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1등’ 로또 당첨금 논란에 기재부, 드디어 상향?

설문조사 댓글엔 “비과세해야” 도배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정부가 무더기 당첨으로 인한 로또 당첨금 액수 조정 및 당첨 방식을 손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국민생각함에서 ‘로또복권 1등 당첨금 규모 변경’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1등 당첨금액의 규모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을 듣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 항목에는 ▲최근 1년 이내 로또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지 ▲현재 판매 중인 814만분의 1 확률로 1등에 당첨되는 구조에 만족하는지 ▲로또복권 1등의 적정 당첨금액 및 당첨자 수는 얼마 및 몇 명인지 등이 포함됐다.

이번 로또 설문조사는 이날부터 내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취합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2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간담회서 로또 당첨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서 ‘로또 당첨금을 증액하고 판매 수익금의 소외계층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이슈다. 공청회 등 어떤 방식이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판매 중인 로또 6/45는 814만분의 1 확률의 상품으로 회당 약 1억1000건이 판매되고 있으며, 평균 1등 당첨자 수는 12명, 1인당 당첨금액은 21억원대로 형성돼있다.

지난 7월13일, 제1128회 로또 추첨 결과 무려 63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면서 당첨금액이 평균의 4분의 1 수준인 4억1993만원으로 줄어자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22년 6월12일 제1019회엔 50명의 1등 당첨자가 배출돼 역대 세 번째인 4억3800만원으로 당첨금액이 곤두박질쳤다.

논란이 일자 복권위원회는 “로또복권 시스템의 당첨번호 조작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무작위 추첨의 특성상 당첨자가 다수 나오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로또복권은 ‘1등에 당첨되면 인생 역전’으로 불릴 만큼 서민들에게 있어 희망 그 자체로 불렸다. 하지만, 당첨자 수가 매회 평균 10명 이상을 유지하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서울 시내권 아파트 한 채도 사지 못한다” “1등 당첨되도 인생 여전‘이라는 등 자조섞인 넋두리마저 들린다.

무더기 당첨에 따른 당첨금액 논란이 일면서 숫자를 한 자리 추가해 당첨 확률을 낮추거나 1게임당 구매 금액을 올리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현행 1게임당 구매 금액은 1000원이다. 당초 로또 1게임당 최소 구매 금액은 2000원이었으나 2004년 8월부터 1000원으로 인하한 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국내 로또 사상 최대 당첨금은 19회차(2003년 4월12일)서 나왔으며, 당첨자 수는 1명으로 무려 407억원을 거머쥐었다. 뒤를 이어 25회차(2003년 5월24일) 23억2200만원, 20회차(2003년 4월19일) 12억3500만원, 43회차(2003년 9월27일) 17억7400만원, 15회차(2003년 3월15일) 17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25회차(당첨자 수 2명)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차에선 당첨자 수가 단 한 명 뿐이었다. 구조상 전체 당첨금액을 나눠갖는 만큼 당첨자 수가 적을수록 당첨금액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등 당첨금 증액 문제는 사행성 조장의 우려가 있는 데다 근본적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서 나오는 돈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여론이 호의적이진 않다. ‘추가 세금’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총 판매 금액의 50%가 복지기금으로 사회의 소외계층 지원에 쓰인다고는 하지만, 이 기금이 투명하고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로또 복권 발행액은 7조3302억원(발행 매수 69억4000매)으로 판매금액은 6조7507억원, 당첨금은 3조4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판매, 유통, 위탁 및 기타 수수료를 제외한 총 수익금은 총 2조7735억원이었다.

일각에선 단순히 게임당 금액을 올리거나 당첨 확률을 낮추는 것보다는 “이중과세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세금 내릴 생각을 해라” 등의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동행복권은 총 로또 판매 금액의 50%를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50%의 금액으로 1등부터 5등 당첨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3억원 초과 당첨자들에겐 각각 33%, 200만원 초과 및 3억원 이하의 당첨자들에겐 22%의 세금을 제외한 후 지급한다. 즉 1등 당첨금액이 10억원일 경우, 3.3억원이 세금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생각 참여 설문조사 글에 달린 댓글에는 ‘세금’ 관련 내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로또 살 때 이미 50%의 세금 당첨자에게 33%의 세금을 떼는데, 당첨 확률과 구매 금액 인상이 먼저가 아니라 세금 건드려볼 생각은 1도 없네”(박OO) “복권 당첨금 세금 5%로 낮춰 달라”(이OO) “설문 참여하고 한마디 한다. 현행 유지하되, 기재부서 로또 참여 금액 중 50%를 세금으로 가져가는데, 이를 30%로 줄이고 나머지 20%는 당첨금으로 환원시키는 게 맞다. 딱히 하는 것도 없이 50%나 가져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유OO) 등 댓글 대부분이 세금 부과 관련 글들이다.

