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번호 뽑는 로또 예측의 배신

과학적 근거 없는 자체 개발 AI?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6조7507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액수를 갱신했다. 물가 상승 등으로 외부적인 돈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또 판매액이 늘어난 만큼 로또번호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복권업계와 한국소비자원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며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부가적인 서비스도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로또번호 예측 서비스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와중에 한국소비자원은 근거가 없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멀어지는
일확천금

최근 3년간 로또 판매액은 2021년 5조1371억원, 2022년 5조4488억원으로 계속 증가세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5조6526억원으로 역대 최대 액수를 갱신했다. 회차 평균 판매액도 573억원서 1086억원으로 512억원 증가했다. 

그만큼 로또 구매자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에 ‘로또 명당’서 로또를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은 일상이 됐다. 

로또 판매량이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으로 삶이 팍팍해지면서 일확천금을 얻으려 하는 서민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확실하고 결과가 분명한 것을 원하고, 그것을 찾으려는 욕구가 있다”면서 “코로나가 터진 이후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급변하면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지면서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가 됐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를 복권 당첨 구매와 같은 막연한 희망을 주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에는 내가 열심히 일하면 직장서 승진도 하고 돈도 잘 모아 집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실성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살았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도저히 과거의 그런 안정적인 결과물들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의 시대로 변하다 보니, 노력만이 아닌 외부적인 돈이나 한탕주의에 기대는 심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가 이제 월급과 같은 고정 수입만을 차분히 모아서는 집을 사거나 육아, 자녀 교육 등을 시키는 데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라며 “이전에 부모 세대가 누렸던 경제적 부유함 등을 약속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 역대 최고
“한탕주의에 기대는 심리 커져”

로또 구매자들은 기대감을 갖고 45개의 번호 중에서 6개의 번호를 신중하게 고른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로또 1등 당첨의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로 0.0000123%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구매자들은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방법을 찾는다.

이미 시중에는 숫자 패턴을 통해 가장 근사치의 확률 분포도를 안내하는 책, 엑셀로 로또번호 분석 방법 등을 활용하는 책 등이 팔리고 있다. 심지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서 로또번호 예측 동영상은 평균적으로 1만~2만 조회수를 보이고 있으며 5년 전에 게시된 ‘로또 1등 예상 번호 당첨되는 법 정확한 분석’이라는 동영상은 조회수가 182만회에 달하기도 한다.

한 로또 구매자는 자신을 ‘로또블로거’라고 밝힌 이로부터 “매주 머신러닝 유동 회귀 분석법을 이용한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추출한 조합 번호로 많은 당첨자를 배출했다”며 당첨 예측 번호를 무료로 알아가라는 문자를 받았다.


최근에는 로또번호 예측 사이트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는 취지의 온라인 사이트 업체들은 게시물에 ‘정밀 분석’ ‘최첨단 시스템’ ‘실제 당첨 영수증’ 등 키워드를 넣어 신빙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매자들을 속이고 있다. 

이들은 본인들이 자체 개발한 정밀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로또 번호를 받으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6개월간의 당첨 번호와 전체 당첨 번호를 2개 그룹으로 형성해 비교 분석하는 식이다.

45개 번호
0.0000123%

로또 당첨 예측 서비스는 일정 기간 당첨 예상 번호를 조합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화로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대다수며 번호를 제공해 주는 기간과 등급에 따라 10만원부터 1000만원 이상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로또 당첨 예측 사이트는 모두 거짓이며 로또는 매회 각각 무작위 추첨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도 당첨 번호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복권업계 설명이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어떤 분석 시스템도 절대 예측 불가능하다”며 “추첨은 이전 회차의 당첨이 다음 회차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매 회차 ‘독립 확률’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 1등 당첨서 많이 나온 숫자를 조합한다고 한들 당첨 확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첨 번호 추천 사이트서 허위로 당첨 티켓을 공개해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허위 1등 당첨 티켓을 제조해 이를 촬영 및 게시하는 경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 잘못 퍼진 정보들을 통해 여전히 로또 당첨 번호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로또번호 예측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91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9년 88건 ▲2020년 227건 ▲2021년 332건 ▲2022년 655건 ▲2023년 615건이다. 

추천 사이트
“다 거짓말”

피해유형별로는 ‘계약해제·해지 시 이용료 환급 거부 및 위약금 과다 부과’가 60.9%(1168건)로 가장 많았고, ‘미당첨 시 환급 약정 미준수 등 계약불이행’ 27.6%(529건), ‘청약철회 시 환급 거부’ 7.3%(139건)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 신청 사건 처리 결과별로 보면 환급 등 합의가 성립된 경우가 58.9%(1129건)이며, 사업자가 협의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두절하는 등의 사유로 합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도 41.1%(788건)에 달한다.


합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업자의 협의 거부 등의 사유로 원만히 해결되지 못한 경우(545건)가 대다수였으며 사업자가 연락을 두절한 등의 사유로 처리가 불능인 경우(116건)가 그 뒤를 이었다. 788건 중 661건으로 약 83.8%가 사업자로 인해 피해구제가 안 된 셈이다.

실제로 A씨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3차례에 걸쳐 통신판매로 사업자와 로또 당첨번호 예측 서비스 이용계약(이용기간: 36개월, 특약: 이용기간 동안 1등 미당첨 시 이용료 전액 환급)을 체결하고 이용료 27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 1월에 이용기간 36개월 동안 1등에 당첨되지 않자 A씨는 사업자에게 이용료 2700만원원 전액 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A씨에게 계약체결 시 고지하지 않은 자체 규정에 따라 6개월 후에나 환급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B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에 걸쳐 전화 권유 판매로 사업자와 로또 당첨 번호 예측서비스 이용계약(특약: 1, 2등 당첨 보장)을 체결하고 이용료 16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B씨는 지난해 12월까지 1, 2등에 당첨되지 않았다.

등급에 따라 1000만원 이상
5년간 1917건 피해구제 신청

이에 B씨는 사업자에게 이용료 1600만원의 환급을 요구했지만 이후 사업자와 연락이 두절됐다.


자체 규정에 따라 일부만 환급한 사례도 있다. C씨는 2022년 7월 전화 권유 판매로 사업자와 로또 당첨 번호 예측서비스 이용 계약을 체결하고 이용료 16만5000원을 지급했다. 이후 사업자의 지속적인 전화 권유로 2022년 11월 등급을 업그레이드하며 비용 88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업그레이드한 등급의 특약에는 2023년 12월까지 미당첨 시 전액 환급이 포함돼있었고 당첨되지 않은 C씨는 지난 1월 전액 환급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자체 규정을 근거로 10만2000원만 환급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소비자원은 “당첨 번호 예측 서비스는 사업자가 임의로 조합한 번호를 발송하는 것으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당첨 보장 등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당첨 보장 등 특약에 대해서는 “녹취·문자메시지 등 입증자료를 확보하고, 계약 해지는 구두가 아닌 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속였다가 사기 혐의로 법정 제재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3월13일 대법원 2부는 굿을 하면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며 약 2억4000만원을 챙긴 무속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무속인은 범행 당시 “로또 복권 당첨이 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총 23회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2억4000만원과 금 40돈을 받았지만 피해자는 결국 로또 1등에 당첨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달콤한 유혹
현혹 말라”

지난 3월1일 대전지방법원은 당첨 가능성이 큰 번호 조합을 생성할 수 있는 로또 복권 번호 조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2억3800만원을 뜯어낸 40대 D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는 투자받아 복권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투자액 비율만큼 당첨금을 나누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씨는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실이 없었으며, 로또 1·2등에 당첨된 적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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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