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번호 뽑는 로또 예측의 배신

과학적 근거 없는 자체 개발 AI?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6조7507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액수를 갱신했다. 물가 상승 등으로 외부적인 돈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또 판매액이 늘어난 만큼 로또번호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복권업계와 한국소비자원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며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부가적인 서비스도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로또번호 예측 서비스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와중에 한국소비자원은 근거가 없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멀어지는
일확천금

최근 3년간 로또 판매액은 2021년 5조1371억원, 2022년 5조4488억원으로 계속 증가세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5조6526억원으로 역대 최대 액수를 갱신했다. 회차 평균 판매액도 573억원서 1086억원으로 512억원 증가했다. 

그만큼 로또 구매자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에 ‘로또 명당’서 로또를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은 일상이 됐다. 

로또 판매량이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으로 삶이 팍팍해지면서 일확천금을 얻으려 하는 서민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확실하고 결과가 분명한 것을 원하고, 그것을 찾으려는 욕구가 있다”면서 “코로나가 터진 이후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급변하면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지면서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가 됐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를 복권 당첨 구매와 같은 막연한 희망을 주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에는 내가 열심히 일하면 직장서 승진도 하고 돈도 잘 모아 집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실성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살았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도저히 과거의 그런 안정적인 결과물들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의 시대로 변하다 보니, 노력만이 아닌 외부적인 돈이나 한탕주의에 기대는 심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가 이제 월급과 같은 고정 수입만을 차분히 모아서는 집을 사거나 육아, 자녀 교육 등을 시키는 데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라며 “이전에 부모 세대가 누렸던 경제적 부유함 등을 약속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 역대 최고
“한탕주의에 기대는 심리 커져”

로또 구매자들은 기대감을 갖고 45개의 번호 중에서 6개의 번호를 신중하게 고른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로또 1등 당첨의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로 0.0000123%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구매자들은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방법을 찾는다.

이미 시중에는 숫자 패턴을 통해 가장 근사치의 확률 분포도를 안내하는 책, 엑셀로 로또번호 분석 방법 등을 활용하는 책 등이 팔리고 있다. 심지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서 로또번호 예측 동영상은 평균적으로 1만~2만 조회수를 보이고 있으며 5년 전에 게시된 ‘로또 1등 예상 번호 당첨되는 법 정확한 분석’이라는 동영상은 조회수가 182만회에 달하기도 한다.

한 로또 구매자는 자신을 ‘로또블로거’라고 밝힌 이로부터 “매주 머신러닝 유동 회귀 분석법을 이용한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추출한 조합 번호로 많은 당첨자를 배출했다”며 당첨 예측 번호를 무료로 알아가라는 문자를 받았다.


최근에는 로또번호 예측 사이트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는 취지의 온라인 사이트 업체들은 게시물에 ‘정밀 분석’ ‘최첨단 시스템’ ‘실제 당첨 영수증’ 등 키워드를 넣어 신빙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매자들을 속이고 있다. 

이들은 본인들이 자체 개발한 정밀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로또 번호를 받으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6개월간의 당첨 번호와 전체 당첨 번호를 2개 그룹으로 형성해 비교 분석하는 식이다.

45개 번호
0.0000123%

로또 당첨 예측 서비스는 일정 기간 당첨 예상 번호를 조합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화로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대다수며 번호를 제공해 주는 기간과 등급에 따라 10만원부터 1000만원 이상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로또 당첨 예측 사이트는 모두 거짓이며 로또는 매회 각각 무작위 추첨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도 당첨 번호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복권업계 설명이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어떤 분석 시스템도 절대 예측 불가능하다”며 “추첨은 이전 회차의 당첨이 다음 회차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매 회차 ‘독립 확률’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 1등 당첨서 많이 나온 숫자를 조합한다고 한들 당첨 확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첨 번호 추천 사이트서 허위로 당첨 티켓을 공개해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허위 1등 당첨 티켓을 제조해 이를 촬영 및 게시하는 경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 잘못 퍼진 정보들을 통해 여전히 로또 당첨 번호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로또번호 예측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91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9년 88건 ▲2020년 227건 ▲2021년 332건 ▲2022년 655건 ▲2023년 615건이다. 

추천 사이트
“다 거짓말”

피해유형별로는 ‘계약해제·해지 시 이용료 환급 거부 및 위약금 과다 부과’가 60.9%(1168건)로 가장 많았고, ‘미당첨 시 환급 약정 미준수 등 계약불이행’ 27.6%(529건), ‘청약철회 시 환급 거부’ 7.3%(139건)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 신청 사건 처리 결과별로 보면 환급 등 합의가 성립된 경우가 58.9%(1129건)이며, 사업자가 협의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두절하는 등의 사유로 합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도 41.1%(788건)에 달한다.


합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업자의 협의 거부 등의 사유로 원만히 해결되지 못한 경우(545건)가 대다수였으며 사업자가 연락을 두절한 등의 사유로 처리가 불능인 경우(116건)가 그 뒤를 이었다. 788건 중 661건으로 약 83.8%가 사업자로 인해 피해구제가 안 된 셈이다.

실제로 A씨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3차례에 걸쳐 통신판매로 사업자와 로또 당첨번호 예측 서비스 이용계약(이용기간: 36개월, 특약: 이용기간 동안 1등 미당첨 시 이용료 전액 환급)을 체결하고 이용료 27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 1월에 이용기간 36개월 동안 1등에 당첨되지 않자 A씨는 사업자에게 이용료 2700만원원 전액 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A씨에게 계약체결 시 고지하지 않은 자체 규정에 따라 6개월 후에나 환급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B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에 걸쳐 전화 권유 판매로 사업자와 로또 당첨 번호 예측서비스 이용계약(특약: 1, 2등 당첨 보장)을 체결하고 이용료 16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B씨는 지난해 12월까지 1, 2등에 당첨되지 않았다.

등급에 따라 1000만원 이상
5년간 1917건 피해구제 신청

이에 B씨는 사업자에게 이용료 1600만원의 환급을 요구했지만 이후 사업자와 연락이 두절됐다.


자체 규정에 따라 일부만 환급한 사례도 있다. C씨는 2022년 7월 전화 권유 판매로 사업자와 로또 당첨 번호 예측서비스 이용 계약을 체결하고 이용료 16만5000원을 지급했다. 이후 사업자의 지속적인 전화 권유로 2022년 11월 등급을 업그레이드하며 비용 88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업그레이드한 등급의 특약에는 2023년 12월까지 미당첨 시 전액 환급이 포함돼있었고 당첨되지 않은 C씨는 지난 1월 전액 환급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자체 규정을 근거로 10만2000원만 환급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소비자원은 “당첨 번호 예측 서비스는 사업자가 임의로 조합한 번호를 발송하는 것으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당첨 보장 등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당첨 보장 등 특약에 대해서는 “녹취·문자메시지 등 입증자료를 확보하고, 계약 해지는 구두가 아닌 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속였다가 사기 혐의로 법정 제재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3월13일 대법원 2부는 굿을 하면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며 약 2억4000만원을 챙긴 무속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무속인은 범행 당시 “로또 복권 당첨이 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총 23회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2억4000만원과 금 40돈을 받았지만 피해자는 결국 로또 1등에 당첨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달콤한 유혹
현혹 말라”

지난 3월1일 대전지방법원은 당첨 가능성이 큰 번호 조합을 생성할 수 있는 로또 복권 번호 조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2억3800만원을 뜯어낸 40대 D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는 투자받아 복권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투자액 비율만큼 당첨금을 나누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씨는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실이 없었으며, 로또 1·2등에 당첨된 적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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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