에선 이제 10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후 “1:1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 더 큰 돈을 번다. 이틀에 걸쳐 200만원을 1억으로 만들 수 있다”고 권유했다. D씨는 이때 감쪽같이 속았다.

8개월이 지나자 D씨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4000만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1500만원의 빚만 생겼다. D씨는 “로또 번호를 받으면서 파워볼 재테크로 유도했다. 처음에는 이게 도박인지도 몰랐는데, 절대 하면 안 되는 게임이었다. 파워볼 하는 사람들 모두 그만두길 바란다. 무조건 마이너스고 무덤”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0일 KBS에는 로또 업체 내부 관계자가 이런 방법이 모두 사기라고 증언한 내용이 있다. 당시 업체 관계자는 “로또 업체는 포토샵을 이용해 가지고 지워 버리고 날짜 바꾸고 회차도 바꾼다”고 폭로했다.

조작 광고
“모두 사기”

실제로 당첨이 된 적 없는데도, 당첨 번호를 배출한 것처럼 조작한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분석) 시스템이 있다고는 하는데 막상 보면 없다. 방송한 당첨 번호를 보고 작업하는 것이다. 고객 중 한 명이 3등에 당첨됐다고 하면 사람들이 호기심에 시작한다”고 말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김선겸 사이버수사 1대장은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이라든지 어떤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인 조치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짜 로또 사이트 80억원 챙긴 총책 송환

경찰청은 해외에 거점을 둔 조작된 로또 사이트로 8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총책 A씨를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으로 강제송환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콜센터를 둔 투자빙자 사기조직의 총책인 A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가짜 로또 사이트를 만들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모두 10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투자금 8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대구 중부경찰서는 A씨 조직에서 국내 홍보와 인출 등을 담당한 조직원 20명을 구속하고, 해외 도피 중인 A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에 국제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지난 7월 말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아 캄보디아 경찰과 합동 추적하는 과정에서 소재지를 입수했고, 공조 개시 10일 만인 지난 8월5일 검거했다.

강기택 인터폴국제공조과장은 “이번 사건은 그간 공조가 다소 부진했던 국가에서 공조 10일 만에 해외에 숨어있는 도피 사범을 검거한 사례”라며 “해외를 거점으로 하는 범죄조직 와해를 위해 최근 캄보디아에도 경찰협력관을 파견한 만큼 앞으로도 공조 역량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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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