이 외에도 “한 명이 100억 이상 가져가는 것보다 여러 명이 20억씩 가져가는 게 취지에도 맞고 더 나은 구조 아닌가? 1등 당첨금액이 적다면 떼어가는 세금을 줄이면 된다” “쓸데없이 갑자기 번호 늘려서 국민들 원성만 듣지 말고 비과세로 운영하기만 해도 호평받을 것” “로또에 매기는 세금은 합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설문에 참여하긴 했는데 세금에 대한 질문은 없는데,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여기 세금 줄여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인데 만약 세금 줄이는 식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여기에 설문조사한 건 쇼네요. 과연??” “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 같은데, 질문에 세금에 관한 건 없다. 세금을 줄이자는 의견이 국민들 생각” “국민 생각해서 하는 것처럼 말한다. 세금 줄이면 당첨금은 자연히 늘게 돼있다” 등 과세에 대한 댓글이 쇄도했다.

누리꾼들도 “금액 올릴 꼼수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떼어가는 세금이나 없애는 게 낫지 않겠나? 로또는 행운이라면서 행운에 세금을 매기진 않는다” “일본도 로또에 세금 안 떼가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많이, 2중으로 떼어나느냐”고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의 유럽 선진국 및 일본, 싱가포르에선 로또 당첨금액이 비과세인 반면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세를 하고 있다. 미국은 5000달러 초과 시 24% 세율로 원천징수하며 주 정부 세금은 별도로 하고 있고, 스페인은 4만유로 초과 시 20%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을 손보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기존에 운영해오고 있는 복권 관련 법안을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르면 복권사업으로 조성된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 및 사용하기 위해 복권기금을 운영하기 위해 복권위원회서 복권기금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해당 기금은 제23조(복권기금의 배분 및 용도)에 따라 매년 복권 수익금 중 35%는 과학기술기본법, 국민체육진흥법, 근로복지기본법,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국가유산보호기금법, 지방자치단체 등 11개항으로 규정된 용도에 사용돼야 한다.

배분 방법이나 시기 및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단, 복권위원회가 배분비율을 가감 조정할 때엔 ▲기금의 자체수입, 여유 자금, 부채 등의 자금 여건 ▲성과 평가 결과 ▲복권 수익금 사용계획서의 심의·조정 결과를 반영한 후 의결을 거쳐야 한다.

또 제24조(복권 수익금 사용계획서의 제출 등)관리주체나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다음 연도의 복권수익금 사용에 관한 계획서(사용계획서)를 작성해 매년 3월31일까지 복권위원회에 이를 제출해야 하며, 복권위원회는 이를 심의·조정한 후 그해 4월30일까지 통보하고 제27조(복권기금운용계획안의 작성·제출)에 따라 매년 5월31일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로또 구매 1장(1000원)당 약 410원이 복권기금으로 적립되고 있으며,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의 기관과 저소득층 장학사업, 주거안정사업, 소외계층 복지사업 등에 쓰이고 있다.

복권위원회가 공개한 지난해 기금결산 지출명세에 따르면, 기금운영비 및 복권사업비에 3조9717억원, 과학기술진흥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등 법정 배분사업에 1조382억원, 서민 주거안정 및 취약계층 지원 등 공익지원 사업에 2조109억원 등 총 7조8728억원이 쓰였다.

로또 조작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돼오고 있다.

제1128회차(지난 7월13일) 로또 추첨 결과 1등 당첨자 수가 무려 63개로 무더기로 배출되는가 하면, 제1057회차(2023년 3월4일)에선 2등 당첨자가 무려 664개에 달하면서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또 제1003회차(2022년 2월19일) 추첨 결과 5게임 모두를 같은 번호의 수동 선택 구매자가 1등에 당첨되기도 했다.

당시 1등 당첨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첨 복권 사진과 농협은행 계좌의 90억원 및 실수령 당첨금액 61여억원이 찍힌 거래 내역 확인증을 게재했다. 당시 1등 당첨 번호는 ‘1, 4, 29, 39, 43, 45’였다. 해당 복권의 구매처는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의 한 판매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확률상 4억700만분의 1로 ‘비 내리는 날에 벼락을 16번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희박한 수치다. 

로또 중계방송 의혹도 여전하다.

이른바 실시간 방송(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왜 로또 추첨은 생방송으로 하지 않느냐?”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로또 판매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마감되지만, 방송은 35분 이후에 송출되고 있다. 판매가 종료되는 즉시 추첨에 들어가야 하는데 35분의 시간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오후 8시 마감하고 즉시 추첨해야 한다. 도대체 30~40분의 시간을 왜 끄는지 알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로또 추첨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35분에 MBC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추첨기는 프랑스 AKANIS TECHNOLOGIES사의 Venus가 사용되며, 추첨용 1대와 예비추첨용 2대가 사용된다. 추첨볼은 총 8개 세트로 5개 세트는 1개 세트당 임의의 볼 5개를 선정해 각각의 볼 무게와 크기를 측정한 뒤 추첨 방송에 사용할 1개의 볼세트를 방청객이 직접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동행복권 측은 일주일 동안의 1억장 이상의 판매 데이터를 정리하고 마감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모든 구매기록은 전산화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 같은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7일, <일요시사>는 ▲당첨금 규모 설문조사 작성의 주체 및 설문 항목에 과세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 ▲복권 판매 종료 직후 추첨 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 등을 묻기 위해 복권위원회(발행관리과) 여러 부서에 십여 차례 취재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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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