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번호 뽑는 로또 예측의 배신

과학적 근거 없는 자체 개발 AI?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6조7507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액수를 갱신했다. 물가 상승 등으로 외부적인 돈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또 판매액이 늘어난 만큼 로또번호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복권업계와 한국소비자원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며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부가적인 서비스도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로또번호 예측 서비스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와중에 한국소비자원은 근거가 없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멀어지는
일확천금

최근 3년간 로또 판매액은 2021년 5조1371억원, 2022년 5조4488억원으로 계속 증가세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5조6526억원으로 역대 최대 액수를 갱신했다. 회차 평균 판매액도 573억원서 1086억원으로 512억원 증가했다. 

그만큼 로또 구매자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에 ‘로또 명당’서 로또를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은 일상이 됐다. 

로또 판매량이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으로 삶이 팍팍해지면서 일확천금을 얻으려 하는 서민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확실하고 결과가 분명한 것을 원하고, 그것을 찾으려는 욕구가 있다”면서 “코로나가 터진 이후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급변하면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지면서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가 됐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를 복권 당첨 구매와 같은 막연한 희망을 주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에는 내가 열심히 일하면 직장서 승진도 하고 돈도 잘 모아 집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실성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살았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도저히 과거의 그런 안정적인 결과물들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의 시대로 변하다 보니, 노력만이 아닌 외부적인 돈이나 한탕주의에 기대는 심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가 이제 월급과 같은 고정 수입만을 차분히 모아서는 집을 사거나 육아, 자녀 교육 등을 시키는 데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라며 “이전에 부모 세대가 누렸던 경제적 부유함 등을 약속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 역대 최고
“한탕주의에 기대는 심리 커져”

로또 구매자들은 기대감을 갖고 45개의 번호 중에서 6개의 번호를 신중하게 고른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로또 1등 당첨의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로 0.0000123%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구매자들은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방법을 찾는다.

이미 시중에는 숫자 패턴을 통해 가장 근사치의 확률 분포도를 안내하는 책, 엑셀로 로또번호 분석 방법 등을 활용하는 책 등이 팔리고 있다. 심지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서 로또번호 예측 동영상은 평균적으로 1만~2만 조회수를 보이고 있으며 5년 전에 게시된 ‘로또 1등 예상 번호 당첨되는 법 정확한 분석’이라는 동영상은 조회수가 182만회에 달하기도 한다.

한 로또 구매자는 자신을 ‘로또블로거’라고 밝힌 이로부터 “매주 머신러닝 유동 회귀 분석법을 이용한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추출한 조합 번호로 많은 당첨자를 배출했다”며 당첨 예측 번호를 무료로 알아가라는 문자를 받았다.

최근에는 로또번호 예측 사이트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는 취지의 온라인 사이트 업체들은 게시물에 ‘정밀 분석’ ‘최첨단 시스템’ ‘실제 당첨 영수증’ 등 키워드를 넣어 신빙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매자들을 속이고 있다. 

이들은 본인들이 자체 개발한 정밀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로또 번호를 받으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6개월간의 당첨 번호와 전체 당첨 번호를 2개 그룹으로 형성해 비교 분석하는 식이다.

45개 번호
0.0000123%

로또 당첨 예측 서비스는 일정 기간 당첨 예상 번호를 조합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화로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대다수며 번호를 제공해 주는 기간과 등급에 따라 10만원부터 1000만원 이상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로또 당첨 예측 사이트는 모두 거짓이며 로또는 매회 각각 무작위 추첨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도 당첨 번호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복권업계 설명이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어떤 분석 시스템도 절대 예측 불가능하다”며 “추첨은 이전 회차의 당첨이 다음 회차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매 회차 ‘독립 확률’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 1등 당첨서 많이 나온 숫자를 조합한다고 한들 당첨 확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첨 번호 추천 사이트서 허위로 당첨 티켓을 공개해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허위 1등 당첨 티켓을 제조해 이를 촬영 및 게시하는 경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 잘못 퍼진 정보들을 통해 여전히 로또 당첨 번호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로또번호 예측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91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9년 88건 ▲2020년 227건 ▲2021년 332건 ▲2022년 655건 ▲2023년 615건이다. 

추천 사이트
“다 거짓말”

피해유형별로는 ‘계약해제·해지 시 이용료 환급 거부 및 위약금 과다 부과’가 60.9%(1168건)로 가장 많았고, ‘미당첨 시 환급 약정 미준수 등 계약불이행’ 27.6%(529건), ‘청약철회 시 환급 거부’ 7.3%(139건)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 신청 사건 처리 결과별로 보면 환급 등 합의가 성립된 경우가 58.9%(1129건)이며, 사업자가 협의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두절하는 등의 사유로 합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도 41.1%(788건)에 달한다.

합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업자의 협의 거부 등의 사유로 원만히 해결되지 못한 경우(545건)가 대다수였으며 사업자가 연락을 두절한 등의 사유로 처리가 불능인 경우(116건)가 그 뒤를 이었다. 788건 중 661건으로 약 83.8%가 사업자로 인해 피해구제가 안 된 셈이다.

실제로 A씨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3차례에 걸쳐 통신판매로 사업자와 로또 당첨번호 예측 서비스 이용계약(이용기간: 36개월, 특약: 이용기간 동안 1등 미당첨 시 이용료 전액 환급)을 체결하고 이용료 27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 1월에 이용기간 36개월 동안 1등에 당첨되지 않자 A씨는 사업자에게 이용료 2700만원원 전액 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A씨에게 계약체결 시 고지하지 않은 자체 규정에 따라 6개월 후에나 환급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B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에 걸쳐 전화 권유 판매로 사업자와 로또 당첨 번호 예측서비스 이용계약(특약: 1, 2등 당첨 보장)을 체결하고 이용료 16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B씨는 지난해 12월까지 1, 2등에 당첨되지 않았다.

등급에 따라 1000만원 이상
5년간 1917건 피해구제 신청

이에 B씨는 사업자에게 이용료 1600만원의 환급을 요구했지만 이후 사업자와 연락이 두절됐다.

자체 규정에 따라 일부만 환급한 사례도 있다. C씨는 2022년 7월 전화 권유 판매로 사업자와 로또 당첨 번호 예측서비스 이용 계약을 체결하고 이용료 16만5000원을 지급했다. 이후 사업자의 지속적인 전화 권유로 2022년 11월 등급을 업그레이드하며 비용 88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업그레이드한 등급의 특약에는 2023년 12월까지 미당첨 시 전액 환급이 포함돼있었고 당첨되지 않은 C씨는 지난 1월 전액 환급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자체 규정을 근거로 10만2000원만 환급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소비자원은 “당첨 번호 예측 서비스는 사업자가 임의로 조합한 번호를 발송하는 것으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당첨 보장 등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당첨 보장 등 특약에 대해서는 “녹취·문자메시지 등 입증자료를 확보하고, 계약 해지는 구두가 아닌 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속였다가 사기 혐의로 법정 제재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3월13일 대법원 2부는 굿을 하면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며 약 2억4000만원을 챙긴 무속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무속인은 범행 당시 “로또 복권 당첨이 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총 23회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2억4000만원과 금 40돈을 받았지만 피해자는 결국 로또 1등에 당첨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달콤한 유혹
현혹 말라”

지난 3월1일 대전지방법원은 당첨 가능성이 큰 번호 조합을 생성할 수 있는 로또 복권 번호 조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2억3800만원을 뜯어낸 40대 D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는 투자받아 복권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투자액 비율만큼 당첨금을 나누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씨는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실이 없었으며, 로또 1·2등에 당첨된 적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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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